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5G 보다 속 먼저 터져…통신사 ‘뒷짐’ 정부 ‘뒷북’

입력 2019.12.15 (11:01) 수정 2019.12.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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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3일 밤 11시. 세계 최초 모바일 5G 상용화한 지 8개월이나 지났지만 '빛의 속도'라던 5G는 체면을 구겼습니다. 여전히 안 터져 소비자들은 속 터지고 비싼 요금제에 덜컥 가입한 탓에 속만 탑니다.

물론, 통신 세대교체 때마다 진통은 당연하죠. 다만, 전파의 특성이나 인프라 구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개통이라는 지적은 어깃장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소비자들이 집단 분쟁 조정까지 나섰을까요. 4월 모바일 5G 상용화 직후 현장을 둘러봤던 기자는 8개월을 지난 지금, 현장에 다시 나갔습니다. 소비자는 뿔났고 통신사는 뒷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뒷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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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지국 늘어났다며? A. 빛 좋은 개살구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변재일 국회의원 제공)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통신 3사가 구축한 기지국 장치 수가 25만 대를 넘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났단 이야기다. 하지만 기자가 돌아보니 기지국이 보이는 건물을 비켜서거나, 인근 건물에 들어가면 5G는 힘을 잃었다.

문제는 위치였다. 실내·지하는 사각지대였다. 지상에 설치된 기지국 수는 9만 5천여 개인데, 실내는 988개, 지하는 94개로 각각 100분의 1, 1천 분의 1 수준이었다. 거리에선 잘 터지다가 들어가면 연결이 말썽인 건 기분 탓이 아니다.


기자는 4월에 찾았던 여의도역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전문가 도움을 받아 장비까지 동원했는데 여전히 연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계절이 바뀐 탓에 기자의 옷만 바뀌었다. 5G는 끊기고 LTE로 전환됐다.

취재진이 천장에 설치된 한 통신사 중계기를 확인했는데 5G는 아예 없었다. 통신사들은 중계기를 개발 중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5G 전파 특성상 여기저기 기지국 안테나 수를 늘리면 연결은 원활해지겠지만 5G 수준에 맞는 중계기 개발 등 시스템적 부분을 소홀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Q. 통신사 커버리지 맵 믿어도 되나? A. 수박 겉핥기


통신 3사 커버리지 맵 표시방식은 비슷하다. 붉은 타일 형태로 기지국 인근 반경을 표시한다.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건가? 통신사는 정부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답했다. 과기부에 문의했더니 전기통신사업법 제56조 2항 '전기통신 역무 선택에 필요한 정보 제공 기준' 고시에 따른단다.


이용자가 '커버리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전국을 가로 75m, 세로 75m의 격자로 나눈 뒤 각 지역에서 LTE·와이파이 유선· 초고속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지도형태 등으로 표시해서 알려줘야 한다.

바꿔 말하면, 통신사 커버리지맵을 가득 채운 붉은 지역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지국 주변을 표시한 거다. 실제, 검증 구역이 아니다 보니 지도에선 신호가 잡히지 않는 구역을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통신이 세대교체를 한 만큼, 표시 방식도 기지국 위치를 정확히 보여주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신사들은 보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혀왔다.


Q. 비싼 요금제는 어떻게 해? A. 강 건너 불구경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장, '꿈의 시대'가 펼쳐질 거라곤 기대 안 했다. 그게 불통을 감수하겠단 뜻은 아니다.

5G 모바일에 가입한 게 죄인가. 거리에서, 집에서, 영화 보려다가, 인터넷 검색하다 먹통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 이거다. 상황은 이런데, 달마다 내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자들은 속만 부글부글 끓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과기부도 별다른 입장이 없다. 지난 3월 26일 5G 이용약관 인가는 절차에 따라 심의 과정을 거친 결과란 거다. 통신사의 신청을 한 번 반려했고 이 때문에 통신사들이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았단 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통신사 내놓은 4, 5만 원 대 요금제를 보면 데이터당 단가가 높은 금액대의 요금제보다 13배 정도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러니 높은 금액대를 찾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속도도 불안정하고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5G 망을 쓴다는 이유로 비싼 요금제를 내야 하는 건 이상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5G가 출시된 뒤 통신사들이 가입자로부터 얻어낸 평균매출은 올 2분기부터 증가세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이 통신 3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당연히, 통신사들도 검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Q. 분쟁조정에 참여하면 보상 가능? A. 달걀로 바위 치기

참여연대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5G 가입자 7명과 함께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소비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분쟁조정에 나선다고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분쟁조정은 법적 소송과 달리 갈등을 빚는 당사자 간 합의점을 찾아주는 제도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건데, 법적 강제력도 없다 보니까 통신사들이 응할지부터 알 수 없다. 통신사들은 신청서가 접수되면 의견서 등을 살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분쟁 조정의 관건은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가입 시 안내 소홀 등 '불완전 판매'가 인정될 수 있느냐, 소비자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통신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느냐다. 참여연대는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되더라도 계속 문을 두드릴 심산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4차산업의 핵심분야엔 5G 망 구축은 필수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간다는 말처럼, '부풀리기'식이나 '보여주기'에 치중하지 않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마음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5G 관련해 전문가의 의견이나 시민 제보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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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5G 보다 속 먼저 터져…통신사 ‘뒷짐’ 정부 ‘뒷북’
    • 입력 2019-12-15 11:01:42
    • 수정2019-12-15 11:26:06
    취재후·사건후
2019년 4월 3일 밤 11시. 세계 최초 모바일 5G 상용화한 지 8개월이나 지났지만 '빛의 속도'라던 5G는 체면을 구겼습니다. 여전히 안 터져 소비자들은 속 터지고 비싼 요금제에 덜컥 가입한 탓에 속만 탑니다.

