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배송 못 하면 불이익”…하루 420개 못 줄이는 이유는?

입력 2020.10.19 (21:20) 수정 2020.10.1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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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 너무 힘들어요"

택배노동자 김 모 씨가 숨지기 나흘 전 동료에게 보낸 문자, 어제(18일) 전해드렸죠.

김 씨가 이날 받은 물량이 420개, 그나마 배송을 끝내지 못하고 귀가하던 시각이 새벽 4시 반이었습니다.

그래도 잠 한숨 못 자고 다시 나와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당수 택배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먼저 양예빈 기자가 잠 한숨 못자고 택배를 날라야 하는 현장의 문제점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숨진 김 씨가 배송을 맡은 곳은 밀집한 주택가 사이사이 좁은 골목길이 많은 서울 성북로 일댑니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낸 날.

이곳에 배달해야 했던 택배는 420개였습니다.

분류 작업만 7시간.

배달은 시간당 최대 40개로 잡아도 10시간 이상 걸리는 양입니다.

[故 김 모 씨 유가족/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 : "(형과) 아침에 통화하면 '분류하고 있다. 바쁘다'. 오후에 통화하면 '배송 중이다'. 저녁에 통화하면 '아직 집에도 못 갔다'..."]

오전 7시에 출근한 김 씨가 무려 21시간을 일하고, 새벽 5시에 귀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윱니다.

[유성욱/전국택배노동조합 CJ본부장 : "저희들이 걸음 수로 측정해 봤는데 CJ 기사 같은 경우 4백 개 정도 배송하려면 5만 보 정도 걸어야... 한진은 CJ 기준보다 2배에서 3배정도 (구역 넓어) 훨씬 더 많은 노동강도..."]

이런데도 하루 할당량을 줄이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택배사 대리점과 계약할 때, '건당'이 아닌, '구역당'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역이 넓건 좁건 관계없이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당일물량은 당일 배송을 끝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1년 뒤 계약을 갱신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유성욱/전국택배노동조합 CJ본부장 : "업무 지표가 상당히 악화되고 그런 지표 악화되면 일 년에 한 번씩 계약을 하게 되는데 재계약을 거의 못하게 됩니다."]

불과 두 달 전 택배없는 날까지 정하며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줄이겠다고 공동선언까지 했던 정부와 택배사들.

잠한숨 못자고 새벽 4시 넘게까지 일하다 숨진 김 씨 앞에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 박세준/영상편집:사명환/보도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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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일 배송 못 하면 불이익”…하루 420개 못 줄이는 이유는?
    • 입력 2020-10-19 21:20:38
    • 수정2020-10-19 21:58:01
    뉴스 9
[앵커]

"저 너무 힘들어요"

택배노동자 김 모 씨가 숨지기 나흘 전 동료에게 보낸 문자, 어제(18일) 전해드렸죠.

김 씨가 이날 받은 물량이 420개, 그나마 배송을 끝내지 못하고 귀가하던 시각이 새벽 4시 반이었습니다.

그래도 잠 한숨 못 자고 다시 나와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당수 택배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먼저 양예빈 기자가 잠 한숨 못자고 택배를 날라야 하는 현장의 문제점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숨진 김 씨가 배송을 맡은 곳은 밀집한 주택가 사이사이 좁은 골목길이 많은 서울 성북로 일댑니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낸 날.

이곳에 배달해야 했던 택배는 420개였습니다.

분류 작업만 7시간.

배달은 시간당 최대 40개로 잡아도 10시간 이상 걸리는 양입니다.

[故 김 모 씨 유가족/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 : "(형과) 아침에 통화하면 '분류하고 있다. 바쁘다'. 오후에 통화하면 '배송 중이다'. 저녁에 통화하면 '아직 집에도 못 갔다'..."]

오전 7시에 출근한 김 씨가 무려 21시간을 일하고, 새벽 5시에 귀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윱니다.

[유성욱/전국택배노동조합 CJ본부장 : "저희들이 걸음 수로 측정해 봤는데 CJ 기사 같은 경우 4백 개 정도 배송하려면 5만 보 정도 걸어야... 한진은 CJ 기준보다 2배에서 3배정도 (구역 넓어) 훨씬 더 많은 노동강도..."]

이런데도 하루 할당량을 줄이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택배사 대리점과 계약할 때, '건당'이 아닌, '구역당'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역이 넓건 좁건 관계없이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당일물량은 당일 배송을 끝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1년 뒤 계약을 갱신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유성욱/전국택배노동조합 CJ본부장 : "업무 지표가 상당히 악화되고 그런 지표 악화되면 일 년에 한 번씩 계약을 하게 되는데 재계약을 거의 못하게 됩니다."]

불과 두 달 전 택배없는 날까지 정하며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줄이겠다고 공동선언까지 했던 정부와 택배사들.

잠한숨 못자고 새벽 4시 넘게까지 일하다 숨진 김 씨 앞에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 박세준/영상편집:사명환/보도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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