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② 쪽빛에서 잿빛으로…우리 하늘은 왜 바뀌었을까?

입력 2020.11.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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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비가 내리며 모처럼 아침 공기가 깨끗해졌습니다. 하지만 어제(17일)까지 엿새째 수도권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는데요. 올해 들어 국내에서 이렇게 오래 '나쁨' 수준 이상의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유난히 쪽빛으로 빛났던 올해 하늘, 그리고 다시 찾아온 잿빛 미세먼지. 지난 기사에 이어 올해 우리 하늘이 달라진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연관기사] [미세먼지①] 닷새째 '고농도'…원인은 '대기 정체'라고?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49081

■ 올해 1~9월 초미세먼지 농도 지난해보다 25%↓…10월부터 ↑

먼저 올해와 지난해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월별로 비교해 봤습니다.

월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변화월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변화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전보다 눈에 띄게 낮았습니다. 이 기간 평균 농도는 18㎍/㎥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보다 25%나 낮았습니다. 올해가 유난히 공기가 깨끗했던 게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0월 들어 상황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지난달 전국 평균 농도는 17㎍/㎥로 지난해(15㎍/㎥)나 최근 3년 평균(16㎍/㎥)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 중국의 공장 가동이 국내 미세먼지를 좌우했을까?

그렇다면 왜 올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았을까요. 자연스레 올해만 있었던 '특별한 사건'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코로나19입니다. 실제로 '코로나 효과로 멈췄던 중국 공장이 최근에 가동을 재개해서 우리 공기가 다시 나빠졌다'는 언론 보도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공장 가동과 국내 미세먼지 농도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중국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을 1년 전과 비교해봤습니다.


코로나 19로 봉쇄령이 내려지는 등 중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맞은 1분기(1~3월), 중국의 GDP는 전년 대비 6.9%나 하락했습니다.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1~3월 급감했던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3월부터 코로나 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2분기(4~6월)부터는 경제도 본격 회복, 성장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2분기 GDP는 전년 대비 3.2%, 3분기(7~9월)에는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장 가동률 역시 올해 1분기 67.3%까지 곤두박질쳤지만, 2분기에는 74.4%까지 회복했고, 3분기에는 76.7%를 기록해 이미 지난해 수준(76.4%)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까 경제 지표로 봤을 때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의 공장 가동 감소 효과는 이르면 봄철, 늦어도 여름철에 이미 끝났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올 초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 데에는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게 맞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3월 이후부터는 둘 간의 분명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실제 국립환경과학원 환경 위성센터에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를 중국 전역에서 분석한 결과, 봉쇄령이 내려지는 등 중국 내 코로나 19가 창궐했던 2월 16일~24일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나 급감했지만, 2월 25일부터 3월 31일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3%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그러면, 국내 경기 위축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 줬을까?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코로나 19로 올해 산업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는데요. 국내 경기 위축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줬을까요?

먼저 국내 대형 공장에 부착된 TMS(굴뚝 원격감시시스템)를 통해 월별로 초미세먼지 배출 감축량을 살펴봤습니다.


계절 관리제가 시행된 1~3월에는 30% 안팎, 4월 이후에도 20%대의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TMS가 부착되지 않은 중소 공장의 경우에는 '전력 사용량'으로 가동률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2~7월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장 가동뿐만 아니라 교통량도 줄었습니다. 2~7월 고속도로 교통량은 전년 대비 3.2~10.8%, 서울 시내에서는 0.7~9.6%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경제 지표로 본다면,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중국의 산업 활동 위축보다는 오히려 국내 산업 활동이 위축된 것과 더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올해 공기가 깨끗했던 '진짜' 원인은?

그렇다면 올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이유가 국내 산업 활동이 줄어든 것 때문일까요?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국내 배출량 감소가 미세먼지 농도를 극적으로 낮출 만큼 크게 줄지는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중국 영향도, 국내 영향도 아니라면 올해 공기가 깨끗했던 진짜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미세먼지 정보센터에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 것에 대해 그 원인을 항목별로 조사해봤는데요. '기상 요인'이 44%를 차지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1월~9월 강수량이 1540.3mm로 최근 3년 평균(1008.8mm)보다 50% 이상 많았고, 강수일수도 91일로 3년 평균(77일)을 웃돌았습니다. 여기에 동풍 일수도 65일로 3년 평균(58일)보다 많았던 데다, 대기 확산도 원활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10월부터는 오히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원인 역시 기상 요인이 꼽힙니다. 10월 서울의 강수량이 30년 만에 0mm를 기록할 정도로 비가 적었던 데다, 최근 들어 대기가 정체하는 현상도 자주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좋았던 기상 조건이, 10월 들어 농도를 높이는 쪽으로 바뀐 겁니다.

여기에 기본적인 계절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겨울철에 가까워지며 대기가 안정되는 데다 난방 연료 사용도 많아지기 때문인데요. 겨울철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이나 미국 등 북반구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미세먼지는 '중국 탓' 아니면 '한국 탓'?…"복합적 원인"

이처럼 국내 미세먼지를 좌우하는 요인은 '중국 탓' 아니면 '국내 탓' 같이 단순화해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여러 물질이 복잡한 작용을 거쳐 2차 생성되는 물질임에 주목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일차적인 배출 물질로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미세먼지는 중국 영향과 국내 영향, 그리고 기상 조건과 기후 변화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악화된 기상 조건은 이번 겨울에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상 조건이 악화한다면, 국내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더 많이 줄여야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기상 조건과 중국 영향, 국내 영향 어느 것 하나 풀기 쉬운 것은 없습니다만, 풀 수 있는 것부터 풀려는 노력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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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② 쪽빛에서 잿빛으로…우리 하늘은 왜 바뀌었을까?
    • 입력 2020-11-18 07:01:24
    취재K

밤새 비가 내리며 모처럼 아침 공기가 깨끗해졌습니다. 하지만 어제(17일)까지 엿새째 수도권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는데요. 올해 들어 국내에서 이렇게 오래 '나쁨' 수준 이상의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유난히 쪽빛으로 빛났던 올해 하늘, 그리고 다시 찾아온 잿빛 미세먼지. 지난 기사에 이어 올해 우리 하늘이 달라진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연관기사] [미세먼지①] 닷새째 '고농도'…원인은 '대기 정체'라고?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49081

■ 올해 1~9월 초미세먼지 농도 지난해보다 25%↓…10월부터 ↑

먼저 올해와 지난해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월별로 비교해 봤습니다.

