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기발한 코로나19 ‘심리 방역’

입력 2020.03.24 (08:14) 수정 2020.03.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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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춘, 올 래, 아닐 불, 닮을 사.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코로나 19 사태의 여파로 대한한국은 문자 그대로 춘래불사춘입니다.

꽃은 변함없이 화사하게 피었지만, 마스크를 쓴 상춘객들로 꽃길은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옷차림이 가벼워져 기분까지 말랑해지는 이 봄날에 하루 이틀도 아닌 무기한적으로 외출을 삼가라 하니 곤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전 국민이 사실상 강제 칩거 생활에 돌입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새 SNS는 일상의 무료함과 답답함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들로 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달고나 커피'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코로나19로 2주간 칩거 중이라는 한 유튜버가 제시한 레시피인데요,

컵에 커피 가루와 설탕, 뜨거운 물을 각각 두 스푼 씩 넣습니다.

거품기로, 그야말로 팔이 떨어질 때까지 휘저어 주는 게 핵심입니다.

4백 번 이상 저어주는 수고로움이 끝나면 걸쭉한 황금빛 거품이 만들어집니다.

이 거품을 얼음을 넣은 우유 위에 얹습니다.

달고나 커피에 이어 계란 흰자를 1000번 이상 저은 뒤 노른자와 섞어 프라이팬에 굽는 수플레 오믈렛도 유행 중입니다.

둘 다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조리법이지만 일단 시간이 잘 가고 달달한 맛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등등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물리적 방역만큼이나 심리적 방역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과거 IMF 처럼 경제적인 재난과 달리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은 신체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큽니다.

내 몸의 직접적인 위협 '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이 큰 것입니다.

특히나 이 바이러스가 대체 어디서 와서 언제쯤 물러갈건지 도무지 알기 힘든 미지의 존재인 탓에 짜증이나 화가 더 솟구칠 수 있습니다.

높아진 스트레스는 우리 뇌에 생존의 위험이란 신호등을 켭니다.

에너지를 쥐어짜면서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대사 산물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나 환절기, 황사나 미세먼지 같은 외부 요인이 더해지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 어지러운 상태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19 사태에서 '심리 방역'이 강조되는 건 이런 이유에섭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 : "과도한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감염병으로 인한 심리적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심리적 방역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 방역' 용어부터 생소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데요 여기에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구청은 독거노인 등 786가구에 콩나물 재배 세트를 배송했습니다.

복지관 휴업이 장기화 하자 어르신들에 반려식물 키우기라는 소일거리를 제공해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한 것입니다.

도심에서 이례적으로 선보인 무료 자동차 극장,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릴 때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일명 북 드라이브 스루가 등장했습니다.

고립된 시간을 감상과 사색의 시간으로 바꿔보자는 취집니다.

코로나19 가 번진 세계 각국서도 다양한 심리 방역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을 통한 위로와 연대가 눈에 띕니다.

기억나시나요?

영화 타이타닉, 죽음의 공포가 휘몰아치는 그 순간 선상에 울려퍼진 바이올린 연주 소리요.

똑같은 선율이 최근 사재기가 일어난 미국의 한 마트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텅 빈 화장지 진열대 앞에서 두 바이올리니스트는 구명 조끼를 입고 연주했습니다.

이들은 "당장 울음이 나올 것 같은 지금의 상황에서 영화 타이타닉이 생각났고 희망과 웃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자, 이번엔 네덜란듭니다.

["저는 트럼펫을 연주합니다."]

공연장이 아닌 가정집 창문을, 그리고 벽을 배경으로 각자 연주가 시작됩니다.

코로나19로 함께 모이기 힘든 상황,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단원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이 맡은 부분을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이 영상들을 한데 모으자 귀에 익은 베토벤 교향곡 '합창'의 마지막 악장이 완성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 가수들도 각자의 방에서 작업한 곡을 한데 모아 선물했죠."]

괜찮아, 잘 될거야 코로나 19 응원가로 요즘 많은 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래가 됐습니다.

