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양심’ 아니라니”…대체복무 마련에도 산넘어 산

입력 2019.12.29 (21:13) 수정 2019.12.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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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제(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는 법안이 통과됐죠.

이제 새로운 군복무의 길이 열리게 된 건데, 일부 병역 거부자들은 어떻게 '진정한 양심'을 증명해야 할지, 막막해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김채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평화가 길이다! 병역거부 무죄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겼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홍정훈 씨.

하지만 1년 3개월 뒤, 법원은 그를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유죄 판단했습니다.

홍 씨가 "진정한 양심"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3년 전 쓴 병역거부 소견서의 내용이 전쟁·군사훈련 반대와 직결되지 않고, 산업기능요원 복무는 집총 훈련을 받는데도 신념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홍정훈/양심적 병역거부자/대법원 상고 : "거의 3년에 걸친 시간 동안, 제가 (재판에서) 그 양심을 증명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었던 건데. 가슴을 도려내서라도 그거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이걸 어떻게..."]

종교가 아닌 평화주의 등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건 중 올해 법원 판단이 나온 건 8건.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죄였습니다.

부모님 설득에 병역 거부 입장을 중간에 번복한 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가하면, 인간 살상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5.18 시민군이 총을 든 행위를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대답한 것을 두고 법원은 '가변적 양심'이라고 했습니다.

[김수정/변호사 : "(수감 생활 등) 불이익들을 감수하는 최종적인 자기 마음의 양심의 소리를 따라서 선택하는 길인데, 단말마적인 행동을 가지고 '진지하지 않다'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미 군복무를 한 뒤 더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다는 남성에게, '양심의 형성 과정'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도 있습니다.

법안 통과로 제도는 마련됐지만 앞으로 대체복무 심사 과정에서도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완벽한' 양심을 증명해내라는 요구가 양심을 옥죄는 또 다른 굴레가 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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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양심’ 아니라니”…대체복무 마련에도 산넘어 산
    • 입력 2019-12-29 21:15:39
    • 수정2019-12-29 22: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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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제(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는 법안이 통과됐죠.

이제 새로운 군복무의 길이 열리게 된 건데, 일부 병역 거부자들은 어떻게 '진정한 양심'을 증명해야 할지, 막막해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김채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평화가 길이다! 병역거부 무죄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겼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홍정훈 씨.

하지만 1년 3개월 뒤, 법원은 그를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유죄 판단했습니다.

홍 씨가 "진정한 양심"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3년 전 쓴 병역거부 소견서의 내용이 전쟁·군사훈련 반대와 직결되지 않고, 산업기능요원 복무는 집총 훈련을 받는데도 신념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홍정훈/양심적 병역거부자/대법원 상고 : "거의 3년에 걸친 시간 동안, 제가 (재판에서) 그 양심을 증명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었던 건데. 가슴을 도려내서라도 그거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이걸 어떻게..."]

종교가 아닌 평화주의 등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건 중 올해 법원 판단이 나온 건 8건.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죄였습니다.

부모님 설득에 병역 거부 입장을 중간에 번복한 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가하면, 인간 살상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5.18 시민군이 총을 든 행위를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대답한 것을 두고 법원은 '가변적 양심'이라고 했습니다.

[김수정/변호사 : "(수감 생활 등) 불이익들을 감수하는 최종적인 자기 마음의 양심의 소리를 따라서 선택하는 길인데, 단말마적인 행동을 가지고 '진지하지 않다'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미 군복무를 한 뒤 더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다는 남성에게, '양심의 형성 과정'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도 있습니다.

법안 통과로 제도는 마련됐지만 앞으로 대체복무 심사 과정에서도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완벽한' 양심을 증명해내라는 요구가 양심을 옥죄는 또 다른 굴레가 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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