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바닷물로 ‘동천’ 수질 개선?…무허가 건물까지 등장한 부산시 핵심 사업

입력 2020.12.09 (08:01) 수정 2020.12.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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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 관통하는 '동천'부산 도심 관통하는 '동천'

'동천'은 부산 도심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하천입니다. 악취와 오·폐수로 30년째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 '똥천'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동천은 부산시장의 공약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역대 부산시장마다 동천을 제대로 살려보겠다며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10년째 진행 중인 '해수도수사업'도 그중 하나입니다.

'해수도수사업'은 부산 북항 인근에서 끌어온 바닷물을 동천 중하류 지점인 광무교에서 흘려보내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예산만 280억이 넘는 대형 사업입니다. 2010년 이후 5만톤의 물을 흘려보내다 내년부터는 25만 톤으로 양을 5배가량 늘릴 예정입니다. 부산시는 동천 수질의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 ‘동천’기획② 아랫물만 맑게?…수질 개선 “헛바퀴”)

시의회가 부산시로부터 받은 행정절차 이행 여부 검토 서류시의회가 부산시로부터 받은 행정절차 이행 여부 검토 서류

■ 시작부터 잘못된 '해수도수사업'...행정절차 무시· 핵심 시설은 '무허가'

문제는 이 해수도수사업 확장이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점입니다. KBS 취재 결과, 해당 사업을 발주한 부산시는 사업에 필요한 예산 회계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과 부산시 조례 등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20억 원 이상의 일반회계 대상으로 자체 심의위원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심의를 거치면 시의회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요. 이 과정이 모두 생략됐습니다.

부산시는 25만톤의 바닷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펌프장과 관로 공사를 했는데, 사업 초기 예산 규모가 20억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의회는 행정 절차를 피하기 위한 '꼼수' 예산이라며 발끈하며, 재심의하기로 했습니다. 펌프장 조성에 들인 돈 42억 원 가운데 펌프장 내부 기계설비 등을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펌프장이 들어선 건물은 건축 허가도 받지 못한 '무허가 ' 상태입니다.


부산시 '해수도수사업' 펌프장 건물 내부부산시 '해수도수사업' 펌프장 건물 내부

■ 부산시, 지번 없는 곳에 무허가 건물 세워…'황당한' 공유재산 등록

이 펌프장 건물은 부산 북항 제5 부두에 있습니다. 공유수면을 매립한 곳이라 건물을 등록할 수 있는 지번이 없습니다. 지번이 없으면 건물을 지어도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는데요. 부두 내 땅이라도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치면 얼마든지 지번을 받을 수 있지만, 부산시는 이런 과정을 밟지 않았습니다.

허가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준공을 강행하던 부산시는 뒤늦게 해당 건물을 '공작물'로 등록하겠다는 황당한 수습책을 내놨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가 보니 이곳은 2층짜리 건물로 1층에 해수도수 펌프장 시설이, 2층에는 사무실로 쓸만한 공간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건축법상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定着)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물, 지하나 고가(高架)의 공작물에 설치하는 사무소ㆍ공연장ㆍ점포ㆍ차고ㆍ창고,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붕과 벽, 기둥이 있고 바닥에 꼿꼿이 선 정상적인 건물인 셈입니다.

부산시가 말한 공작물은 어떤 것일까요.

건축법상 공작물은 "건축물과 분리하여 축조하는 것"을 뜻합니다. 굴뚝, 조각물, 옹벽, 광고판처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시설을 가리킵니다.

부산시는 지번이 없어 건물로 등록을 못 하니 멀쩡한 건물을 공작물로 등록하겠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당장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존 건축물이 적용받던 소방 안전시설 설치 의무에서 모두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는데도 부산시가 준공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요. 부산시는 해당 부지를 사용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쳐 공유수면 사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사용 승인 조건에는 해당 건물을 '국유재산'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공유재산으로 등록해 시 소속 건물로 만들지 않으면 당장 이 협의를 어긴 셈입니다.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동천관리사무소. 이곳에 해수도수 제어 설비가 들어올 예정이다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동천관리사무소. 이곳에 해수도수 제어 설비가 들어올 예정이다

■ 급해진 부산시, 운영 지침도 없이 부산진구에 책임 떠넘기기?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이달 중 준공을 마치고 당장 부산진구에 운영을 맡길 예정입니다. 동천 유역 자치단체 가운데 관리 범위가 가장 넓기 때문인데요. 광무교 인근의 동천관리사무소에 언제, 얼마만큼의 바닷물을 흘려보낼지 제어하는 설비가 들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 설비 설치를 몇 달이나 미루는 등 운영을 놓고 부산시와 부산진구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부산진구는 이 시설과 관련 인력으로 1억 5천만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장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기존 5만 톤의 물을 흘려보내던 것을 다섯 배나 늘렸지만, 구체적인 운영지침이 내려온 게 없기 때문입니다. 시운전 기간도 고작 열흘뿐입니다. 부산시는 공사에 문제가 있으면 하자보수 기간 동안 청구를 할 수 있고, 지침은 추후에 보강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운영에 나섰다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부산진구가 떠안아야 합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설치를 계속해서 미룰 경우 책임을 묻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는데요. 전문가들의 우려도 상당합니다. 계절과 조류의 변화에 따라 동천 하류의 수질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인데요. 올여름 집중호우로 두 차례나 범람한 기억을 떠올려볼 때, "추후 보강"이라는 답변이 결코 달갑지 않은 이유입니다.

부산시는 뒤늦게 동천 통합운영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그전까지 운영은 부산진구가 도맡아야 합니다. 당장 허가도 받지 못하는 건물과 부실한 운영지침으로 시작하는 동천 살리기, 이대로 괜찮을까요?

