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주식 부자 국회의원 직무 관련성 심사 ‘구멍 숭숭’

입력 2020.11.18 (21:25) 수정 2020.11.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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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의 주식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연속 보도, 마지막 시간입니다.

15년째 운영 중이지만 허점이 많아서 주식 백지신탁 심사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사례 어제(17일) 전해드렸는데요,

심지어 직무관련성이 의심되는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성호, 최은진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전북 익산의 영농조합법인.

키위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곳으로,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설립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천백억 원으로 정 의원이 지분 21%를 보유 중입니다.

매년 배당금도 받아갔습니다.

[영농조합법인 대표/음성변조 : "1년에 한 번씩 조금 이득이 나오면 소위 말해서 출자의 배당, 아마 (매년 배당을) 3천만 원에서…"]

올해 산지유통센터 공모에 선정돼 국비 33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공모를 주관한 곳은 농식품부, 농해수위 피감기관입니다.

농해수위 위원인 정 의원 직무와 관련성이 의심되는 법인이지만 주식 백지신탁 심사위는 심사하지 않았습니다.

법 적용 대상이 상법상 '회사'로만 규정돼 영농조합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정운천/국민의힘 의원 : "상법상 법인이 아니고. 민법상 조합이거든요. 저희 농장 만 2천 평을 출자한 거예요."]

국회의원이 보유주식과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법안을 제출해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갔더니 이 의원이 바로 옆 사무실에서 나옵니다.

자신이 대주주인 건설사입니다.

[이주환/국민의힘 의원 : "손님이 와 있어 가지고. (서울에서 봐도 되는데요.)"]

이 의원은 지난 7월, 건설업 등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건설업계 이익에 들어맞아 결국, 이 의원이 대주주인 사업체에도 도움이 되는 법안입니다.

[이주환/국민의힘 의원 : "직원이라고 해봐야 다섯 명도 채 안 되니까. 전경련에서 찾아오셔 가지고 탄력적으로 조정이 필요하지 않으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삭제하자는 법안은 발의한 의원 20명 중 3명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건설사 대주주였습니다.

피감기관 공사를 따내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박덕흠 의원.

6년 전, 백지신탁한 3개 건설사 주식 129억 원어치가 농협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국회의원 주식을 넘겨받은 금융기관이 말로만 팔겠다고 하고 실제로는 처분을 무기한 미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신탁만 하고 사실상 매각은 안 된다는 걸 서로 알고 있다는 게 굉장히 큰 제도적 허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확인해 보니, 백지신탁 제도 도입 후 15년 동안 수탁 기관인 농협에 주식을 신탁한 의원은 30명.

이 가운데 실제 주식이 팔린 의원은 6명에 불과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 반복되는 이해충돌 논란…국회는 뭘했나?

[리포트]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10월 5일 : "이해충돌 방지법 처리 늦출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온다."]

[주호영/국민의힘/9월 24일 : "각 상임위 배정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이번에 모두 정리하도록 하고..."]

박덕흠 의원 이해 충돌 논란에, 여야는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감시 제도를 강화해 이해충돌 재발을 막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없는 건 아닙니다.

공직자윤리법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주식 백지신탁을 했지만 처분이 안 됐을 경우, 이해충돌 직무에 관여했는지 분기마다 스스로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고한 의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만약 박덕흠 의원이 이 법이라도 제대로 지켰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있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현행법 자체에 허점도 많습니다.

국회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 개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지신탁해서 처분이 안 돼도 별다른 제재 없이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한 법, 앞선 리포트에서 보셨죠.

문제라는 지적에 20대 국회에서 고쳐 보려고 했습니다.

6개월 이내에 못 팔면 상임위 변경을 권고하자, 법안 발의만 해 놓고 논의 없이 다음 국회로 공을 넘겼습니다.

이 밖에도 의원 가족의 재산 등록 거부를 못 하게 하자, 매각이나 신탁 의무, 제때 안 지키면 처벌 2배로 강화하자,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는 지금, 백지신탁을 하고 6개월 안에 주식을 팔지 않으면 이번엔 상임위를 강제로 바꾸게 하자는 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국회 스스로를 엄정하게 감시할 수 있는 법, 이번엔 과연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김재현/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김지훈 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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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주식 부자 국회의원 직무 관련성 심사 ‘구멍 숭숭’
    • 입력 2020-11-18 21:25:28
    • 수정2020-11-18 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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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의 주식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연속 보도, 마지막 시간입니다.

