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누가 보냈나…가입자 추적 본격화

입력 2020.03.26 (08:14) 수정 2020.03.26 (11: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조주빈은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20대 중반 청년이었습니다.

아마 거리에서 마주쳤다면 평범한 학생 쯤으로 여기고 지나쳤을 법한 얼굴입니다.

하지만 그의 범죄 수법은 '박사'란 별명처럼 용의주도했습니다.

거래 대금은 추적이 어려운 가상 화폐를 이용했고, 현금을 받을 땐 이런 소화전을 이용해 돈의 흐름을 감추려 했습니다.

먼저 조주빈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일명 '맛보기방'으로 회원들을 유혹한 뒤 유료 대화방으로 이끌었습니다.

영상 수위에 따라 3단계로 구분된 이 대화방에 들어가려면 일정 금액을 입장료로 지불해야 하는데, 이때 이용된 것이 가상의 돈 즉 암호화폐입니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그리고 모네로라는 암호화폐가 쓰였습니다.

가장 많이 이용된 것은 모네로입니다.

송금액, 송금한 주소 등 거래 기록이 남지 않아 어둠이란 뜻의 '다크 코인'으로 불립니다.

해외에서 범죄 조직 자금 세탁에 사용된다, 이런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른바 N번방에 접속한 약 26만 명의 회원들은 많게는 백50만원의 회비를 내고 성 착취물 영상에 탐닉했습니다.

영상의 내용은 차마 방송에 옮기기 어렵습니다만, 이들 회원들로부터 조주빈의 암호화폐 지갑으로 들어간 돈의 액수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주빈은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습니다.

박사방 운영자 가운데 환전 담당과 현금 전달책을 따로 지정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바꿔 집 소화전과 같은 지정된 장소에 돈을 두고 가면, 이후 다른 사람이 이 돈을 찾아 조주빈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방금 소화전을 말씀드렸는데 특정 장소에 돈을 두고 가는 일명 '던지기'는 마약 조직이 주로 쓰는 수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나 아파트 가스계량기 등에 마약을 놓아두고 위치를 알려주는 식입니다.

이렇게 2중 3중 비밀리에 거래가 오갔기에 지금 회원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우리를 추적할 수 없을 거다 이런 식으로 그들끼리 위로와 격려가 오간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불안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n번방’의 한 유료회원이 올린 글입니다.

“텔레그램을 털 수는 없을 거고…. 암호화폐로 보냈으니까 익명성, 보장되는 거겠죠?”

경찰이 N번방 운영자뿐 아니라 돈을 내고 n번방에 들어간 회원들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익명성 강한 암호화폐의 기능에 숨을 생각부터 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익명성 즉 강한 정보보호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범죄 관련 자금 흐름을 수사할 때, 금융당국의 협조를 받아 불법 거래 내역을 살펴 보죠.

암호화폐 거래 내역 역시 수사기관은 비슷한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다수의 유료회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입금을 했기 때문입니다.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것은 일종의 주식과 같은 것으로 보면 됩니다.

암호화폐 거래도 누가 주고받았는지 거래소에서는 파악이 가능합니다.

현재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모두 수사기관의 정보 제공에 협조하기로 한 상태라, 송금자 찾아내기는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송금액과 송금 주소를 알 수 없다는 ‘모네로' 역시 수사망을 피하기 힘들 듯합니다.

모네로 자체는 익명성이 높은 암호화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래 대행사에는 예를 들어 “70만원어치 모네로를 구매해 달라” 이런 신청 내역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유료회원들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민갑룡/경찰청장 : "끝까지 추적, 검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이것이 수사의 기본이자 모든 수사의 열쇠일 것입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등 온라인에서도 N번방 참여자에 대한 처벌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한 청원자는 “나라가 아이들을 아동 성범죄자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거라면, 알아서 피할 수라도 있게,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호기심으로 지켜보기, 이른바 눈팅'만 했다고 면죄부를 줘선 안된다, 수치스럽고, 두렵고 인생이 잘못될까봐 벌벌 떠는 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몫이어야 한다, 이런 의견과 댓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에는 제2, 제3의 n번방이 수두룩합니다.