월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변화표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전보다 눈에 띄게 낮았습니다. 이 기간 평균 농도는 18㎍/㎥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보다 25%나 낮았습니다. 올해가 유난히 공기가 깨끗했던 게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0월 들어 상황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지난달 전국 평균 농도는 17㎍/㎥로 지난해(15㎍/㎥)나 최근 3년 평균(16㎍/㎥)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 중국의 공장 가동이 국내 미세먼지를 좌우했을까?

그렇다면 왜 올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았을까요. 자연스레 올해만 있었던 '특별한 사건'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코로나19입니다. 실제로 '코로나 효과로 멈췄던 중국 공장이 최근에 가동을 재개해서 우리 공기가 다시 나빠졌다'는 언론 보도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공장 가동과 국내 미세먼지 농도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먼저 중국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을 1년 전과 비교해봤습니다.


코로나 19로 봉쇄령이 내려지는 등 중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맞은 1분기(1~3월), 중국의 GDP는 전년 대비 6.9%나 하락했습니다.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1~3월 급감했던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3월부터 코로나 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2분기(4~6월)부터는 경제도 본격 회복, 성장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2분기 GDP는 전년 대비 3.2%, 3분기(7~9월)에는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장 가동률 역시 올해 1분기 67.3%까지 곤두박질쳤지만, 2분기에는 74.4%까지 회복했고, 3분기에는 76.7%를 기록해 이미 지난해 수준(76.4%)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까 경제 지표로 봤을 때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의 공장 가동 감소 효과는 이르면 봄철, 늦어도 여름철에 이미 끝났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올 초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 데에는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게 맞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3월 이후부터는 둘 간의 분명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실제 국립환경과학원 환경 위성센터에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를 중국 전역에서 분석한 결과, 봉쇄령이 내려지는 등 중국 내 코로나 19가 창궐했던 2월 16일~24일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나 급감했지만, 2월 25일부터 3월 31일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3%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그러면, 국내 경기 위축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 줬을까?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코로나 19로 올해 산업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는데요. 국내 경기 위축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줬을까요?

먼저 국내 대형 공장에 부착된 TMS(굴뚝 원격감시시스템)를 통해 월별로 초미세먼지 배출 감축량을 살펴봤습니다.


계절 관리제가 시행된 1~3월에는 30% 안팎, 4월 이후에도 20%대의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TMS가 부착되지 않은 중소 공장의 경우에는 '전력 사용량'으로 가동률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2~7월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장 가동뿐만 아니라 교통량도 줄었습니다. 2~7월 고속도로 교통량은 전년 대비 3.2~10.8%, 서울 시내에서는 0.7~9.6%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경제 지표로 본다면,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중국의 산업 활동 위축보다는 오히려 국내 산업 활동이 위축된 것과 더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올해 공기가 깨끗했던 '진짜' 원인은?

그렇다면 올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이유가 국내 산업 활동이 줄어든 것 때문일까요?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국내 배출량 감소가 미세먼지 농도를 극적으로 낮출 만큼 크게 줄지는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중국 영향도, 국내 영향도 아니라면 올해 공기가 깨끗했던 진짜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미세먼지 정보센터에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 것에 대해 그 원인을 항목별로 조사해봤는데요. '기상 요인'이 44%를 차지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1월~9월 강수량이 1540.3mm로 최근 3년 평균(1008.8mm)보다 50% 이상 많았고, 강수일수도 91일로 3년 평균(77일)을 웃돌았습니다. 여기에 동풍 일수도 65일로 3년 평균(58일)보다 많았던 데다, 대기 확산도 원활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10월부터는 오히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원인 역시 기상 요인이 꼽힙니다. 10월 서울의 강수량이 30년 만에 0mm를 기록할 정도로 비가 적었던 데다, 최근 들어 대기가 정체하는 현상도 자주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좋았던 기상 조건이, 10월 들어 농도를 높이는 쪽으로 바뀐 겁니다.

여기에 기본적인 계절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겨울철에 가까워지며 대기가 안정되는 데다 난방 연료 사용도 많아지기 때문인데요. 겨울철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이나 미국 등 북반구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미세먼지는 '중국 탓' 아니면 '한국 탓'?…"복합적 원인"

이처럼 국내 미세먼지를 좌우하는 요인은 '중국 탓' 아니면 '국내 탓' 같이 단순화해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여러 물질이 복잡한 작용을 거쳐 2차 생성되는 물질임에 주목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일차적인 배출 물질로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미세먼지는 중국 영향과 국내 영향, 그리고 기상 조건과 기후 변화 등이 복잡하게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악화된 기상 조건은 이번 겨울에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상 조건이 악화한다면, 국내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더 많이 줄여야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기상 조건과 중국 영향, 국내 영향 어느 것 하나 풀기 쉬운 것은 없습니다만, 풀 수 있는 것부터 풀려는 노력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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