["괜찮아 잘 될거야~"]

곳곳에서 펼쳐지는 소박하지만 기발한 코로나 19 심리 방역전,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합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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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박하고 기발한 코로나19 ‘심리 방역’
    • 입력 2020-03-24 08:15:43
    • 수정2020-03-24 08:48:04
    아침뉴스타임
봄 춘, 올 래, 아닐 불, 닮을 사.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코로나 19 사태의 여파로 대한한국은 문자 그대로 춘래불사춘입니다.

꽃은 변함없이 화사하게 피었지만, 마스크를 쓴 상춘객들로 꽃길은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옷차림이 가벼워져 기분까지 말랑해지는 이 봄날에 하루 이틀도 아닌 무기한적으로 외출을 삼가라 하니 곤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전 국민이 사실상 강제 칩거 생활에 돌입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새 SNS는 일상의 무료함과 답답함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들로 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달고나 커피'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코로나19로 2주간 칩거 중이라는 한 유튜버가 제시한 레시피인데요,

컵에 커피 가루와 설탕, 뜨거운 물을 각각 두 스푼 씩 넣습니다.

거품기로, 그야말로 팔이 떨어질 때까지 휘저어 주는 게 핵심입니다.

4백 번 이상 저어주는 수고로움이 끝나면 걸쭉한 황금빛 거품이 만들어집니다.

이 거품을 얼음을 넣은 우유 위에 얹습니다.

달고나 커피에 이어 계란 흰자를 1000번 이상 저은 뒤 노른자와 섞어 프라이팬에 굽는 수플레 오믈렛도 유행 중입니다.

둘 다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조리법이지만 일단 시간이 잘 가고 달달한 맛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등등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물리적 방역만큼이나 심리적 방역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과거 IMF 처럼 경제적인 재난과 달리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은 신체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큽니다.

내 몸의 직접적인 위협 '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이 큰 것입니다.

특히나 이 바이러스가 대체 어디서 와서 언제쯤 물러갈건지 도무지 알기 힘든 미지의 존재인 탓에 짜증이나 화가 더 솟구칠 수 있습니다.

높아진 스트레스는 우리 뇌에 생존의 위험이란 신호등을 켭니다.

에너지를 쥐어짜면서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대사 산물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나 환절기, 황사나 미세먼지 같은 외부 요인이 더해지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 어지러운 상태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19 사태에서 '심리 방역'이 강조되는 건 이런 이유에섭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 : "과도한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감염병으로 인한 심리적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심리적 방역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 방역' 용어부터 생소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데요 여기에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구청은 독거노인 등 786가구에 콩나물 재배 세트를 배송했습니다.

복지관 휴업이 장기화 하자 어르신들에 반려식물 키우기라는 소일거리를 제공해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한 것입니다.

도심에서 이례적으로 선보인 무료 자동차 극장,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릴 때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일명 북 드라이브 스루가 등장했습니다.

고립된 시간을 감상과 사색의 시간으로 바꿔보자는 취집니다.

코로나19 가 번진 세계 각국서도 다양한 심리 방역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을 통한 위로와 연대가 눈에 띕니다.

기억나시나요?

영화 타이타닉, 죽음의 공포가 휘몰아치는 그 순간 선상에 울려퍼진 바이올린 연주 소리요.

똑같은 선율이 최근 사재기가 일어난 미국의 한 마트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텅 빈 화장지 진열대 앞에서 두 바이올리니스트는 구명 조끼를 입고 연주했습니다.

이들은 "당장 울음이 나올 것 같은 지금의 상황에서 영화 타이타닉이 생각났고 희망과 웃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자, 이번엔 네덜란듭니다.

["저는 트럼펫을 연주합니다."]

공연장이 아닌 가정집 창문을, 그리고 벽을 배경으로 각자 연주가 시작됩니다.

코로나19로 함께 모이기 힘든 상황,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단원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이 맡은 부분을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이 영상들을 한데 모으자 귀에 익은 베토벤 교향곡 '합창'의 마지막 악장이 완성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 가수들도 각자의 방에서 작업한 곡을 한데 모아 선물했죠."]

괜찮아, 잘 될거야 코로나 19 응원가로 요즘 많은 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래가 됐습니다.

["괜찮아 잘 될거야~"]

곳곳에서 펼쳐지는 소박하지만 기발한 코로나 19 심리 방역전,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합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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