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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예쁜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故구하라의 이유 있는 외침
입력 2019.12.05 (07:00) 수정 2019.12.05 (07:01) 취재후
[취재후] “예쁜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故구하라의 이유 있는 외침
"아픈 마음 서로 감싸주는 그런 예쁜 마음 어디에 있을까요?…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없을까요?"

지난 6월, 故 구하라 씨가 SNS 통해 악성 댓글 게시자들에게 남긴 호소입니다. 한 달 전쯤,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병원에 실려 갔다는 보도가 나간 후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해당 보도에도 어김없이 악성 댓글, 이른바 '악플'은 달렸습니다.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찾던 '아픈 마음 서로 감싸주는 그런 예쁜 마음'은 없었습니다. 혐오는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면으로 '악플의 늪' 마주하기…댓글 1만 3천 건 분석

구하라 씨가 왜 세상을 떠났는지 그 원인을 함부로 예단할 순 없었습니다. 다만, 고인에게 생전 가해진 사회적 폭력의 심각성을 돌아보고 충분히 반성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구하라 씨가 생전 마주했을 악플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했습니다. 생전 구하라 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사 중, 포털 네이버에서 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린 5개의 기사를 선정해, 1만 3천7백여 개에 댓글을 일일이 들여다봤습니다.

[연관 기사] 구하라, 숨 막혔던 ‘혐오의 늪’…뉴스 댓글 1만 3천 건 분석(2019.11.29)


무려 19%. 의도적으로 구하라 씨를 비방한 '악성 댓글'의 비율이었습니다. 댓글 5개 중 1개가 악질적 댓글인 겁니다. 게다가 그중 60%는 원색적인 욕설이나 인신공격을 그대로 담고 있는 글이었습니다.

외모 비하부터 성관계 동영상 언급까지…'지역·여성혐오'도 두드러져

글자 크기가 클수록 악플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입니다글자 크기가 클수록 악플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입니다

추려낸 악플들은 형태소별로 쪼개 데이터 분석을 했습니다. 그 결과, 악플에서 집중적으로 언급된 단어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등장한 단어를 중심으로 대표적인 악플을 그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덜 폭력적인 언어의 댓글을 선정했습니다)

① #얼굴, #성형, #수술 (외모 비하)

"구 이여자 얼굴도 못생긴 전라도 가스나가 진짜로 독종이네"
"본인 진짜는 있어? 머리, 얼굴, 가슴, 전부 가짜일거 같은데!"
"성형 실패해서 자살하려고한 거 아닐까"
"인성도 좀 성형하지…"


② #자살, #관종 (극단적 선택 관련)

"암튼 딴따라들은 죽을때까지 관종들이네. 진짜 죽으려면 조용히 죽던지"
"진짜 자살기도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거야 쯪쯪 여우주연상감"
"자꾸 시도만 하지 말고 성공 좀 해봐라"


③ #전라도, #광주 (출신지역 혐오)

"전라도는 거르는 게 답이다!"
"전라도 XX(일베용어)들은 하도 통수을처서 음 진짠지 쑈인지ㅋ"


④ #여자, #페미, #동영상 (여성혐오)

"여자가 감히 담배를피노"
"얼굴을 난도질 해놨구만~ 페미X. 이네~"
"성관계 동영상 진심 보고싶은데.. 볼수있는 방법 없나요?"


악플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외모 비하는 기본이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기사 아래에 아깝다며 다음엔 성공하라는 저주까지 퍼부었습니다. 심지어 '갈 땐 가더라도' 성관계 동영상은 공개하고 가라는 언어적 성폭력도 상당했습니다.

구하라 씨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사적인 영역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을 그대로 감내했어야 했습니다. 성관계 동영상을 두고 전 남자친구에게 협박을 받은 피해자이지만, 똑같은 협박을 악성 댓글 게시자에게도 받아야 했습니다.

악플 속에서 너덜너덜해지는 피해자

"지금은 모든 것들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니까 흔적이 남아요. 누군가 그걸 보고 똑같은 것을 전달하고 거기에 동조하고 그러면서 피해자는 자기가 너덜너덜해지는 걸 보는 거죠."

