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남자 중학교에선 수업 중 성희롱 해도 괜찮다?
입력 2019.12.19 (07:00) 수정 2019.12.19 (07:13) 취재후
서울 금천구의 한 남자 중학교 2학년 국어 시간. 교사 A 씨가 '수업을 유난히 잘 따라온다'라며 동영상을 하나 보여줍니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법을 알려준다는 동영상. 사실, 수영복 차림의 성인잡지 여성모델들이 자전거에 기대 각종 '야한' 자세를 잡는 영상입니다.

한 번의 해프닝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교사는 수업시간에 부적절한 성적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남자는 평생 △△(여성 성기를 비유)을 잘 찾아야 한다" "방앗간은 떡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떡을 □□ 곳이다."라는 등의 발언이 수업시간 중 A 교사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KBS 뉴스 9 [단독] 교사가 성인잡지 모델 보여주며 부적절 발언…징계는 ‘불문경고’ 인터뷰 화면KBS 뉴스 9 [단독] 교사가 성인잡지 모델 보여주며 부적절 발언…징계는 ‘불문경고’ 인터뷰 화면

A 교사의 성희롱 발언과 부적절한 교육은 지난해에 벌어졌습니다.

당시 교실에서 성희롱 발언과 동영상을 봤던 학생은 "상당히 불쾌했고, 수업시간에 이런 영상을 볼 수 있는지 억울했다. 하지만 A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등 무서워서 항의하지도 못했다."라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동료 교사들은 지난해 10월, 학생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듣게 됐습니다. 확인된 학생만 10명, 학생들은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료 교사들은 예민한 시기, 중학교 학생들이 왜곡된 성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여교사들의 피해도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 중학교 동료 교사
"학생들이 과연 여교사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 여자에 대해 어떤 의식을 갖게 되는지 의문이에요. '이런 발언은 괜찮다. 이런 영상 봐도 된다'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 같아서 교사로서 부끄럽고…"
"올해 한 학생이 여교사에게 '선생님, 아이돌 그룹은 몸매가 쭉쭉빵빵하고 예쁜데, 선생님은 거기 막…' 이런 표현을 해서 학교 선도위원회도 열렸어요."

[연관 기사] [단독] 교사가 성인잡지 모델 보여주며 부적절 발언…징계는 ‘불문경고’ (2019.12.16 KBS 1TV ‘뉴스9’)

'남자 중학교라서…' 안이하게 판단하는 학교

징계는 잘 이뤄졌을까요?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동료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올 초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A 교사는 '교사 품위 위반'으로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마저도 포상 경력이 인정돼 '불문 경고'로 낮아졌습니다.

학교 차원의 조사에서 문제의 동영상과 성희롱 발언을 확인했지만, 학교는 성 비위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학교는 문제는 있었지만 성 비위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중학교 관계자
"(해당 발언은)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중에 나온 말입니다. 수업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나온 말이라고 판단해서…"
"선생님이 (동영상을) 보여준 건 잘못됐습니다. 그렇게 했는데 성비위로 보진 않습니다. 남자 중학교이다 보니까 그런 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 끝에 올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이 직접 나섰습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150여 명을 대상으로 무기명 조사를 했습니다. 교육청은 성 비위가 맞다고 결론 내렸고, 학교에 재징계를 권고했습니다. 학교는 이번 주 월요일에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학교 재단 이사장의 최종 처분만 남은 상황입니다.

피해 학생 "학교가 A 교사 잘못에 대해 눈감아주는 게 다 보인다."

지난해에 일어난 사건을 지금까지 해결 못한 것일까요?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학생들이 행여라도 피해를 볼까 나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서지 못하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경찰과 교육 당국 등이 학교 성 비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선, 피해자가 자신의 신분을 정확하게 밝히고 신고를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정황과 피해를 말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재진과 접촉한 피해 학생도 "학교 이사장이 A 교사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하고 눈감아주는 게 학생들 눈에 다 보인다. 2차 피해가 두려워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수업과 관련 없는 성인잡지 동영상을 보여주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교사가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징계도 안 받는다면, 학생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까요?
  • [취재후] 남자 중학교에선 수업 중 성희롱 해도 괜찮다?
    • 입력 2019-12-19 07:00:39
    • 수정2019-12-19 07:13:28
    취재후
서울 금천구의 한 남자 중학교 2학년 국어 시간. 교사 A 씨가 '수업을 유난히 잘 따라온다'라며 동영상을 하나 보여줍니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법을 알려준다는 동영상. 사실, 수영복 차림의 성인잡지 여성모델들이 자전거에 기대 각종 '야한' 자세를 잡는 영상입니다.

