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0’ 목표…가능할까?

입력 2020.11.03 (21:26) 수정 2020.11.0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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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죠.

그런데 전체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 양이 가장 많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게 최대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두 번째 시간인 오늘(3일)은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 실태를 점검해 보겠습니다.

지구촌은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막기 위해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해결책으로 내세웠습니다.

EU 국가들에 이어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이 탄소 순배출 제로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대선 후보인 바이든 역시 같은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주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서 이 내용이 발표됐죠.

[문재인 대통령/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지난 달 28일/국회 :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

탄소중립이란 지금보다 탄소 배출량은 줄이고 흡수량은 늘려서 순수하게 배출되는 양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민데요.

과연 2050년 실현이 가능할까요?

국내 탄소배출 실태를 이정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세계 최고 철강 기업으로 꼽히는 포스코의 포항 제철소입니다.

지난해 포스코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8천만 톤을 넘어 국내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감축 노력은 하고 있지만, 좀처럼 배출량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제철소에서 100여m 떨어진 영일만에 우뚝 솟은 철 구조물이 보입니다.

이산화탄소를 해저 지층에 주입해 저장하는 시설입니다.

["이 시설이 2017년 당시에 국내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땅속 저장에 성공한..."]

당시 이산화탄소 100톤을 해저 약 800m 땅속에 주입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이곳에서의 탄소 주입은 중단됐습니다. 탄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정부는 2030년에는 이러한 저장 설비를 이용해 연간 4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할 계획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주민들의 안전성을 고려해 새로운 저장소부터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권이균/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 "국내에서는 최소 60km 이상 떨어진 원 해역에서 저장소를 탐사하고 있고, 시추해서 저장소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현재로서 사실상 유일한 탄소 흡수원은 숲입니다.

만 천여 개의 중소 공장이 모인 시화 산업 단지 옆으로 주거지와의 사이에 길게 뻗은 숲이 보입니다.

공단 조성 당시 공단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막기 위해 길이 3.2km, 폭 250m로 만든 차단 숲입니다.

연간 200톤 정도의 탄소를 흡수하지만, 그 양은 20층짜리 아파트 한 동에서 나오는 배출량 수준에 불과합니다.

[박찬열/박사/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 : "숲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면적을 늘릴 수도 있고, 있는 숲을 더 잘 가꾸어서 건강하고 힘 있게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그런 숲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기준 국내 탄소 배출량은 7억 천만 톤, 반면 흡수량은 4천만 톤에 불과합니다.

흡수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사회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탄소 배출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여러 가지 온실가스를 탄소로 환원해서 계산해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는 연간 7억 천만 톤을 배출해 전 세계 11위를 기록했습니다.

순위가 높긴 하지만, 연간 124억 톤을 배출하는 중국, 65억 톤의 미국보다는 훨씬 적죠.

그런데 이렇게 비교해볼까요?

인구 한 명당 배출하는 탄소량입니다.

한국인은 연간 11.8톤을 배출해 세계 평균의 2.5배를 넘었고요. 중국보다도 많았습니다.

더 심각한 건 전 세계가 탄소 줄이기를 외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줄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 탄소 배출량은 1990년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었고요.

2010년대에도 줄지 않고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미국이나 유럽이 감소세로 들어선 것과 대조적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줄이지 않으면서, 해외에선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 화력 발전 투자에 앞장서고 있어 '기후 악당'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데요.

이어서 이호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박미주 이희문

▼국내에선 ‘그린뉴딜’, 해외에선 ‘기후악당’▼

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 앞에 한글 피켓을 든 시위대가 등장했습니다.

한국전력 이사회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사업을 가결한 날, 국제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들이 이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겁니다.

해외 석탄 투자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 참여가 결정됐습니다.

붕앙 2호기가 완공되면 30년간 총 2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으로 목표한 감축량의 15배에 달합니다.

이 같은 대내외 엇박자 정책에 여당에서도 반대 입장을 냈지만,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10월 5일 : "한전의 베트남 붕앙-2 석탄 화력 발전소 투자 결정은 스스로 기후 악당임을 증명한 것입니다."]

정부와 투자 기관은 투자 당사국과의 관계, 국내 기업의 이익을 이유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해외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처럼 국익을 내세우면서 여론도 찬성 입장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석탄 투자는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갈수록 낮아져 우리가 투자한 개발 도상국에서도 7~8년 뒤에는 석탄 화력 발전 단가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윤세종/변호사/기후솔루션 : "지금 건설을 시작하면 20~30년 동안 석탄 발전소를 운영해야 할 텐데요. 7~8년 만에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그게 사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공적 금융 기관이 지난 12년간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한 돈은 14조 원 규모.

전문가들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석탄 산업에 투자할 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한종헌 박미주

[알립니다] 인터뷰이인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의 이름에 오기가 있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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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0’ 목표…가능할까?
    • 입력 2020-11-03 21:26:43
    • 수정2020-11-04 16: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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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죠.

