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평생 놀아도 되는데…왜 화성탐사를 하는걸까?

입력 2020.07.24 (05:00) 수정 2020.07.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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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들이 화성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6년 전인 2014년, 전 세계 우주과학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합니다. 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나온 발표 때문이었는데요.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가 "2021년까지 우리는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라고 깜짝 발표한 겁니다.

우주산업이 그렇듯이 화성 탐사선은 고도의 우주과학 기술이 집약돼야만 가능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지금껏 탐사선을 발사한 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까지 6개 국가뿐이었고, 이 가운데 목적한 궤도에 탐사선을 안착시킨 나라는 미국과 EU 2개국뿐이었습니다.

만약 UAE가 목표대로 탐사선을 발사한다면 아랍권 최초의 화성 탐사가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진취적인 발표를 듣고 다른 나라들은 왜 코웃음을 쳤을까요. 다른 나라의 반응을 이해하려면 UAE라는 나라를 살펴봐야 합니다.

■ 우주산업 불모지에서 나타난 '여성의 힘'

UAE는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한 신생국입니다. 인구는 천만 명도 채 안 되죠. 우주연구 역사도, 우주과학 전문가도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미국의 나사 같은 독립적인 우주 연구기관이 없는 건 물론이고, 행정 전문 과학자도 없었습니다. 전 세계 우주과학계에서는 사실상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뜬금없이 '화성 탐사' 계획을 들고 나온 겁니다.

다른 나라의 냉소 속에 UAE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갑니다. 우선 자신들의 경험 부족을 인정하고, 미국 연구진 옆에 UAE 엔지니어들이 붙어 집중 교육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여성 연구진들의 활약이 컸는데요. 이번 화성탐사선 프로젝트에서도 여성 참여 비율이 34%에 이릅니다. 여성에게 유독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특히 현재 탐사선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은 2017년 30살로 취임한 사라 알 아미리입니다. 젊은 여성 과학자였던 그가 일약 장관직에 오르며 UAE의 화성 탐사는 명실상부 여성이 주축이 됩니다.

■ 발표 6년 만에 탐사선 발사 성공

UAE는 2018년 자체 설계 제작한 인공위성 '칼리파샛'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며 화상 탐사 계획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는데요.

결국, 지난 20일 오전 6시 58분 화성탐사선 '아말'을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합니다. 기상 악화로 두 차례 발사가 연기된 끝에 이룬 성공이라 더욱 값졌습니다. 아말은 아랍어로 '희망'을 뜻합니다.

참고기사 ☞ ‘중동 소국’ UAE, 아랍권 첫 화성탐사선 ‘아말’ 발사

화성 탐사선 '아말'화성 탐사선 '아말'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끝없이 솟아나는 '오일머니'를 가진 UAE가 굳이 어려운 항공우주 산업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요. 우스갯소리로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인 UAE가 말입니다.

■ 화성 탐사 계획 진짜 목표는?

옴란 샤라프 화성 프로젝트 총괄은 발사에 앞서 가진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화성 탐사의 목적은 어린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 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 산업 육성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라 국민들에게 미래를 향한 비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걸프만을 접하고 있는 UAE는 원래 바다를 벗 삼던 어업국가였습니다. 그러나 땅속에서 발견된 엄청난 양의 원유가 UAE와 국민을 바꿔놨죠. 지나치게 풍족한 복지에 취한 이들은, 어렵거나 힘든 일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맡긴 채 의욕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1년은 UAE의 건국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부가 보장하는 각종 보조금에 젖어드는 국민들을 보며 알막툼 총리가 내린 결정이 저 머나먼 우주로 '희망'을 쏘아 올리는 것이었을까요.

