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프듀’투표 조작이 부정 선거의 증거라고?

입력 2020.06.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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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투표조작으로 구속된 프로듀스101 PD가 알고 보니 중앙선관위 투표시스템을 사용했다!"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법이 '프로듀스101'(이하 프듀) 순위조작'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안준영 PD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3천700만 원, 김용범 CP에게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유튜브와 오픈 채팅방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이런 내용이 퍼지고 있습니다.

프듀는 시청자와 방청객의 온라인투표와 문자투표 결과를 반영해 가수 데뷔 멤버를 선정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2016년부터 2019년 7월까지 네 개 시즌에 걸쳐 방송돼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러나 투표결과 조작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지망생들과 팬들에게 큰 상처를 줬습니다. [연관 기사]“시청자 투표 중요성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프듀'PD 징역 2년

그런데 이 조작사건의 불똥이 4.15 총선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듀'의 투표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PD와 CP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시스템(K-voting)을 이용했다.", 그래서 "4.15 총선 역시 그렇게 보안에 취약한 시스템을 이용한 조작 선거"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프듀 투표 조작'에 활용된 선관위 시스템이 4.15총선에 활용된 시스템과 같거나 최소한 어느 정도 연결돼 있다는 식의 논리인데요. 이 주장,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온라인 유통 글 내용 일부 캡처. 본문에 '생방송 투표 진행 당시 화면'이라고 써 있지만, CJ ENM 측에 확인해본 결과 사전녹화된 현장투표 영상이었음. 온라인 유통 글 내용 일부 캡처. 본문에 '생방송 투표 진행 당시 화면'이라고 써 있지만, CJ ENM 측에 확인해본 결과 사전녹화된 현장투표 영상이었음.

1. K-voting은 어떤 시스템?

우선, 문제로 지적된 K-voting 시스템에 대해 알아볼까요? K-voting은 2013년 10월 도입된 선관위의 온라인투표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이용 신청은 기관과 단체 모두 가능합니다. 중앙선관위 온라인 투표시스템 웹페이지(pub.kvoting.go.kr)에서 할 수 있습니다.이용신청서와 선거인 명부를 제출하면 선관위 승인 과정을 거쳐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서비스 신청이 승인되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URL 링크가 발송되고, 유권자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바로 투표할 수 있습니다.종료 후, 온라인에서 결과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 학생회 선거나 아파트 동대표 선거, 정당 대표 경선 등 민간과 공공영역에서 K-voting시스템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각종 보안기술을 적용해 해킹을 차단하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관위는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9천 건의 온라인투표 지원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2. '프듀'PD는 K-voting 시스템을 해킹했나?

그렇다면, 프듀 제작진은 K-voting 시스템을 얼마나 활용했을까요?

선관위는 당시 접수된 자료를 살펴본 결과 "시즌1-1차 예선 방청객 현장투표에서만 K-voting 시스템이 이용됐다."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투표는 현장에 참석한 방청객 1천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사전 녹화방송이었습니다. 일단 선관위로부터 선거인 명부를 승인받아야 하는 K-voting은 누가, 몇 명이나 투표할지 알 수 없는 시청자 투표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PD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했는지가 중요하겠죠. 그 과정에서 시스템이 얼마만큼 악용됐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법원의 1심 판결문과 CJ ENM 측의 설명을 종합해 조작 수법을 따져봤습니다.

프로듀스101 시즌1 첫방송 홍보 자료 이미지프로듀스101 시즌1 첫방송 홍보 자료 이미지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2016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4개 시즌에 걸쳐 방송됐습니다. 법원은 모든 시즌에서 조작이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소된 김 CP와 안 PD 등은 프로듀스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투표녹화방송으로 진행된 방청객 현장투표, 생방송으로 진행된 시청자 문자투표 득표수를 조작했습니다.

3. '프듀'PD 조작 수법을 보니…."선관위 시스템과는 무관"

다만 이들은 투표 시스템과는 무관하게 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4.15총선 조작설을 주장하는 측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투표 시스템을 해킹하거나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방식 등으로 결괏값을 조작한 게 아닙니다. 이미 집계된 투표 결과를 받아본 PD가 직접 수치를 고쳐 제작진에게 전달한 겁니다.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건 녹화방송이건 생방송이건 간에 투표 결과 집계 후 방송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화방송의 경우 투표 결과는 짧게는 2~3일, 길게는 6~7일 후에 방송됐습니다. 각 시즌을 마감하는 최종 생방송 현장에서의 투표 결과를 조작한 경우도 3차례 있었지만, 집계 후 광고를 내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시차를 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 동안, 안 PD 등은 내정해둔 데뷔 멤버들의 실제 투표 결괏값에 미리 정해놓은 득표 비율을 곱하는 등의 방법으로 결과를 조작했습니다. 순위권 안에 있는 연습생을 탈락시키고 순위권 밖에 있던 연습생을 순위권 내로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검찰과 안 PD 모두 항소한 상황이지만,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서는 안 PD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 [결론]

그러니까 한마디로 프듀 투표 조작 사건은 선관위의 온라인투표서비스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선관위 시스템이 프듀 PD가 조작할 정도로 허술했고, 이 조작 사례가 4.15 총선 조작의 증거"라는 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취재지원: 노수아 / 팩트체크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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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프듀’투표 조작이 부정 선거의 증거라고?
    • 입력 2020-06-20 09:00:03
    팩트체크K
"충격! 투표조작으로 구속된 프로듀스101 PD가 알고 보니 중앙선관위 투표시스템을 사용했다!"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법이 '프로듀스101'(이하 프듀) 순위조작'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안준영 PD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3천700만 원, 김용범 CP에게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유튜브와 오픈 채팅방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이런 내용이 퍼지고 있습니다.

