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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법인세 부담 지나치다”…재계 싱크탱크가 말하지 않는 것
입력 2019.12.03 (17:24) 취재K
[취재K] “법인세 부담 지나치다”…재계 싱크탱크가 말하지 않는 것
'재계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연구기관이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주 법인세에 관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OECD 8위 수준인 법인세 부담 낮춰야'라는 제목입니다. 선진국 모임이라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높으니 낮추고, 우리 국민의 소득세와 소비세 부담은 낮으니 높이라는 겁니다.

[내려받기]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

한경연의 이 보도자료는 다수 언론매체에서 그대로 기사화됐습니다. 이 주장이 타당한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나 반론은 기사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법인세 부담 높다' 근거는?…"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

한국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이 높다고 주장한 근거는 'GDP 대비 법인세 수입'이라는 OECD 통계였습니다. 즉, 기업들이 낸 법인세 총액이 그 나라 경제 규모(국내총생산)와 비교해 어느 정도 되느냐를 놓고 따진 겁니다. 최근 OECD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3.6%로 OECD 평균치 2.9%를 웃돌았습니다. 2016년 당시 35개 OECD 회원국 가운데 8번째로 높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한경연의 주장처럼 우리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높아 보입니다.

■ GDP 대비 법인세수, 2000년을 살펴보니…

그런데, 'GDP 대비 법인세수'가 정말 법인세 부담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잣대로 타당할까요? 19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2000년 당시 우리나라 법인세율을 보면, 최고 명목세율(지방세 제외)은 28%로 2016년보다 6% 포인트나 높았습니다. (각종 공제와 감면을 반영한 실질 세 부담(실효세율)은 이보다 6% 포인트 가량 낮습니다.)

기업이 만 원의 이익을 남기면 2000년에는 2,800원을, 2016년에는 2,200원을 냈으니 2000년의 법인세 부담이 더 무거웠던 거죠.

그런데, 2000년 기준으로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어땠을까요? 3.0%로 2016년(3.6%)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또, 2000년 당시 OECD 평균(3.2%)에 비해서도 낮았습니다.


시간의 흐름대로 보자면, 2000년에서 2016년으로 가면서 같은 기업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은 줄었는데,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높아진 결과가 나온 겁니다. 'GDP 대비 법인세수'가 법인세 부담과 일관된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 'GDP 대비 법인세수'에 숨겨진 함정

법인세율이 낮아졌는데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커지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GDP에는 기업뿐 아니라 가계와 정부(공공부문)가 창출한 부가가치(소득)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GDP 가운데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의 비중은 국가마다 다르고, 한 국가에서도 기업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 등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 'GDP 대비'를 기준으로 삼으면 판단의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4년을 기준으로 GNI(국민총소득: GDP와 대동소이)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이 18.9%인데 우리나라는 24.8%나 됩니다. 2010년부터 5년간의 추세를 봐도 이 격차는 비슷하게 유지됩니다. (GNI 내 '기업소득'의 개념이 세법상 '기업소득'과는 차이가 존재하므로 이 수치가 실제 기업소득 비중을 완벽히 반영하는 건 아닙니다.)


이 자료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건 우리 국민소득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몫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버니까 법인세수 비중도 높은 것이지, 세 부담(세율) 자체가 커서 그런 건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이 추론을 검증하기 위해, 다시 2000년과 2016년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재정경제통계시스템에서 2000년 당시 우리 국민총소득 가운데 기업소득의 비중을 찾아보니 17.6%로 나옵니다. 2016년의 24.4%에 비해 크게 낮았습니다.

이 '국민총소득 대비 기업소득' 개념을 끼워 넣으면, 기업의 세 부담률은 2000년이 2016년보다 높은데 'GDP 대비 법인세수'는 왜 2016년이 더 높게 나오는지 퍼즐이 맞춰집니다. 2000년대 들어 우리 경제에서 기업소득이 큰 폭으로 늘다 보니 법인세율이 낮아져도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더 높게 나타났던 겁니다.

■ '부적절한 잣대' 알았나? 몰랐나?

이쯤에서 강한 의문이 듭니다.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기업의 세 부담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척도로 적절치 않다는 점을 기업 관련 조사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이 몰랐던 걸까요?

