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 전체 ‘천 명 부고’ 실은 뉴욕타임스…“그들이 우리”

입력 2020.05.25 (08:14) 수정 2020.05.2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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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 '오빗(Obit)'은 미국 뉴욕타임스 부고(訃告) 담당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오빗'은 '오비추어리' (Obituary·부고 기사)의 줄임말입니다.

죽은 사람의 생애를 다루는 부고 담당 기자들이 영화 소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가 '작은 평전'으로 불릴만큼 스토리텔링과 정확도 면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만 모은 책이 출간될 정돕니다.

이 책의 편저자는 1988년 뉴욕타임스에 입사해 부고 기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윌리엄 맥도널드인데요,

그는 서문에서 "뉴욕타임스내 부고 담당 부서는 가장 뛰어난 기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이들이 작성하는 기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배포된다"고 밝혔습니다.

어제자 뉴욕타임스 1면입니다.

이례적으로 신문 1면 전체에 부고를 실었습니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이름과 간단한 소개가 지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카이어스 켈리, 코로나와 싸운 간호사.

마이크 필드, 9·11 테러 당시 응급의료요원.

사망자 명단은 미국 내 수백 개 매체의 부고란을 뒤진 끝에 1000명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깨알같이 이름이 박힌 이 머릿기사에는 ‘미국 사망자 10만명 육박, 막대한 손실’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사망자가 10만 명에 육박하기까지, 숫자를 보는 데 지칠대로 지쳤을 독자들에게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편집진의 선택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탈리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식의 부고 기사가 나온 바 있죠,

'죽음의 도시'로 불린 북부 베르가모의 지역 신문 에코 디 베르가모 3월14일자, 부고가 10개 면이나 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는데, 이젠 미국이 더합니다.

미 보스턴글로브지의 지난달 일요판 부고면은 무려 16면이었습니다.

파격적인 그래픽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3월 27일자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린 그래픽은 중하단부 맨 왼쪽단에서 완만하게 오르던 곡선이 오른쪽 끝에서 갑자기 제목 위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신청 추이였습니다.

반대로 5월 9일 자 그래픽은 기사 하단까지 곤두박질치는 형상입니다.

한 달 새 사라진 일자리 숫자, 그러니까 고용률 감소를 나타낸 그래픽입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발 실업난의 심각성을 한 눈에 보여 줬다는 호평이 나왔습니다.

보신 것처럼 미국 전체 사망자는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상황이 심각하지만 미 현충일 연휴를 맞아, 곳곳에서 방역이 느슨해진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미주리 주 수영장 파티 현장입니다.

수영장을 빽빽이 채운 사람들을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말하기가 민망할 정돕니다.

재개장한 해변에도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번엔 골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저 멀리 흰색 야구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이 분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몇 번 몸을 풀더니 골프채를 휘두릅니다.

골프를 즐기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입니다.

트럼프, 여전히 맨 얼굴 노 마스크입니다.

대신 캐디없이 홀로 골프를 쳤고 1인용 카트를 이용했습니다.

평소 '골프광'으로소문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를 중단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4월 3일) : "골프 코스로 나가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길 희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골프채를 잡은 건 거의 두달 반 만인데요,

미국민들에게 일상으로 복귀하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섣부른 행동 아니냐, 이러다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는 것 아니냐 우려가 높은데요,

샌프란시스코 관광 명소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표현한 벽화가 등장했습니다.

트럼프와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슈렉이 절묘하게 합쳐진 그림은 덴마크 코펜하겐에도 등장했습니다.

[벅스/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 : "여러분들은 누가 감염자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항상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코로나19 사망자 천 명은 미국내 전체 사망자의 1%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그들은 단순히 명단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였다"라는 부제가 달렸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하나라는 메시지에서 숙연함이 느껴집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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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5 08:18:06
    • 수정2020-05-25 08: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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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 '오빗(Obit)'은 미국 뉴욕타임스 부고(訃告) 담당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오빗'은 '오비추어리' (Obituary·부고 기사)의 줄임말입니다.

죽은 사람의 생애를 다루는 부고 담당 기자들이 영화 소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가 '작은 평전'으로 불릴만큼 스토리텔링과 정확도 면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만 모은 책이 출간될 정돕니다.

이 책의 편저자는 1988년 뉴욕타임스에 입사해 부고 기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윌리엄 맥도널드인데요,

그는 서문에서 "뉴욕타임스내 부고 담당 부서는 가장 뛰어난 기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이들이 작성하는 기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배포된다"고 밝혔습니다.

어제자 뉴욕타임스 1면입니다.

이례적으로 신문 1면 전체에 부고를 실었습니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이름과 간단한 소개가 지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카이어스 켈리, 코로나와 싸운 간호사.

마이크 필드, 9·11 테러 당시 응급의료요원.

사망자 명단은 미국 내 수백 개 매체의 부고란을 뒤진 끝에 1000명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깨알같이 이름이 박힌 이 머릿기사에는 ‘미국 사망자 10만명 육박, 막대한 손실’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사망자가 10만 명에 육박하기까지, 숫자를 보는 데 지칠대로 지쳤을 독자들에게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편집진의 선택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탈리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식의 부고 기사가 나온 바 있죠,

'죽음의 도시'로 불린 북부 베르가모의 지역 신문 에코 디 베르가모 3월14일자, 부고가 10개 면이나 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는데, 이젠 미국이 더합니다.

미 보스턴글로브지의 지난달 일요판 부고면은 무려 16면이었습니다.

파격적인 그래픽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3월 27일자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린 그래픽은 중하단부 맨 왼쪽단에서 완만하게 오르던 곡선이 오른쪽 끝에서 갑자기 제목 위까지 치솟았습니다.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신청 추이였습니다.

반대로 5월 9일 자 그래픽은 기사 하단까지 곤두박질치는 형상입니다.

한 달 새 사라진 일자리 숫자, 그러니까 고용률 감소를 나타낸 그래픽입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발 실업난의 심각성을 한 눈에 보여 줬다는 호평이 나왔습니다.

보신 것처럼 미국 전체 사망자는 1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상황이 심각하지만 미 현충일 연휴를 맞아, 곳곳에서 방역이 느슨해진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미주리 주 수영장 파티 현장입니다.

수영장을 빽빽이 채운 사람들을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말하기가 민망할 정돕니다.

재개장한 해변에도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번엔 골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저 멀리 흰색 야구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이 분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몇 번 몸을 풀더니 골프채를 휘두릅니다.

골프를 즐기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입니다.

트럼프, 여전히 맨 얼굴 노 마스크입니다.

대신 캐디없이 홀로 골프를 쳤고 1인용 카트를 이용했습니다.

평소 '골프광'으로소문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를 중단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4월 3일) : "골프 코스로 나가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길 희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골프채를 잡은 건 거의 두달 반 만인데요,

미국민들에게 일상으로 복귀하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섣부른 행동 아니냐, 이러다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는 것 아니냐 우려가 높은데요,

샌프란시스코 관광 명소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표현한 벽화가 등장했습니다.

트럼프와 코로나 바이러스, 그리고 슈렉이 절묘하게 합쳐진 그림은 덴마크 코펜하겐에도 등장했습니다.

[벅스/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 : "여러분들은 누가 감염자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항상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코로나19 사망자 천 명은 미국내 전체 사망자의 1%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그들은 단순히 명단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였다"라는 부제가 달렸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하나라는 메시지에서 숙연함이 느껴집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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