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효과 모를 코로나19 소독제 거리 분사…왜 계속될까?

입력 2020.10.16 (05:03) 수정 2021.01.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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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방역 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각종 단체에서 방역 봉사를 하기도 하고 지자체와 자치구가 꾸린 방역봉사단을 통해 참여하기도 합니다. 포털사이트에서 '방역 봉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길거리 이곳저곳에 소독제를 뿌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손이 닿지 못하는 소소한 지역까지 이들이 직접 방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거리에 소독제를 뿌리는 모습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소독제를 분무·분사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는데요.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인체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정말로 문제가 된다면 계속된 지적에도 어째서 이런 방식의 방역 봉사가 이어지는 걸까요?



■ 국내외 보건기구 "분무·분사 효과↓ 유해성↑"

우선, 잘못된 방식이 맞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우리 보건당국은 소독제를 분사하는 방식이 효과가 많이 떨어지거나 검증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권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WHO는 지난 5월 '환경표면의 청소 및 소독 지침'(Cleaning and disinfection of environmental surfaces in the context of COVID-19)을 내놨습니다. 지침을 보면 거리나 시장과 같은 실외 공간을 분무·분사하는 방식으로 소독해도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습니다. 길거리나 도로의 표면이 울퉁불퉁해 소독제가 표면 곳곳에 닿지 않는 데다, 먼지와 이물질이 소독제의 효능을 불활성화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WHO는 특히 "도로와 인도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면서 "야외에서 소독제를 뿌리는 것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독제를 분사하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소독제를 흡입하거나 눈이나 피부에 소독제가 튀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도 지난 8월 유사한 내용의 지침( '코로나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을 내놨습니다. 방대본은 지침을 통해 "자연환경이나 거리 등을 소독하면 바이러스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분무·분사 방식의 소독제라고 해도 닦아내는 방식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소독제가 강한 압력으로 분사될 경우 표면에 있던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퍼뜨려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다수의 전문가들도 소독제의 분무·분사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보건의료계의 공식 지침과 거듭된 지적이 있음에도 어째서 소독제 거리 분사가 계속되는 걸까요?



의무·강제사항 아닌 지침…홍보 부족이 요인

중앙에서 각 지자체와 부처, 기관, 사업장 등으로 지침이 배포되지만, 현실 적용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침은 말 그대로 지침일 뿐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거든요.

한마디로 해당 지침에 관한 내용이 말단까지 잘 전파가 되지 않은 겁니다. 교육이나 홍보도 잘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공공기관이나 특정 시설관리자, 지자체·자치구가 운용하는 자율방역단이나, 봉사자센터에 소속된 분들은 그나마 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게 돼 있는데요. 그마저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방역 봉사의 경우는 교육·홍보가 더 안 되는 현실입니다.

한 자치구 보건소의 감염병관리 관계자는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율방역단에 해당 지침을 계속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 야외 방역할 때 분무·분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넓은 지역을 일일이 닦을 수는 없어 그런 식으로라도 소독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지역 내 취약시설에 대해 무료 방역 봉사를 실시한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방역 지침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별도의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장에 대한 방역이 주로 자치구별로 진행되다 보니 지역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지침 준수 여부를 파악하기도 힘들다."면서 "민간 봉사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방역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코로나19 야외 소독…효과적인 방식은?

그렇다면 효과적인 야외 소독 방식은 뭘까요?

WHO와 질병관리청 모두 소독할 표면을 소독제에 적신 천이나 수건으로 반복해 문질러 닦아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 소독할 표면에 이물질이 너무 많을 경우 깨끗이 치운 뒤 소독할 것을 권장합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라고 해서 바닥 여기저기를 소독할 필요는 없습니다. 방역 효과가 없는 곳에 소독제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버스정류장 의자나 엘리베이터 버튼, 지하철 난간, 건물 출입구 손잡이 등 사람의 몸이 접촉될 수 있는 곳 위주로 소독하면 됩니다.

