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호르무즈…파병, 국회 동의 필요할까?

입력 2020.01.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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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숨지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례해 중동지역의 긴장도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졌습니다.

어제(6일) 관계부처 실무대책회의를 열어 한국민 보호 방안을 검토했고, 청와대도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를 위해 오늘(7일) 방미길에 올랐습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큰 이슈로 떠오른 지역은 바로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요충지입니다.

과거 이란은 핵협상 등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러던 중 지난해 5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들이 잇단 공격을 받자 미국은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안전한 항행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에도 소위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미국-이란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우리가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두고 파병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거세게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을 받는 건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될지 여부입니다.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직선거리로 1,800km 정도 떨어져 있고 배가 간다면 사흘 정도 걸립니다.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파견 가능성과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한지를 따져봤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유사시 청해부대 파견 가능…국회 동의 필요 없어

지난달 말 부산을 떠난 청해부대 31진인 왕건함(4천4백 톤)은 현재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왕건함은 기존 강감찬함와 임무를 교대해 아덴만 해역에서 선박 수호와 해적퇴치 임무 등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왕건함이 아덴만으로 향하지 않고 방향을 틀어 호르무즈 해협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0일 본회의를 열어 청해부대의 파견 연장안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켰습니다. 올해 1년 동안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파병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정부의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을 보면 청해부대 파견 목적은 "유엔 안보리 결의(1373/1838/1846/1851)에 근거해 국제 해상 안전과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고, 우리 선박의 안전한 활동을 지원하며 유사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파견 부대 규모는 구축함(4천 톤급 이상) 1척(링스 헬기 1대, 고속단정 3척 이내 탑재)과 320명 이내입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파견 지역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구체적 지역을 명시했지만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유사시 다른 해역으로의 파견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 조건이 있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파견도 별도의 국회 동의 절차 없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청해부대의 파견 연장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구축함 1척과 320명 이내 병력 그대로인 청해부대가 유사시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되더라도 별도의 동의 절차는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유사시엔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추가 파병·병력 증가한다면 국회 동의 필요

하지만 청해부대에 병력이나 무기를 증가시키거나 별도의 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렇게 될 경우엔 반드시 국회의 파병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헌법 제60조 2항에는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국군을 해외로 파견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요청에 정부는 지난달 호르무즈에 참모 장교 1명을 우선 파견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럴 경우에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할까요?

[연관기사] [단독] 정부, 호르무즈 해협 호위에 ‘장교 파견’…청해부대는 추후 검토

원칙적으로는 국회 동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헌법 60조 2항에는 '국군 부대'가 아닌 '국군'을 해외에 파견할 경우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참여연대는 지난달 24일 논평을 내고 "국회 동의 없이 호르무즈 해협에 장교 파견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어 "과거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 당시 국방부는 파병 규모가 작고 안전에 위험이 없으며 국제 관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명부대와는 별도로 국회 동의 없이 참모 장교를 파견했다"며 "장교 파견이라고 해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고민 깊은 정부...결정 어떻게 될까?

호르무즈로 추가 파병 시에는 장교 1명이든 부대 단위이든 반드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 호르무즈 파병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방부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와 관련해 국민 안전과 관련한 긴급 상황이 생기면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어제(6일) 미국과 이란 관계와 관련해 "현재 정부는 중동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병력을 증가시켜서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미국과 준전시 상황인 이란 입장에서는 우리를 적성국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란과의 관계는 외교는 물론 민간 교류까지 크게 무너질 게 자명합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물론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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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촉즉발’ 호르무즈…파병, 국회 동의 필요할까?
    • 입력 2020-01-07 15:55:22
    취재K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숨지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례해 중동지역의 긴장도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졌습니다.

어제(6일) 관계부처 실무대책회의를 열어 한국민 보호 방안을 검토했고, 청와대도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를 위해 오늘(7일) 방미길에 올랐습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큰 이슈로 떠오른 지역은 바로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요충지입니다.

과거 이란은 핵협상 등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러던 중 지난해 5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들이 잇단 공격을 받자 미국은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안전한 항행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에도 소위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미국-이란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우리가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두고 파병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거세게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을 받는 건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될지 여부입니다.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는 직선거리로 1,800km 정도 떨어져 있고 배가 간다면 사흘 정도 걸립니다.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파견 가능성과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한지를 따져봤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유사시 청해부대 파견 가능…국회 동의 필요 없어

지난달 말 부산을 떠난 청해부대 31진인 왕건함(4천4백 톤)은 현재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왕건함은 기존 강감찬함와 임무를 교대해 아덴만 해역에서 선박 수호와 해적퇴치 임무 등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왕건함이 아덴만으로 향하지 않고 방향을 틀어 호르무즈 해협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0일 본회의를 열어 청해부대의 파견 연장안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켰습니다. 올해 1년 동안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파병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정부의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을 보면 청해부대 파견 목적은 "유엔 안보리 결의(1373/1838/1846/1851)에 근거해 국제 해상 안전과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고, 우리 선박의 안전한 활동을 지원하며 유사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파견 부대 규모는 구축함(4천 톤급 이상) 1척(링스 헬기 1대, 고속단정 3척 이내 탑재)과 320명 이내입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파견 지역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구체적 지역을 명시했지만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유사시 다른 해역으로의 파견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 조건이 있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파견도 별도의 국회 동의 절차 없이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청해부대의 파견 연장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구축함 1척과 320명 이내 병력 그대로인 청해부대가 유사시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되더라도 별도의 동의 절차는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유사시엔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추가 파병·병력 증가한다면 국회 동의 필요

하지만 청해부대에 병력이나 무기를 증가시키거나 별도의 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렇게 될 경우엔 반드시 국회의 파병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헌법 제60조 2항에는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국군을 해외로 파견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요청에 정부는 지난달 호르무즈에 참모 장교 1명을 우선 파견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럴 경우에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할까요?

[연관기사] [단독] 정부, 호르무즈 해협 호위에 ‘장교 파견’…청해부대는 추후 검토

원칙적으로는 국회 동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헌법 60조 2항에는 '국군 부대'가 아닌 '국군'을 해외에 파견할 경우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참여연대는 지난달 24일 논평을 내고 "국회 동의 없이 호르무즈 해협에 장교 파견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어 "과거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 당시 국방부는 파병 규모가 작고 안전에 위험이 없으며 국제 관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명부대와는 별도로 국회 동의 없이 참모 장교를 파견했다"며 "장교 파견이라고 해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고민 깊은 정부...결정 어떻게 될까?

호르무즈로 추가 파병 시에는 장교 1명이든 부대 단위이든 반드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 호르무즈 파병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방부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와 관련해 국민 안전과 관련한 긴급 상황이 생기면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어제(6일) 미국과 이란 관계와 관련해 "현재 정부는 중동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병력을 증가시켜서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미국과 준전시 상황인 이란 입장에서는 우리를 적성국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란과의 관계는 외교는 물론 민간 교류까지 크게 무너질 게 자명합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물론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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