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코로나19’로 등장한 ‘특별한 학교’

입력 2020.09.28 (10:51) 수정 2020.09.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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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멕시코 전통 음식인 토르티야 가게, 인도의 한 도로변 나무 아래, 그리고 미국의 한 자동차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학교를 대신해 아이들의 임시 교실로 변신해 화제가 됐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이 특별한 학교들의 사연을 <지구촌인>에서 들어보시죠.

[리포트]

멕시코 수도의 한 토르티야 가게.

요즘 이 가게를 매일 찾는 단골 어린이 손님들이 생겼는데요.

꼼꼼히 손 소독을 마친 뒤 식당 안에 자리를 잡고는 토르티야가 아니라 연필을 손에 쥐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 식당은 동네에 인터넷이나 컴퓨터, TV가 집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교실입니다.

[달리아 다빌라/토르티야 가게 주인 : "이곳은 보시다시피 토르티야 가게인데, 동네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하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기자재가 없다는 사연을 듣고 이웃들과 힘을 합쳐 돕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멕시코의 학교도 문을 닫고, 지난달부터 TV 방송으로 새 학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56%)에 비해 TV 보급률이 월등히 높다(94%)는 데서 생각해낸 대책이었는데요.

하지만 자녀가 둘 이상일 경우 TV 1대로는 충분하지 않는데다, 숙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인터넷도 여전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웃들의 이러한 사정을 들은 토르티야 가게 부부는 가게의 TV와 무선 인터넷을 동네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이웃들도 십시일반 동참하면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임시 학교가 만들어진 겁니다.

[도밍가 오티즈/두 아이 엄마 : "집에 인터넷도 컴퓨터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숙제를 제출할 수 없어 걱정이었는데 가게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인도에선 한 도로변.

노천 교실이 등장했습니다.

도로 옆 길가에 작은 칠판을 세워두고 아이들은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업을 듣는데요.

[비나 굽타/길거리 교실 선생님 : "팬데믹 동안 집에 있는 아이들이 공부할 수 없는 것은 매우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거리 교실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발생 후 인도의 학교 150만 여 곳이 문을 닫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습니다.

문제는 인도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가구는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것.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어 공부를 멈춰야 하는 아이들의 상황이 안타까워, 한 부부가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시작한 것이 바로 노천교실입니다.

[니틴 미슈라/학생 : "저는 휴대전화가 없고, 아버지만 갖고 계셔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거리 수업이 시작됐고, 덕분에 공부할 수 있어 기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최대 200명까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무료 와이파이 자동차가 동네를 누빕니다.

비싼 인터넷 요금을 댈 수 없어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세계 금융의 심장인 뉴욕에서조차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집에 없는 학생이 4명 중 1명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뉴욕의 한 운송 업체는 아이들이 학업을 멈추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동식 와이파이 자동차를 고안해 냈다고 합니다.

[엔젤/학생 : "와이파이 자동차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친구 집에 가서 빌리지 않아도 됩니다."]

각국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해결책으로 제시된 온라인 수업.

인터넷으로 세계가 촘촘히 연결돼 있는 디지털 시대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당연시되고 있는 인터넷 문화가 경제력 등의 이유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지구촌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적어도 공부할 기회만큼은 주자는 따뜻한 마음들이 이런 교실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임시 교실은 비록 어설퍼도 너무나 특별해 보입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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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8 10:51:18
    • 수정2020-09-28 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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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멕시코 전통 음식인 토르티야 가게, 인도의 한 도로변 나무 아래, 그리고 미국의 한 자동차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학교를 대신해 아이들의 임시 교실로 변신해 화제가 됐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이 특별한 학교들의 사연을 <지구촌인>에서 들어보시죠.

[리포트]

멕시코 수도의 한 토르티야 가게.

요즘 이 가게를 매일 찾는 단골 어린이 손님들이 생겼는데요.

꼼꼼히 손 소독을 마친 뒤 식당 안에 자리를 잡고는 토르티야가 아니라 연필을 손에 쥐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 식당은 동네에 인터넷이나 컴퓨터, TV가 집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교실입니다.

[달리아 다빌라/토르티야 가게 주인 : "이곳은 보시다시피 토르티야 가게인데, 동네 아이들이 공부를 계속하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기자재가 없다는 사연을 듣고 이웃들과 힘을 합쳐 돕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멕시코의 학교도 문을 닫고, 지난달부터 TV 방송으로 새 학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56%)에 비해 TV 보급률이 월등히 높다(94%)는 데서 생각해낸 대책이었는데요.

하지만 자녀가 둘 이상일 경우 TV 1대로는 충분하지 않는데다, 숙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인터넷도 여전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웃들의 이러한 사정을 들은 토르티야 가게 부부는 가게의 TV와 무선 인터넷을 동네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이웃들도 십시일반 동참하면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임시 학교가 만들어진 겁니다.

[도밍가 오티즈/두 아이 엄마 : "집에 인터넷도 컴퓨터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숙제를 제출할 수 없어 걱정이었는데 가게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인도에선 한 도로변.

노천 교실이 등장했습니다.

도로 옆 길가에 작은 칠판을 세워두고 아이들은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업을 듣는데요.

[비나 굽타/길거리 교실 선생님 : "팬데믹 동안 집에 있는 아이들이 공부할 수 없는 것은 매우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거리 교실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발생 후 인도의 학교 150만 여 곳이 문을 닫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습니다.

문제는 인도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가구는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것.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어 공부를 멈춰야 하는 아이들의 상황이 안타까워, 한 부부가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시작한 것이 바로 노천교실입니다.

[니틴 미슈라/학생 : "저는 휴대전화가 없고, 아버지만 갖고 계셔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거리 수업이 시작됐고, 덕분에 공부할 수 있어 기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최대 200명까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무료 와이파이 자동차가 동네를 누빕니다.

비싼 인터넷 요금을 댈 수 없어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세계 금융의 심장인 뉴욕에서조차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집에 없는 학생이 4명 중 1명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뉴욕의 한 운송 업체는 아이들이 학업을 멈추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동식 와이파이 자동차를 고안해 냈다고 합니다.

[엔젤/학생 : "와이파이 자동차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친구 집에 가서 빌리지 않아도 됩니다."]

각국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해결책으로 제시된 온라인 수업.

인터넷으로 세계가 촘촘히 연결돼 있는 디지털 시대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당연시되고 있는 인터넷 문화가 경제력 등의 이유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지구촌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적어도 공부할 기회만큼은 주자는 따뜻한 마음들이 이런 교실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임시 교실은 비록 어설퍼도 너무나 특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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