야외라고 해도 소독하는 사람은 당연히 보건용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 보호구를 착용해야 하고 작업하는 동안 얼굴을 만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실내소독도 원칙은 같습니다. 소독 전후로 충분한 환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소독은 환경부가 승인한 환경 소독제를 써야 합니다. 이건 개인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자원봉사 포털이나 지자체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관할 보건소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실내외 소독을 하고 싶으면 차아염소산나트륨(가정용 락스 주성분)이나 70% 알코올을 쓰면 됩니다. 이들에 대해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소독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 락스를 활용한 소독 방법은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 [이슈체크K] 79일 만에 개학, 학교에서 락스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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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효과 모를 코로나19 소독제 거리 분사…왜 계속될까?
    • 입력 2020-10-16 05:03:09
    • 수정2021-01-28 17:30:09
    팩트체크K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방역 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각종 단체에서 방역 봉사를 하기도 하고 지자체와 자치구가 꾸린 방역봉사단을 통해 참여하기도 합니다. 포털사이트에서 '방역 봉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길거리 이곳저곳에 소독제를 뿌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손이 닿지 못하는 소소한 지역까지 이들이 직접 방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거리에 소독제를 뿌리는 모습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소독제를 분무·분사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는데요.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인체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정말로 문제가 된다면 계속된 지적에도 어째서 이런 방식의 방역 봉사가 이어지는 걸까요?



■ 국내외 보건기구 "분무·분사 효과↓ 유해성↑"

우선, 잘못된 방식이 맞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우리 보건당국은 소독제를 분사하는 방식이 효과가 많이 떨어지거나 검증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권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WHO는 지난 5월 '환경표면의 청소 및 소독 지침'(Cleaning and disinfection of environmental surfaces in the context of COVID-19)을 내놨습니다. 지침을 보면 거리나 시장과 같은 실외 공간을 분무·분사하는 방식으로 소독해도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습니다. 길거리나 도로의 표면이 울퉁불퉁해 소독제가 표면 곳곳에 닿지 않는 데다, 먼지와 이물질이 소독제의 효능을 불활성화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WHO는 특히 "도로와 인도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면서 "야외에서 소독제를 뿌리는 것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독제를 분사하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소독제를 흡입하거나 눈이나 피부에 소독제가 튀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도 지난 8월 유사한 내용의 지침( '코로나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을 내놨습니다. 방대본은 지침을 통해 "자연환경이나 거리 등을 소독하면 바이러스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분무·분사 방식의 소독제라고 해도 닦아내는 방식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소독제가 강한 압력으로 분사될 경우 표면에 있던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퍼뜨려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다수의 전문가들도 소독제의 분무·분사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보건의료계의 공식 지침과 거듭된 지적이 있음에도 어째서 소독제 거리 분사가 계속되는 걸까요?



의무·강제사항 아닌 지침…홍보 부족이 요인

중앙에서 각 지자체와 부처, 기관, 사업장 등으로 지침이 배포되지만, 현실 적용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침은 말 그대로 지침일 뿐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거든요.

한마디로 해당 지침에 관한 내용이 말단까지 잘 전파가 되지 않은 겁니다. 교육이나 홍보도 잘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공공기관이나 특정 시설관리자, 지자체·자치구가 운용하는 자율방역단이나, 봉사자센터에 소속된 분들은 그나마 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게 돼 있는데요. 그마저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방역 봉사의 경우는 교육·홍보가 더 안 되는 현실입니다.

한 자치구 보건소의 감염병관리 관계자는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율방역단에 해당 지침을 계속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 야외 방역할 때 분무·분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넓은 지역을 일일이 닦을 수는 없어 그런 식으로라도 소독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지역 내 취약시설에 대해 무료 방역 봉사를 실시한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방역 지침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별도의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장에 대한 방역이 주로 자치구별로 진행되다 보니 지역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지침 준수 여부를 파악하기도 힘들다."면서 "민간 봉사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방역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코로나19 야외 소독…효과적인 방식은?

그렇다면 효과적인 야외 소독 방식은 뭘까요?

WHO와 질병관리청 모두 소독할 표면을 소독제에 적신 천이나 수건으로 반복해 문질러 닦아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 소독할 표면에 이물질이 너무 많을 경우 깨끗이 치운 뒤 소독할 것을 권장합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라고 해서 바닥 여기저기를 소독할 필요는 없습니다. 방역 효과가 없는 곳에 소독제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버스정류장 의자나 엘리베이터 버튼, 지하철 난간, 건물 출입구 손잡이 등 사람의 몸이 접촉될 수 있는 곳 위주로 소독하면 됩니다.

야외라고 해도 소독하는 사람은 당연히 보건용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 보호구를 착용해야 하고 작업하는 동안 얼굴을 만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실내소독도 원칙은 같습니다. 소독 전후로 충분한 환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소독은 환경부가 승인한 환경 소독제를 써야 합니다. 이건 개인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자원봉사 포털이나 지자체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관할 보건소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실내외 소독을 하고 싶으면 차아염소산나트륨(가정용 락스 주성분)이나 70% 알코올을 쓰면 됩니다. 이들에 대해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소독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 락스를 활용한 소독 방법은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 [이슈체크K] 79일 만에 개학, 학교에서 락스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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