조주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들 거라며 또 다른 기회를 엿보는 자들에게 이번만큼은 분명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암호화폐 누가 보냈나…가입자 추적 본격화
    • 입력 2020-03-26 08:16:19
    • 수정2020-03-26 11:36:46
    아침뉴스타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조주빈은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20대 중반 청년이었습니다.

아마 거리에서 마주쳤다면 평범한 학생 쯤으로 여기고 지나쳤을 법한 얼굴입니다.

하지만 그의 범죄 수법은 '박사'란 별명처럼 용의주도했습니다.

거래 대금은 추적이 어려운 가상 화폐를 이용했고, 현금을 받을 땐 이런 소화전을 이용해 돈의 흐름을 감추려 했습니다.

먼저 조주빈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일명 '맛보기방'으로 회원들을 유혹한 뒤 유료 대화방으로 이끌었습니다.

영상 수위에 따라 3단계로 구분된 이 대화방에 들어가려면 일정 금액을 입장료로 지불해야 하는데, 이때 이용된 것이 가상의 돈 즉 암호화폐입니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그리고 모네로라는 암호화폐가 쓰였습니다.

가장 많이 이용된 것은 모네로입니다.

송금액, 송금한 주소 등 거래 기록이 남지 않아 어둠이란 뜻의 '다크 코인'으로 불립니다.

해외에서 범죄 조직 자금 세탁에 사용된다, 이런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른바 N번방에 접속한 약 26만 명의 회원들은 많게는 백50만원의 회비를 내고 성 착취물 영상에 탐닉했습니다.

영상의 내용은 차마 방송에 옮기기 어렵습니다만, 이들 회원들로부터 조주빈의 암호화폐 지갑으로 들어간 돈의 액수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주빈은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습니다.

박사방 운영자 가운데 환전 담당과 현금 전달책을 따로 지정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바꿔 집 소화전과 같은 지정된 장소에 돈을 두고 가면, 이후 다른 사람이 이 돈을 찾아 조주빈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방금 소화전을 말씀드렸는데 특정 장소에 돈을 두고 가는 일명 '던지기'는 마약 조직이 주로 쓰는 수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나 아파트 가스계량기 등에 마약을 놓아두고 위치를 알려주는 식입니다.

이렇게 2중 3중 비밀리에 거래가 오갔기에 지금 회원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우리를 추적할 수 없을 거다 이런 식으로 그들끼리 위로와 격려가 오간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불안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n번방’의 한 유료회원이 올린 글입니다.

“텔레그램을 털 수는 없을 거고…. 암호화폐로 보냈으니까 익명성, 보장되는 거겠죠?”

경찰이 N번방 운영자뿐 아니라 돈을 내고 n번방에 들어간 회원들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익명성 강한 암호화폐의 기능에 숨을 생각부터 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익명성 즉 강한 정보보호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범죄 관련 자금 흐름을 수사할 때, 금융당국의 협조를 받아 불법 거래 내역을 살펴 보죠.

암호화폐 거래 내역 역시 수사기관은 비슷한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다수의 유료회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입금을 했기 때문입니다.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것은 일종의 주식과 같은 것으로 보면 됩니다.

암호화폐 거래도 누가 주고받았는지 거래소에서는 파악이 가능합니다.

현재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모두 수사기관의 정보 제공에 협조하기로 한 상태라, 송금자 찾아내기는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송금액과 송금 주소를 알 수 없다는 ‘모네로' 역시 수사망을 피하기 힘들 듯합니다.

모네로 자체는 익명성이 높은 암호화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래 대행사에는 예를 들어 “70만원어치 모네로를 구매해 달라” 이런 신청 내역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유료회원들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민갑룡/경찰청장 : "끝까지 추적, 검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이것이 수사의 기본이자 모든 수사의 열쇠일 것입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등 온라인에서도 N번방 참여자에 대한 처벌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한 청원자는 “나라가 아이들을 아동 성범죄자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거라면, 알아서 피할 수라도 있게,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호기심으로 지켜보기, 이른바 눈팅'만 했다고 면죄부를 줘선 안된다, 수치스럽고, 두렵고 인생이 잘못될까봐 벌벌 떠는 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몫이어야 한다, 이런 의견과 댓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에는 제2, 제3의 n번방이 수두룩합니다.

조주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들 거라며 또 다른 기회를 엿보는 자들에게 이번만큼은 분명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