악플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는 극심한 피해를 겪는 피해자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악성 댓글 게시자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또 가해하는 악성 댓글 게시자들은 확인받는 거에요. 나만 가해하고 있지 않아. 그러니까 마음에 죄책감을 덜어내는 거죠. 그 가운데 피해자는 자신이 그렇게 취급되고 있는 상황을 계속 확인하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냉정하게 감정을 배제하며 댓글을 읽어가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제삼자가 기껏 만 개 정도의 댓글을 읽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당사자는 어땠을지 감히 심정을 짐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댓글 속에서 '예쁜 마음'을 찾던 구하라 씨의 외침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홀로 악플 무게 견뎠다"…죽음까지 소재로 썼던 언론과 포털

비극은 반복되지만 악플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사회적 시스템은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악플에 대해선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법적 조건을 만족하기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악플 피해 당사자가 악플러의 신분을 다 확인해야지 고소를 할 수 있는 등 싸움보다는 포기를 선택하기 쉬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관련 심의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어떨까. 피해 당사자가 명예훼손으로 직접 신고하면 해당 게시물이나 댓글을 방심위가 판단하거나, 방심위가 자체적으로 차별·비하 표현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혐오 표현이 있는 사이트에 삭제와 같은 시정명령을 할 뿐,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포털도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입니다. 다음은 연예기사 댓글란을 임시 폐쇄했고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악플을 가리고 있지만, 아직은 명확한 욕설 없이 맥락에 비방을 담은 악플까지 다 거르지는 못합니다.

악플이 달리도록 먹잇감을 지속적으로 던져온 언론의 책임도 큽니다. 연예인들의 SNS, 사생활 하나하나를 따와서 기사화하고 클릭 수를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왔습니다. 이런 기사에 달린 악플은 다시 기사의 소재가 되고,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또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악플은 확대·재생산됐습니다.

국회에서 '악플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통과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 악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은 당분간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연관 기사] 혐오에 맞선 ‘나홀로 투쟁’…브레이크가 없다(2019.11.29)
  • [취재후] “예쁜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故구하라의 이유 있는 외침
    • 입력 2019.12.05 (07:00)
    • 수정 2019.12.05 (07:01)
    취재후
[취재후] “예쁜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故구하라의 이유 있는 외침
"아픈 마음 서로 감싸주는 그런 예쁜 마음 어디에 있을까요?…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없을까요?"

지난 6월, 故 구하라 씨가 SNS 통해 악성 댓글 게시자들에게 남긴 호소입니다. 한 달 전쯤,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병원에 실려 갔다는 보도가 나간 후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해당 보도에도 어김없이 악성 댓글, 이른바 '악플'은 달렸습니다.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찾던 '아픈 마음 서로 감싸주는 그런 예쁜 마음'은 없었습니다. 혐오는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면으로 '악플의 늪' 마주하기…댓글 1만 3천 건 분석

구하라 씨가 왜 세상을 떠났는지 그 원인을 함부로 예단할 순 없었습니다. 다만, 고인에게 생전 가해진 사회적 폭력의 심각성을 돌아보고 충분히 반성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구하라 씨가 생전 마주했을 악플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했습니다. 생전 구하라 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사 중, 포털 네이버에서 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린 5개의 기사를 선정해, 1만 3천7백여 개에 댓글을 일일이 들여다봤습니다.

[연관 기사] 구하라, 숨 막혔던 ‘혐오의 늪’…뉴스 댓글 1만 3천 건 분석(2019.11.29)


무려 19%. 의도적으로 구하라 씨를 비방한 '악성 댓글'의 비율이었습니다. 댓글 5개 중 1개가 악질적 댓글인 겁니다. 게다가 그중 60%는 원색적인 욕설이나 인신공격을 그대로 담고 있는 글이었습니다.

