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독면 써야 했던 LA, 푸른 하늘 비결은?

입력 2020.01.18 (21:53) 수정 2020.01.1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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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에도 우리 하늘은 또다시 미세먼지가 몰려와 시민들 건강에 경보가 울렸습니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 하면 누구나 부럽기만 한 푸른 하늘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은 한때 방독면을 써야 할 정도로 스모그가 심했던 곳인데요,

지금의 청명한 하늘은 70년 동안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고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최동혁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1943년 어느 날,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뿌연 구름이 거리를 가득 메운 난생 처음 보는 사태에 경악했습니다.

[당시 뉴스 앵커 : "절박해진 시가 전에 없던 규모로 스모그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동안 오토바이 경찰들은 방독면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방독면을 쓰고 일본이 화생방 공격을 한 것으로 오인할 정도에 스모그였습니다.

[글래디스 미드/LA 주민 : "윌셔 길에서 LA 번화가로 진입할 때 우리는 버스 밖을 보면서 '스모그가 꼈다!'라고 말하곤 했죠."]

'연기 괴물' '죽음의 구름'이라고 당시 언론은 표현했습니다.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오존과 뒤섞여 햇빛을 받으면서 광화학 반응이 일어난 결과라는 것이 밝혀진 건, 1952년의 일입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은 눈부실 정도로 청명합니다.

하지만 이 하늘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LA 스모그에 놀란 캘리포니아주는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대기질 관리에 나섭니다.

이때 미국에선 처음으로 오로지 대기질만 살피는 양대 기관, 즉 대기자원위원회와 대기질관리국을 만들어 오염물질을 지속해서 관리해 온 겁니다.

[데이비드 코커/환경기술센터 교수 : "처음엔 야외에서 장작을 때우는 것까지 규제하는 등 많은 방법을 썼었는데요. 현재는 차량과 가솔린 연료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지키기 위해 연방정부보다 높은 자동차 연비 규제로 트럼프 정부와 충돌을 빚을 정도입니다.

[하비에르 베세라/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 "연방 의회는 오래전에 우리 주가 대기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차량 배출가스 기준을 독자적으로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오염원을 배출하는 곳엔 채찍을 들이대는 한편에선 당근을 주는 정책도 썼습니다.

[메리 D. 니콜스 대기자원위원회 회장 :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규제들은 공공의 복지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필수적입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장기 교통 계획을 짜고 있는 '도시연합'을 찾아갔습니다.

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체계를 개발하고, 친환경운송수단을 늘리는 계획을 세우는 곳입니다.

[코미 아지세/남캘리포니아 도시연합 국장 : "전기차를 사면 주와 연방 정부에서 돈을 돌려주는데, 1만 달러까지 돌려준 적이 있습니다. 또 전기 자동차는 카풀 차선을 탈 수 있게 해주는 인센티브도 주고 있죠."]

실제, LA 시내를 달리는 이 공유차량은 전기차입니다.

소방차와 경찰차까지 친환경 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최근 나오는 신차 가운데 이미 5%는 무공해차량일 정도입니다.

또 노후 자동차와 트럭을 교체할 때도 비용을 지원합니다.

돈을 주고 배출 가스를 사들이고 있는 셈입니다.

[브라이언/LA 시민 : "이동하는 데 좋은 수단이죠. 역에서 쇼핑도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또 배기관이 없어 대기오염을 막는 데도 좋을 것 같아요."]

각종 대기 가스를 연구하는 미국 최대 대기질 연구소입니다.

자연 상태로 만든 거대한 방에선 각종 배기가스를 주입해 햇빛, 오존 등과 뒤섞여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돈 콜린스/UC리버사이드 화학공학부 교수 :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스모그 체임버'입니다.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모의실험하는 곳입니다."]

자동차 배출 가스도 정밀 분석하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스캔들이 처음 전모를 드러낸 것도 이 같은 측정 장비를 통해서였습니다.

최신 과학기술이 캘리포니아의 푸른 하늘을 지켜내는 데 뒷받침했다는 증거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연비와 인공지능 신호등 등 친환경 교통체계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매튜 바스/환경연구기술센터(CE-CERT) 소장 : "이곳에선, 어떻게 해야 자동차들이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도로에서의 이동이 원활한 교통체계를 만들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1940년대 초, 100만대를 돌파한 로스앤젤레스의 자동차 수는 지금은 700만대를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의 초미세먼지, 스모그, 오존은 가장 심각했던 시절보다 절반 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이 정도 하늘을 만드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말합니다.