[연관 기사]
[집중취재]① 행정절차 무시…무허가 건물로 동천 수질 개선?
[집중취재]② “운영 지침 부실”…책임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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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바닷물로 ‘동천’ 수질 개선?…무허가 건물까지 등장한 부산시 핵심 사업
    • 입력 2020-12-09 08:01:35
    • 수정2020-12-09 08:01:52
    취재후
부산 도심 관통하는 '동천'
'동천'은 부산 도심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하천입니다. 악취와 오·폐수로 30년째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 '똥천'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동천은 부산시장의 공약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역대 부산시장마다 동천을 제대로 살려보겠다며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10년째 진행 중인 '해수도수사업'도 그중 하나입니다.

'해수도수사업'은 부산 북항 인근에서 끌어온 바닷물을 동천 중하류 지점인 광무교에서 흘려보내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예산만 280억이 넘는 대형 사업입니다. 2010년 이후 5만톤의 물을 흘려보내다 내년부터는 25만 톤으로 양을 5배가량 늘릴 예정입니다. 부산시는 동천 수질의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 ‘동천’기획② 아랫물만 맑게?…수질 개선 “헛바퀴”)

시의회가 부산시로부터 받은 행정절차 이행 여부 검토 서류
■ 시작부터 잘못된 '해수도수사업'...행정절차 무시· 핵심 시설은 '무허가'

문제는 이 해수도수사업 확장이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점입니다. KBS 취재 결과, 해당 사업을 발주한 부산시는 사업에 필요한 예산 회계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과 부산시 조례 등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20억 원 이상의 일반회계 대상으로 자체 심의위원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심의를 거치면 시의회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요. 이 과정이 모두 생략됐습니다.

부산시는 25만톤의 바닷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펌프장과 관로 공사를 했는데, 사업 초기 예산 규모가 20억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의회는 행정 절차를 피하기 위한 '꼼수' 예산이라며 발끈하며, 재심의하기로 했습니다. 펌프장 조성에 들인 돈 42억 원 가운데 펌프장 내부 기계설비 등을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펌프장이 들어선 건물은 건축 허가도 받지 못한 '무허가 ' 상태입니다.


부산시 '해수도수사업' 펌프장 건물 내부
■ 부산시, 지번 없는 곳에 무허가 건물 세워…'황당한' 공유재산 등록

이 펌프장 건물은 부산 북항 제5 부두에 있습니다. 공유수면을 매립한 곳이라 건물을 등록할 수 있는 지번이 없습니다. 지번이 없으면 건물을 지어도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는데요. 부두 내 땅이라도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치면 얼마든지 지번을 받을 수 있지만, 부산시는 이런 과정을 밟지 않았습니다.

허가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준공을 강행하던 부산시는 뒤늦게 해당 건물을 '공작물'로 등록하겠다는 황당한 수습책을 내놨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가 보니 이곳은 2층짜리 건물로 1층에 해수도수 펌프장 시설이, 2층에는 사무실로 쓸만한 공간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건축법상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定着)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물, 지하나 고가(高架)의 공작물에 설치하는 사무소ㆍ공연장ㆍ점포ㆍ차고ㆍ창고,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붕과 벽, 기둥이 있고 바닥에 꼿꼿이 선 정상적인 건물인 셈입니다.

부산시가 말한 공작물은 어떤 것일까요.

건축법상 공작물은 "건축물과 분리하여 축조하는 것"을 뜻합니다. 굴뚝, 조각물, 옹벽, 광고판처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시설을 가리킵니다.

부산시는 지번이 없어 건물로 등록을 못 하니 멀쩡한 건물을 공작물로 등록하겠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당장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존 건축물이 적용받던 소방 안전시설 설치 의무에서 모두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는데도 부산시가 준공을 강행하는 이유는 뭘까요. 부산시는 해당 부지를 사용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협의를 거쳐 공유수면 사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사용 승인 조건에는 해당 건물을 '국유재산'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공유재산으로 등록해 시 소속 건물로 만들지 않으면 당장 이 협의를 어긴 셈입니다.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동천관리사무소. 이곳에 해수도수 제어 설비가 들어올 예정이다
■ 급해진 부산시, 운영 지침도 없이 부산진구에 책임 떠넘기기?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이달 중 준공을 마치고 당장 부산진구에 운영을 맡길 예정입니다. 동천 유역 자치단체 가운데 관리 범위가 가장 넓기 때문인데요. 광무교 인근의 동천관리사무소에 언제, 얼마만큼의 바닷물을 흘려보낼지 제어하는 설비가 들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 설비 설치를 몇 달이나 미루는 등 운영을 놓고 부산시와 부산진구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부산진구는 이 시설과 관련 인력으로 1억 5천만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장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기존 5만 톤의 물을 흘려보내던 것을 다섯 배나 늘렸지만, 구체적인 운영지침이 내려온 게 없기 때문입니다. 시운전 기간도 고작 열흘뿐입니다. 부산시는 공사에 문제가 있으면 하자보수 기간 동안 청구를 할 수 있고, 지침은 추후에 보강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운영에 나섰다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부산진구가 떠안아야 합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설치를 계속해서 미룰 경우 책임을 묻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는데요. 전문가들의 우려도 상당합니다. 계절과 조류의 변화에 따라 동천 하류의 수질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인데요. 올여름 집중호우로 두 차례나 범람한 기억을 떠올려볼 때, "추후 보강"이라는 답변이 결코 달갑지 않은 이유입니다.

부산시는 뒤늦게 동천 통합운영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그전까지 운영은 부산진구가 도맡아야 합니다. 당장 허가도 받지 못하는 건물과 부실한 운영지침으로 시작하는 동천 살리기, 이대로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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