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알린 교사가 고소 당한 사연…용기 낸 피해 학생

입력 2020.09.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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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더욱이 교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게 상식일 겁니다.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에는 교사에게 신고 의무가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법과 현실은 다른가 봅니다. 서울 금천구의 한 학교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성희롱 피해 학생 "저라도 이야기해야겠어요."

한 학생이 취재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해 KBS 보도 이후의 일들에 대해 직접 말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A 군은 2년 전인 2018년, 중학교 B 교사가 학기 초부터 수업 시간에 성적인 발언과 선정적인 영상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에 아무도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A 군취재진과 인터뷰하는 A 군

A 군
"수업 시간에 필요없는 성적인 농담을 자주 하셨어요. "남자는 □을 잘 찾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수업시간과 관련 없는 성적인 농담을 매일은 아니어도 1주일에 한두 번은 말했어요."
"수업시간에 학기 초부터 성적인 동영상을 보여줬어요. ○○ 배우가 나오는 동영상이었어요. 수업 중에 필요 없는 내용이었고, 학생들에 약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2018년 말, 이 문제를 파악한 일부 동료 교사들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의 조사가 이뤄졌고 지난해 연말에 보도까지 됐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했다고 A 군은 말합니다.

[연관기사] [단독] 교사가 성인잡지 모델 보여주며 부적절 발언…징계는 ‘불문경고’(2019.12.16. KBS 1TV)

A 군
"선생님들은 저희를 지켜주시려고 진술서를 쓴 학생들을 익명으로 처리했는데, 익명이라는 이유로 조작됐을 수 있다고 B 선생님이 주장해서 명예훼손 등으로 (선생님들을) 고소하셨다고 들었어요."
"몇몇 학생들이 B 선생님께 불려가서 피해를 받는 걸 보니까 저라도 나서서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동료 교사 "학생 위해 나섰던 교사들이 오히려 고소당해"

실제로 몇몇 교사들은 올해 B 교사에게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습니다.

B 교사가 '허위사실을 알렸다'면서 고소까지 하게 된 근거는 무엇일까요? 교사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과가 나온 이후 고소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KBS 보도가 나갈 때, B 교사는 학교에서 '성희롱으로 인한 품위 유지 위반'으로 견책 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B 교사는 불복해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 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고, 교원소청위는 "성희롱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품위유지위반 견책'으로 징계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교원소청위 결과에 학교는 소송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용기를 냈지만 학교의 보호는커녕 도리어 소송까지 당하자, 교사들은 위축됐습니다. 취재진에게 하는 말 한마디도 더욱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금천구 ○○학교 동료 교사
"앞으로 또 학생들이 피해받는 일이 있다면 교사들이 불이익을 당하면서 나설 수 있겠는가 하는 겁니다. 결국은 피해가 학생에게 돌아가는데 이를 알면서도 교사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나서지 못하게 되면, 학생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인 교사의 활동조차도 위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희롱 해당 교사 "남학생들이잖아요. 성희롱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취재진은 성희롱 가해 교사로 지목된 교사 B 씨와 통화했습니다. 교사 B 씨는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고등학교로 옮겨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사 B 씨는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교원소청위 결과로 성희롱 혐의를 벗었다고 말합니다. 이어 성희롱이 아닌 일반적 품위유지위반 징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피해 학생들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B 씨는 피해 학생이 누군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또한 학생과 교사의 분리 조치를 학교가 내린 이후, 피해 학생들을 만난 적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취재진과 통화하는 교사 B 씨취재진과 통화하는 교사 B 씨

교사 B 씨
"피해 학생이 구체적으로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고, 그런 말 했다면 학교에서 사실확인 해야 하는데 전혀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일이 진행됐거든요."
"원천적으로 남학교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선정성이 없다고 한다면 성희롱이 성립될 수 없는 겁니다. 선정성이 없는 영상을 보고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면 그 학생이 특이한 문제죠."

