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기획③ 부산시장 바뀔때마다…갈팡질팡 ‘동천 살리기’

입력 2020.09.17 (08:06) 수정 2020.09.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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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나타났다”

반복된 거짓말에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소년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양치기 소년> , 부산 동천을 보면 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내년이면 살아난다”

15년입니다. 동천 물이 살아난다는 말이 반복된 세월입니다. 시민들도 이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동천에는 뛰어놀 거라는 물고기 대신 오물 덩어리만 가득합니다. 미간이 찌푸려지는 일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살아난다는 동천은 언제 살아나는 걸까요?

부산의 대표적 도심하천 동천 살리기 사업을 되돌아보고 미래 방향을 고민해보는 기획.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동천과 시장님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동천’ 기획 연관 기사]
① 수백억 쏟아붓고도 악취…‘밑 빠진 독 물 붓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03815
② 아랫물만 맑게?…수질 개선 “헛바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04790



민선 3기, 2004년부터 시작된 ‘동천 살리기’ 정책

민선 3기 시작을 알리며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동천 살리기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이면 물고기가 돌아오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동천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004년의 일이었습니다. 동천에는 못 보던 보가 생겼고, 수질 정화장치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이듬해가 돼도 동천의 수질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애써 만든 시설들은 슬그머니 철거됐습니다.

그때 다시 들고 나온 계획이 바로 ‘해수 도수’ 사업입니다. 바닷물을 끌어와 오염물질을 씻어내겠다는 발상이었죠. 획기적인 수질 개선 사업이라며 늘 그렇듯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습니다.

하루 5만 톤의 바닷물이 그렇게 동천에 2010년부터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주지 못했고, 15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시설은 가동을 멈췄습니다.

부산시장 바뀔 때마다 “동천 살리겠다” 헛구호


시간은 흘러 동천은 별달리 바뀐 게 없지만, 시장은 바뀌었습니다. 민선 6기 부산시정을 이끌게 된 서병수 전 시장은 부전천 복원을 승부수로 던졌습니다. 부산의 ‘청계천’을 만들겠다는 건데요. 동천의 지류이자 복개로 덮여있는 부전천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습니다. 애초 계획과는 달리 잇따라 바뀌는 부산시의 복원 계획에 국비를 지원하기로 했던 환경부마저 예산을 되가져갔습니다. 대대적으로 복원 계획을 밝히고 ‘부산의 청계천’을 만들겠다던 약속은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됐습니다.

민선 7기, 시장은 또 바뀌었습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동천의 물길을 복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동천 상류에 있는 고가도로를 철거해 물길을 복원하겠다는 게 골자였는데, 문제는 막대한 예산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여기에 이 계획을 추진했던 시장은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하게 됐습니다.

일관성 없는 정책 ‘갈팡질팡’ 동천 살리기 언제까지?


저마다 동천을 살리겠다며 거창한 포부를 밝혔지만, 정책의 일관성은 없다는 비판은 이런 지점들에서 나옵니다. 여기에 더해 시장들 역시 임기 내에 무언가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던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천을 이렇게 두고 봐야 하는 걸까요? 손용구 부산시의원은 시장이 바뀐다고 정책이 바뀌는 흐름부터 끊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손 의원은 “법적으로 또는 시의회에서 조례에 정확히 규정이 되어있으면 시장이 바뀌든 안 바뀌든 하천에 대한 정책이 일관성이 있는데, 기준 또는 조례가 없다 보니 하천 정비에 일관성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제도적인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섣불리 장밋빛 희망을 밀어붙이기보다 체계적인 하천 관리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마침 내년에 부산에서는 다시 시장 선거가 치러집니다. 아마도 후보들 저마다 동천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올 겁니다.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지 그 약속들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저희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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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천’기획③ 부산시장 바뀔때마다…갈팡질팡 ‘동천 살리기’
    • 입력 2020-09-17 08:06:25
    • 수정2020-09-17 09:22:28
    취재K
“늑대가 나타났다”

반복된 거짓말에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소년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양치기 소년> , 부산 동천을 보면 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내년이면 살아난다”

15년입니다. 동천 물이 살아난다는 말이 반복된 세월입니다. 시민들도 이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동천에는 뛰어놀 거라는 물고기 대신 오물 덩어리만 가득합니다. 미간이 찌푸려지는 일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살아난다는 동천은 언제 살아나는 걸까요?

부산의 대표적 도심하천 동천 살리기 사업을 되돌아보고 미래 방향을 고민해보는 기획.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동천과 시장님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동천’ 기획 연관 기사]
① 수백억 쏟아붓고도 악취…‘밑 빠진 독 물 붓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03815
② 아랫물만 맑게?…수질 개선 “헛바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04790



민선 3기, 2004년부터 시작된 ‘동천 살리기’ 정책

민선 3기 시작을 알리며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동천 살리기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이면 물고기가 돌아오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동천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004년의 일이었습니다. 동천에는 못 보던 보가 생겼고, 수질 정화장치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이듬해가 돼도 동천의 수질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애써 만든 시설들은 슬그머니 철거됐습니다.

그때 다시 들고 나온 계획이 바로 ‘해수 도수’ 사업입니다. 바닷물을 끌어와 오염물질을 씻어내겠다는 발상이었죠. 획기적인 수질 개선 사업이라며 늘 그렇듯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습니다.

하루 5만 톤의 바닷물이 그렇게 동천에 2010년부터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주지 못했고, 15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시설은 가동을 멈췄습니다.

부산시장 바뀔 때마다 “동천 살리겠다” 헛구호


시간은 흘러 동천은 별달리 바뀐 게 없지만, 시장은 바뀌었습니다. 민선 6기 부산시정을 이끌게 된 서병수 전 시장은 부전천 복원을 승부수로 던졌습니다. 부산의 ‘청계천’을 만들겠다는 건데요. 동천의 지류이자 복개로 덮여있는 부전천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 역시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습니다. 애초 계획과는 달리 잇따라 바뀌는 부산시의 복원 계획에 국비를 지원하기로 했던 환경부마저 예산을 되가져갔습니다. 대대적으로 복원 계획을 밝히고 ‘부산의 청계천’을 만들겠다던 약속은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됐습니다.

민선 7기, 시장은 또 바뀌었습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동천의 물길을 복원하겠다고 했습니다. 동천 상류에 있는 고가도로를 철거해 물길을 복원하겠다는 게 골자였는데, 문제는 막대한 예산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여기에 이 계획을 추진했던 시장은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하게 됐습니다.

일관성 없는 정책 ‘갈팡질팡’ 동천 살리기 언제까지?


저마다 동천을 살리겠다며 거창한 포부를 밝혔지만, 정책의 일관성은 없다는 비판은 이런 지점들에서 나옵니다. 여기에 더해 시장들 역시 임기 내에 무언가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던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천을 이렇게 두고 봐야 하는 걸까요? 손용구 부산시의원은 시장이 바뀐다고 정책이 바뀌는 흐름부터 끊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손 의원은 “법적으로 또는 시의회에서 조례에 정확히 규정이 되어있으면 시장이 바뀌든 안 바뀌든 하천에 대한 정책이 일관성이 있는데, 기준 또는 조례가 없다 보니 하천 정비에 일관성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제도적인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섣불리 장밋빛 희망을 밀어붙이기보다 체계적인 하천 관리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마침 내년에 부산에서는 다시 시장 선거가 치러집니다. 아마도 후보들 저마다 동천을 살리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올 겁니다.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지 그 약속들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저희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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