이제 '아말'은 예정대로라면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아말이 성공적으로 화성 궤도에 안착하면 화성 시간으로 1년(687일)간 55시간마다 한 차례씩 화성을 공전하면서 상 하층부 대기 측정, 화성 표면 관측·촬영 등 과학 임무를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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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4 05:00:20
    • 수정2020-07-24 05:00:28
    취재K

■ 당신들이 화성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6년 전인 2014년, 전 세계 우주과학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합니다. 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나온 발표 때문이었는데요.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가 "2021년까지 우리는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라고 깜짝 발표한 겁니다.

우주산업이 그렇듯이 화성 탐사선은 고도의 우주과학 기술이 집약돼야만 가능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지금껏 탐사선을 발사한 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까지 6개 국가뿐이었고, 이 가운데 목적한 궤도에 탐사선을 안착시킨 나라는 미국과 EU 2개국뿐이었습니다.

만약 UAE가 목표대로 탐사선을 발사한다면 아랍권 최초의 화성 탐사가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진취적인 발표를 듣고 다른 나라들은 왜 코웃음을 쳤을까요. 다른 나라의 반응을 이해하려면 UAE라는 나라를 살펴봐야 합니다.

■ 우주산업 불모지에서 나타난 '여성의 힘'

UAE는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한 신생국입니다. 인구는 천만 명도 채 안 되죠. 우주연구 역사도, 우주과학 전문가도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미국의 나사 같은 독립적인 우주 연구기관이 없는 건 물론이고, 행정 전문 과학자도 없었습니다. 전 세계 우주과학계에서는 사실상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뜬금없이 '화성 탐사' 계획을 들고 나온 겁니다.

다른 나라의 냉소 속에 UAE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갑니다. 우선 자신들의 경험 부족을 인정하고, 미국 연구진 옆에 UAE 엔지니어들이 붙어 집중 교육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여성 연구진들의 활약이 컸는데요. 이번 화성탐사선 프로젝트에서도 여성 참여 비율이 34%에 이릅니다. 여성에게 유독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특히 현재 탐사선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은 2017년 30살로 취임한 사라 알 아미리입니다. 젊은 여성 과학자였던 그가 일약 장관직에 오르며 UAE의 화성 탐사는 명실상부 여성이 주축이 됩니다.

■ 발표 6년 만에 탐사선 발사 성공

UAE는 2018년 자체 설계 제작한 인공위성 '칼리파샛'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며 화상 탐사 계획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는데요.

결국, 지난 20일 오전 6시 58분 화성탐사선 '아말'을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합니다. 기상 악화로 두 차례 발사가 연기된 끝에 이룬 성공이라 더욱 값졌습니다. 아말은 아랍어로 '희망'을 뜻합니다.

참고기사 ☞ ‘중동 소국’ UAE, 아랍권 첫 화성탐사선 ‘아말’ 발사

화성 탐사선 '아말'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끝없이 솟아나는 '오일머니'를 가진 UAE가 굳이 어려운 항공우주 산업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요. 우스갯소리로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인 UAE가 말입니다.

■ 화성 탐사 계획 진짜 목표는?

옴란 샤라프 화성 프로젝트 총괄은 발사에 앞서 가진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화성 탐사의 목적은 어린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 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 산업 육성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라 국민들에게 미래를 향한 비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걸프만을 접하고 있는 UAE는 원래 바다를 벗 삼던 어업국가였습니다. 그러나 땅속에서 발견된 엄청난 양의 원유가 UAE와 국민을 바꿔놨죠. 지나치게 풍족한 복지에 취한 이들은, 어렵거나 힘든 일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맡긴 채 의욕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1년은 UAE의 건국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부가 보장하는 각종 보조금에 젖어드는 국민들을 보며 알막툼 총리가 내린 결정이 저 머나먼 우주로 '희망'을 쏘아 올리는 것이었을까요.

이제 '아말'은 예정대로라면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아말이 성공적으로 화성 궤도에 안착하면 화성 시간으로 1년(687일)간 55시간마다 한 차례씩 화성을 공전하면서 상 하층부 대기 측정, 화성 표면 관측·촬영 등 과학 임무를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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