15년째 운영 중이지만 허점이 많아서 주식 백지신탁 심사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사례 어제(17일) 전해드렸는데요,

심지어 직무관련성이 의심되는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성호, 최은진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전북 익산의 영농조합법인.

키위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곳으로,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설립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천백억 원으로 정 의원이 지분 21%를 보유 중입니다.

매년 배당금도 받아갔습니다.

[영농조합법인 대표/음성변조 : "1년에 한 번씩 조금 이득이 나오면 소위 말해서 출자의 배당, 아마 (매년 배당을) 3천만 원에서…"]

올해 산지유통센터 공모에 선정돼 국비 33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공모를 주관한 곳은 농식품부, 농해수위 피감기관입니다.

농해수위 위원인 정 의원 직무와 관련성이 의심되는 법인이지만 주식 백지신탁 심사위는 심사하지 않았습니다.

법 적용 대상이 상법상 '회사'로만 규정돼 영농조합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정운천/국민의힘 의원 : "상법상 법인이 아니고. 민법상 조합이거든요. 저희 농장 만 2천 평을 출자한 거예요."]

국회의원이 보유주식과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법안을 제출해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복지위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갔더니 이 의원이 바로 옆 사무실에서 나옵니다.

자신이 대주주인 건설사입니다.

[이주환/국민의힘 의원 : "손님이 와 있어 가지고. (서울에서 봐도 되는데요.)"]

이 의원은 지난 7월, 건설업 등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건설업계 이익에 들어맞아 결국, 이 의원이 대주주인 사업체에도 도움이 되는 법안입니다.

[이주환/국민의힘 의원 : "직원이라고 해봐야 다섯 명도 채 안 되니까. 전경련에서 찾아오셔 가지고 탄력적으로 조정이 필요하지 않으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삭제하자는 법안은 발의한 의원 20명 중 3명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건설사 대주주였습니다.

피감기관 공사를 따내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박덕흠 의원.

6년 전, 백지신탁한 3개 건설사 주식 129억 원어치가 농협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국회의원 주식을 넘겨받은 금융기관이 말로만 팔겠다고 하고 실제로는 처분을 무기한 미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신탁만 하고 사실상 매각은 안 된다는 걸 서로 알고 있다는 게 굉장히 큰 제도적 허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확인해 보니, 백지신탁 제도 도입 후 15년 동안 수탁 기관인 농협에 주식을 신탁한 의원은 30명.

이 가운데 실제 주식이 팔린 의원은 6명에 불과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 반복되는 이해충돌 논란…국회는 뭘했나?

[리포트]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10월 5일 : "이해충돌 방지법 처리 늦출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온다."]

[주호영/국민의힘/9월 24일 : "각 상임위 배정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이번에 모두 정리하도록 하고..."]

박덕흠 의원 이해 충돌 논란에, 여야는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감시 제도를 강화해 이해충돌 재발을 막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없는 건 아닙니다.

공직자윤리법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주식 백지신탁을 했지만 처분이 안 됐을 경우, 이해충돌 직무에 관여했는지 분기마다 스스로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고한 의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만약 박덕흠 의원이 이 법이라도 제대로 지켰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있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현행법 자체에 허점도 많습니다.

국회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 개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지신탁해서 처분이 안 돼도 별다른 제재 없이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한 법, 앞선 리포트에서 보셨죠.

문제라는 지적에 20대 국회에서 고쳐 보려고 했습니다.

6개월 이내에 못 팔면 상임위 변경을 권고하자, 법안 발의만 해 놓고 논의 없이 다음 국회로 공을 넘겼습니다.

이 밖에도 의원 가족의 재산 등록 거부를 못 하게 하자, 매각이나 신탁 의무, 제때 안 지키면 처벌 2배로 강화하자,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는 지금, 백지신탁을 하고 6개월 안에 주식을 팔지 않으면 이번엔 상임위를 강제로 바꾸게 하자는 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국회 스스로를 엄정하게 감시할 수 있는 법, 이번엔 과연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김재현/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김지훈 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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