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투표했다~” 너도나도 ‘인증샷’ 숨은 의미는?

입력 2020.04.13 (08:19) 수정 2020.04.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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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 혹은 V자, 때론 오케이 표시.

투표 당일이면 SNS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투표를 완료했다는 인증샷입니다.

사전 투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토요일 이후에도 "나 투표했습니다" 이렇게 인증을 하는 다양한 사진들이 올라왔습니다.

가수 아이유 씨 배우 박서준, 여진구 씨도 투표 인증 행렬에 동참했고요, 코로나19를 만난 탓에, 이 아이돌그룹은 비닐장갑을 낀 주먹을 모아 투표 인증샷을 찍어 올렸습니다.

인증샷, 인증과 샷(shot)이 합쳐진 용업니다.

말 그대로 어떤 행위를 했다고 보여주려는 사진입니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자 먹자'라는 말보다 '자 찍자'라는 말이 더 익숙해질 만큼 인증샷은 일상의 풍경이 됐는데요.

'정치'의 영역에까지 발을 들이며 영향을 미친 건 2010년 6.2 지방선거로 거슬러 갑니다.

당시 배우나 가수, 방송인 등 유명인들이 투표장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투표 인증샷'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투표율은 역대 지방선거 기준으로 볼 때 기록적 수치인 54.5%를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치러진 제 18대 대선에서는 인증샷의 유형이 보다 적극적으로 바뀝니다.

사진 속에는 연예인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이 함께 등장했고 사진 아래엔 재기 넘치는 멘트도 달렸습니다.

가수 윤종신 씨의 덧글, "아침부터 행사 뛴다... 권리행사!"

개그맨 박휘순 씨는 "투표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 신분증 그리고 이 나라 주인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란 글과 함께 자신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확대한 피켓을 올렸는데요.

증명 사진 속 가르마가 또 다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보신 것처럼 주로 대중에 잘 알려진, '공인'들이 주도했던 투표 인증샷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10대들의 투표 인증샷이 대거 올라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스타든 팬인든 모두가 SNS 같은 뉴미디어에 친숙하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특히 투표의 영역에서도 인증샷은 보편적 행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투표 인증샷 열풍에 대해 대중문화 평론가 하재근씨는 “투표 참여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른바‘쿨한’행동으로 보여지는 여지가 많아졌다"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자체엔 여전히 부담을 느끼지만 투표 참여는 소중한 권리 행사라는 대중의 공감대가 인증샷 올리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모습들은 단순히 투표 인증을 넘어 투표 독려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듯한 영상을 올리며 공유하는 분위기는 총선을 앞둔 지금 온라인 공간 곳곳에 번져가고 있습니다.

[고기범/KBS '정치했습니다' 영상 : "저는 이번 총선을 알아보기 위해서 서울 총선 대진표를 직접 그려보았습니다. 저도 정치 참여했습니다!"]

[남지은 : "(뭐해?) 머슴 뽑아. (머슴?) 우리 국회의원 뽑아야지 이제. 여러분도 선거 전에 후보자 검증 잊지 마세요. 저도 정치했습니다!"]

여러 선거를 거쳐오면서 투표 인증샷을 둘러싼 해프닝도 적지 않았습니다.

2012년 4·11 총선 당시 방송인 하하는 투표장 앞에서 브이(V) 자를 그리며 인증샷을 남겼다가, 네티즌들의 호된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브이(V) 자를 그리는 것은 특정 후보나 정당의 기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당시에는 선거법 위반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하하는 "꼬마였습니다. 어른 아니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며 사진을 다시 찍어 올렸습니다.

한 아이돌 그룹 멤버 역시 브이 자 인증샷이 논란이 돼 주먹을 쥐고 찍은 사진으로 다시 올렸습니다.

4년 전 20대 총선까지는 인증샷에 엄지척, 브이자 이런 '손가락 사용'은 불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과거와 같은 해프닝은 없어질 걸로 보입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엄지손가락, 혹은 브이(V) 자를 그린 투표 인증샷도 허용됐기 때문입니다.

지지하는 후보자의 벽보나 사진 앞에서 찍은 사진도 예전에는 선거법 위반이었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증샷을 찍을 때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인증샷을 찍을 경우 투표소 밖에서는 가능하지만 기표소 내에서 투표 용지 촬영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투표의 비밀을 유지하고 공정한 투표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이거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자, 이제 본 투표까지는 이틀 남았습니다.

