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성착취방’ 들어가려 수험생방에 링크 뿌렸다”

입력 2020.04.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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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최초 신고자인 대학생 '추적단 불꽃'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연속 기획을 보도합니다. 'n번방', '박사방' 등 성착취 영상 촬영을 강요당했거나 이 과정에서 금전적 사기나 신상정보 유출 등 피해를 당한 사례 등 성범죄 피해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를 받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신원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KBS X 불꽃 ⓛ] "상위 '성착취방' 들어가려 수험생방에 링크 뿌렸다"

텔레그램에서 이뤄지는 성 착취 범죄엔, 미성년자도 다수 연루돼 있습니다. 피해자뿐 아닙니다. '성착취방' 운영자 가운데에도 미성년자가 있었습니다.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더 많은 미성년자가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미성년자들이 이런 '성착취방'의 존재를 알고 참여하게 됐을까요? 의문을 품던 취재팀은 '수험생들이 교재 등을 PDF로 불법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이 성착취방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지난 주말 보도했습니다.

[연관기사] 고등학생 유인 통로 ‘학습지 불법 공유방’ (2020.3.28. KBS1TV '뉴스9')

■ 교재 공유방에 뿌려진 '피카츄방'…"링크 퍼트려야 '높은 방' 들어간다"

부산의 한 학원에서 교재를 만드는 김 모 씨가 처음 텔레그램을 알게 된 건 업무 때문이었습니다. 교재가 PDF 파일 형태로 텔레그램에서 불법 유통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포자를 찾으려던 거였습니다.

"지난 1월쯤, 수험생들이 모여있는 교재 공유방에 '피카츄방'이라는 링크가 막 뿌려지기 시작했어요. 들어가 봤더니 음란물이 많이 있는 거예요. 저는 급하게 바로 빠져나왔는데, 꽤 많은 학생이 교재 공유방인 줄 알고 들어갔을 거예요."

김 씨가 들어가게 됐다는 '피카츄방'은 각종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n번방'으로 들어가기 전 단계의 방입니다. 'n번방' 자료를 포함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거나, 신상이 공개된 성착취 피해자들을 성희롱하는 대화를 하면서 상위 대화방에 들어갈 자격을 얻게 되는 곳입니다.

‘피카츄방’의 일부 대화 모습. 이 대화방에서는 실제로 ‘n번방’의 자료들이 공유되기도 했다.‘피카츄방’의 일부 대화 모습. 이 대화방에서는 실제로 ‘n번방’의 자료들이 공유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피카츄방'의 링크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한 걸까요?

경북 포항에 사는 고3 수험생 남 모 씨도 지난해 가을쯤 텔레그램 불법 교재 공유방에 들어갔다가, '피카츄방' 같은 성착취물 공유방 링크가 올라오는 걸 여러 번 봤다고 말했습니다. 남 씨는 "처음에는 교재 공유하고 문제집을 추천해주는 대화방이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불법 성착취물 대화방에 들어가 있는 이용자들이 '이런 방에 들어오고 싶으면 연락하라'면서 링크를 뿌리기도 했어요. 왜 뿌리는지 물어봤더니, 더 수위가 높은 영상물이 있는 상위방으로 가려면 자기가 들어있는 방 링크를 5군데 이상 퍼트린 뒤에 이걸 인증해야 한다고 했어요."

예컨대 불법 성착취물이 올라오는 유료 대화방 A 방이 있으면, 여기에 들어가기 전 A 방을 홍보하고 입장 자격을 얻는 B 방이 있습니다. B 방에는 A 방에 올라와 있는 불법 성착취물을 짧게 편집한 영상들이 주로 올라가는데, 모두 A 방으로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한 겁니다.

남 씨는 "이들이 홍보하는 방은 거의 'n번방' 또는 '박사방'에서 돈을 주고 성착취물을 산 사람들이, 그 영상들을 다시 판매하는 방들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착취물의 재유포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또 남 씨는 "수험생들이 '이런 거 왜 올리느냐', '올리면 잡혀가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대부분 '텔레그램이라 안 잡힌다'고 대답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불법 교재 공유방들에는 수험생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700~800명 정도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용자가 많은 방일수록 홍보 효과도 크기 때문에 표적이 됐을 거란 추정이 가능한데, 고등학생들이 주로 모여있는 방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 '래빗'도 처음엔 불법 교재 공유방 운영자…실제 수험생 유입 정황도

지난해 8월, '래빗'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성착취물방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래빗은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성착취물을 주로 유포했는데요. 당시 대화방에 본인의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정보를 이야기하다가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 래빗도 처음에는 수험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불법 교재 공유방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래빗의 공유방은 이른바 '래빗 하우스'라고 불리며 수험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교재 공유방을 운영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대화방도 운영했던 것이죠. 교재 공유방을 성착취물 공유방으로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완장방’이라는 성착취 대화방에서는 수험생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실제로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 '인증'하기도 했다.‘완장방’이라는 성착취 대화방에서는 수험생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실제로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 '인증'하기도 했다.

성착취물방의 대화 내용 사이, 실제로 미성년자들이 유입된 정황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용자들이 "고등학생인 걸 인증해보라"고 부추기면 본인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찍어서 올린 겁니다.

