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뇌사 9살 소년 고홍준…7명 살리고 하늘로

입력 2020.04.10 (08:27) 수정 2020.04.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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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이 소년은 9살 고홍준 군입니다.

지난 1일,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은 홍준 군은 나흘 전 장기 기증으로 또래 아이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사회에 큰 울림과 감동을 주고 떠난 홍준 군의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9살 고홍준 군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길에 가족들이 함께 했습니다.

십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생.

가족들은 갑작스런 이별을 아직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故 고홍준 군 큰어머니 : "많이 놀랐죠. 다 놀랐죠. 믿어지지 않고 꿈이라고만.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다 꿈이다."]

[故 고홍준 군 외할머니 : "홍준이가 저희 집으로 오면 놀이터를 그렇게 저보고 가자고 했었거든요. 멀다는 핑계 대고 거기 가면 다치고 한다고 데리고를 못 갔는데. 놀이터도 못 데리고 간 게 마음에 걸리고. 할머니 한 번 보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홍준이가 쓰러진 건 지난 1일, 평소와 다름없던 하루를 보낸 밤이었습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저녁을 7시 반에 먹고 게임하고 잘 놀고 하다가 9시 50분에 첫 증상. ‘엄마, 갑자기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파’, 그러고 세수 두 번하고 누웠을 때가 그 사이가 5분이었어요."]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 지 불과 5분만에 의식을 잃은 홍준이는 구급차에 실려 인근 대학병원에 도착했는데요.

검사 결과는 급성 뇌출혈이었습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방금 전까지 밥 먹으면서 조잘조잘 엄마 이거 너무 맛있어, 엄마 오늘 놀이터에서 뭘 했고 (이야기했는데) 그 아이가 코마 상태에 빠져서 다시 살아날 수 없다고 들었을 때는 믿기지가 않았죠."]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지난 5일, 홍준이는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병도 없던 아이에게 온 원인도 모르는 갑작스런 뇌출혈, 홍준이 부모님은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아들을 보며, ‘장기기증’이란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기계로 심장은 뛰고 있기는 한데 아기가 지금 되게 많이 힘들구나. 정말 오래 못 버틸 거 같구나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드니까 그래도 살아있을 때 아기가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거 딱 생각했을 때 장기기증이라는 거 생각하게 됐고."]

뇌사판정을 받은 다음 날, 홍준이는 또래 환아 일곱 명에게 심장과 폐, 간, 신장 등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각막이 필요한 아이한테 가서 그 아이가 눈을 떠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 바라보는 걸 준이가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심장이 필요한 아이한테 가서 준이 심장이 뛰고 있는 거잖아요. 내 옆에 와서 조잘조잘하고 그런 준이는 없는데 그래도 살아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결정을 했었어요."]

가족들은, 평소 친구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했던 홍준이였던만큼 홍준이도 장기 기증에 동의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故 고홍준 군 큰어머니 : "우리 홍준이는 엄마 카드 가져가서 동네 아이들 다 사주고 그랬던 아이여서 홍준이스럽게 갔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선생님들도 수술이 날짜가 잡히고 하니까 많이 배려해서 아이 얼굴도 한 번 더 만져보고 쓸어보고 볼 비비면서 제가 아이의 살결도 다 느낄 수 있었고 준이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까 조금 그런 시간을 생각하고 아이한테 (장기 기증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해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셔서."]

평소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하고 흥이 많던 홍준이.

집안에선 딸 부럽지 않은 애교 많은 막내아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

코로나19로 늦춰진 개학에 학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려왔던 홍준이.

끝내 새학년을 맞지 못한 채 떠난 게 엄마는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개학을) 엄청 기다렸죠. 엄마 빨리 학교 가고 싶어. 계속 노래 부르고 학교 너무 가고 싶어 했고."]

제주의 한 초등학교.

개학을 열흘 앞둔 4학년 교실엔 홍준이의 빈자리가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영어 과목 교사로서 홍준이를 가르쳤던 담임선생님은, 밝았던 홍준이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데요.

[황유리/담임선생님 : "쉬는 시간, 점심시간 되면 운동장 나가서 친구들이랑 신나게 공 차는 거 좋아하고 그런 아이로 기억되고. 되게 밝은 얼굴로 친구들이랑 같이 모둠활동 게임하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어요."]

축구를 좋아했던 홍준이는 음악에도 재능이 많아 관악부 활동을 하며 무대에도 여러 차례 올랐는데요.

가족들의 남은 바람은 하나, 홍준이의 장기를 기증받은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회복되는 것뿐입니다.

[故 고홍준 군의 어머니 : "우리 홍준이 정말 튼튼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축구도 잘하고 굉장히 활동적인 아이인데 (기증받는) 이 아이도 우리 준이처럼 빨리 건강하게 회복돼서 달리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런 밝은 아이로 자라줬으면 행복하게 컸으면. 정말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말 기준 장기 이식대기자로 등록된 사람은 3만 천여명.

그 중 18세 미만의 소아는 328명인데, 실제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조원현/장기조직기증원장 : "작년의 경우 450건 기증받았고 뇌사자 한 사람이 보통 3~4개의 장기를 기증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소아가 몇 명이냐. 전체 대부분은 19세 이상 성인들이고 그 이하 소아들 기증은 몇 프로가 안 돼요."]

또래 어린이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9살 제주소년 홍준이.