물론, 통신 세대교체 때마다 진통은 당연하죠. 다만, 전파의 특성이나 인프라 구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개통이라는 지적은 어깃장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소비자들이 집단 분쟁 조정까지 나섰을까요. 4월 모바일 5G 상용화 직후 현장을 둘러봤던 기자는 8개월을 지난 지금, 현장에 다시 나갔습니다. 소비자는 뿔났고 통신사는 뒷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뒷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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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지국 늘어났다며? A. 빛 좋은 개살구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변재일 국회의원 제공)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통신 3사가 구축한 기지국 장치 수가 25만 대를 넘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났단 이야기다. 하지만 기자가 돌아보니 기지국이 보이는 건물을 비켜서거나, 인근 건물에 들어가면 5G는 힘을 잃었다.

문제는 위치였다. 실내·지하는 사각지대였다. 지상에 설치된 기지국 수는 9만 5천여 개인데, 실내는 988개, 지하는 94개로 각각 100분의 1, 1천 분의 1 수준이었다. 거리에선 잘 터지다가 들어가면 연결이 말썽인 건 기분 탓이 아니다.


기자는 4월에 찾았던 여의도역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전문가 도움을 받아 장비까지 동원했는데 여전히 연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계절이 바뀐 탓에 기자의 옷만 바뀌었다. 5G는 끊기고 LTE로 전환됐다.

취재진이 천장에 설치된 한 통신사 중계기를 확인했는데 5G는 아예 없었다. 통신사들은 중계기를 개발 중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5G 전파 특성상 여기저기 기지국 안테나 수를 늘리면 연결은 원활해지겠지만 5G 수준에 맞는 중계기 개발 등 시스템적 부분을 소홀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Q. 통신사 커버리지 맵 믿어도 되나? A. 수박 겉핥기


통신 3사 커버리지 맵 표시방식은 비슷하다. 붉은 타일 형태로 기지국 인근 반경을 표시한다.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건가? 통신사는 정부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답했다. 과기부에 문의했더니 전기통신사업법 제56조 2항 '전기통신 역무 선택에 필요한 정보 제공 기준' 고시에 따른단다.


이용자가 '커버리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전국을 가로 75m, 세로 75m의 격자로 나눈 뒤 각 지역에서 LTE·와이파이 유선· 초고속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지도형태 등으로 표시해서 알려줘야 한다.

바꿔 말하면, 통신사 커버리지맵을 가득 채운 붉은 지역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지국 주변을 표시한 거다. 실제, 검증 구역이 아니다 보니 지도에선 신호가 잡히지 않는 구역을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통신이 세대교체를 한 만큼, 표시 방식도 기지국 위치를 정확히 보여주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신사들은 보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혀왔다.


Q. 비싼 요금제는 어떻게 해? A. 강 건너 불구경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장, '꿈의 시대'가 펼쳐질 거라곤 기대 안 했다. 그게 불통을 감수하겠단 뜻은 아니다.

5G 모바일에 가입한 게 죄인가. 거리에서, 집에서, 영화 보려다가, 인터넷 검색하다 먹통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 이거다. 상황은 이런데, 달마다 내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자들은 속만 부글부글 끓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과기부도 별다른 입장이 없다. 지난 3월 26일 5G 이용약관 인가는 절차에 따라 심의 과정을 거친 결과란 거다. 통신사의 신청을 한 번 반려했고 이 때문에 통신사들이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았단 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통신사 내놓은 4, 5만 원 대 요금제를 보면 데이터당 단가가 높은 금액대의 요금제보다 13배 정도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러니 높은 금액대를 찾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속도도 불안정하고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5G 망을 쓴다는 이유로 비싼 요금제를 내야 하는 건 이상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5G가 출시된 뒤 통신사들이 가입자로부터 얻어낸 평균매출은 올 2분기부터 증가세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이 통신 3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당연히, 통신사들도 검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Q. 분쟁조정에 참여하면 보상 가능? A. 달걀로 바위 치기

참여연대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5G 가입자 7명과 함께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소비자들이 통신사를 상대로 분쟁조정에 나선다고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분쟁조정은 법적 소송과 달리 갈등을 빚는 당사자 간 합의점을 찾아주는 제도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건데, 법적 강제력도 없다 보니까 통신사들이 응할지부터 알 수 없다. 통신사들은 신청서가 접수되면 의견서 등을 살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분쟁 조정의 관건은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가입 시 안내 소홀 등 '불완전 판매'가 인정될 수 있느냐, 소비자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통신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느냐다. 참여연대는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되더라도 계속 문을 두드릴 심산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4차산업의 핵심분야엔 5G 망 구축은 필수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간다는 말처럼, '부풀리기'식이나 '보여주기'에 치중하지 않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마음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5G 관련해 전문가의 의견이나 시민 제보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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