한경연의 담당 연구원에게 물었더니, "어차피 완벽한 자료는 없으니 그나마 국가 간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이용했던 거다. GNI 대비 기업소득 통계는 생각하지 못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과 2016년의 비교에서 알 수 있듯이, 'GDP 대비 법인세수'를 근거로 논리를 펼치는 건 단순히 '완벽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섭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들이대느냐에 따라 법인세 부담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 보이게 만드는 '마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예컨대, 우리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익에 대한 법인세로 12조 원을 냈습니다. 지난해 우리 GDP 대비 0.63%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법인세를 그 절반 정도만 낼 것 같습니다. 이러면 GDP 대비 법인세 비중도 0.3% 선으로 낮아질 겁니다.

한경연의 논리대로라면,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봐야 할 텐데 이게 맞는 걸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서 삼성전자의 이익이 반 토막 났기 때문에 법인세 납부액도 줄었을 뿐입니다. 법인세율이 바뀐 게 아니므로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은 줄지도, 늘지도 않은 겁니다. 그저 번 만큼 세금을 냈다는 얘기죠.

한국경제연구원 스스로도 4년 전 만든 다른 자료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 법인세 논쟁, 담론 구조는 건강한가?

사실, 'GDP 대비 법인세 부담'이라는 잣대가 선보인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른바 '보수진영'이 법인세 인하 공세를 펼칠 때마다 꺼내 들었던 '단골 무기'였습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등장했습니다. 합리적이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무기를 반복해서 꺼내 드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사화해주는 많은 언론매체의 '미덕'을 믿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인세를 올리느냐 내리느냐는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의 뜨거운 조세 쟁점 중 하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보수와 진보 세력이 각기 기반을 둔 철학과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건 사회 발전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자유시장 경제의 기치를 내건 재계, 그 재계에서 운영하는 연구소가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것 역시 당연합니다. 하지만, 논쟁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생산적으로 전개되도록 하는 것은 연구기관이 외면해서는 안 될 기본 중의 기본일 겁니다. '신념'이 '사실'을 훼손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취재K] “법인세 부담 지나치다”…재계 싱크탱크가 말하지 않는 것
    • 입력 2019.12.03 (17:24)
    취재K
[취재K] “법인세 부담 지나치다”…재계 싱크탱크가 말하지 않는 것
'재계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연구기관이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주 법인세에 관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OECD 8위 수준인 법인세 부담 낮춰야'라는 제목입니다. 선진국 모임이라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높으니 낮추고, 우리 국민의 소득세와 소비세 부담은 낮으니 높이라는 겁니다.

[내려받기]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

한경연의 이 보도자료는 다수 언론매체에서 그대로 기사화됐습니다. 이 주장이 타당한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나 반론은 기사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법인세 부담 높다' 근거는?…"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

한국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이 높다고 주장한 근거는 'GDP 대비 법인세 수입'이라는 OECD 통계였습니다. 즉, 기업들이 낸 법인세 총액이 그 나라 경제 규모(국내총생산)와 비교해 어느 정도 되느냐를 놓고 따진 겁니다. 최근 OECD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3.6%로 OECD 평균치 2.9%를 웃돌았습니다. 2016년 당시 35개 OECD 회원국 가운데 8번째로 높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한경연의 주장처럼 우리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높아 보입니다.

■ GDP 대비 법인세수, 2000년을 살펴보니…

그런데, 'GDP 대비 법인세수'가 정말 법인세 부담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잣대로 타당할까요? 19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2000년 당시 우리나라 법인세율을 보면, 최고 명목세율(지방세 제외)은 28%로 2016년보다 6% 포인트나 높았습니다. (각종 공제와 감면을 반영한 실질 세 부담(실효세율)은 이보다 6% 포인트 가량 낮습니다.)

기업이 만 원의 이익을 남기면 2000년에는 2,800원을, 2016년에는 2,200원을 냈으니 2000년의 법인세 부담이 더 무거웠던 거죠.

그런데, 2000년 기준으로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어땠을까요? 3.0%로 2016년(3.6%)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또, 2000년 당시 OECD 평균(3.2%)에 비해서도 낮았습니다.


