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과 코로나19 팬데믹 ‘반드시 달라야한다’

입력 2020.06.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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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점 :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결과를 보일 것"

1929년부터 32년까지, 대공황 이후 약 3년간 GDP가 거의 반 토막이 났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경기의 후퇴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인류가 겪어야 할 경제성장의 후퇴 역시 거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OECD는 이미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중국마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MF는 다음 주 수정 전망을 내놓을 예정인데, 지난번 전망 -3%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전망 자체도 석 달 전과 비교하면 6%p 이상 낮춘 것이었는데, 거기서 또 대폭 하향조정을 할 것이란 이야깁니다.

다른 점 1. 대공황 당시엔 GDP라는 발명품이 없었다... 위기를 관찰할 방법 잘 몰랐다

GDP를 기준으로 경제성과를 확인하는 게 지금은 너무 당연하지만, 대공황 당시엔 안 그랬습니다. '경제 전체 규모를 측정한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이걸 아는 게 뭐가 의미가 있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같은 게 뭔 소용이냐 할 수도 있습니다만, 소용이 있습니다.


몰라서 피해가 더 혹독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국민소득 National Income, 1929~1932>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건 1934년입니다. 이 기간에 미국 국민소득의 약 절반이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그때까지 햇수로 6년간, 국가는 대공황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였고, 어느 부문에 집중되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단 이야기입니다. (이 보고서, 훗날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사이먼 쿠즈네츠가 썼고, 그래서 국민소득을 쿠즈네츠의 '발명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은 모든 경제 수치가 실시간 집계, 발표됩니다. 열흘 단위로 수출입 물량이 나오고, 매달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조사됩니다. 분기 단위로 GDP 성장률이 실시간으로 나오는 지금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시절입니다.

다른 점 2. '정부 역할의 중요성' 역시 대공황 당시에는 바로 알지 못했다

사실 대공황을 촉발한 뉴욕 증시의 폭락, 금융의 붕괴 자체가 지금처럼 '유동성을 공급'했다면 당시와 같은 재앙적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방법 있단 걸 몰랐죠. 마찬가지로 이후 이어진 대침체에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대공황 당시에는 잘 몰랐습니다.

하여튼, 수년이 지나 30년대 미국의 경제 담당자들도 국민소득을 통해 경제를 파악하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국민소득이 가르쳐준 건 전체 경제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았나, 도 수치로 입증됐습니다. 자본가들보다 노동자가, 노동자 중에서도 육체노동 근로자의 피해가 극심했단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제 대책이 나오겠지요. 이때 나오는 게 뉴딜입니다.


물론 위기 극복을 위한 뉴딜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었지만, 이 시기 집권한 루스벨트의 뉴딜은 '노동 뉴딜' 측면에서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공정노동관계법과 같은 노동자 보호 강화법안이 나옵니다.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고 실업보험을 적용하고 극빈 장애인 부조도 등장합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노동자를 보호함으로써 자본주의를 지키겠다는 선언입니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36년 79%를 거쳐 42년 88%, 전쟁 중인 44년엔 94%까지 오릅니다. 국가가 추상같이 나서서 시장의 실패를 극복할 과감한 계획을 꾸린 겁니다.

국가의 역할이 변곡점을 맞게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전까지 경제는 어디까지나 민간의 영역이라고 여겨졌었습니다. 심지어 첫 국민소득 보고서엔 '정부지출' 부분이 없습니다. 나중에 저 유명한 '케인스' 선생이 "정부 부문을 빼면 세금을 걷어 정부가 벌인 사업의 효과가 반영이 안 된다"며 정부 부문을 국민소득 측정에 집어넣자고 한 뒤에야 계산하죠. 근본적 변화가 시작된 겁니다.

정부 개입을 통해 시장의 실패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 역시 대공황 5~6년이 지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힘을 얻기 시작한 겁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전 세계 석학과 정부, 그리고 중앙은행과 글로벌 국제기구들이 일치단결해서 시장을 지켜내려 수많은 방법을 동원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달라야 하는 점 : '나만 살겠다'로 흘러선 안 돼

그래서 지금 우리가 겪는 충격은 대공황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 충격의 측면에서 회복이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으르렁거립니다. 이 갈등이 언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제무역의 퇴조 역시 불가피해 보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파국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공황 이후에 무엇이 있었는지 우리는 기억합니다. 공황의 파국을 헤쳐나갈 수 없었던 나라들은 파시즘으로 치달았고, 국가자본주의-군국주의로 치닫기도 합니다. 2차대전으로 가는 길이 열리죠.