한 번의 해프닝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교사는 수업시간에 부적절한 성적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남자는 평생 △△(여성 성기를 비유)을 잘 찾아야 한다" "방앗간은 떡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떡을 □□ 곳이다."라는 등의 발언이 수업시간 중 A 교사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KBS 뉴스 9 [단독] 교사가 성인잡지 모델 보여주며 부적절 발언…징계는 ‘불문경고’ 인터뷰 화면KBS 뉴스 9 [단독] 교사가 성인잡지 모델 보여주며 부적절 발언…징계는 ‘불문경고’ 인터뷰 화면

A 교사의 성희롱 발언과 부적절한 교육은 지난해에 벌어졌습니다.

당시 교실에서 성희롱 발언과 동영상을 봤던 학생은 "상당히 불쾌했고, 수업시간에 이런 영상을 볼 수 있는지 억울했다. 하지만 A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등 무서워서 항의하지도 못했다."라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동료 교사들은 지난해 10월, 학생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듣게 됐습니다. 확인된 학생만 10명, 학생들은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료 교사들은 예민한 시기, 중학교 학생들이 왜곡된 성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여교사들의 피해도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 중학교 동료 교사
"학생들이 과연 여교사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 여자에 대해 어떤 의식을 갖게 되는지 의문이에요. '이런 발언은 괜찮다. 이런 영상 봐도 된다'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 같아서 교사로서 부끄럽고…"
"올해 한 학생이 여교사에게 '선생님, 아이돌 그룹은 몸매가 쭉쭉빵빵하고 예쁜데, 선생님은 거기 막…' 이런 표현을 해서 학교 선도위원회도 열렸어요."

[연관 기사] [단독] 교사가 성인잡지 모델 보여주며 부적절 발언…징계는 ‘불문경고’ (2019.12.16 KBS 1TV ‘뉴스9’)

'남자 중학교라서…' 안이하게 판단하는 학교

징계는 잘 이뤄졌을까요?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동료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올 초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A 교사는 '교사 품위 위반'으로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마저도 포상 경력이 인정돼 '불문 경고'로 낮아졌습니다.

학교 차원의 조사에서 문제의 동영상과 성희롱 발언을 확인했지만, 학교는 성 비위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학교는 문제는 있었지만 성 비위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중학교 관계자
"(해당 발언은)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중에 나온 말입니다. 수업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나온 말이라고 판단해서…"
"선생님이 (동영상을) 보여준 건 잘못됐습니다. 그렇게 했는데 성비위로 보진 않습니다. 남자 중학교이다 보니까 그런 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 끝에 올해 11월, 서울시교육청이 직접 나섰습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150여 명을 대상으로 무기명 조사를 했습니다. 교육청은 성 비위가 맞다고 결론 내렸고, 학교에 재징계를 권고했습니다. 학교는 이번 주 월요일에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학교 재단 이사장의 최종 처분만 남은 상황입니다.

피해 학생 "학교가 A 교사 잘못에 대해 눈감아주는 게 다 보인다."

지난해에 일어난 사건을 지금까지 해결 못한 것일까요?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학생들이 행여라도 피해를 볼까 나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서지 못하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경찰과 교육 당국 등이 학교 성 비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선, 피해자가 자신의 신분을 정확하게 밝히고 신고를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정황과 피해를 말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재진과 접촉한 피해 학생도 "학교 이사장이 A 교사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하고 눈감아주는 게 학생들 눈에 다 보인다. 2차 피해가 두려워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수업과 관련 없는 성인잡지 동영상을 보여주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교사가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징계도 안 받는다면, 학생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까요?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