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국에서 첫 ‘동성애자’ 장관 나올까?

입력 2020.12.21 (10:33) 수정 2020.12.21 (11: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년 4월 12일 미국 유명 토크쇼 '엘렌 쇼'에 한 정치인이 나왔습니다.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자입니다. 첫 대화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Ellen : We are back with mayor Pete Buttigieg. Buttigieg?
엘렌 : 피트 부티지지 시장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부티지지?

Buttigieg : You got it rolls off the tongue right?
부티지지 : 맞아요. 혀에 딱 감기죠?

Ellen : It does. Once you say it, Buttigieg. But is there an emphasis on 'BUT' or 'GIEG'?
엘렌 : 그렇네요, 부티지지, 그런데 이름을 말할 때 '부트'를 강조해야 하나요 아니면 '지지'에 해야 하나요?

Buttigieg : I think it goes more 'BUT'. Because I can't help noticing you can't spell Buttigieg without 'T'
부티지지 : '부트'를 강조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T 발음 없이는 부티지지를 말할 수 없죠.

1982년생 올해 38살의 '피트 부티지지'.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 시장 출신으로 지난해 초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합니다.

1년 뒤 그는 놀랍게도 경선에서 아이오와 1위를 차지합니다. 많은 언론과 미디어는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한 그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디어가 그를 소개하는 첫 소재는 늘 그의 이름이었습니다.


올해 2월 트레버 노아가 진행하는 데일리 쇼에서는 그의 이름을 둘러싼 혼란을 편집해 보여줍니다.

"부더겟, 부더젯, 부대디치, 부더게그, 부더엣제지, 붓앳애그, 부터에그 부티지에그"
(방송에서 언급된 그의 이름을 최대한 소리 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 그의 이름은 제대로 불린 적이 없었습니다. 미 전역에서 지금의 '부티지지'로 불리기까지 몇 년이 걸린 셈입니다.(아마도 아직도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할 겁니다.)

그의 경력은 그가 가진 이름의 특별함(?)을 덮고도 남습니다. '피트 부티지지'는 1982년 1월 19일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지중해 한가운데의 작은 나라 '몰타'에서 성직자를 준비하다 미국으로 온 이주민이고 어머니는 인디애나주 토박이 입니다.



외아들로 자란 그는 하버드에 입학해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으며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도 공부했습니다.

최상위권 성적에 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몰타어·노르웨이어·다리어 등 7개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천재급 정치인입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유명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다 2011년 고향인 사우스벤드의 시장 선거에 나서 당선됐습니다.

부티지지는 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7개월간 휴직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해군 정보장교로 파병근무를 하고 복귀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전 미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때는 2017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 경선에 나서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그는 2019년 1월 미국 대통령선거 경선 출마를 위한 예비 선거 운동을 시작한 뒤 그해 4월 민주당 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합니다.

그리고 1년쯤 뒤인 올해 2월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읍니다.

<부티지지의 정치 이력이 궁금하면?>
[글로벌 돋보기] 대이변의 주인공 부티지지는 누구인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75516

그러나 그는 3월 1일 중도 하차하게 됩니다. 히스패닉, 흑인 등 유색인종의 지지를 덜 받은 데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이 보수층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는 2015년 시장에 재선됐을 때 신문에 칼럼을 통해 동성애자임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3년 뒤에는 중학교 교사인 남성과 결혼했습니다.


'피트 부티지지'의 배우자 '채스턴 부티지지' 그는 최초의 '퍼스트 허즈번드' 가능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습니다.

사실 언론과 미디어가 그를 화제로 삼고 싶었던 부분은 이름보다는 그가 '성 소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오와주 경선 투표 날 한 선거구에서 찍힌 동영상 하나가 화제가 됐습니다. 300만 명이 넘게 시청한 그 동영상은 한 여성 민주당원이 자신의 표를 정정하겠다며 투표 관리 요원에게 따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여성은 부티지지에 투표했고 그가 자신의 표를 정정하겠다는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인줄 몰랐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6일 그를 교통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그의 지명 소식과 함께 첫 미 역사상 최초의 LGBTQ(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장관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부티지지 내정자는 “10대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성 소수자라서 상원 인준을 거부당한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어디에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17살짜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밝히고 "이번 지명에 역사의 눈이 쏠려 있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는 룩셈부르크 대사로 지명한 제임스 호멀입니다.당시 상원은 그의 인준을 거부했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상원 휴회 중 호멀을 임명했습니다.)


2015년 9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육군 장관에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에릭 패닝 육군 차관을 지명합니다. 그런데 패닝 지명자가 상원의 인준을 받고 장관직을 정식 수행하게 된 때는 8개월 뒤였습니다. 일부 상원의원이 인준을 거부했기 때문에 정식 임명이 늦어진 겁니다.

현재 미국 상원은 100석 가운데 민주당 48석 공화당 50석입니다. 남은 2석은 다음 달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서 결정됩니다.

만약 전통 가치를 중요시하는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부티지지의 인준 과정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쨌든 그가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부티지지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성 소수자 장관으로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됩니다. (미 육군부는 수장을 장관으로 부르지만, 국방부의 산하 조직입니다. 그래서 패닝 전 장관은 '첫 성 소수자 육군 장관'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에 언론들은 부티지지가 대권에도 도전했던 만큼 장관직을 잘 수행해 국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차기 주자로서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겁니다.

