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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빠가 모두 가져가”…17년간 지적장애 동생가족 착취 의혹
입력 2020.03.30 (10:46) 수정 2020.03.30 (10:47) 취재K
“큰 아빠가 모두 가져가”…17년간 지적장애 동생가족 착취 의혹
제주시 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는 원장이 수년간 지적장애가 있는 입소자들의 통장을 관리하며, 매달 들어오는 장애인 수당과 기초생활수급을 시설 이용료로 빼간 정황을 앞서 보도해드린 적 있는데요. 보도가 나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서귀포시에서도 장애인을 상대로 한 착취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남동생 가족을 상대로 친형이 십수 년간 기초생활수급 등을 착취하고, 정당한 대가 없이 노동력까지 착취했다는 의혹인데요. 경찰은 무려 17년간 2억여 원을 착취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 중 지적장애나 18세 미만 등 스스로 급여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한 의사무능력(미약)자의 경우, 읍면동사무소에서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급여관리자로 지정해 대신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왜 급여관리자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걸까요.

17년간 지적장애동생 가족 복지급여·노동력 착취 의혹


지난해 말, 제주 서귀포시에 사는 20대 지적장애여성 A씨는 지인에게 "큰 아빠가 돈을 다 가져간다"고 털어놨습니다. A씨의 부모 또한 지적장애가 있는데, 큰 아빠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느라 주말 여가시간에도 제약을 받는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지인은 주변에 이 사실을 알렸고, 수사에 착수한 제주지방경찰청은 A씨의 큰 아빠인 71살 B씨를 횡령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B씨는 지난 2003년부터 최근까지 지적장애가 있는 친동생 가족의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장애인 수당 등을 편취하고,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B씨는 동생 가족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있는데, 통장을 관리해주면서 이들 가족의 복지급여를 개인 용도로 빼서 쓰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동생 부부에게 일을 시키며 제대로 급여를 주지 않은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경제적 착취와 노동력 착취까지 모두 합하면 B씨가 이들 가족으로부터 17년간 착취한 액수가 2억 원을 넘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씨는 경찰 조사에서 "1~2만 원씩 계속 지급했다"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B씨가 동생 가족을 찾아가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 행패를 부리자, 서귀포시와 경찰은 보복성 가해를 우려해 동생 가족을 긴급 대피시킨 상탭니다.

'급여관리자' 점검 왜 이뤄지지 않았나?


서귀포시에 따르면 B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가족 3명의 '급여관리자'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는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는 사람 중 지적장애인이나 치매 노인,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등 급여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한 의사무능력(미약)자는 제3자를 '급여관리자'로 지정해 급여를 대신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요. 주로 가족이나 친인척, 복지시설 운영자 등이 맡고 있습니다.

급여관리자는 급여를 지출한 경우 지출내역이나 증빙자료(영수증)을 남겨야 하는데, 읍·면·동장은 연 2회 현장 확인을 통해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급여관리 점검표를 작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해당 동사무소의 경우 B씨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동사무소 기초생활수급 관리 담당자는 "처음 이곳에 발령 난 2016년 B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고, 이후에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기초생활수급 관리 업무를 도맡고 있는 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혼자서 의사무능력자 25명(지적장애 25명·18세 미만 7명)의 급여관리자 점검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선정, 복지급여 지급, 수급자 자격 변동 조사 등 업무를 소화하다 보니 혼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급조건 등을 문의하는 수많은 민원인도 응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정수급 방지나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게 주변 사회복지사들의 설명입니다.

감사위·도의회 지적에도 왜 개선 없었나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지난 2017년 서귀포시 읍·면·동 대행 감사에서 의사 무능력(미약) 수급자 급여 관리 업무처리가 부적정하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의사무능력자에 대해 급여 관리 실태를 확인한 결과, 의사무능력자 수급자에 대한 급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급여가 실제 수급자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의사무능력자 13명에 대한 현장 확인 및 점검을 통해 급여 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듬해에도 같은 감사에서 58명이 18세 미만 아동, 장기입원환자, 지적·발달장애자 등을 대상으로 관리 점검을 실시해야 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무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해 10월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서귀포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또다시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김경미 제주도의원은 "서귀포의 한 할머니가 매일 수급을 받는데도 돈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셔서 동네 분이 저희 사무실로 전화를 하신 적도 있다"며 "할머니와 저에게 제보를 주신 분이 가서 통장을 인출해보니 돈이 들어오면 바로 그날 돈이 빠져나갔는데, 누군지 찾아보니 가족이었다"고 허술한 관리를 나무랐습니다.

