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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만 도매시장…대구 수산물 비싼 이유는?
입력 2020.06.03 (07:03) 수정 2020.06.03 (07:56) 취재K
간판만 도매시장…대구 수산물 비싼 이유는?
전국 6대 중앙 수산물도매시장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구 수산물도매시장입니다. 연간 천억 원대의 수산물 거래가 이뤄지는 지역 거점 도매시장이죠. 그런데 이곳의 수산물 평균 가격이 전국 중앙도매시장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사실 혹시 아시나요?

[연관기사] 간판만 도매시장…대구 수산물 전국서 가장 비싼 이유는?

상인들은 그 이유로 고액의 임대료를 꼽았습니다. 우리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중앙도매시장에서 일부 유통 상인들이 불법 전대를 하며 임대료를 거둔다는 겁니다. 상인들은 이 임대료를 부담하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도매시장이라고 하면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으로 농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작 그 이면에는 불법 행위부터 소비자 기만까지 상식과 맞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월 천5백만 원 임대료에 법정의무 위반까지


우선 상인들이 냈다고 주장하는 임대료를 확인해봤습니다. 저마다 제각각이었지만 상인 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대료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지난 한 해 19억 8천만 원을 소속 회사에 건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돈거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이른바 '농안법'상 모두 불법입니다.

불법행위는 더 있습니다. 원래 중앙도매시장 내 상인들은 판매 행위만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독자적인 판매 영업은 할 수 없고,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서만 판매 영업을 해야 합니다. 회사가 산지나 거래처에서 수산물을 사오면, 상인들은 정말 팔기만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상인들은 산지나 거래처의 수산물 수집부터 독자적인 판매 영업까지 전부 다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시발점은 10여 년 전 대구시의 '시장도매인' 제도



불법이 판을 치고 있는데 어떻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된 건 대구시가 '시장도매인' 제도를 도입한 2008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중앙도매시장은 '농안법'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을 두고 운영을 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대구시는 법률과 별도로 조례를 만들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을 합친 '시장도매인'을 도입하고 경매과정을 생략했습니다. 시장 내 경매를 없애서, 즉 유통 단계를 줄여서 가격을 낮추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저렴한 수산물을 판매하겠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 건 차치하고서라도, 시장도매인을 도입하면서 없애기로 했던 중도매인조차 사실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도를 도입했던 2008년 당시 대구시가 도매시장법인 2곳을 시장도매인으로 지정하면서 중도매인들을 소속 직원으로 의무 고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불만을 막기 위해서였죠. 결국, 중도매인은 외형상 사라졌을 뿐 시장도매인과 고용계약을 맺고 뒤로는 독자 영업을 계속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도매인이 각종 업무를 부담하며 고용자인 시장도매인에게 자릿세를 내는 관행이 시작됐습니다. 시장도매인과 고용계약을 맺지 않으면 영업할 수 없는 구조가 되면서 시장도매인의 권한이 막강해졌기 때문입니다.

■담당 공무원 퇴직하자 사장 자리로…관피아 의혹까지

만연한 불탈법에도 관리 감독기관인 대구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도매시장 관리 감독을 전담하는 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이 퇴직 후 시장도매인 사장으로 재취업해 유착 의혹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전직 대구시의원이 부사장으로 앉기도 했습니다.


■10년 넘은 위법 운영에도 '과도기'라는 대구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6월 도매시장법인과 경매상장 없이 운영되는 중앙도매시장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대구시에 개선명령을 내렸습니다. 대구시가 법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을 다시 만들거나 중앙도매시장 직위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데요. 대구시가 이에 불복하고 있는 데다 해수부 개선명령에 벌칙 조항도 없다 보니 개선대책은 사실 재빠르게 나오려야 나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많은 이해관계가 오랜 기간 얽혀 있다 보니 해수부도 대구시도 즉각적인 해결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다수 시장 관계자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당초 제도를 도입했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례로 대구시가 조례로 정해놓은 것처럼 시장도매인의 수를 2~3개가 아닌 최대 15개까지로 늘려 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요. 2023년까지로 예정된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용역에 수산시장 운영 문제 해결을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사실 KBS의 취재가 시작되자 대구시는 '과도기'일 뿐이라며 취재를 삼가달라고 요청했었는데요. 10년 넘게 과도기인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관리 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이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에 매우 놀랐습니다.

