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사망확률 10년새 3배↑…‘혹시, 미세먼지 탓?’

입력 2019.12.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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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암'을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암보다 요즘 더 기세등등한 질병이 있습니다. 폐렴입니다. 통계청의 '2018년 생명표' 자료를 보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폐렴 사망 확률 10년 새 3배↑…남성은 암 다음으로 '무서운 병'

폐렴으로 인한 사망 확률은 10년 전만 해도 3.2%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2018년 기준으로 10%까지 올라왔습니다. 같은 기간 암의 사망률이 1%포인트 떨어지고, 심장질환은 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유독 폐렴만 7%포인트 가까이 늘어 세배 이상이 된 겁니다. 원래도 한국인의 3대 사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이지만 남성의 경우 이제는 폐렴이 심장질환을 누르고 암 다음으로 무서운(사망확률이 높은) 병이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평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사망 확률이 늘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입니다. 국민 중 고령자 수가 늘다 보니 폐렴에 걸려 숨지는 사례가 늘고, 사망확률도 크게 높아졌다는 겁니다.

폐렴 환자 분석했더니…60대 이상이 10명 중 6명 이상

'국민 관심 질병통계'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폐렴으로 인한 요양 급여비용총액은 2014년 5천8백억 원에서 2018년 9천2백억 원 수준까지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의 32%는 80세 이상이, 23%는 70대가, 11%는 60대가 썼습니다. 전체 환자 수는 2014년 136만6천 명에서 2018년 134만5천 명으로 소폭 줄었으니까 발병이 많이 늘어난 건 아닙니다. 다만 걸리는 사람이 폐렴에 취약한 고령층인 게 문제인 거죠.

젊은 사람의 경우 폐렴으로 사망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고령자들은 다릅니다. 우선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폐렴 치료를 위해서는 8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노인성 폐렴은 열이 안 나는 특성이 있어서 감기나 몸살로 착각하기 쉬운 데다 지역적 특성상 빠른 진료를 받기 어려운 분들도 많습니다. 균에 많이 노출된 나이인 만큼 항생제를 써도 내성이 생겨 잘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령화가 원인이다? 풀리지 않는 의문

그래서 고령화가 원인이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의문이 남습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고 하지만 고령 인구가 10년 새 3배가 된 게 아닌데, 왜 폐렴 사망확률은 3배를 넘게 높아졌을까요?

통계청의 과거 생명표 자료를 다시 들여다봐도 그렇습니다. 1998년엔 60대, 70대, 80대 모두 폐렴 사망확률이 1.5% 안팎이었습니다. 그러던 게 20년 뒤인 2018년엔 약 11%로 늘었습니다. 전체 인구 중 고령자 비중이 커진 원인 말고도, 고령자들이 폐렴으로 숨질 확률 자체가 크게 뛴 겁니다.


이쯤에서 의혹이 고개를 듭니다. "미세먼지 때문인가?" 고령층의 경우 기관지에 있는 섬모의 기능이 젊은 사람들보다 떨어져 있어 고농도 미세먼지에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사망확률이 올라갈 수 있겠죠.

그러나 통계청은 '관련 연구가 없다'며 고개를 일단 저었습니다. 또 '대기환경 연보'에 나타난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1998~2006년 51~61㎍/㎥ 에서 2017년 45㎍/㎥ 으로 오히려 낮아진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평균 농도는 낮아져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날이 많아져 폐렴 가능성을 높였는지, 아니면 미세먼지가 아닌 또 다른 원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는지 더 정밀한 추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 더 해봐야 한다지만 실천은 오늘부터

그렇지만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폐렴 백신이나 독감 예방주사 맞기, 손 씻기 같은 습관들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노인성 폐렴의 특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폐렴이 어느새 우리 국민의 사망확률 3위로 올라섰다는 통계는 놀랍지만, 작은 실천으로 예방할 수도 있다니 당장 오늘부터 실천하는 게 좋겠죠.

