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는 원치 않는 국민참여재판…무죄율 7배 높아

입력 2020.10.20 (19:26) 수정 2020.10.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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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형사 재판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게 바로 국민참여재판이죠.

이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참여재판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알리고 싶지 않은 패해 사실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혀야 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인데요.

더구나 성범죄의 경우 일반 재판에서보다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무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대 남성으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이 여성은 1년 전 국민참여재판에 증인으로 서야 했습니다.

당시 피해 여성 A 씨 나이는 만 19살이었습니다.

[A 씨/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막상 (법정에) 가니까 다 오픈이(공개가) 되어 있어서 그때부터 이미 공황상태가…."]

7명의 배심원 앞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가해자 변호인의 거듭된 압박은 더 힘들었습니다.

결국, 국민참여재판 이후 휴학을 했고, 성추행 이후 다니던 병원 치료도 모두 중단했습니다.

[A 씨/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그게 어떻게 기억이 안 날 수 있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굉장히 많이 저를 압박했었어요."]

애초 A 씨는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일반 재판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 측은 A 씨가 이미 언론 인터뷰도 했다며 '2차 피해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고, 가해자는 결국 배심원 다수 의견대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처럼 성범죄 사건의 경우 가해자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성범죄 특징을 고려할 때 배심원들의 감정에 호소할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 성범죄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4건 중 1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데 무죄율이 일반 재판의 7.5배로 더 높습니다.

[김보화/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연구원 : "증거가 없는 범죄가 많기 때문에 성폭력의 경우에는…. 그래서 계속 부적절한 질문들이 오고 가거나 오히려 평균보다 더 보수적으로 성폭력에 대해서 판단하는 사례들도 계속…."]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성범죄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결정하기 전 피해자 나이 제한 등 보호 절차와 수단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현석·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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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피해자는 원치 않는 국민참여재판…무죄율 7배 높아
    • 입력 2020-10-20 19:26:54
    • 수정2020-10-20 19:45:25
    뉴스 7
[앵커]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형사 재판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게 바로 국민참여재판이죠.

이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참여재판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알리고 싶지 않은 패해 사실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혀야 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인데요.

더구나 성범죄의 경우 일반 재판에서보다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무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대 남성으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이 여성은 1년 전 국민참여재판에 증인으로 서야 했습니다.

당시 피해 여성 A 씨 나이는 만 19살이었습니다.

[A 씨/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막상 (법정에) 가니까 다 오픈이(공개가) 되어 있어서 그때부터 이미 공황상태가…."]

7명의 배심원 앞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가해자 변호인의 거듭된 압박은 더 힘들었습니다.

결국, 국민참여재판 이후 휴학을 했고, 성추행 이후 다니던 병원 치료도 모두 중단했습니다.

[A 씨/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그게 어떻게 기억이 안 날 수 있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굉장히 많이 저를 압박했었어요."]

애초 A 씨는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일반 재판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 측은 A 씨가 이미 언론 인터뷰도 했다며 '2차 피해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고, 가해자는 결국 배심원 다수 의견대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처럼 성범죄 사건의 경우 가해자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성범죄 특징을 고려할 때 배심원들의 감정에 호소할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 성범죄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4건 중 1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데 무죄율이 일반 재판의 7.5배로 더 높습니다.

[김보화/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연구원 : "증거가 없는 범죄가 많기 때문에 성폭력의 경우에는…. 그래서 계속 부적절한 질문들이 오고 가거나 오히려 평균보다 더 보수적으로 성폭력에 대해서 판단하는 사례들도 계속…."]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성범죄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결정하기 전 피해자 나이 제한 등 보호 절차와 수단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현석·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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