제도적 개선과 함께 오랜 관행에 무뎌진 듯한 관리 감독 기관의 백태 역시 개선돼야 비로소 문제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취재 결과 내린 결론입니다.
  • 간판만 도매시장…대구 수산물 비싼 이유는?
    • 입력 2020.06.03 (07:03)
    • 수정 2020.06.03 (07:56)
    취재K
간판만 도매시장…대구 수산물 비싼 이유는?
전국 6대 중앙 수산물도매시장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구 수산물도매시장입니다. 연간 천억 원대의 수산물 거래가 이뤄지는 지역 거점 도매시장이죠. 그런데 이곳의 수산물 평균 가격이 전국 중앙도매시장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사실 혹시 아시나요?

[연관기사] 간판만 도매시장…대구 수산물 전국서 가장 비싼 이유는?

상인들은 그 이유로 고액의 임대료를 꼽았습니다. 우리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중앙도매시장에서 일부 유통 상인들이 불법 전대를 하며 임대료를 거둔다는 겁니다. 상인들은 이 임대료를 부담하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도매시장이라고 하면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으로 농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작 그 이면에는 불법 행위부터 소비자 기만까지 상식과 맞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월 천5백만 원 임대료에 법정의무 위반까지


우선 상인들이 냈다고 주장하는 임대료를 확인해봤습니다. 저마다 제각각이었지만 상인 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대료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지난 한 해 19억 8천만 원을 소속 회사에 건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돈거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이른바 '농안법'상 모두 불법입니다.

불법행위는 더 있습니다. 원래 중앙도매시장 내 상인들은 판매 행위만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독자적인 판매 영업은 할 수 없고,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서만 판매 영업을 해야 합니다. 회사가 산지나 거래처에서 수산물을 사오면, 상인들은 정말 팔기만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상인들은 산지나 거래처의 수산물 수집부터 독자적인 판매 영업까지 전부 다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시발점은 10여 년 전 대구시의 '시장도매인' 제도



불법이 판을 치고 있는데 어떻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된 건 대구시가 '시장도매인' 제도를 도입한 2008년으로 거슬러 갑니다. 중앙도매시장은 '농안법'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을 두고 운영을 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대구시는 법률과 별도로 조례를 만들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을 합친 '시장도매인'을 도입하고 경매과정을 생략했습니다. 시장 내 경매를 없애서, 즉 유통 단계를 줄여서 가격을 낮추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저렴한 수산물을 판매하겠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 건 차치하고서라도, 시장도매인을 도입하면서 없애기로 했던 중도매인조차 사실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도를 도입했던 2008년 당시 대구시가 도매시장법인 2곳을 시장도매인으로 지정하면서 중도매인들을 소속 직원으로 의무 고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불만을 막기 위해서였죠. 결국, 중도매인은 외형상 사라졌을 뿐 시장도매인과 고용계약을 맺고 뒤로는 독자 영업을 계속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도매인이 각종 업무를 부담하며 고용자인 시장도매인에게 자릿세를 내는 관행이 시작됐습니다. 시장도매인과 고용계약을 맺지 않으면 영업할 수 없는 구조가 되면서 시장도매인의 권한이 막강해졌기 때문입니다.

■담당 공무원 퇴직하자 사장 자리로…관피아 의혹까지

만연한 불탈법에도 관리 감독기관인 대구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도매시장 관리 감독을 전담하는 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이 퇴직 후 시장도매인 사장으로 재취업해 유착 의혹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전직 대구시의원이 부사장으로 앉기도 했습니다.


■10년 넘은 위법 운영에도 '과도기'라는 대구시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6월 도매시장법인과 경매상장 없이 운영되는 중앙도매시장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대구시에 개선명령을 내렸습니다. 대구시가 법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을 다시 만들거나 중앙도매시장 직위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데요. 대구시가 이에 불복하고 있는 데다 해수부 개선명령에 벌칙 조항도 없다 보니 개선대책은 사실 재빠르게 나오려야 나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많은 이해관계가 오랜 기간 얽혀 있다 보니 해수부도 대구시도 즉각적인 해결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다수 시장 관계자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당초 제도를 도입했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례로 대구시가 조례로 정해놓은 것처럼 시장도매인의 수를 2~3개가 아닌 최대 15개까지로 늘려 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요. 2023년까지로 예정된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용역에 수산시장 운영 문제 해결을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사실 KBS의 취재가 시작되자 대구시는 '과도기'일 뿐이라며 취재를 삼가달라고 요청했었는데요. 10년 넘게 과도기인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관리 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이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에 매우 놀랐습니다.

제도적 개선과 함께 오랜 관행에 무뎌진 듯한 관리 감독 기관의 백태 역시 개선돼야 비로소 문제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취재 결과 내린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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