시간의 흐름대로 보자면, 2000년에서 2016년으로 가면서 같은 기업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은 줄었는데,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높아진 결과가 나온 겁니다. 'GDP 대비 법인세수'가 법인세 부담과 일관된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 'GDP 대비 법인세수'에 숨겨진 함정

법인세율이 낮아졌는데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커지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GDP에는 기업뿐 아니라 가계와 정부(공공부문)가 창출한 부가가치(소득)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GDP 가운데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의 비중은 국가마다 다르고, 한 국가에서도 기업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 등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 'GDP 대비'를 기준으로 삼으면 판단의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4년을 기준으로 GNI(국민총소득: GDP와 대동소이)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이 18.9%인데 우리나라는 24.8%나 됩니다. 2010년부터 5년간의 추세를 봐도 이 격차는 비슷하게 유지됩니다. (GNI 내 '기업소득'의 개념이 세법상 '기업소득'과는 차이가 존재하므로 이 수치가 실제 기업소득 비중을 완벽히 반영하는 건 아닙니다.)


이 자료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건 우리 국민소득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몫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버니까 법인세수 비중도 높은 것이지, 세 부담(세율) 자체가 커서 그런 건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이 추론을 검증하기 위해, 다시 2000년과 2016년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재정경제통계시스템에서 2000년 당시 우리 국민총소득 가운데 기업소득의 비중을 찾아보니 17.6%로 나옵니다. 2016년의 24.4%에 비해 크게 낮았습니다.

이 '국민총소득 대비 기업소득' 개념을 끼워 넣으면, 기업의 세 부담률은 2000년이 2016년보다 높은데 'GDP 대비 법인세수'는 왜 2016년이 더 높게 나오는지 퍼즐이 맞춰집니다. 2000년대 들어 우리 경제에서 기업소득이 큰 폭으로 늘다 보니 법인세율이 낮아져도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더 높게 나타났던 겁니다.

■ '부적절한 잣대' 알았나? 몰랐나?

이쯤에서 강한 의문이 듭니다.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기업의 세 부담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척도로 적절치 않다는 점을 기업 관련 조사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이 몰랐던 걸까요?

한경연의 담당 연구원에게 물었더니, "어차피 완벽한 자료는 없으니 그나마 국가 간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이용했던 거다. GNI 대비 기업소득 통계는 생각하지 못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과 2016년의 비교에서 알 수 있듯이, 'GDP 대비 법인세수'를 근거로 논리를 펼치는 건 단순히 '완벽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섭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들이대느냐에 따라 법인세 부담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 보이게 만드는 '마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예컨대, 우리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익에 대한 법인세로 12조 원을 냈습니다. 지난해 우리 GDP 대비 0.63%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법인세를 그 절반 정도만 낼 것 같습니다. 이러면 GDP 대비 법인세 비중도 0.3% 선으로 낮아질 겁니다.

한경연의 논리대로라면,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봐야 할 텐데 이게 맞는 걸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서 삼성전자의 이익이 반 토막 났기 때문에 법인세 납부액도 줄었을 뿐입니다. 법인세율이 바뀐 게 아니므로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은 줄지도, 늘지도 않은 겁니다. 그저 번 만큼 세금을 냈다는 얘기죠.

한국경제연구원 스스로도 4년 전 만든 다른 자료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 법인세 논쟁, 담론 구조는 건강한가?

사실, 'GDP 대비 법인세 부담'이라는 잣대가 선보인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른바 '보수진영'이 법인세 인하 공세를 펼칠 때마다 꺼내 들었던 '단골 무기'였습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등장했습니다. 합리적이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무기를 반복해서 꺼내 드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사화해주는 많은 언론매체의 '미덕'을 믿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인세를 올리느냐 내리느냐는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의 뜨거운 조세 쟁점 중 하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보수와 진보 세력이 각기 기반을 둔 철학과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건 사회 발전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자유시장 경제의 기치를 내건 재계, 그 재계에서 운영하는 연구소가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것 역시 당연합니다. 하지만, 논쟁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생산적으로 전개되도록 하는 것은 연구기관이 외면해서는 안 될 기본 중의 기본일 겁니다. '신념'이 '사실'을 훼손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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