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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①] 미성년자 ‘노예’ 만들어 자극적 영상물 촬영…지금도 거래된다
입력 2020.03.22 (11:13) 수정 2020.03.22 (11:51) 취재K
[n번방①] 미성년자 ‘노예’ 만들어 자극적 영상물 촬영…지금도 거래된다
주말 동안 포털 검색어 1위를 지킨 키워드, 'n번방 사건'입니다. n번방의 한 계열인 '박사방'을 운영해 온 용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은 나흘 만에 160만 명이 넘게 동의했습니다.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도 이틀 만에 10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 큰 공분을 일으키는 이유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단체 대화방에서 음란물을 공유한 정도가 아니라,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하고 길들여, 마치 '노예'처럼 학대한 집단 성폭력 범죄입니다.

그 조직적이고도 잔혹한 범죄 수법, 이전까지 알려진 디지털 성범죄와는 양상이 크게 달랐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n번방 사건의 내용과 경찰 수사 상황,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유사 n번방'의 실태를 정리했습니다.

[연관기사] 미성년 성착취 영상 유포 '박사방' 일당 검거…경찰 "신상 공개 검토"(KBS 1TV '뉴스9' 2020.03.20)

■'n번방'에서 '박사방'까지…여성을 '노예'라 불렀다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대화방은 일명 'n번방'이 그 시초입니다. 2019년, 소라넷의 계보를 잇겠다는 남성들을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 여러 대화방이 개설됐습니다. 방마다 1번방, 2번방 등 고유의 숫자가 붙여져 이른바 n번방이라 불렸습니다. n번방에선 음란물이나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 착취물이 주로 공유됐습니다.

이렇게 n번방이 성행하던 시기 등장한 대화방이 바로 '박사방'입니다. 2019년 9월, 일명 '박사'라는 가명을 쓰는 20대 남성 조 모 씨가 대화방을 만들었습니다. 조 씨는 트위터나 채팅앱에서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나 데이트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며, 피해 여성들을 유인했습니다. 그 뒤 여성들에게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 이를 빌미로 협박해 성 착취물을 지속해서 찍게 했습니다.

박사방에선 특히나 엽기적이고도 가학적인 성 착취물이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 착취물에 등장한 여성들은 조 씨와 '박사방' 운영자들의 지시를 받아 음란한 행위를 비롯해 굴욕적인 표정을 짓거나 수치스러운 행동을 해야 했습니다. 변기 물을 마시거나, 신체에 벌레 등 이물질을 넣어야 할 때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조 씨는 이들을 '노예'라 지칭하며, 몸에 표식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 여성은 모두 74명이며, 이 중 미성년자는 16명입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미성년자들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성인에 비해 적다 보니 범죄 요인에 더 쉽게 노출이 된 것 같다"면서 "소위 말하는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를 막기 위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직적 범행…"피해자 고통 일종의 '놀이'처럼 즐겨"

조 씨를 비롯해 조 씨의 범행을 도운 '박사방' 관련자 14명은 현재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16일 조 씨를 체포할 당시, 조 씨가 집 안에 있었으며 대학을 졸업한 '무직' 상태였다고 전했습니다. 나머지 피의자들은 대부분 20대 남성이지만, 미성년자도 있습니다. 또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며 피해 여성들의 인적사항을 뽑아 유포한 2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조 씨는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입장료로 받으며 박사방을 운영했습니다. 입장하려고 돈을 낸 회원들에게는 신분증으로 본인임을 인증하거나, 새끼손가락을 얼굴에 대고 찍은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혹여 '박사방'의 정보가 새나갈 경우를 대비해 협박 등의 용도로 상대의 신분을 미리 파악해둔 겁니다. '박사방'에 입장했던 사람은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이 방에선 피해 여성들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공개됐습니다. 사는 곳과 나이, 주소까지도 공개됐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은 조 씨를 비롯한 박사방 운영자들이 가학적인 행위를 시켜도 복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박사방에 들어온 사람이 많았던 이유도, 가장 자극적인 영상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조 씨는 이런 방식으로 수억 원을 번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1억3천만 원은 경찰에 압수됐습니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조 씨는 자신을 우두머리로 여기고, 부하 직원들을 두면서 이윤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관리해왔다"면서 "여타 디지털 성범죄와 비교해보아도, 상당히 조직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이뤄진 범죄"라고 말했습니다. 또,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일종의 '놀이'로 여기며, 성범죄를 즐기고 유인한 대화방 참가자들도 범죄 조직의 일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사 n번방' 여전…"박사처럼 안 잡히면 돼"