그런데 전체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 양이 가장 많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게 최대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두 번째 시간인 오늘(3일)은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 실태를 점검해 보겠습니다.

지구촌은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막기 위해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해결책으로 내세웠습니다.

EU 국가들에 이어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이 탄소 순배출 제로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대선 후보인 바이든 역시 같은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주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서 이 내용이 발표됐죠.

[문재인 대통령/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지난 달 28일/국회 :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

탄소중립이란 지금보다 탄소 배출량은 줄이고 흡수량은 늘려서 순수하게 배출되는 양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민데요.

과연 2050년 실현이 가능할까요?

국내 탄소배출 실태를 이정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세계 최고 철강 기업으로 꼽히는 포스코의 포항 제철소입니다.

지난해 포스코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8천만 톤을 넘어 국내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감축 노력은 하고 있지만, 좀처럼 배출량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제철소에서 100여m 떨어진 영일만에 우뚝 솟은 철 구조물이 보입니다.

이산화탄소를 해저 지층에 주입해 저장하는 시설입니다.

["이 시설이 2017년 당시에 국내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땅속 저장에 성공한..."]

당시 이산화탄소 100톤을 해저 약 800m 땅속에 주입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이곳에서의 탄소 주입은 중단됐습니다. 탄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정부는 2030년에는 이러한 저장 설비를 이용해 연간 4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할 계획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주민들의 안전성을 고려해 새로운 저장소부터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권이균/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 "국내에서는 최소 60km 이상 떨어진 원 해역에서 저장소를 탐사하고 있고, 시추해서 저장소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현재로서 사실상 유일한 탄소 흡수원은 숲입니다.

만 천여 개의 중소 공장이 모인 시화 산업 단지 옆으로 주거지와의 사이에 길게 뻗은 숲이 보입니다.

공단 조성 당시 공단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막기 위해 길이 3.2km, 폭 250m로 만든 차단 숲입니다.

연간 200톤 정도의 탄소를 흡수하지만, 그 양은 20층짜리 아파트 한 동에서 나오는 배출량 수준에 불과합니다.

[박찬열/박사/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 : "숲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면적을 늘릴 수도 있고, 있는 숲을 더 잘 가꾸어서 건강하고 힘 있게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그런 숲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기준 국내 탄소 배출량은 7억 천만 톤, 반면 흡수량은 4천만 톤에 불과합니다.

흡수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사회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탄소 배출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여러 가지 온실가스를 탄소로 환원해서 계산해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는 연간 7억 천만 톤을 배출해 전 세계 11위를 기록했습니다.

순위가 높긴 하지만, 연간 124억 톤을 배출하는 중국, 65억 톤의 미국보다는 훨씬 적죠.

그런데 이렇게 비교해볼까요?

인구 한 명당 배출하는 탄소량입니다.

한국인은 연간 11.8톤을 배출해 세계 평균의 2.5배를 넘었고요. 중국보다도 많았습니다.

더 심각한 건 전 세계가 탄소 줄이기를 외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줄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 탄소 배출량은 1990년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었고요.

2010년대에도 줄지 않고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미국이나 유럽이 감소세로 들어선 것과 대조적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줄이지 않으면서, 해외에선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 화력 발전 투자에 앞장서고 있어 '기후 악당'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데요.

이어서 이호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박미주 이희문

▼국내에선 ‘그린뉴딜’, 해외에선 ‘기후악당’▼

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 앞에 한글 피켓을 든 시위대가 등장했습니다.

한국전력 이사회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사업을 가결한 날, 국제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들이 이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겁니다.

해외 석탄 투자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 참여가 결정됐습니다.

붕앙 2호기가 완공되면 30년간 총 2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으로 목표한 감축량의 15배에 달합니다.

이 같은 대내외 엇박자 정책에 여당에서도 반대 입장을 냈지만,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10월 5일 : "한전의 베트남 붕앙-2 석탄 화력 발전소 투자 결정은 스스로 기후 악당임을 증명한 것입니다."]

정부와 투자 기관은 투자 당사국과의 관계, 국내 기업의 이익을 이유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해외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처럼 국익을 내세우면서 여론도 찬성 입장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석탄 투자는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갈수록 낮아져 우리가 투자한 개발 도상국에서도 7~8년 뒤에는 석탄 화력 발전 단가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윤세종/변호사/기후솔루션 : "지금 건설을 시작하면 20~30년 동안 석탄 발전소를 운영해야 할 텐데요. 7~8년 만에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그게 사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공적 금융 기관이 지난 12년간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한 돈은 14조 원 규모.

전문가들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석탄 산업에 투자할 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한종헌 박미주

[알립니다] 인터뷰이인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의 이름에 오기가 있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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