경찰은 아직 'n번방'과 '박사방'을 비롯해 텔레그램에서의 성착취물방의 이용자 규모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유인돼, 잠시라도 대화방에 참여했을 경우 처벌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어떤 영상이냐, 또는 실제로 제작에 가담한 것인지에 따라 처벌 여부나 수위나 달라질 것"이라면서 지금은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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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위 ‘성착취방’ 들어가려 수험생방에 링크 뿌렸다”
    • 입력 2020-04-02 07:00:01
    취재K
KBS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최초 신고자인 대학생 '추적단 불꽃'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연속 기획을 보도합니다. 'n번방', '박사방' 등 성착취 영상 촬영을 강요당했거나 이 과정에서 금전적 사기나 신상정보 유출 등 피해를 당한 사례 등 성범죄 피해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를 받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신원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KBS X 불꽃 ⓛ] "상위 '성착취방' 들어가려 수험생방에 링크 뿌렸다"

텔레그램에서 이뤄지는 성 착취 범죄엔, 미성년자도 다수 연루돼 있습니다. 피해자뿐 아닙니다. '성착취방' 운영자 가운데에도 미성년자가 있었습니다.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더 많은 미성년자가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미성년자들이 이런 '성착취방'의 존재를 알고 참여하게 됐을까요? 의문을 품던 취재팀은 '수험생들이 교재 등을 PDF로 불법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이 성착취방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지난 주말 보도했습니다.

[연관기사] 고등학생 유인 통로 ‘학습지 불법 공유방’ (2020.3.28. KBS1TV '뉴스9')

■ 교재 공유방에 뿌려진 '피카츄방'…"링크 퍼트려야 '높은 방' 들어간다"

부산의 한 학원에서 교재를 만드는 김 모 씨가 처음 텔레그램을 알게 된 건 업무 때문이었습니다. 교재가 PDF 파일 형태로 텔레그램에서 불법 유통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포자를 찾으려던 거였습니다.

"지난 1월쯤, 수험생들이 모여있는 교재 공유방에 '피카츄방'이라는 링크가 막 뿌려지기 시작했어요. 들어가 봤더니 음란물이 많이 있는 거예요. 저는 급하게 바로 빠져나왔는데, 꽤 많은 학생이 교재 공유방인 줄 알고 들어갔을 거예요."

김 씨가 들어가게 됐다는 '피카츄방'은 각종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n번방'으로 들어가기 전 단계의 방입니다. 'n번방' 자료를 포함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거나, 신상이 공개된 성착취 피해자들을 성희롱하는 대화를 하면서 상위 대화방에 들어갈 자격을 얻게 되는 곳입니다.

‘피카츄방’의 일부 대화 모습. 이 대화방에서는 실제로 ‘n번방’의 자료들이 공유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피카츄방'의 링크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한 걸까요?

경북 포항에 사는 고3 수험생 남 모 씨도 지난해 가을쯤 텔레그램 불법 교재 공유방에 들어갔다가, '피카츄방' 같은 성착취물 공유방 링크가 올라오는 걸 여러 번 봤다고 말했습니다. 남 씨는 "처음에는 교재 공유하고 문제집을 추천해주는 대화방이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불법 성착취물 대화방에 들어가 있는 이용자들이 '이런 방에 들어오고 싶으면 연락하라'면서 링크를 뿌리기도 했어요. 왜 뿌리는지 물어봤더니, 더 수위가 높은 영상물이 있는 상위방으로 가려면 자기가 들어있는 방 링크를 5군데 이상 퍼트린 뒤에 이걸 인증해야 한다고 했어요."

예컨대 불법 성착취물이 올라오는 유료 대화방 A 방이 있으면, 여기에 들어가기 전 A 방을 홍보하고 입장 자격을 얻는 B 방이 있습니다. B 방에는 A 방에 올라와 있는 불법 성착취물을 짧게 편집한 영상들이 주로 올라가는데, 모두 A 방으로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한 겁니다.

남 씨는 "이들이 홍보하는 방은 거의 'n번방' 또는 '박사방'에서 돈을 주고 성착취물을 산 사람들이, 그 영상들을 다시 판매하는 방들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착취물의 재유포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또 남 씨는 "수험생들이 '이런 거 왜 올리느냐', '올리면 잡혀가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대부분 '텔레그램이라 안 잡힌다'고 대답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불법 교재 공유방들에는 수험생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700~800명 정도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용자가 많은 방일수록 홍보 효과도 크기 때문에 표적이 됐을 거란 추정이 가능한데, 고등학생들이 주로 모여있는 방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 '래빗'도 처음엔 불법 교재 공유방 운영자…실제 수험생 유입 정황도

지난해 8월, '래빗'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성착취물방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래빗은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성착취물을 주로 유포했는데요. 당시 대화방에 본인의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정보를 이야기하다가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 래빗도 처음에는 수험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불법 교재 공유방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래빗의 공유방은 이른바 '래빗 하우스'라고 불리며 수험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교재 공유방을 운영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대화방도 운영했던 것이죠. 교재 공유방을 성착취물 공유방으로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완장방’이라는 성착취 대화방에서는 수험생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실제로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 '인증'하기도 했다.
성착취물방의 대화 내용 사이, 실제로 미성년자들이 유입된 정황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용자들이 "고등학생인 걸 인증해보라"고 부추기면 본인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찍어서 올린 겁니다.

경찰은 아직 'n번방'과 '박사방'을 비롯해 텔레그램에서의 성착취물방의 이용자 규모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유인돼, 잠시라도 대화방에 참여했을 경우 처벌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어떤 영상이냐, 또는 실제로 제작에 가담한 것인지에 따라 처벌 여부나 수위나 달라질 것"이라면서 지금은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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