김 의원은 이어 "2018년에 58명, 2017년에 13명인데 이분들에게 급여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에 과중이 있다지만 반기별로 (점검을) 좀 가야 되지 않겠냐"며 "감사위원회에서 연속으로 지적됐는데도 우리가 모르는 건 안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서귀포시는 전수조사를 통해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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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3.30 (10:47)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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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는 원장이 수년간 지적장애가 있는 입소자들의 통장을 관리하며, 매달 들어오는 장애인 수당과 기초생활수급을 시설 이용료로 빼간 정황을 앞서 보도해드린 적 있는데요. 보도가 나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서귀포시에서도 장애인을 상대로 한 착취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남동생 가족을 상대로 친형이 십수 년간 기초생활수급 등을 착취하고, 정당한 대가 없이 노동력까지 착취했다는 의혹인데요. 경찰은 무려 17년간 2억여 원을 착취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 중 지적장애나 18세 미만 등 스스로 급여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한 의사무능력(미약)자의 경우, 읍면동사무소에서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급여관리자로 지정해 대신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왜 급여관리자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걸까요.

17년간 지적장애동생 가족 복지급여·노동력 착취 의혹


지난해 말, 제주 서귀포시에 사는 20대 지적장애여성 A씨는 지인에게 "큰 아빠가 돈을 다 가져간다"고 털어놨습니다. A씨의 부모 또한 지적장애가 있는데, 큰 아빠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느라 주말 여가시간에도 제약을 받는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지인은 주변에 이 사실을 알렸고, 수사에 착수한 제주지방경찰청은 A씨의 큰 아빠인 71살 B씨를 횡령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B씨는 지난 2003년부터 최근까지 지적장애가 있는 친동생 가족의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장애인 수당 등을 편취하고,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B씨는 동생 가족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있는데, 통장을 관리해주면서 이들 가족의 복지급여를 개인 용도로 빼서 쓰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동생 부부에게 일을 시키며 제대로 급여를 주지 않은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경제적 착취와 노동력 착취까지 모두 합하면 B씨가 이들 가족으로부터 17년간 착취한 액수가 2억 원을 넘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씨는 경찰 조사에서 "1~2만 원씩 계속 지급했다"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B씨가 동생 가족을 찾아가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 행패를 부리자, 서귀포시와 경찰은 보복성 가해를 우려해 동생 가족을 긴급 대피시킨 상탭니다.

'급여관리자' 점검 왜 이뤄지지 않았나?


서귀포시에 따르면 B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가족 3명의 '급여관리자'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는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는 사람 중 지적장애인이나 치매 노인,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등 급여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한 의사무능력(미약)자는 제3자를 '급여관리자'로 지정해 급여를 대신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요. 주로 가족이나 친인척, 복지시설 운영자 등이 맡고 있습니다.

급여관리자는 급여를 지출한 경우 지출내역이나 증빙자료(영수증)을 남겨야 하는데, 읍·면·동장은 연 2회 현장 확인을 통해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급여관리 점검표를 작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해당 동사무소의 경우 B씨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동사무소 기초생활수급 관리 담당자는 "처음 이곳에 발령 난 2016년 B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고, 이후에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기초생활수급 관리 업무를 도맡고 있는 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혼자서 의사무능력자 25명(지적장애 25명·18세 미만 7명)의 급여관리자 점검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선정, 복지급여 지급, 수급자 자격 변동 조사 등 업무를 소화하다 보니 혼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급조건 등을 문의하는 수많은 민원인도 응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정수급 방지나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게 주변 사회복지사들의 설명입니다.

감사위·도의회 지적에도 왜 개선 없었나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지난 2017년 서귀포시 읍·면·동 대행 감사에서 의사 무능력(미약) 수급자 급여 관리 업무처리가 부적정하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의사무능력자에 대해 급여 관리 실태를 확인한 결과, 의사무능력자 수급자에 대한 급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급여가 실제 수급자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의사무능력자 13명에 대한 현장 확인 및 점검을 통해 급여 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듬해에도 같은 감사에서 58명이 18세 미만 아동, 장기입원환자, 지적·발달장애자 등을 대상으로 관리 점검을 실시해야 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무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해 10월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서귀포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또다시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김경미 제주도의원은 "서귀포의 한 할머니가 매일 수급을 받는데도 돈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셔서 동네 분이 저희 사무실로 전화를 하신 적도 있다"며 "할머니와 저에게 제보를 주신 분이 가서 통장을 인출해보니 돈이 들어오면 바로 그날 돈이 빠져나갔는데, 누군지 찾아보니 가족이었다"고 허술한 관리를 나무랐습니다.

김 의원은 이어 "2018년에 58명, 2017년에 13명인데 이분들에게 급여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에 과중이 있다지만 반기별로 (점검을) 좀 가야 되지 않겠냐"며 "감사위원회에서 연속으로 지적됐는데도 우리가 모르는 건 안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서귀포시는 전수조사를 통해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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