당시 변화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근 궁핍화 전략 Beggar-Thy Neighbor Policy'라 불리는 '나만 살고 볼래'식 태도가 전 세계에 확산한 점입니다. 수출하려고 자국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트립니다. (그럼 우리나라 물건의 수출 가격이 싸지니 수출이 잘 되는 거죠) 관세를 인상합니다. 자기 경제블록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무역합니다. 당장 이익이 될 것 같지만,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지금 미·중의 갈등이, 각국의 자국 통화 평가 절하 움직임이, 또 전략적 이익을 거론하며 무역에 빗장을 거는 태도가 당시의 움직임과 유사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불평등입니다. 이 같은 자국 이기주의는 갈등 수위를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가중하기 때문입니다.

국제무역의 혜택을 받는 집단, 가장 가난한 국가이고 또 국가 안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무역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생필품을 더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무역이 가로막히면 불평등은 확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IMF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우리 시대가 전염병으로 인해 '더 가난한 자가 많아지고. 더 분열되고, 무역이 퇴조한 시대'로 기억되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공황과 코로나19 팬데믹에는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달라야 하는 점입니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은 우리는 대공황과 다른 결과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나만 살겠다'로 흘러선 안 되겠죠.

IMF 총재는 G20 차원의 노력을 강조하며 다음 의장국이 되는 이탈리아에 1. 글로벌 무역의 지속을 위한 노력 2. 디지털 세금의 도입을 위한 노력 3. 각국의 엄청난 채무가 지속할 수 있게 될 수 있도록 하는 논의에 힘써줄 것을 주문했는데요. IMF 총재의 조언과 생각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기사에서 좀 더 확인해보시죠.

[연관기사] “IMF 총재가 일주일에 두 번 당부한 것”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70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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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공황’과 코로나19 팬데믹 ‘반드시 달라야한다’
    • 입력 2020-06-16 08:02:07
    취재K
같은 점 :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결과를 보일 것"

1929년부터 32년까지, 대공황 이후 약 3년간 GDP가 거의 반 토막이 났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경기의 후퇴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인류가 겪어야 할 경제성장의 후퇴 역시 거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OECD는 이미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중국마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MF는 다음 주 수정 전망을 내놓을 예정인데, 지난번 전망 -3%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전망 자체도 석 달 전과 비교하면 6%p 이상 낮춘 것이었는데, 거기서 또 대폭 하향조정을 할 것이란 이야깁니다.

다른 점 1. 대공황 당시엔 GDP라는 발명품이 없었다... 위기를 관찰할 방법 잘 몰랐다

GDP를 기준으로 경제성과를 확인하는 게 지금은 너무 당연하지만, 대공황 당시엔 안 그랬습니다. '경제 전체 규모를 측정한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이걸 아는 게 뭐가 의미가 있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같은 게 뭔 소용이냐 할 수도 있습니다만, 소용이 있습니다.


몰라서 피해가 더 혹독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국민소득 National Income, 1929~1932>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건 1934년입니다. 이 기간에 미국 국민소득의 약 절반이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그때까지 햇수로 6년간, 국가는 대공황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였고, 어느 부문에 집중되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단 이야기입니다. (이 보고서, 훗날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사이먼 쿠즈네츠가 썼고, 그래서 국민소득을 쿠즈네츠의 '발명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은 모든 경제 수치가 실시간 집계, 발표됩니다. 열흘 단위로 수출입 물량이 나오고, 매달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조사됩니다. 분기 단위로 GDP 성장률이 실시간으로 나오는 지금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시절입니다.

다른 점 2. '정부 역할의 중요성' 역시 대공황 당시에는 바로 알지 못했다

사실 대공황을 촉발한 뉴욕 증시의 폭락, 금융의 붕괴 자체가 지금처럼 '유동성을 공급'했다면 당시와 같은 재앙적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방법 있단 걸 몰랐죠. 마찬가지로 이후 이어진 대침체에 '누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대공황 당시에는 잘 몰랐습니다.