프듀는 시청자와 방청객의 온라인투표와 문자투표 결과를 반영해 가수 데뷔 멤버를 선정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2016년부터 2019년 7월까지 네 개 시즌에 걸쳐 방송돼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러나 투표결과 조작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지망생들과 팬들에게 큰 상처를 줬습니다. [연관 기사]“시청자 투표 중요성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프듀'PD 징역 2년

그런데 이 조작사건의 불똥이 4.15 총선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듀'의 투표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PD와 CP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시스템(K-voting)을 이용했다.", 그래서 "4.15 총선 역시 그렇게 보안에 취약한 시스템을 이용한 조작 선거"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프듀 투표 조작'에 활용된 선관위 시스템이 4.15총선에 활용된 시스템과 같거나 최소한 어느 정도 연결돼 있다는 식의 논리인데요. 이 주장,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온라인 유통 글 내용 일부 캡처. 본문에 '생방송 투표 진행 당시 화면'이라고 써 있지만, CJ ENM 측에 확인해본 결과 사전녹화된 현장투표 영상이었음.
1. K-voting은 어떤 시스템?

우선, 문제로 지적된 K-voting 시스템에 대해 알아볼까요? K-voting은 2013년 10월 도입된 선관위의 온라인투표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이용 신청은 기관과 단체 모두 가능합니다. 중앙선관위 온라인 투표시스템 웹페이지(pub.kvoting.go.kr)에서 할 수 있습니다.이용신청서와 선거인 명부를 제출하면 선관위 승인 과정을 거쳐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서비스 신청이 승인되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URL 링크가 발송되고, 유권자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바로 투표할 수 있습니다.종료 후, 온라인에서 결과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 학생회 선거나 아파트 동대표 선거, 정당 대표 경선 등 민간과 공공영역에서 K-voting시스템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각종 보안기술을 적용해 해킹을 차단하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관위는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9천 건의 온라인투표 지원이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2. '프듀'PD는 K-voting 시스템을 해킹했나?

그렇다면, 프듀 제작진은 K-voting 시스템을 얼마나 활용했을까요?

선관위는 당시 접수된 자료를 살펴본 결과 "시즌1-1차 예선 방청객 현장투표에서만 K-voting 시스템이 이용됐다."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투표는 현장에 참석한 방청객 1천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사전 녹화방송이었습니다. 일단 선관위로부터 선거인 명부를 승인받아야 하는 K-voting은 누가, 몇 명이나 투표할지 알 수 없는 시청자 투표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PD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했는지가 중요하겠죠. 그 과정에서 시스템이 얼마만큼 악용됐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법원의 1심 판결문과 CJ ENM 측의 설명을 종합해 조작 수법을 따져봤습니다.

프로듀스101 시즌1 첫방송 홍보 자료 이미지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2016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4개 시즌에 걸쳐 방송됐습니다. 법원은 모든 시즌에서 조작이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소된 김 CP와 안 PD 등은 프로듀스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투표녹화방송으로 진행된 방청객 현장투표, 생방송으로 진행된 시청자 문자투표 득표수를 조작했습니다.

3. '프듀'PD 조작 수법을 보니…."선관위 시스템과는 무관"

다만 이들은 투표 시스템과는 무관하게 조작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4.15총선 조작설을 주장하는 측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투표 시스템을 해킹하거나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방식 등으로 결괏값을 조작한 게 아닙니다. 이미 집계된 투표 결과를 받아본 PD가 직접 수치를 고쳐 제작진에게 전달한 겁니다.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건 녹화방송이건 생방송이건 간에 투표 결과 집계 후 방송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화방송의 경우 투표 결과는 짧게는 2~3일, 길게는 6~7일 후에 방송됐습니다. 각 시즌을 마감하는 최종 생방송 현장에서의 투표 결과를 조작한 경우도 3차례 있었지만, 집계 후 광고를 내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시차를 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 동안, 안 PD 등은 내정해둔 데뷔 멤버들의 실제 투표 결괏값에 미리 정해놓은 득표 비율을 곱하는 등의 방법으로 결과를 조작했습니다. 순위권 안에 있는 연습생을 탈락시키고 순위권 밖에 있던 연습생을 순위권 내로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검찰과 안 PD 모두 항소한 상황이지만,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서는 안 PD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 [결론]

그러니까 한마디로 프듀 투표 조작 사건은 선관위의 온라인투표서비스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선관위 시스템이 프듀 PD가 조작할 정도로 허술했고, 이 조작 사례가 4.15 총선 조작의 증거"라는 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취재지원: 노수아 / 팩트체크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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