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지켜본 프로야구 ‘무관중 개막’

입력 2020.05.06 (08:12) 수정 2020.05.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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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되면 이렇게 만원 관중을 이루던 곳 중 하나가 야구장이었습니다.

프로야구 구단 마케팅 담당자 사이에서는 '어린이날 만원 관중을 못 채우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각 구단마다 어린이 초청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로 흥행 몰이에 나서던 장면은 여전히 눈 앞에 생생합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처음으로 어린이날에 맞춰 개막전을 열게 됐지만,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관중은 0명이었습니다.

관중 없는 스포츠, 상상하기 힘든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이렇게 관중 한 명 없는 즉,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게 됐습니다.

그만큼 진풍경이 속출했습니다.

텅빈 관중석은 선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으로 채워졌고, 무관중을 의미하는 '무' 모양의 캐릭터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경기장 전광판 한 번 보실까요.

야구장에 가지 못한 팬들이 집에서 응원하는 영상들이 실시간 올라옵니다.

개막전 시구는 어떻게 했을까.

한 어린이가 야구공 형태의 풍선 공 안에 들어가 비대면 시구를 선보였습니다.

초유의 무관중 경기에 선수들도 어리둥절합니다.

[김태균/한화 : "무관중 경기를 하면서 팬들의 함성이 얼마나 소중하고 그리운지 한 번씩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중에 감독 인터뷰를 하는 것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김태형/두산 감독 : "(두산) 많이 사랑해 주세요. 몇 년간 성적을 좀 냈고 서울팀이니까 관심이 있겠죠. 좀 더 좋은 경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관중석은 비었지만 취재 열기는 여느 개막전보다 뜨거웠습니다.

특히 전국 5개 경기장에 20개 외신들이 몰려 한국 프로야구 개막에 대한 유례없는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중동의 유력 매체인 알자지라 방송은 경기 전 SK 염경엽 감독의 국내 매체 인터뷰에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관중 경기로 열리는 한국 프로야구가 이렇게 외신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전 세계 프로야구가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상태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타이완에 이어 두번째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아마가사키 다쿠로/닛폰 TV : "경기장 입장부터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것 등에서 한국이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관심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중계권 판매로 이어졌습니다.

야구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이 한국 야구의 개막 첫날 소식을 미 전역에 생중계 했습니다.

[ESPN 현지 중계진 :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을 곧 시작합니다."]

ESPN은 미국 야구팬들을 위해 특집 기사로 구단과 선수 등 자세한 정보까지 전했고, 미국의 팬들은 중계 영상을 봤다며 관련 인증샷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야구에 쏠린 세계의 시선은,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식 대응, 즉 K 방역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 매체는 “메이저리그는 KBO리그를 보고, 배우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야구위원회 KBO는 코로나 사태 속 개막을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선수들과 구단 스태프, 미디어 종사자 등, 경기마다 200~300명이 모이는 종목 특성상,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을 두 차례나 발표했습니다.

우선 경기 중에 침을 뱉는 행위를 금지시켰습니다.

아마 많이들 보셨을텐데, 때로는 긴장감에 때로는 아쉬움에 습관처럼 하는 침뱉기 이런 다소 비위생적인 행동들에 제동을 것 것입니다.

경기 도중 선수들끼리의 하이파이브도 당분간은 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렇게 허공에 대고 하는 하이파이브만 허용됩니다.

심판들은 위생 장갑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개막한 타이완 프로야구에는 없는 우리만의 조치들입니다.

모든 게 조심스러운 탓인지 이 외국인 코치는 감독에게 귀엣말 대신 메모장에 글을 적어 전달하는데요,

자칫 확진자가 나오면 리그 자체가 완전히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입니다.

[류대환/KBO 사무총장 : "처음에는 무관중으로 시작하고 그 다음에는 전체 관중 좌석수의 10%, 20%, 30%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안을 우선순위로 고려 중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스포츠가 올 스톱된 상황 속에서 이렇게 무관중 경기라도 할 수 있는 게 어찌보면 다행이란 생각도 들지만요,

코로나19가 앗아간 오래 전 일상에 대한 그리움 역시 새삼 몰려옵니다.

화창한 봄날 저녁, 야구장을 물들이던 붉은 노을.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추억도 생생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 달여 늦게 우리 곁에 찾아온 프로야구.