[정희정/UC리버사이드 환경연구기술센터 교수 : "60~70년에 걸쳐서 '배출가스 목록'이라는 가계부를 꼼꼼하게 적어서 그것에 대해 다시 검증하고 확인을 하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배기가스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 그리고 최신 과학기술이 접목돼 70년 동안 구축한 시스템으로 하늘의 스모그를 잡아가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로스앤젤레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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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독면 써야 했던 LA, 푸른 하늘 비결은?
    • 입력 2020-01-18 22:06:25
    • 수정2020-01-18 22:21:5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새해에도 우리 하늘은 또다시 미세먼지가 몰려와 시민들 건강에 경보가 울렸습니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 하면 누구나 부럽기만 한 푸른 하늘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은 한때 방독면을 써야 할 정도로 스모그가 심했던 곳인데요,

지금의 청명한 하늘은 70년 동안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고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최동혁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1943년 어느 날,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뿌연 구름이 거리를 가득 메운 난생 처음 보는 사태에 경악했습니다.

[당시 뉴스 앵커 : "절박해진 시가 전에 없던 규모로 스모그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동안 오토바이 경찰들은 방독면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방독면을 쓰고 일본이 화생방 공격을 한 것으로 오인할 정도에 스모그였습니다.

[글래디스 미드/LA 주민 : "윌셔 길에서 LA 번화가로 진입할 때 우리는 버스 밖을 보면서 '스모그가 꼈다!'라고 말하곤 했죠."]

'연기 괴물' '죽음의 구름'이라고 당시 언론은 표현했습니다.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오존과 뒤섞여 햇빛을 받으면서 광화학 반응이 일어난 결과라는 것이 밝혀진 건, 1952년의 일입니다.

70년이 지난 지금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은 눈부실 정도로 청명합니다.

하지만 이 하늘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LA 스모그에 놀란 캘리포니아주는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대기질 관리에 나섭니다.

이때 미국에선 처음으로 오로지 대기질만 살피는 양대 기관, 즉 대기자원위원회와 대기질관리국을 만들어 오염물질을 지속해서 관리해 온 겁니다.

[데이비드 코커/환경기술센터 교수 : "처음엔 야외에서 장작을 때우는 것까지 규제하는 등 많은 방법을 썼었는데요. 현재는 차량과 가솔린 연료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지키기 위해 연방정부보다 높은 자동차 연비 규제로 트럼프 정부와 충돌을 빚을 정도입니다.

[하비에르 베세라/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 "연방 의회는 오래전에 우리 주가 대기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차량 배출가스 기준을 독자적으로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오염원을 배출하는 곳엔 채찍을 들이대는 한편에선 당근을 주는 정책도 썼습니다.

[메리 D. 니콜스 대기자원위원회 회장 :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규제들은 공공의 복지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필수적입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장기 교통 계획을 짜고 있는 '도시연합'을 찾아갔습니다.

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체계를 개발하고, 친환경운송수단을 늘리는 계획을 세우는 곳입니다.

[코미 아지세/남캘리포니아 도시연합 국장 : "전기차를 사면 주와 연방 정부에서 돈을 돌려주는데, 1만 달러까지 돌려준 적이 있습니다. 또 전기 자동차는 카풀 차선을 탈 수 있게 해주는 인센티브도 주고 있죠."]

실제, LA 시내를 달리는 이 공유차량은 전기차입니다.

소방차와 경찰차까지 친환경 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최근 나오는 신차 가운데 이미 5%는 무공해차량일 정도입니다.

또 노후 자동차와 트럭을 교체할 때도 비용을 지원합니다.

돈을 주고 배출 가스를 사들이고 있는 셈입니다.

[브라이언/LA 시민 : "이동하는 데 좋은 수단이죠. 역에서 쇼핑도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또 배기관이 없어 대기오염을 막는 데도 좋을 것 같아요."]

각종 대기 가스를 연구하는 미국 최대 대기질 연구소입니다.

자연 상태로 만든 거대한 방에선 각종 배기가스를 주입해 햇빛, 오존 등과 뒤섞여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돈 콜린스/UC리버사이드 화학공학부 교수 :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스모그 체임버'입니다.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모의실험하는 곳입니다."]

자동차 배출 가스도 정밀 분석하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스캔들이 처음 전모를 드러낸 것도 이 같은 측정 장비를 통해서였습니다.

최신 과학기술이 캘리포니아의 푸른 하늘을 지켜내는 데 뒷받침했다는 증거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연비와 인공지능 신호등 등 친환경 교통체계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매튜 바스/환경연구기술센터(CE-CERT) 소장 : "이곳에선, 어떻게 해야 자동차들이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도로에서의 이동이 원활한 교통체계를 만들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1940년대 초, 100만대를 돌파한 로스앤젤레스의 자동차 수는 지금은 700만대를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의 초미세먼지, 스모그, 오존은 가장 심각했던 시절보다 절반 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이 정도 하늘을 만드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말합니다.

[정희정/UC리버사이드 환경연구기술센터 교수 : "60~70년에 걸쳐서 '배출가스 목록'이라는 가계부를 꼼꼼하게 적어서 그것에 대해 다시 검증하고 확인을 하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배기가스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 그리고 최신 과학기술이 접목돼 70년 동안 구축한 시스템으로 하늘의 스모그를 잡아가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로스앤젤레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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