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진화 난항…건조한 바람 연기에 사투

입력 2020.09.17 (21:25) 수정 2020.09.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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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중순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약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피해가 큰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12개 주에 걸쳐 남한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거대한 연기는 대기를 오염시키면서 대서양 건너 영국 하늘까지 주홍빛으로 물들였다고 하는데요.

무수한 나무와 가옥을 화마가 삼키면서 직접적인 경제 피해만 해도 최소 23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대형 산불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기후 변화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불길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불을 끄고 차단하는 작업이 번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영현 특파원이 산불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로스엔젤레스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한시간 쯤 거리에 있는 산불 현장입니다.

계곡에서 타오르는 불길과 엄청난 연기에 소방 대원들도 몸을 피했습니다.

소방대원은 취재진의 철수를 요구합니다.

["당신들 가야 합니다. 갑시다."]

6일 부터 시작된 산불은 약 180 제곱킬로미터 서울 면적의 3분에 1가량을 태웠습니다.

이 지역 산불의 예상 진화시점은 10월 30일 그러니까 진화작업을 앞으로 한 달 넘게 더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희망일 뿐, 사력을 다해 6%까지 올려놨던 산불 차단율이 이틀만에 다시 3%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불을 끄고 저지하는 것보다 불이 번지는 속도가 더 빠른 겁니다.

[데이비드 댄틱/로스엔젤레스 카운티 소방관 : "바람이 변화함에 따라 불이 어느 방향으로든 번져 다른 화재를 일으킵니다. 그게 산불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이 산불 지역도 2주동안 서울시 면적의 1.4배를 태웠지만 기세는 꺾이질 않습니다.

산불이 내뿜는 짙은 연기 때문에 현재 불을 끌 수 있는 수단은 소방 헬기가 유일합니다.

소방헬기는 한시간에 4차례 이동하며 불을 끄고 있습니다.

한번에 실어나르는 물의 양은 7천 5백리터 가량 됩니다.

이 헬기가 담아가는 물에는 화재 지연 가루와 붉은색 색소를 섞어 놨습니다.

[세스 브라운/캘리포니아 소방국 공보관 : "화재 지연재는 비료가 원료인 물질로 물과 함께 섞습니다. 색깔이 빨간색인 이유는 잘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색깔이 초록색이면 나무에 떨어졌을 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스를 더 윗쪽으로 이동시켜!"]

불은 초기부터 너무 빨랐습니다.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주택이 타는 걸 막는 사이 산과 들판에 붙은 불은 이미 손을 쓸 수 없이 번졌습니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대형 산불에 135년 전통의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지금 한계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산불현장에서 KBS 뉴스 이영현입니다.

영상촬영:유원규/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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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진화 난항…건조한 바람 연기에 사투
    • 입력 2020-09-17 21:25:19
    • 수정2020-09-17 22:14:36
    뉴스 9
[앵커]

지난달 중순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약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피해가 큰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12개 주에 걸쳐 남한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거대한 연기는 대기를 오염시키면서 대서양 건너 영국 하늘까지 주홍빛으로 물들였다고 하는데요.

무수한 나무와 가옥을 화마가 삼키면서 직접적인 경제 피해만 해도 최소 23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대형 산불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기후 변화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불길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불을 끄고 차단하는 작업이 번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영현 특파원이 산불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로스엔젤레스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한시간 쯤 거리에 있는 산불 현장입니다.

계곡에서 타오르는 불길과 엄청난 연기에 소방 대원들도 몸을 피했습니다.

소방대원은 취재진의 철수를 요구합니다.

["당신들 가야 합니다. 갑시다."]

6일 부터 시작된 산불은 약 180 제곱킬로미터 서울 면적의 3분에 1가량을 태웠습니다.

이 지역 산불의 예상 진화시점은 10월 30일 그러니까 진화작업을 앞으로 한 달 넘게 더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희망일 뿐, 사력을 다해 6%까지 올려놨던 산불 차단율이 이틀만에 다시 3%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불을 끄고 저지하는 것보다 불이 번지는 속도가 더 빠른 겁니다.

[데이비드 댄틱/로스엔젤레스 카운티 소방관 : "바람이 변화함에 따라 불이 어느 방향으로든 번져 다른 화재를 일으킵니다. 그게 산불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이 산불 지역도 2주동안 서울시 면적의 1.4배를 태웠지만 기세는 꺾이질 않습니다.

산불이 내뿜는 짙은 연기 때문에 현재 불을 끌 수 있는 수단은 소방 헬기가 유일합니다.

소방헬기는 한시간에 4차례 이동하며 불을 끄고 있습니다.

한번에 실어나르는 물의 양은 7천 5백리터 가량 됩니다.

이 헬기가 담아가는 물에는 화재 지연 가루와 붉은색 색소를 섞어 놨습니다.

[세스 브라운/캘리포니아 소방국 공보관 : "화재 지연재는 비료가 원료인 물질로 물과 함께 섞습니다. 색깔이 빨간색인 이유는 잘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색깔이 초록색이면 나무에 떨어졌을 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스를 더 윗쪽으로 이동시켜!"]

불은 초기부터 너무 빨랐습니다.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주택이 타는 걸 막는 사이 산과 들판에 붙은 불은 이미 손을 쓸 수 없이 번졌습니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대형 산불에 135년 전통의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지금 한계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산불현장에서 KBS 뉴스 이영현입니다.

영상촬영:유원규/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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