하늘에서 아픔 없이 편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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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10 08:29:38
    • 수정2020-04-10 09: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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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이 소년은 9살 고홍준 군입니다.

지난 1일,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은 홍준 군은 나흘 전 장기 기증으로 또래 아이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사회에 큰 울림과 감동을 주고 떠난 홍준 군의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9살 고홍준 군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길에 가족들이 함께 했습니다.

십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생.

가족들은 갑작스런 이별을 아직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故 고홍준 군 큰어머니 : "많이 놀랐죠. 다 놀랐죠. 믿어지지 않고 꿈이라고만.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다 꿈이다."]

[故 고홍준 군 외할머니 : "홍준이가 저희 집으로 오면 놀이터를 그렇게 저보고 가자고 했었거든요. 멀다는 핑계 대고 거기 가면 다치고 한다고 데리고를 못 갔는데. 놀이터도 못 데리고 간 게 마음에 걸리고. 할머니 한 번 보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홍준이가 쓰러진 건 지난 1일, 평소와 다름없던 하루를 보낸 밤이었습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저녁을 7시 반에 먹고 게임하고 잘 놀고 하다가 9시 50분에 첫 증상. ‘엄마, 갑자기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파’, 그러고 세수 두 번하고 누웠을 때가 그 사이가 5분이었어요."]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 지 불과 5분만에 의식을 잃은 홍준이는 구급차에 실려 인근 대학병원에 도착했는데요.

검사 결과는 급성 뇌출혈이었습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방금 전까지 밥 먹으면서 조잘조잘 엄마 이거 너무 맛있어, 엄마 오늘 놀이터에서 뭘 했고 (이야기했는데) 그 아이가 코마 상태에 빠져서 다시 살아날 수 없다고 들었을 때는 믿기지가 않았죠."]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지난 5일, 홍준이는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병도 없던 아이에게 온 원인도 모르는 갑작스런 뇌출혈, 홍준이 부모님은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아들을 보며, ‘장기기증’이란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기계로 심장은 뛰고 있기는 한데 아기가 지금 되게 많이 힘들구나. 정말 오래 못 버틸 거 같구나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드니까 그래도 살아있을 때 아기가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거 딱 생각했을 때 장기기증이라는 거 생각하게 됐고."]

뇌사판정을 받은 다음 날, 홍준이는 또래 환아 일곱 명에게 심장과 폐, 간, 신장 등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각막이 필요한 아이한테 가서 그 아이가 눈을 떠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 바라보는 걸 준이가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심장이 필요한 아이한테 가서 준이 심장이 뛰고 있는 거잖아요. 내 옆에 와서 조잘조잘하고 그런 준이는 없는데 그래도 살아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결정을 했었어요."]

가족들은, 평소 친구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했던 홍준이였던만큼 홍준이도 장기 기증에 동의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故 고홍준 군 큰어머니 : "우리 홍준이는 엄마 카드 가져가서 동네 아이들 다 사주고 그랬던 아이여서 홍준이스럽게 갔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선생님들도 수술이 날짜가 잡히고 하니까 많이 배려해서 아이 얼굴도 한 번 더 만져보고 쓸어보고 볼 비비면서 제가 아이의 살결도 다 느낄 수 있었고 준이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까 조금 그런 시간을 생각하고 아이한테 (장기 기증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해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셔서."]

평소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하고 흥이 많던 홍준이.

집안에선 딸 부럽지 않은 애교 많은 막내아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

코로나19로 늦춰진 개학에 학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려왔던 홍준이.

끝내 새학년을 맞지 못한 채 떠난 게 엄마는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故 고홍준 군 어머니 : "(개학을) 엄청 기다렸죠. 엄마 빨리 학교 가고 싶어. 계속 노래 부르고 학교 너무 가고 싶어 했고."]

제주의 한 초등학교.

개학을 열흘 앞둔 4학년 교실엔 홍준이의 빈자리가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영어 과목 교사로서 홍준이를 가르쳤던 담임선생님은, 밝았던 홍준이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데요.

[황유리/담임선생님 : "쉬는 시간, 점심시간 되면 운동장 나가서 친구들이랑 신나게 공 차는 거 좋아하고 그런 아이로 기억되고. 되게 밝은 얼굴로 친구들이랑 같이 모둠활동 게임하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어요."]

축구를 좋아했던 홍준이는 음악에도 재능이 많아 관악부 활동을 하며 무대에도 여러 차례 올랐는데요.

가족들의 남은 바람은 하나, 홍준이의 장기를 기증받은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회복되는 것뿐입니다.

[故 고홍준 군의 어머니 : "우리 홍준이 정말 튼튼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축구도 잘하고 굉장히 활동적인 아이인데 (기증받는) 이 아이도 우리 준이처럼 빨리 건강하게 회복돼서 달리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런 밝은 아이로 자라줬으면 행복하게 컸으면. 정말 제발 그래줬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말 기준 장기 이식대기자로 등록된 사람은 3만 천여명.

그 중 18세 미만의 소아는 328명인데, 실제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조원현/장기조직기증원장 : "작년의 경우 450건 기증받았고 뇌사자 한 사람이 보통 3~4개의 장기를 기증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소아가 몇 명이냐. 전체 대부분은 19세 이상 성인들이고 그 이하 소아들 기증은 몇 프로가 안 돼요."]

또래 어린이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9살 제주소년 홍준이.

하늘에서 아픔 없이 편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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