하여튼, 수년이 지나 30년대 미국의 경제 담당자들도 국민소득을 통해 경제를 파악하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국민소득이 가르쳐준 건 전체 경제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았나, 도 수치로 입증됐습니다. 자본가들보다 노동자가, 노동자 중에서도 육체노동 근로자의 피해가 극심했단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제 대책이 나오겠지요. 이때 나오는 게 뉴딜입니다.


물론 위기 극복을 위한 뉴딜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었지만, 이 시기 집권한 루스벨트의 뉴딜은 '노동 뉴딜' 측면에서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공정노동관계법과 같은 노동자 보호 강화법안이 나옵니다.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고 실업보험을 적용하고 극빈 장애인 부조도 등장합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노동자를 보호함으로써 자본주의를 지키겠다는 선언입니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36년 79%를 거쳐 42년 88%, 전쟁 중인 44년엔 94%까지 오릅니다. 국가가 추상같이 나서서 시장의 실패를 극복할 과감한 계획을 꾸린 겁니다.

국가의 역할이 변곡점을 맞게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전까지 경제는 어디까지나 민간의 영역이라고 여겨졌었습니다. 심지어 첫 국민소득 보고서엔 '정부지출' 부분이 없습니다. 나중에 저 유명한 '케인스' 선생이 "정부 부문을 빼면 세금을 걷어 정부가 벌인 사업의 효과가 반영이 안 된다"며 정부 부문을 국민소득 측정에 집어넣자고 한 뒤에야 계산하죠. 근본적 변화가 시작된 겁니다.

정부 개입을 통해 시장의 실패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 역시 대공황 5~6년이 지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힘을 얻기 시작한 겁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전 세계 석학과 정부, 그리고 중앙은행과 글로벌 국제기구들이 일치단결해서 시장을 지켜내려 수많은 방법을 동원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달라야 하는 점 : '나만 살겠다'로 흘러선 안 돼

그래서 지금 우리가 겪는 충격은 대공황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 충격의 측면에서 회복이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으르렁거립니다. 이 갈등이 언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제무역의 퇴조 역시 불가피해 보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파국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공황 이후에 무엇이 있었는지 우리는 기억합니다. 공황의 파국을 헤쳐나갈 수 없었던 나라들은 파시즘으로 치달았고, 국가자본주의-군국주의로 치닫기도 합니다. 2차대전으로 가는 길이 열리죠.

당시 변화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근 궁핍화 전략 Beggar-Thy Neighbor Policy'라 불리는 '나만 살고 볼래'식 태도가 전 세계에 확산한 점입니다. 수출하려고 자국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트립니다. (그럼 우리나라 물건의 수출 가격이 싸지니 수출이 잘 되는 거죠) 관세를 인상합니다. 자기 경제블록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무역합니다. 당장 이익이 될 것 같지만,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지금 미·중의 갈등이, 각국의 자국 통화 평가 절하 움직임이, 또 전략적 이익을 거론하며 무역에 빗장을 거는 태도가 당시의 움직임과 유사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불평등입니다. 이 같은 자국 이기주의는 갈등 수위를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가중하기 때문입니다.

국제무역의 혜택을 받는 집단, 가장 가난한 국가이고 또 국가 안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무역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생필품을 더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무역이 가로막히면 불평등은 확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IMF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우리 시대가 전염병으로 인해 '더 가난한 자가 많아지고. 더 분열되고, 무역이 퇴조한 시대'로 기억되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공황과 코로나19 팬데믹에는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달라야 하는 점입니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은 우리는 대공황과 다른 결과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나만 살겠다'로 흘러선 안 되겠죠.

IMF 총재는 G20 차원의 노력을 강조하며 다음 의장국이 되는 이탈리아에 1. 글로벌 무역의 지속을 위한 노력 2. 디지털 세금의 도입을 위한 노력 3. 각국의 엄청난 채무가 지속할 수 있게 될 수 있도록 하는 논의에 힘써줄 것을 주문했는데요. IMF 총재의 조언과 생각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기사에서 좀 더 확인해보시죠.

[연관기사] “IMF 총재가 일주일에 두 번 당부한 것”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70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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