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코로나 유행’ 대비하려면…“진료체계 정비해야”

입력 2020.05.22 (07:28) 수정 2020.05.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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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맞서는 우리의 보건의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효과적인 중환자 진료를 위한 컨트롤 타워를 수립하고 공공의료를 함께 보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까지 알려진 한국의 코로나 치명률은 2.3% 안팎.

확진자 천 명 가운데 23명이 숨졌다는 뜻인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KBS가 입수한 보건의료 혁신방안 보고서에 나타난 현실은 사뭇 다릅니다.

노인이 많아 코로나에 취약한 유럽국가들보다는 고령화가 아직 덜 진행된 한국의 연령구조를 보정하면 치명률은 2.3%에서 2.8%까지 올라갑니다.

한국의 치명률이 포르투갈과 독일, 스웨덴보다 높아지는 겁니다.

[김윤/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 "노인층에서 사망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 비교를 위해서는 반드시 연령구조를 보정해야 하고... 우리나라가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그렇게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환자가 폭증했을 때, 효과적으로 환자를 분류하고 의료 자원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미비해 치명률을 더 낮추지 못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입니다.

[박은철/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중환자실 갈 사람, 생활 치료센터에 갈 사람들을 분류하는 작업, 그 다음에 핵심적인 기구·시설들을 우리가 미리 확보해 놓는 것, 이런 게 필요했죠."]

대구에서만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지난 2월 26일.

대구지역 의료진들이 SNS 단체 대화방에 긴급히 모였습니다.

누구보다 진료에 바쁠 의료진이 직접 어디에 언제 환자를 보내야 하는지 일일이 묻고 있는 겁니다.

[이지연/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 "입원 대기를 하다가 돌아가셨던 분들도 있으셨고요. 받아 주고 싶어도 음압 병상이 모자라니까 이미 그쪽도 중환자실 포화 상태고 그런 것들이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만여 개에 이르는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운데 실제로 코로나 치료가 가능한 병상이 어디에 얼마나 되는지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

감염병 환자 가운데서도 특히 중환자를 집중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정비가 시급합니다.

[홍성진/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 : "진짜 중환자를 볼 수 있는 병상이 몇 개가 있는지 파악을 해야 하는 겁니다. 이게 몇 개가 있고 이런 환자들이 올 때 어느 병원에 그 가용 병상이 있는지를 알아서 거기로 보내 줄 수 있어야..."]

감염병 확산 시 1차 방어선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을 더 늘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국 중의료권 70곳 가운데 3백 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은 16곳에 이릅니다.

지역간 의료인력 격차도 심각해 서울은 의사 1명당 주민 352명꼴인 반면, 경북은 의사 1명이 769명을 떠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창엽/서울대 보건학대학원 교수 : "20~30만 명 인구 규모에 그래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공병원이, 한 3백 병상 정도의 공공병원이 하나씩은 있는 게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거센 공격에 맞서 1차 방역에 성공한 대한민국, 2차 유행에 대비하려면 중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진료체계까지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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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 코로나 유행’ 대비하려면…“진료체계 정비해야”
    • 입력 2020-05-22 07:32:23
    • 수정2020-05-22 09: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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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맞서는 우리의 보건의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효과적인 중환자 진료를 위한 컨트롤 타워를 수립하고 공공의료를 함께 보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까지 알려진 한국의 코로나 치명률은 2.3% 안팎. 확진자 천 명 가운데 23명이 숨졌다는 뜻인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KBS가 입수한 보건의료 혁신방안 보고서에 나타난 현실은 사뭇 다릅니다. 노인이 많아 코로나에 취약한 유럽국가들보다는 고령화가 아직 덜 진행된 한국의 연령구조를 보정하면 치명률은 2.3%에서 2.8%까지 올라갑니다. 한국의 치명률이 포르투갈과 독일, 스웨덴보다 높아지는 겁니다. [김윤/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 "노인층에서 사망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 비교를 위해서는 반드시 연령구조를 보정해야 하고... 우리나라가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그렇게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환자가 폭증했을 때, 효과적으로 환자를 분류하고 의료 자원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미비해 치명률을 더 낮추지 못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입니다. [박은철/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중환자실 갈 사람, 생활 치료센터에 갈 사람들을 분류하는 작업, 그 다음에 핵심적인 기구·시설들을 우리가 미리 확보해 놓는 것, 이런 게 필요했죠."] 대구에서만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지난 2월 26일. 대구지역 의료진들이 SNS 단체 대화방에 긴급히 모였습니다. 누구보다 진료에 바쁠 의료진이 직접 어디에 언제 환자를 보내야 하는지 일일이 묻고 있는 겁니다. [이지연/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 "입원 대기를 하다가 돌아가셨던 분들도 있으셨고요. 받아 주고 싶어도 음압 병상이 모자라니까 이미 그쪽도 중환자실 포화 상태고 그런 것들이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만여 개에 이르는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운데 실제로 코로나 치료가 가능한 병상이 어디에 얼마나 되는지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 감염병 환자 가운데서도 특히 중환자를 집중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정비가 시급합니다. [홍성진/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 : "진짜 중환자를 볼 수 있는 병상이 몇 개가 있는지 파악을 해야 하는 겁니다. 이게 몇 개가 있고 이런 환자들이 올 때 어느 병원에 그 가용 병상이 있는지를 알아서 거기로 보내 줄 수 있어야..."] 감염병 확산 시 1차 방어선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을 더 늘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국 중의료권 70곳 가운데 3백 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은 16곳에 이릅니다. 지역간 의료인력 격차도 심각해 서울은 의사 1명당 주민 352명꼴인 반면, 경북은 의사 1명이 769명을 떠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창엽/서울대 보건학대학원 교수 : "20~30만 명 인구 규모에 그래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공병원이, 한 3백 병상 정도의 공공병원이 하나씩은 있는 게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거센 공격에 맞서 1차 방역에 성공한 대한민국, 2차 유행에 대비하려면 중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진료체계까지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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