'피해를 받았으면 자신이 누군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B 교사 아래, 2년 전 피해를 보고 지금 B 교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들은 숨죽이고 있습니다. A 군은 이런 모습이 싫어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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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희롱 알린 교사가 고소 당한 사연…용기 낸 피해 학생
    • 입력 2020-09-05 09:14:00
    취재K
학교에서 학생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더욱이 교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게 상식일 겁니다.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에는 교사에게 신고 의무가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법과 현실은 다른가 봅니다. 서울 금천구의 한 학교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성희롱 피해 학생 "저라도 이야기해야겠어요."

한 학생이 취재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해 KBS 보도 이후의 일들에 대해 직접 말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A 군은 2년 전인 2018년, 중학교 B 교사가 학기 초부터 수업 시간에 성적인 발언과 선정적인 영상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에 아무도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A 군
A 군
"수업 시간에 필요없는 성적인 농담을 자주 하셨어요. "남자는 □을 잘 찾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수업시간과 관련 없는 성적인 농담을 매일은 아니어도 1주일에 한두 번은 말했어요."
"수업시간에 학기 초부터 성적인 동영상을 보여줬어요. ○○ 배우가 나오는 동영상이었어요. 수업 중에 필요 없는 내용이었고, 학생들에 약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2018년 말, 이 문제를 파악한 일부 동료 교사들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의 조사가 이뤄졌고 지난해 연말에 보도까지 됐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했다고 A 군은 말합니다.

[연관기사] [단독] 교사가 성인잡지 모델 보여주며 부적절 발언…징계는 ‘불문경고’(2019.12.16. KBS 1TV)

A 군
"선생님들은 저희를 지켜주시려고 진술서를 쓴 학생들을 익명으로 처리했는데, 익명이라는 이유로 조작됐을 수 있다고 B 선생님이 주장해서 명예훼손 등으로 (선생님들을) 고소하셨다고 들었어요."
"몇몇 학생들이 B 선생님께 불려가서 피해를 받는 걸 보니까 저라도 나서서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동료 교사 "학생 위해 나섰던 교사들이 오히려 고소당해"

실제로 몇몇 교사들은 올해 B 교사에게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습니다.

B 교사가 '허위사실을 알렸다'면서 고소까지 하게 된 근거는 무엇일까요? 교사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과가 나온 이후 고소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KBS 보도가 나갈 때, B 교사는 학교에서 '성희롱으로 인한 품위 유지 위반'으로 견책 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B 교사는 불복해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 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고, 교원소청위는 "성희롱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품위유지위반 견책'으로 징계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교원소청위 결과에 학교는 소송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용기를 냈지만 학교의 보호는커녕 도리어 소송까지 당하자, 교사들은 위축됐습니다. 취재진에게 하는 말 한마디도 더욱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금천구 ○○학교 동료 교사
"앞으로 또 학생들이 피해받는 일이 있다면 교사들이 불이익을 당하면서 나설 수 있겠는가 하는 겁니다. 결국은 피해가 학생에게 돌아가는데 이를 알면서도 교사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봐 나서지 못하게 되면, 학생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인 교사의 활동조차도 위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희롱 해당 교사 "남학생들이잖아요. 성희롱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취재진은 성희롱 가해 교사로 지목된 교사 B 씨와 통화했습니다. 교사 B 씨는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고등학교로 옮겨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사 B 씨는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교원소청위 결과로 성희롱 혐의를 벗었다고 말합니다. 이어 성희롱이 아닌 일반적 품위유지위반 징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피해 학생들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B 씨는 피해 학생이 누군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또한 학생과 교사의 분리 조치를 학교가 내린 이후, 피해 학생들을 만난 적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취재진과 통화하는 교사 B 씨
교사 B 씨
"피해 학생이 구체적으로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고, 그런 말 했다면 학교에서 사실확인 해야 하는데 전혀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일이 진행됐거든요."
"원천적으로 남학교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선정성이 없다고 한다면 성희롱이 성립될 수 없는 겁니다. 선정성이 없는 영상을 보고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면 그 학생이 특이한 문제죠."

'피해를 받았으면 자신이 누군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B 교사 아래, 2년 전 피해를 보고 지금 B 교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들은 숨죽이고 있습니다. A 군은 이런 모습이 싫어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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