[재난·안전 인사이드] 눈보다 무서운 ‘어는 비’…다리·터널 주변 위험

입력 2019.12.01 (07:06) 수정 2019.12.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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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영하권을 넘나드는 요즘에는 비가 내리거나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 도로에 생기는 얇은 빙판, 이른바 '블랙아이스'에 주의해야 합니다.

빙판길이어서 차가 미끄러지거나 제동이 안돼 큰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인데요.

운전자가 주의하려고 해도 도로색과 겹쳐 쉽게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위협적입니다.

특히 교량 위 도로나 터널 주변에 블랙아이스가 잘 생긴다고 하는데요.

블랙아이스의 위험성과 대처방법을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고속도로에 사고 차들이 빼곡히 길게 늘어서 있고, 사고를 수습하느라 분주합니다.

밤 새 내린 비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가 40여 분 동안 이어졌고 차량 20여 대가 파손됐습니다.

새벽부터 내린 비가 얼어붙어 도로 표면에 생긴 얇은 빙판, 이른바 '블랙 아이스'가 사고 원인입니다.

블랙 아이스는 매우 얇아 아스팔트 색이 비쳐 어둡게 보이거나. 도로의 먼지 등과 뒤엉켜 검은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희영/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안전교육부 : "블랙아이스는 낮 동안에 눈이나 비가 내렸을 때 노면에 흡수가 되면서 온도가 떨어지는 밤사이, 또는 아침에 (다시 얼면서) 얼음 막이 얇게 형성이 됩니다. (이 때문에) 이른 아침 시간대가 가장 위험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블랙 아이스는 주로 그늘진 곳이나 교량 위에 형성되는데요,

장소에 따라 도로 위 온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측정해봤습니다.

일반 도로의 노면 온도는 영하 0.5도지만, 다리 위는 영하 6.4도, 그늘진 곳은 영하 4.6도로 일반 도로보다 4에서 6도 정도 낮았는데요.

일반 도로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로 인해 잘 얼지 않지만 다리 위 도로는 아래위로 찬 바람이 불면서 얼어붙기 쉽습니다.

또, 터널 안과는 달리, 터널 입, 출구는 그늘이 지고 바람이 많이 불어 블랙 아이스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성렬/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블랙 아이스는) 물이나 저수지 주변에 있는 도로에 많이 생기게 되는데요. 실질적으로 비나 눈이 오지 않더라도 습도가 높은 구간에서는 새벽에 이슬이 끼면서 그게 얼어서 블랙아이스가 형성이 되는 그런 경우도 있고요. 대형 빌딩 사이에 있는 도로에서도 물이 배수가 잘 안 돼서 블랙아이스가 형성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블랙아이스는 운전석에서 구분이 어려워 더 위험합니다.

블랙아이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물을 뿌려 빙판길 상황을 만든 도로, 시속 80km로 주행해보았습니다.

곡선도로로 진입한 순간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이어서 제어가 불가능해지며 결국 차선을 이탈했습니다.

실제로 결빙 도로에서 난 교통사고 사망자가 눈길 사고 사망자보다 네 배가량 많고, 일반 도로보다는 최대 열네 배까지 미끄럽습니다.

[이성렬/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 : "블랙아이스는 도로와 똑같은 색으로 얼음이 형성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속하거나 주의하지 않고 똑같은 속도로 달리다 보면 차가 돌거나 또는 주변에 있는 시설물과 충돌을 하면서 사고의 심도가 높아짐에 따라서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 블랙아이스가 생긴 도로는 빙판길임을 깨닫고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도, 제동거리가 길어져 추돌 사고 위험이 큰데요.

일반 도로와의 상황을 비교했습니다.

시속 80km로 달리다가 급제동하는 상황.

일반도로에선 곧바로 멈추지만, 빙판을 달리던 차량은 한참을 미끄러지다가 겨우 멈춥니다.

일반 도로에서의 제동거리는 약 28m, 그러나 빙판에선 125m나 돼 제동거리가 네 배나 길어졌습니다.

[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블랙아이스 자체는 문제가 이미 발생하고 있으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미리 안전운전이라든지 앞 뒤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띈다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이 부분들을 특히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빙판길이 잦은 겨울철에는 자동차의 차체 자세 제어장치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장치는 차량 스스로 미끄럼을 감지해 제어하기 때문에, 장치를 껐을 때보다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조사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미끄러운 도로를 달리는 차 모양으로 표시돼있고, 2015년 이후 국내에 출시된 자동차에는 모두 설치돼 있습니다.