[연관기사] [박광식의 건강365] ‘노년기 폐렴’ 무시했다간 중환자 신세…골든타임 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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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4 19:41:29
    취재K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암'을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암보다 요즘 더 기세등등한 질병이 있습니다. 폐렴입니다. 통계청의 '2018년 생명표' 자료를 보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폐렴 사망 확률 10년 새 3배↑…남성은 암 다음으로 '무서운 병'

폐렴으로 인한 사망 확률은 10년 전만 해도 3.2%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2018년 기준으로 10%까지 올라왔습니다. 같은 기간 암의 사망률이 1%포인트 떨어지고, 심장질환은 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유독 폐렴만 7%포인트 가까이 늘어 세배 이상이 된 겁니다. 원래도 한국인의 3대 사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이지만 남성의 경우 이제는 폐렴이 심장질환을 누르고 암 다음으로 무서운(사망확률이 높은) 병이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평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사망 확률이 늘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입니다. 국민 중 고령자 수가 늘다 보니 폐렴에 걸려 숨지는 사례가 늘고, 사망확률도 크게 높아졌다는 겁니다.

폐렴 환자 분석했더니…60대 이상이 10명 중 6명 이상

'국민 관심 질병통계'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폐렴으로 인한 요양 급여비용총액은 2014년 5천8백억 원에서 2018년 9천2백억 원 수준까지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의 32%는 80세 이상이, 23%는 70대가, 11%는 60대가 썼습니다. 전체 환자 수는 2014년 136만6천 명에서 2018년 134만5천 명으로 소폭 줄었으니까 발병이 많이 늘어난 건 아닙니다. 다만 걸리는 사람이 폐렴에 취약한 고령층인 게 문제인 거죠.

젊은 사람의 경우 폐렴으로 사망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고령자들은 다릅니다. 우선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폐렴 치료를 위해서는 8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노인성 폐렴은 열이 안 나는 특성이 있어서 감기나 몸살로 착각하기 쉬운 데다 지역적 특성상 빠른 진료를 받기 어려운 분들도 많습니다. 균에 많이 노출된 나이인 만큼 항생제를 써도 내성이 생겨 잘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령화가 원인이다? 풀리지 않는 의문

그래서 고령화가 원인이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의문이 남습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고 하지만 고령 인구가 10년 새 3배가 된 게 아닌데, 왜 폐렴 사망확률은 3배를 넘게 높아졌을까요?

통계청의 과거 생명표 자료를 다시 들여다봐도 그렇습니다. 1998년엔 60대, 70대, 80대 모두 폐렴 사망확률이 1.5% 안팎이었습니다. 그러던 게 20년 뒤인 2018년엔 약 11%로 늘었습니다. 전체 인구 중 고령자 비중이 커진 원인 말고도, 고령자들이 폐렴으로 숨질 확률 자체가 크게 뛴 겁니다.


이쯤에서 의혹이 고개를 듭니다. "미세먼지 때문인가?" 고령층의 경우 기관지에 있는 섬모의 기능이 젊은 사람들보다 떨어져 있어 고농도 미세먼지에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사망확률이 올라갈 수 있겠죠.

그러나 통계청은 '관련 연구가 없다'며 고개를 일단 저었습니다. 또 '대기환경 연보'에 나타난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1998~2006년 51~61㎍/㎥ 에서 2017년 45㎍/㎥ 으로 오히려 낮아진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평균 농도는 낮아져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날이 많아져 폐렴 가능성을 높였는지, 아니면 미세먼지가 아닌 또 다른 원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는지 더 정밀한 추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 더 해봐야 한다지만 실천은 오늘부터

그렇지만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폐렴 백신이나 독감 예방주사 맞기, 손 씻기 같은 습관들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노인성 폐렴의 특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폐렴이 어느새 우리 국민의 사망확률 3위로 올라섰다는 통계는 놀랍지만, 작은 실천으로 예방할 수도 있다니 당장 오늘부터 실천하는 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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