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버린 자식 취급받았던 7광구/[시사기획창]

입력 2020.03.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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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2009년 여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던 외교쪽 인사 한 명이 지금 우리 정부가, 특히 외교부가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푸념하는 거예요.
무슨 얘기였냐면 말이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대륙붕 가지고 우리 땅이다, 아니다 해서 다툼이 많다보니 UN에서 교통정리에 나섰습니다. 1999년에 말이죠.
왜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지 근거를 조사해서 제출해라, 그러면 UN대륙붕 한계위원회(CLCS)에서 심사해서 누구네 땅인지 정리해주겠다, 단 기간은 10년 주겠다.
그러니 2009년 5월 12일까지 근거 자료를 다 내라. 이렇게 말이죠.
우리나라도 그래서 10년에 걸쳐 나름대로 과학적, 법적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7광구가 중요하다는 건 이때 우리 정부도 당연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JDZ(7광구)를 포함해서 일본 오키나와 직전까지 한국의 대륙붕이 이어져 있다,
그러므로 여긴 한국의 권역이다, 라는 15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근서문서를 하나는 국문판,
하나는 영문판으로 마련했다고 합니다.
데드라인이 얼마 안남았으니 이제 UN에 내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2009년, 외교부(당시엔 외교통상부였죠)에서 갑자기 이걸 UN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해 버렸다는거예요. 헐,,, 아니 왜? 다 만들어 놓고?
한국 정부가 스스로 7광구, JDZ를 버린 자식 취급했다는 첫 번째 다큐멘터리가
2009년 9월 방영됩니다. 제목이 ‘JDZ, 한.일 석유전쟁’ 이었습니다.

JDZ 한.일 석유전쟁/ 2009년 9월 15일, ‘시사기획 쌈’JDZ 한.일 석유전쟁/ 2009년 9월 15일, ‘시사기획 쌈’

#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1846703

당시 외교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했던 민간 자문위원들, 그리고 외교부 직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 민간 자문위원 A
‘일본 외교관들과 사전에 만나 협의할 때 그러더래요.
한국이 오키나와 해구까지 대륙붕 경계로 하는 문서를 제출할 순 없는거 아니냐~,
그렇게 정식 문서를 내면 일본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한 이의제기를 했다고 합니다.‘

@ 민간 자문위원 B
‘지나치게 일본을 의식해서 일본의 논리에 순응하는 사람이 우리 정부 내에도 있는 거예요 이건 어짜피 한.일 중간선으로 경계가 나뉘어질 거라는거죠.
중간선으로 가면 우리는 JDZ의 거의 대부분을 잃는거예요, 일본한테 그냥 주는겁니다.
국민들이 그걸 납득하겠어요?‘

결국 2009년 5월 데드라인을 앞두고 우리나라는 1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정식 문서를
놔두고 8페이지 짜리 약식 예비문서라는 걸 UN에 제출합니다.
물론 이 예비문서에도 한국의 대륙붕이 JDZ를 포함하고 있다고 명시는 돼있습니다.
다만 왜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건지 그 근거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예비문서‘라는 건 대륙붕을 조사할 과학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후진국들을 고려해서 UN이 일종의 편의를 봐준 제도거든요.
이런 나라들은 나중에 정식으로 문서를 제출하고, 일단은 데드라인에 맞춰 주장하는 대륙붕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만 약식으로 표시해서 내라고 한거죠.
한국이 후진국도 아닌데 예비문서로 제출했으니 UN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했을거 아니겠어요?
UN 대륙붕 한계위원회의 유일한 한국인 심사위원 박용안 위원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박용안 UN CLCS(대륙붕 한계위원회) 심사위원박용안 UN CLCS(대륙붕 한계위원회) 심사위원

‘재정이 부족하고 과학기술이 부족한 나라, 이런 나라는 준비가 안 되었을 테니까
예비문서를 내 놓고 언제까지 정식문서를 내겠다고 하는 것을 명시해라.
이제 이렇게 된 것인데. 결과를 보니까 45개나라가 예비문서를 냈는데 거기에는
개발도상 국가는 물론이지만 개발도상국이 아닌 나라도 있고, 그래서 이제 이게
된거냐. 좀.. 이상한 것 아니냐.. 이렇게 지금 얘기가 나오는거죠
질문) 한국도 그럼 그 얘기에 들어가는 건가요?
뭐 꼭 한국이라고 지칭하진 않았다‘

당시 한 외교부 직원은 드러내놓고 인터뷰를 하진 못했지만 이런 얘길 전했습니다.

