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 한숨 못자고 하루 420개”…숨진 택배기사의 문자

입력 2020.10.18 (21:30) 수정 2020.10.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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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루 4백여 개의 물품을 배송하고 퇴근해서도, 잠 ​한숨 못자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일상, 아무리 젊다한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최근 숨진 30대 택배 기사가 감당해야 했던 업무 강도가 이랬습니다.

이 기사가 소속된 한진택배 측은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생전에 동료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또 가족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택배 상자, 이렇게 보이지 않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양예빈 기잡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진택배기사 36살 김 모 씨.

김 씨가 출근하지 않자 지인이 만나러 갔다 발견했습니다.

사고 뒤 한진택배는 "김 씨는 평소 다른 동료들보다 적은 200상자 정도를 배송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지병으로 숨진 걸로 판정됐다"며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명백한 과로사라며 김 씨의 카톡을 공개했습니다.

숨지기 나흘 전 새벽 4시 28분, 김 씨가 동료 기사에게 보낸 메시집니다.

"오늘 420개를 들고나와 지금 집에 가고 있다", "도착하면 (새벽) 5시, 밥 먹고 씻고 한 숨도 못자고, 바로 출근해 또 물건을 정리해야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날도 새벽 2시에 귀가했다며 너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유족/故 김 모 씨 동생 : "(형이) 일이 많다. 나 바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택배일하기 전에 건강했죠. 당연히.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었고. 지병이 있었다 이런건 말도 안되는거죠."]

택배노조는 김 씨가 420개를 배송하는 데 분류작업시간을 빼고도 10시간 이상 걸렸을 거라고 했습니다.

[김세규/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 : "한진택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고 의사 말로는 2개월 전에 심근경색이 한번 왔었을거래요. 그때 죽을수도 있었던거고 한번 운좋게 넘어간거다..."]

여기에 김 씨는 해당 지점에서만 1년 3개월 근무했지만, 일을 시작하고 다음 달 15일까지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하도록 돼있는 근무시작 신고를 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촬영기자:신봉승/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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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잠 한숨 못자고 하루 420개”…숨진 택배기사의 문자
    • 입력 2020-10-18 21:30:25
    • 수정2020-10-18 21:57:15
    뉴스 9
[앵커]

하루 4백여 개의 물품을 배송하고 퇴근해서도, 잠 ​한숨 못자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 일상, 아무리 젊다한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최근 숨진 30대 택배 기사가 감당해야 했던 업무 강도가 이랬습니다.

이 기사가 소속된 한진택배 측은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생전에 동료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또 가족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택배 상자, 이렇게 보이지 않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양예빈 기잡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진택배기사 36살 김 모 씨.

김 씨가 출근하지 않자 지인이 만나러 갔다 발견했습니다.

사고 뒤 한진택배는 "김 씨는 평소 다른 동료들보다 적은 200상자 정도를 배송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지병으로 숨진 걸로 판정됐다"며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명백한 과로사라며 김 씨의 카톡을 공개했습니다.

숨지기 나흘 전 새벽 4시 28분, 김 씨가 동료 기사에게 보낸 메시집니다.

"오늘 420개를 들고나와 지금 집에 가고 있다", "도착하면 (새벽) 5시, 밥 먹고 씻고 한 숨도 못자고, 바로 출근해 또 물건을 정리해야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날도 새벽 2시에 귀가했다며 너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유족/故 김 모 씨 동생 : "(형이) 일이 많다. 나 바쁘니까 나중에 통화하자. 택배일하기 전에 건강했죠. 당연히.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었고. 지병이 있었다 이런건 말도 안되는거죠."]

택배노조는 김 씨가 420개를 배송하는 데 분류작업시간을 빼고도 10시간 이상 걸렸을 거라고 했습니다.

[김세규/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 : "한진택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고 의사 말로는 2개월 전에 심근경색이 한번 왔었을거래요. 그때 죽을수도 있었던거고 한번 운좋게 넘어간거다..."]

여기에 김 씨는 해당 지점에서만 1년 3개월 근무했지만, 일을 시작하고 다음 달 15일까지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하도록 돼있는 근무시작 신고를 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촬영기자:신봉승/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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