경찰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 씨가 소지하고 있는 성 착취물 영상 원본을 확보해 폐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사방과 n번방의 수법을 따라 하거나, 이미 유통됐던 성 착취물을 재공유하는 '유사 n번방'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KBS 취재 결과, 조 씨의 신상공개 요구 청원이 150만 명을 넘겼던 어제(21일)도,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는 n번방과 박사방에서 유포됐던 성 착취물 영상이 유료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트위터에서 홍보 글을 올린 뒤, 구매자가 연락해 오면 라인 1:1 대화방에서 5만 원에서 20만 원을 받고 n번방 관련 영상을 파는 식입니다.


게임 전용 모바일 메신저 '디스코드'에서도 성 착취 영상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습니다. 영상 종류에 따라 수십만 원대의 돈을 무통장입금 방식으로 전해 받고, 영상을 넘기는 방식입니다. 특히 경찰이 텔레그램 수사를 확대해 온 이후, 이 메신저로 이동해 온 이용자들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해온 단체인 '프로젝트 리셋'은 디스코드 내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이 112곳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KBS와 연락이 닿은 n번방 관련 내부고발자는 "텔레그램에도 아직 최대 인원 2만3천 명에 달하는 '유사 n번방' 50여 개가 존재한다"면서, "박사처럼 돈거래만 안 하면 잡힐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무료로 성 착취 영상을 유포하는 운영진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n번방을 가장 처음 개설했다고 알려진 일명 '갓갓'을 포함해, 대부분의 n번방 운영진들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습니다. 또, 최대 26만 명이 넘는 인원이 n번방을 비롯한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에 참여했다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피해자들의 신상과 촬영물들이 계속해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경찰은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박사방 회원들도 반드시 검거 후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조 씨 등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이번 주 중 결정할 방침입니다.
  • [n번방①] 미성년자 ‘노예’ 만들어 자극적 영상물 촬영…지금도 거래된다
    • 입력 2020.03.22 (11:13)
    • 수정 2020.03.22 (11:51)
    취재K
[n번방①] 미성년자 ‘노예’ 만들어 자극적 영상물 촬영…지금도 거래된다
주말 동안 포털 검색어 1위를 지킨 키워드, 'n번방 사건'입니다. n번방의 한 계열인 '박사방'을 운영해 온 용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은 나흘 만에 160만 명이 넘게 동의했습니다.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도 이틀 만에 10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 큰 공분을 일으키는 이유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단체 대화방에서 음란물을 공유한 정도가 아니라,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하고 길들여, 마치 '노예'처럼 학대한 집단 성폭력 범죄입니다.

그 조직적이고도 잔혹한 범죄 수법, 이전까지 알려진 디지털 성범죄와는 양상이 크게 달랐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n번방 사건의 내용과 경찰 수사 상황,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유사 n번방'의 실태를 정리했습니다.

[연관기사] 미성년 성착취 영상 유포 '박사방' 일당 검거…경찰 "신상 공개 검토"(KBS 1TV '뉴스9' 2020.03.20)

■'n번방'에서 '박사방'까지…여성을 '노예'라 불렀다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대화방은 일명 'n번방'이 그 시초입니다. 2019년, 소라넷의 계보를 잇겠다는 남성들을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 여러 대화방이 개설됐습니다. 방마다 1번방, 2번방 등 고유의 숫자가 붙여져 이른바 n번방이라 불렸습니다. n번방에선 음란물이나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 착취물이 주로 공유됐습니다.

이렇게 n번방이 성행하던 시기 등장한 대화방이 바로 '박사방'입니다. 2019년 9월, 일명 '박사'라는 가명을 쓰는 20대 남성 조 모 씨가 대화방을 만들었습니다. 조 씨는 트위터나 채팅앱에서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나 데이트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며, 피해 여성들을 유인했습니다. 그 뒤 여성들에게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 이를 빌미로 협박해 성 착취물을 지속해서 찍게 했습니다.