@ 당시 외교통상부 직원
‘외교 문제가 걸려 있으니까 일단 예비문서를 제출하되,
정식문서도 하나 만들어 놓자, 두가지 다 만들어 놓은거예요,
그래서 일본의 반대가 심하면 예비문서로 가고, 일본이 어느정도 수긍을 하면
정식 문서를 내자 했는데, 일본에서 워낙 반대가 심했어요.‘

자문위원 가운데 한 분이 김영구 전 해양대 법학부 교수였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려주더라고요

김영구(민간 자문위원) 전 해양대 법학부 교수김영구(민간 자문위원) 전 해양대 법학부 교수

‘예비문서까지도 안내려고 했었어요. 아주 최후 순간까지 그랬어요.
처음부터 한국은 문서를 제출할 자격이 안된다는 거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OOO 교수나 나나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이건 좋은 기회니까
이 때 우리가 UN에 문서를 제출해야 된다고 완강하게 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을 냈거든요.
그러니까 외교부가 이렇게 반문을 하는 거야.
’누가 책임지겠소? 만일 UN에서 우리의 문서를 받고서 리젝트를 한다면 그걸 누가
책임지겠소? 이렇게 물어 보는 거예요.‘

결국 러시아가 1등으로 정식문서를 내고 쿠바가 마지막 51등으로 제출합니다.
한국은 돈과 기술이 떨어지는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일종의 번외인 예비문서 제출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말이죠.
첫 번째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난 뒤 시청자들의 항의로 외교부 홈페이지가 다운됐습니다.
한 달 뒤 열린 국정감사에선 당시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의 질타에 외교부 조약국장은
정식문서를 준비한 것은 맞지만 예비문서로 제출하는 것이 국익에 최선이라 판단해
예비문서로 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싸워볼 생각도 안하고 먼저 버렸구나...
2년을 기다렸습니다. 늦더라도 정식문서를 언젠가는 내겠지 하고 말이죠.
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2011년 한번 더 같은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합니다.
’한중일 대륙붕 삼국지‘라는 제목으로 말이죠.

한중일 대륙붕 삼국지/ 2011년 6월 14일, 시사기획 KBS10한중일 대륙붕 삼국지/ 2011년 6월 14일, 시사기획 KBS10

#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2307650

그제서야 이듬해 UN에 정식문서를 제출했습니다.
한국의 대륙붕이 JDZ를 포함하고 있다는 과학적, 법적 근거를 비로소 대외적으로
선포한거죠.
그리고 우리 정부가 올 1월 2일 석유공사를 조광권자로 지정하면서 일본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에 세 번째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겁니다.
제 짧은 생각엔 그렇습니다. 만약 10여년전 제가 그 다큐멘터리를 방송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정부에서도 가만 있었을거고, 7광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도 거의 없는데
그냥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을 것 같습니다. 2028년이 되기 전까진 문제되지 않을테니까
말이죠. 7광구에 석유자원이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설혹 없다해도, 그렇다해도 7광구의 해양지정학적 위치는 석유자원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기회에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정부의 해보려는 의지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영화 대사처럼, 한국 정부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하는 말이 나오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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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버린 자식 취급받았던 7광구/[시사기획창]
    • 입력 2020-03-23 07:00:59
    취재후·사건후
처음 시작은 2009년 여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던 외교쪽 인사 한 명이 지금 우리 정부가, 특히 외교부가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푸념하는 거예요.
무슨 얘기였냐면 말이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대륙붕 가지고 우리 땅이다, 아니다 해서 다툼이 많다보니 UN에서 교통정리에 나섰습니다. 1999년에 말이죠.
왜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지 근거를 조사해서 제출해라, 그러면 UN대륙붕 한계위원회(CLCS)에서 심사해서 누구네 땅인지 정리해주겠다, 단 기간은 10년 주겠다.
그러니 2009년 5월 12일까지 근거 자료를 다 내라. 이렇게 말이죠.
우리나라도 그래서 10년에 걸쳐 나름대로 과학적, 법적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7광구가 중요하다는 건 이때 우리 정부도 당연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JDZ(7광구)를 포함해서 일본 오키나와 직전까지 한국의 대륙붕이 이어져 있다,
그러므로 여긴 한국의 권역이다, 라는 15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근서문서를 하나는 국문판,
하나는 영문판으로 마련했다고 합니다.
데드라인이 얼마 안남았으니 이제 UN에 내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2009년, 외교부(당시엔 외교통상부였죠)에서 갑자기 이걸 UN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해 버렸다는거예요. 헐,,, 아니 왜? 다 만들어 놓고?
한국 정부가 스스로 7광구, JDZ를 버린 자식 취급했다는 첫 번째 다큐멘터리가
2009년 9월 방영됩니다. 제목이 ‘JDZ, 한.일 석유전쟁’ 이었습니다.