또, 블랙아이스 구간을 지나게 된다면 되도록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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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안전 인사이드] 눈보다 무서운 ‘어는 비’…다리·터널 주변 위험
    • 입력 2019-12-01 07:10:49
    • 수정2019-12-02 08: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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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영하권을 넘나드는 요즘에는 비가 내리거나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 도로에 생기는 얇은 빙판, 이른바 '블랙아이스'에 주의해야 합니다. 빙판길이어서 차가 미끄러지거나 제동이 안돼 큰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인데요. 운전자가 주의하려고 해도 도로색과 겹쳐 쉽게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위협적입니다. 특히 교량 위 도로나 터널 주변에 블랙아이스가 잘 생긴다고 하는데요. 블랙아이스의 위험성과 대처방법을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고속도로에 사고 차들이 빼곡히 길게 늘어서 있고, 사고를 수습하느라 분주합니다. 밤 새 내린 비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가 40여 분 동안 이어졌고 차량 20여 대가 파손됐습니다. 새벽부터 내린 비가 얼어붙어 도로 표면에 생긴 얇은 빙판, 이른바 '블랙 아이스'가 사고 원인입니다. 블랙 아이스는 매우 얇아 아스팔트 색이 비쳐 어둡게 보이거나. 도로의 먼지 등과 뒤엉켜 검은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희영/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안전교육부 : "블랙아이스는 낮 동안에 눈이나 비가 내렸을 때 노면에 흡수가 되면서 온도가 떨어지는 밤사이, 또는 아침에 (다시 얼면서) 얼음 막이 얇게 형성이 됩니다. (이 때문에) 이른 아침 시간대가 가장 위험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블랙 아이스는 주로 그늘진 곳이나 교량 위에 형성되는데요, 장소에 따라 도로 위 온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측정해봤습니다. 일반 도로의 노면 온도는 영하 0.5도지만, 다리 위는 영하 6.4도, 그늘진 곳은 영하 4.6도로 일반 도로보다 4에서 6도 정도 낮았는데요. 일반 도로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로 인해 잘 얼지 않지만 다리 위 도로는 아래위로 찬 바람이 불면서 얼어붙기 쉽습니다. 또, 터널 안과는 달리, 터널 입, 출구는 그늘이 지고 바람이 많이 불어 블랙 아이스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성렬/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블랙 아이스는) 물이나 저수지 주변에 있는 도로에 많이 생기게 되는데요. 실질적으로 비나 눈이 오지 않더라도 습도가 높은 구간에서는 새벽에 이슬이 끼면서 그게 얼어서 블랙아이스가 형성이 되는 그런 경우도 있고요. 대형 빌딩 사이에 있는 도로에서도 물이 배수가 잘 안 돼서 블랙아이스가 형성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블랙아이스는 운전석에서 구분이 어려워 더 위험합니다. 블랙아이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물을 뿌려 빙판길 상황을 만든 도로, 시속 80km로 주행해보았습니다. 곡선도로로 진입한 순간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이어서 제어가 불가능해지며 결국 차선을 이탈했습니다. 실제로 결빙 도로에서 난 교통사고 사망자가 눈길 사고 사망자보다 네 배가량 많고, 일반 도로보다는 최대 열네 배까지 미끄럽습니다. [이성렬/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 : "블랙아이스는 도로와 똑같은 색으로 얼음이 형성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속하거나 주의하지 않고 똑같은 속도로 달리다 보면 차가 돌거나 또는 주변에 있는 시설물과 충돌을 하면서 사고의 심도가 높아짐에 따라서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 블랙아이스가 생긴 도로는 빙판길임을 깨닫고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도, 제동거리가 길어져 추돌 사고 위험이 큰데요. 일반 도로와의 상황을 비교했습니다. 시속 80km로 달리다가 급제동하는 상황. 일반도로에선 곧바로 멈추지만, 빙판을 달리던 차량은 한참을 미끄러지다가 겨우 멈춥니다. 일반 도로에서의 제동거리는 약 28m, 그러나 빙판에선 125m나 돼 제동거리가 네 배나 길어졌습니다. [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블랙아이스 자체는 문제가 이미 발생하고 있으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미리 안전운전이라든지 앞 뒤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띈다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이 부분들을 특히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빙판길이 잦은 겨울철에는 자동차의 차체 자세 제어장치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장치는 차량 스스로 미끄럼을 감지해 제어하기 때문에, 장치를 껐을 때보다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조사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미끄러운 도로를 달리는 차 모양으로 표시돼있고, 2015년 이후 국내에 출시된 자동차에는 모두 설치돼 있습니다. 또, 블랙아이스 구간을 지나게 된다면 되도록 브레이크나 핸들을 조작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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