시작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관중석을 가득 메울 팬들을 기다리며 의미있는 첫 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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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6 08:13:28
    • 수정2020-05-06 09: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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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구단 마케팅 담당자 사이에서는 '어린이날 만원 관중을 못 채우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죠,

각 구단마다 어린이 초청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로 흥행 몰이에 나서던 장면은 여전히 눈 앞에 생생합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처음으로 어린이날에 맞춰 개막전을 열게 됐지만,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관중은 0명이었습니다.

관중 없는 스포츠, 상상하기 힘든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이렇게 관중 한 명 없는 즉,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게 됐습니다.

그만큼 진풍경이 속출했습니다.

텅빈 관중석은 선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으로 채워졌고, 무관중을 의미하는 '무' 모양의 캐릭터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경기장 전광판 한 번 보실까요.

야구장에 가지 못한 팬들이 집에서 응원하는 영상들이 실시간 올라옵니다.

개막전 시구는 어떻게 했을까.

한 어린이가 야구공 형태의 풍선 공 안에 들어가 비대면 시구를 선보였습니다.

초유의 무관중 경기에 선수들도 어리둥절합니다.

[김태균/한화 : "무관중 경기를 하면서 팬들의 함성이 얼마나 소중하고 그리운지 한 번씩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중에 감독 인터뷰를 하는 것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김태형/두산 감독 : "(두산) 많이 사랑해 주세요. 몇 년간 성적을 좀 냈고 서울팀이니까 관심이 있겠죠. 좀 더 좋은 경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관중석은 비었지만 취재 열기는 여느 개막전보다 뜨거웠습니다.

특히 전국 5개 경기장에 20개 외신들이 몰려 한국 프로야구 개막에 대한 유례없는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중동의 유력 매체인 알자지라 방송은 경기 전 SK 염경엽 감독의 국내 매체 인터뷰에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관중 경기로 열리는 한국 프로야구가 이렇게 외신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전 세계 프로야구가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상태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타이완에 이어 두번째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아마가사키 다쿠로/닛폰 TV : "경기장 입장부터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것 등에서 한국이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관심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중계권 판매로 이어졌습니다.

야구 종주국이라는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이 한국 야구의 개막 첫날 소식을 미 전역에 생중계 했습니다.

[ESPN 현지 중계진 :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을 곧 시작합니다."]

ESPN은 미국 야구팬들을 위해 특집 기사로 구단과 선수 등 자세한 정보까지 전했고, 미국의 팬들은 중계 영상을 봤다며 관련 인증샷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야구에 쏠린 세계의 시선은,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식 대응, 즉 K 방역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 매체는 “메이저리그는 KBO리그를 보고, 배우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야구위원회 KBO는 코로나 사태 속 개막을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선수들과 구단 스태프, 미디어 종사자 등, 경기마다 200~300명이 모이는 종목 특성상,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을 두 차례나 발표했습니다.

우선 경기 중에 침을 뱉는 행위를 금지시켰습니다.

아마 많이들 보셨을텐데, 때로는 긴장감에 때로는 아쉬움에 습관처럼 하는 침뱉기 이런 다소 비위생적인 행동들에 제동을 것 것입니다.

경기 도중 선수들끼리의 하이파이브도 당분간은 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렇게 허공에 대고 하는 하이파이브만 허용됩니다.

심판들은 위생 장갑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개막한 타이완 프로야구에는 없는 우리만의 조치들입니다.

모든 게 조심스러운 탓인지 이 외국인 코치는 감독에게 귀엣말 대신 메모장에 글을 적어 전달하는데요,

자칫 확진자가 나오면 리그 자체가 완전히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입니다.

[류대환/KBO 사무총장 : "처음에는 무관중으로 시작하고 그 다음에는 전체 관중 좌석수의 10%, 20%, 30%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안을 우선순위로 고려 중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스포츠가 올 스톱된 상황 속에서 이렇게 무관중 경기라도 할 수 있는 게 어찌보면 다행이란 생각도 들지만요,

코로나19가 앗아간 오래 전 일상에 대한 그리움 역시 새삼 몰려옵니다.

화창한 봄날 저녁, 야구장을 물들이던 붉은 노을.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추억도 생생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 달여 늦게 우리 곁에 찾아온 프로야구.

시작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관중석을 가득 메울 팬들을 기다리며 의미있는 첫 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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