JDZ 한.일 석유전쟁/ 2009년 9월 15일, ‘시사기획 쌈’
#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1846703

당시 외교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했던 민간 자문위원들, 그리고 외교부 직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 민간 자문위원 A
‘일본 외교관들과 사전에 만나 협의할 때 그러더래요.
한국이 오키나와 해구까지 대륙붕 경계로 하는 문서를 제출할 순 없는거 아니냐~,
그렇게 정식 문서를 내면 일본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한 이의제기를 했다고 합니다.‘

@ 민간 자문위원 B
‘지나치게 일본을 의식해서 일본의 논리에 순응하는 사람이 우리 정부 내에도 있는 거예요 이건 어짜피 한.일 중간선으로 경계가 나뉘어질 거라는거죠.
중간선으로 가면 우리는 JDZ의 거의 대부분을 잃는거예요, 일본한테 그냥 주는겁니다.
국민들이 그걸 납득하겠어요?‘

결국 2009년 5월 데드라인을 앞두고 우리나라는 1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정식 문서를
놔두고 8페이지 짜리 약식 예비문서라는 걸 UN에 제출합니다.
물론 이 예비문서에도 한국의 대륙붕이 JDZ를 포함하고 있다고 명시는 돼있습니다.
다만 왜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건지 그 근거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예비문서‘라는 건 대륙붕을 조사할 과학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후진국들을 고려해서 UN이 일종의 편의를 봐준 제도거든요.
이런 나라들은 나중에 정식으로 문서를 제출하고, 일단은 데드라인에 맞춰 주장하는 대륙붕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만 약식으로 표시해서 내라고 한거죠.
한국이 후진국도 아닌데 예비문서로 제출했으니 UN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했을거 아니겠어요?
UN 대륙붕 한계위원회의 유일한 한국인 심사위원 박용안 위원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박용안 UN CLCS(대륙붕 한계위원회) 심사위원
‘재정이 부족하고 과학기술이 부족한 나라, 이런 나라는 준비가 안 되었을 테니까
예비문서를 내 놓고 언제까지 정식문서를 내겠다고 하는 것을 명시해라.
이제 이렇게 된 것인데. 결과를 보니까 45개나라가 예비문서를 냈는데 거기에는
개발도상 국가는 물론이지만 개발도상국이 아닌 나라도 있고, 그래서 이제 이게
된거냐. 좀.. 이상한 것 아니냐.. 이렇게 지금 얘기가 나오는거죠
질문) 한국도 그럼 그 얘기에 들어가는 건가요?
뭐 꼭 한국이라고 지칭하진 않았다‘

당시 한 외교부 직원은 드러내놓고 인터뷰를 하진 못했지만 이런 얘길 전했습니다.

@ 당시 외교통상부 직원
‘외교 문제가 걸려 있으니까 일단 예비문서를 제출하되,
정식문서도 하나 만들어 놓자, 두가지 다 만들어 놓은거예요,
그래서 일본의 반대가 심하면 예비문서로 가고, 일본이 어느정도 수긍을 하면
정식 문서를 내자 했는데, 일본에서 워낙 반대가 심했어요.‘

자문위원 가운데 한 분이 김영구 전 해양대 법학부 교수였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려주더라고요

김영구(민간 자문위원) 전 해양대 법학부 교수
‘예비문서까지도 안내려고 했었어요. 아주 최후 순간까지 그랬어요.
처음부터 한국은 문서를 제출할 자격이 안된다는 거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OOO 교수나 나나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이건 좋은 기회니까
이 때 우리가 UN에 문서를 제출해야 된다고 완강하게 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을 냈거든요.
그러니까 외교부가 이렇게 반문을 하는 거야.
’누가 책임지겠소? 만일 UN에서 우리의 문서를 받고서 리젝트를 한다면 그걸 누가
책임지겠소? 이렇게 물어 보는 거예요.‘

결국 러시아가 1등으로 정식문서를 내고 쿠바가 마지막 51등으로 제출합니다.
한국은 돈과 기술이 떨어지는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일종의 번외인 예비문서 제출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말이죠.
첫 번째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난 뒤 시청자들의 항의로 외교부 홈페이지가 다운됐습니다.
한 달 뒤 열린 국정감사에선 당시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의 질타에 외교부 조약국장은
정식문서를 준비한 것은 맞지만 예비문서로 제출하는 것이 국익에 최선이라 판단해
예비문서로 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싸워볼 생각도 안하고 먼저 버렸구나...
2년을 기다렸습니다. 늦더라도 정식문서를 언젠가는 내겠지 하고 말이죠.
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2011년 한번 더 같은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합니다.
’한중일 대륙붕 삼국지‘라는 제목으로 말이죠.

한중일 대륙붕 삼국지/ 2011년 6월 14일, 시사기획 KBS10
#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2307650

그제서야 이듬해 UN에 정식문서를 제출했습니다.
한국의 대륙붕이 JDZ를 포함하고 있다는 과학적, 법적 근거를 비로소 대외적으로
선포한거죠.
그리고 우리 정부가 올 1월 2일 석유공사를 조광권자로 지정하면서 일본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에 세 번째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겁니다.
제 짧은 생각엔 그렇습니다. 만약 10여년전 제가 그 다큐멘터리를 방송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정부에서도 가만 있었을거고, 7광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도 거의 없는데
그냥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을 것 같습니다. 2028년이 되기 전까진 문제되지 않을테니까
말이죠. 7광구에 석유자원이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설혹 없다해도, 그렇다해도 7광구의 해양지정학적 위치는 석유자원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기회에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정부의 해보려는 의지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영화 대사처럼, 한국 정부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하는 말이 나오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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