<부티지지의 정치 이력이 궁금하면?>
[글로벌 돋보기] 대이변의 주인공 부티지지는 누구인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75516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미국에서 첫 ‘동성애자’ 장관 나올까?
    • 입력 2020-12-21 10:33:05
    • 수정2020-12-21 11:49:30
    특파원 리포트
2019년 4월 12일 미국 유명 토크쇼 '엘렌 쇼'에 한 정치인이 나왔습니다.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자입니다. 첫 대화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Ellen : We are back with mayor Pete Buttigieg. Buttigieg?
엘렌 : 피트 부티지지 시장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부티지지?

Buttigieg : You got it rolls off the tongue right?
부티지지 : 맞아요. 혀에 딱 감기죠?

Ellen : It does. Once you say it, Buttigieg. But is there an emphasis on 'BUT' or 'GIEG'?
엘렌 : 그렇네요, 부티지지, 그런데 이름을 말할 때 '부트'를 강조해야 하나요 아니면 '지지'에 해야 하나요?

Buttigieg : I think it goes more 'BUT'. Because I can't help noticing you can't spell Buttigieg without 'T'
부티지지 : '부트'를 강조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T 발음 없이는 부티지지를 말할 수 없죠.

1982년생 올해 38살의 '피트 부티지지'.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 시장 출신으로 지난해 초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합니다.

1년 뒤 그는 놀랍게도 경선에서 아이오와 1위를 차지합니다. 많은 언론과 미디어는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한 그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디어가 그를 소개하는 첫 소재는 늘 그의 이름이었습니다.


올해 2월 트레버 노아가 진행하는 데일리 쇼에서는 그의 이름을 둘러싼 혼란을 편집해 보여줍니다.

"부더겟, 부더젯, 부대디치, 부더게그, 부더엣제지, 붓앳애그, 부터에그 부티지에그"
(방송에서 언급된 그의 이름을 최대한 소리 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 그의 이름은 제대로 불린 적이 없었습니다. 미 전역에서 지금의 '부티지지'로 불리기까지 몇 년이 걸린 셈입니다.(아마도 아직도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할 겁니다.)

그의 경력은 그가 가진 이름의 특별함(?)을 덮고도 남습니다. '피트 부티지지'는 1982년 1월 19일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지중해 한가운데의 작은 나라 '몰타'에서 성직자를 준비하다 미국으로 온 이주민이고 어머니는 인디애나주 토박이 입니다.



외아들로 자란 그는 하버드에 입학해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으며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도 공부했습니다.

최상위권 성적에 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몰타어·노르웨이어·다리어 등 7개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천재급 정치인입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유명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다 2011년 고향인 사우스벤드의 시장 선거에 나서 당선됐습니다.

부티지지는 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7개월간 휴직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해군 정보장교로 파병근무를 하고 복귀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전 미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때는 2017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 경선에 나서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그는 2019년 1월 미국 대통령선거 경선 출마를 위한 예비 선거 운동을 시작한 뒤 그해 4월 민주당 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합니다.

그리고 1년쯤 뒤인 올해 2월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읍니다.

<부티지지의 정치 이력이 궁금하면?>
[글로벌 돋보기] 대이변의 주인공 부티지지는 누구인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75516

그러나 그는 3월 1일 중도 하차하게 됩니다. 히스패닉, 흑인 등 유색인종의 지지를 덜 받은 데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이 보수층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는 2015년 시장에 재선됐을 때 신문에 칼럼을 통해 동성애자임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3년 뒤에는 중학교 교사인 남성과 결혼했습니다.


'피트 부티지지'의 배우자 '채스턴 부티지지' 그는 최초의 '퍼스트 허즈번드' 가능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습니다.

사실 언론과 미디어가 그를 화제로 삼고 싶었던 부분은 이름보다는 그가 '성 소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오와주 경선 투표 날 한 선거구에서 찍힌 동영상 하나가 화제가 됐습니다. 300만 명이 넘게 시청한 그 동영상은 한 여성 민주당원이 자신의 표를 정정하겠다며 투표 관리 요원에게 따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여성은 부티지지에 투표했고 그가 자신의 표를 정정하겠다는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인줄 몰랐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6일 그를 교통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그의 지명 소식과 함께 첫 미 역사상 최초의 LGBTQ(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장관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부티지지 내정자는 “10대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성 소수자라서 상원 인준을 거부당한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어디에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17살짜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밝히고 "이번 지명에 역사의 눈이 쏠려 있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는 룩셈부르크 대사로 지명한 제임스 호멀입니다.당시 상원은 그의 인준을 거부했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상원 휴회 중 호멀을 임명했습니다.)


2015년 9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육군 장관에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에릭 패닝 육군 차관을 지명합니다. 그런데 패닝 지명자가 상원의 인준을 받고 장관직을 정식 수행하게 된 때는 8개월 뒤였습니다. 일부 상원의원이 인준을 거부했기 때문에 정식 임명이 늦어진 겁니다.

현재 미국 상원은 100석 가운데 민주당 48석 공화당 50석입니다. 남은 2석은 다음 달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서 결정됩니다.

만약 전통 가치를 중요시하는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부티지지의 인준 과정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쨌든 그가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부티지지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성 소수자 장관으로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됩니다. (미 육군부는 수장을 장관으로 부르지만, 국방부의 산하 조직입니다. 그래서 패닝 전 장관은 '첫 성 소수자 육군 장관'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에 언론들은 부티지지가 대권에도 도전했던 만큼 장관직을 잘 수행해 국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차기 주자로서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겁니다.

<부티지지의 정치 이력이 궁금하면?>
[글로벌 돋보기] 대이변의 주인공 부티지지는 누구인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75516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