외모 비하부터 성관계 동영상 언급까지…'지역·여성혐오'도 두드러져

글자 크기가 클수록 악플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입니다글자 크기가 클수록 악플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입니다

추려낸 악플들은 형태소별로 쪼개 데이터 분석을 했습니다. 그 결과, 악플에서 집중적으로 언급된 단어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등장한 단어를 중심으로 대표적인 악플을 그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덜 폭력적인 언어의 댓글을 선정했습니다)

① #얼굴, #성형, #수술 (외모 비하)

"구 이여자 얼굴도 못생긴 전라도 가스나가 진짜로 독종이네"
"본인 진짜는 있어? 머리, 얼굴, 가슴, 전부 가짜일거 같은데!"
"성형 실패해서 자살하려고한 거 아닐까"
"인성도 좀 성형하지…"


② #자살, #관종 (극단적 선택 관련)

"암튼 딴따라들은 죽을때까지 관종들이네. 진짜 죽으려면 조용히 죽던지"
"진짜 자살기도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거야 쯪쯪 여우주연상감"
"자꾸 시도만 하지 말고 성공 좀 해봐라"


③ #전라도, #광주 (출신지역 혐오)

"전라도는 거르는 게 답이다!"
"전라도 XX(일베용어)들은 하도 통수을처서 음 진짠지 쑈인지ㅋ"


④ #여자, #페미, #동영상 (여성혐오)

"여자가 감히 담배를피노"
"얼굴을 난도질 해놨구만~ 페미X. 이네~"
"성관계 동영상 진심 보고싶은데.. 볼수있는 방법 없나요?"


악플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외모 비하는 기본이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기사 아래에 아깝다며 다음엔 성공하라는 저주까지 퍼부었습니다. 심지어 '갈 땐 가더라도' 성관계 동영상은 공개하고 가라는 언어적 성폭력도 상당했습니다.

구하라 씨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사적인 영역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을 그대로 감내했어야 했습니다. 성관계 동영상을 두고 전 남자친구에게 협박을 받은 피해자이지만, 똑같은 협박을 악성 댓글 게시자에게도 받아야 했습니다.

악플 속에서 너덜너덜해지는 피해자

"지금은 모든 것들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니까 흔적이 남아요. 누군가 그걸 보고 똑같은 것을 전달하고 거기에 동조하고 그러면서 피해자는 자기가 너덜너덜해지는 걸 보는 거죠."

악플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는 극심한 피해를 겪는 피해자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악성 댓글 게시자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또 가해하는 악성 댓글 게시자들은 확인받는 거에요. 나만 가해하고 있지 않아. 그러니까 마음에 죄책감을 덜어내는 거죠. 그 가운데 피해자는 자신이 그렇게 취급되고 있는 상황을 계속 확인하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냉정하게 감정을 배제하며 댓글을 읽어가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제삼자가 기껏 만 개 정도의 댓글을 읽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당사자는 어땠을지 감히 심정을 짐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댓글 속에서 '예쁜 마음'을 찾던 구하라 씨의 외침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홀로 악플 무게 견뎠다"…죽음까지 소재로 썼던 언론과 포털

비극은 반복되지만 악플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사회적 시스템은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악플에 대해선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법적 조건을 만족하기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악플 피해 당사자가 악플러의 신분을 다 확인해야지 고소를 할 수 있는 등 싸움보다는 포기를 선택하기 쉬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관련 심의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어떨까. 피해 당사자가 명예훼손으로 직접 신고하면 해당 게시물이나 댓글을 방심위가 판단하거나, 방심위가 자체적으로 차별·비하 표현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혐오 표현이 있는 사이트에 삭제와 같은 시정명령을 할 뿐,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포털도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입니다. 다음은 연예기사 댓글란을 임시 폐쇄했고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악플을 가리고 있지만, 아직은 명확한 욕설 없이 맥락에 비방을 담은 악플까지 다 거르지는 못합니다.

악플이 달리도록 먹잇감을 지속적으로 던져온 언론의 책임도 큽니다. 연예인들의 SNS, 사생활 하나하나를 따와서 기사화하고 클릭 수를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왔습니다. 이런 기사에 달린 악플은 다시 기사의 소재가 되고,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또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악플은 확대·재생산됐습니다.

국회에서 '악플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통과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 악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은 당분간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연관 기사] 혐오에 맞선 ‘나홀로 투쟁’…브레이크가 없다(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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