투표 인증샷 주의 사항도 체크해 보시고, 코로나19 예방 수칙 등 투표소에서 지켜야할 지침도 미리 점검해 보시는 것 어떠실까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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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투표했다~” 너도나도 ‘인증샷’ 숨은 의미는?
    • 입력 2020-04-13 08:25:19
    • 수정2020-04-13 09: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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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당일이면 SNS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투표를 완료했다는 인증샷입니다.

사전 투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토요일 이후에도 "나 투표했습니다" 이렇게 인증을 하는 다양한 사진들이 올라왔습니다.

가수 아이유 씨 배우 박서준, 여진구 씨도 투표 인증 행렬에 동참했고요, 코로나19를 만난 탓에, 이 아이돌그룹은 비닐장갑을 낀 주먹을 모아 투표 인증샷을 찍어 올렸습니다.

인증샷, 인증과 샷(shot)이 합쳐진 용업니다.

말 그대로 어떤 행위를 했다고 보여주려는 사진입니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자 먹자'라는 말보다 '자 찍자'라는 말이 더 익숙해질 만큼 인증샷은 일상의 풍경이 됐는데요.

'정치'의 영역에까지 발을 들이며 영향을 미친 건 2010년 6.2 지방선거로 거슬러 갑니다.

당시 배우나 가수, 방송인 등 유명인들이 투표장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투표 인증샷'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투표율은 역대 지방선거 기준으로 볼 때 기록적 수치인 54.5%를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 치러진 제 18대 대선에서는 인증샷의 유형이 보다 적극적으로 바뀝니다.

사진 속에는 연예인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이 함께 등장했고 사진 아래엔 재기 넘치는 멘트도 달렸습니다.

가수 윤종신 씨의 덧글, "아침부터 행사 뛴다... 권리행사!"

개그맨 박휘순 씨는 "투표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 신분증 그리고 이 나라 주인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란 글과 함께 자신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확대한 피켓을 올렸는데요.

증명 사진 속 가르마가 또 다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보신 것처럼 주로 대중에 잘 알려진, '공인'들이 주도했던 투표 인증샷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10대들의 투표 인증샷이 대거 올라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스타든 팬인든 모두가 SNS 같은 뉴미디어에 친숙하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특히 투표의 영역에서도 인증샷은 보편적 행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투표 인증샷 열풍에 대해 대중문화 평론가 하재근씨는 “투표 참여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른바‘쿨한’행동으로 보여지는 여지가 많아졌다"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자체엔 여전히 부담을 느끼지만 투표 참여는 소중한 권리 행사라는 대중의 공감대가 인증샷 올리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모습들은 단순히 투표 인증을 넘어 투표 독려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듯한 영상을 올리며 공유하는 분위기는 총선을 앞둔 지금 온라인 공간 곳곳에 번져가고 있습니다.

[고기범/KBS '정치했습니다' 영상 : "저는 이번 총선을 알아보기 위해서 서울 총선 대진표를 직접 그려보았습니다. 저도 정치 참여했습니다!"]

[남지은 : "(뭐해?) 머슴 뽑아. (머슴?) 우리 국회의원 뽑아야지 이제. 여러분도 선거 전에 후보자 검증 잊지 마세요. 저도 정치했습니다!"]

여러 선거를 거쳐오면서 투표 인증샷을 둘러싼 해프닝도 적지 않았습니다.

2012년 4·11 총선 당시 방송인 하하는 투표장 앞에서 브이(V) 자를 그리며 인증샷을 남겼다가, 네티즌들의 호된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브이(V) 자를 그리는 것은 특정 후보나 정당의 기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당시에는 선거법 위반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하하는 "꼬마였습니다. 어른 아니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며 사진을 다시 찍어 올렸습니다.

한 아이돌 그룹 멤버 역시 브이 자 인증샷이 논란이 돼 주먹을 쥐고 찍은 사진으로 다시 올렸습니다.

4년 전 20대 총선까지는 인증샷에 엄지척, 브이자 이런 '손가락 사용'은 불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과거와 같은 해프닝은 없어질 걸로 보입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엄지손가락, 혹은 브이(V) 자를 그린 투표 인증샷도 허용됐기 때문입니다.

지지하는 후보자의 벽보나 사진 앞에서 찍은 사진도 예전에는 선거법 위반이었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증샷을 찍을 때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인증샷을 찍을 경우 투표소 밖에서는 가능하지만 기표소 내에서 투표 용지 촬영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투표의 비밀을 유지하고 공정한 투표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이거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자, 이제 본 투표까지는 이틀 남았습니다.

투표 인증샷 주의 사항도 체크해 보시고, 코로나19 예방 수칙 등 투표소에서 지켜야할 지침도 미리 점검해 보시는 것 어떠실까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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