박사방에선 특히나 엽기적이고도 가학적인 성 착취물이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 착취물에 등장한 여성들은 조 씨와 '박사방' 운영자들의 지시를 받아 음란한 행위를 비롯해 굴욕적인 표정을 짓거나 수치스러운 행동을 해야 했습니다. 변기 물을 마시거나, 신체에 벌레 등 이물질을 넣어야 할 때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조 씨는 이들을 '노예'라 지칭하며, 몸에 표식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 여성은 모두 74명이며, 이 중 미성년자는 16명입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미성년자들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성인에 비해 적다 보니 범죄 요인에 더 쉽게 노출이 된 것 같다"면서 "소위 말하는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를 막기 위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직적 범행…"피해자 고통 일종의 '놀이'처럼 즐겨"

조 씨를 비롯해 조 씨의 범행을 도운 '박사방' 관련자 14명은 현재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16일 조 씨를 체포할 당시, 조 씨가 집 안에 있었으며 대학을 졸업한 '무직' 상태였다고 전했습니다. 나머지 피의자들은 대부분 20대 남성이지만, 미성년자도 있습니다. 또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며 피해 여성들의 인적사항을 뽑아 유포한 2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조 씨는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입장료로 받으며 박사방을 운영했습니다. 입장하려고 돈을 낸 회원들에게는 신분증으로 본인임을 인증하거나, 새끼손가락을 얼굴에 대고 찍은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혹여 '박사방'의 정보가 새나갈 경우를 대비해 협박 등의 용도로 상대의 신분을 미리 파악해둔 겁니다. '박사방'에 입장했던 사람은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이 방에선 피해 여성들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공개됐습니다. 사는 곳과 나이, 주소까지도 공개됐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은 조 씨를 비롯한 박사방 운영자들이 가학적인 행위를 시켜도 복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박사방에 들어온 사람이 많았던 이유도, 가장 자극적인 영상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조 씨는 이런 방식으로 수억 원을 번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1억3천만 원은 경찰에 압수됐습니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조 씨는 자신을 우두머리로 여기고, 부하 직원들을 두면서 이윤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관리해왔다"면서 "여타 디지털 성범죄와 비교해보아도, 상당히 조직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이뤄진 범죄"라고 말했습니다. 또,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일종의 '놀이'로 여기며, 성범죄를 즐기고 유인한 대화방 참가자들도 범죄 조직의 일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사 n번방' 여전…"박사처럼 안 잡히면 돼"

경찰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 씨가 소지하고 있는 성 착취물 영상 원본을 확보해 폐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사방과 n번방의 수법을 따라 하거나, 이미 유통됐던 성 착취물을 재공유하는 '유사 n번방'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KBS 취재 결과, 조 씨의 신상공개 요구 청원이 150만 명을 넘겼던 어제(21일)도,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는 n번방과 박사방에서 유포됐던 성 착취물 영상이 유료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트위터에서 홍보 글을 올린 뒤, 구매자가 연락해 오면 라인 1:1 대화방에서 5만 원에서 20만 원을 받고 n번방 관련 영상을 파는 식입니다.


게임 전용 모바일 메신저 '디스코드'에서도 성 착취 영상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습니다. 영상 종류에 따라 수십만 원대의 돈을 무통장입금 방식으로 전해 받고, 영상을 넘기는 방식입니다. 특히 경찰이 텔레그램 수사를 확대해 온 이후, 이 메신저로 이동해 온 이용자들이 많다는 분석입니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해온 단체인 '프로젝트 리셋'은 디스코드 내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이 112곳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KBS와 연락이 닿은 n번방 관련 내부고발자는 "텔레그램에도 아직 최대 인원 2만3천 명에 달하는 '유사 n번방' 50여 개가 존재한다"면서, "박사처럼 돈거래만 안 하면 잡힐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무료로 성 착취 영상을 유포하는 운영진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n번방을 가장 처음 개설했다고 알려진 일명 '갓갓'을 포함해, 대부분의 n번방 운영진들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습니다. 또, 최대 26만 명이 넘는 인원이 n번방을 비롯한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에 참여했다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피해자들의 신상과 촬영물들이 계속해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경찰은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박사방 회원들도 반드시 검거 후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조 씨 등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이번 주 중 결정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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