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꿔놓은 2020년…잃어버린 ‘함께’

입력 2020.12.31 (21:17) 수정 2020.12.3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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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20년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건 함께라는 단어였습니다.

만날 수도 함께할 수도 없었습니다.

코와 입을 가린 채,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견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가려져 있던 우리 사회의 취약한 면을 코로나 19는 어김없이 파고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었고, 누군가는 생명을 잃었습니다.

멈춰선 사회,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팍팍해졌고 간극은 더욱 벌어졌습니다.

함께하는 일상을 잃어버린 202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나온 1년을 돌아봤습니다.

홍진아 기잡니다.

[리포트]

방학식이 열린 서울의 한 초등학교.

방학 기간의 유의사항을 전하는 선생님 앞에는 학생들이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겨울 방학식을 하려고 합니다."]

원격 수업은 지난 봄부터 학생들에게 새로운 일상이 됐고, 수업 마지막 날까지도 선생님, 친구들과 직접 마주하지 못한 채 작별 인사를 해야 합니다.

[전하은/초등학교 5학년 : "공부도 잘 안 됐고, 친구들하고도 잘 못 만나서 아쉬웠어요. 학교에서 소풍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어요."]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라지면서 10년 경력의 방과후 강사도 교단을 떠나야 했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는 대신 운전대를 잡고 배달 일에 나섰습니다.

[홍만기/방과후 강사 : "사실 좀 정말 참담한 마음이거든요. 제가 생각했던, 어떻게 보면 꿈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런 것을 못하고 지금 생계를 위해서 잠시 다른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생각하면 괴로운 마음이 큽니다."]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던 사장님은 지난 2월부터 악몽 같은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홍OO/여행사 운영 : "IMF, 사스, 메르스 다 겪었습니다. 다 겪었는데 그때는 이렇게까지는 어렵지 않았었어요."]

올해 900곳이 넘는 여행 업체가 휴업하거나 폐업했고, 해외여행객들은 96%나 급감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은 지원금은 네 가족에겐 턱없이 부족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일도 낯설고 버겁습니다.

[홍 모 씨/여행사 운영 : "어제도 정육점이 포함된 식당이었는데 거기에 구인 광고를 보고 갔는데 50살이 넘으니까 안 된다고…."]

청년들에게도 가혹했던 한 해였습니다.

지난달 기준,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24만 명 감소했고, 이른바 '단기 알바' 자리를 구하는 것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심 모 씨/취업준비생 : "코로나 때문에 (가게) 영업이 다 9시까지밖에 안 되니까 (다른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많이 힘들더라고요."]

꿈을 좇는 청년들로 붐볐던 노량진 학원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원은 휴원 중이고, 컵밥 집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았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좁은 원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전부가 됐습니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부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코로나가 만든 지독한 일상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립니다.

[장윤영/공무원 시험 준비생 : "코로나 걸려서 시험 못 보게 되는 사태가 아무래도 가장 걱정이고, 저는 2주 정도 밖에 아예 안 나가고 있거든요. 햇빛도 못 보고 그러니까 왠지 기운도 없는 것 같고…."]

코로나로 잃어버린 '함께',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 한 해였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홍성백/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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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가 바꿔놓은 2020년…잃어버린 ‘함께’
    • 입력 2020-12-31 21:17:59
    • 수정2020-12-31 22:25:38
    뉴스 9
[앵커]

2020년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건 함께라는 단어였습니다.

만날 수도 함께할 수도 없었습니다.

코와 입을 가린 채,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견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가려져 있던 우리 사회의 취약한 면을 코로나 19는 어김없이 파고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었고, 누군가는 생명을 잃었습니다.

멈춰선 사회,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팍팍해졌고 간극은 더욱 벌어졌습니다.

함께하는 일상을 잃어버린 202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나온 1년을 돌아봤습니다.

홍진아 기잡니다.

[리포트]

방학식이 열린 서울의 한 초등학교.

방학 기간의 유의사항을 전하는 선생님 앞에는 학생들이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겨울 방학식을 하려고 합니다."]

원격 수업은 지난 봄부터 학생들에게 새로운 일상이 됐고, 수업 마지막 날까지도 선생님, 친구들과 직접 마주하지 못한 채 작별 인사를 해야 합니다.

[전하은/초등학교 5학년 : "공부도 잘 안 됐고, 친구들하고도 잘 못 만나서 아쉬웠어요. 학교에서 소풍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어요."]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라지면서 10년 경력의 방과후 강사도 교단을 떠나야 했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는 대신 운전대를 잡고 배달 일에 나섰습니다.

[홍만기/방과후 강사 : "사실 좀 정말 참담한 마음이거든요. 제가 생각했던, 어떻게 보면 꿈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런 것을 못하고 지금 생계를 위해서 잠시 다른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생각하면 괴로운 마음이 큽니다."]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던 사장님은 지난 2월부터 악몽 같은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홍OO/여행사 운영 : "IMF, 사스, 메르스 다 겪었습니다. 다 겪었는데 그때는 이렇게까지는 어렵지 않았었어요."]

올해 900곳이 넘는 여행 업체가 휴업하거나 폐업했고, 해외여행객들은 96%나 급감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은 지원금은 네 가족에겐 턱없이 부족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일도 낯설고 버겁습니다.

[홍 모 씨/여행사 운영 : "어제도 정육점이 포함된 식당이었는데 거기에 구인 광고를 보고 갔는데 50살이 넘으니까 안 된다고…."]

청년들에게도 가혹했던 한 해였습니다.

지난달 기준,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24만 명 감소했고, 이른바 '단기 알바' 자리를 구하는 것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심 모 씨/취업준비생 : "코로나 때문에 (가게) 영업이 다 9시까지밖에 안 되니까 (다른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많이 힘들더라고요."]

꿈을 좇는 청년들로 붐볐던 노량진 학원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원은 휴원 중이고, 컵밥 집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았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좁은 원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전부가 됐습니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부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코로나가 만든 지독한 일상이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립니다.

[장윤영/공무원 시험 준비생 : "코로나 걸려서 시험 못 보게 되는 사태가 아무래도 가장 걱정이고, 저는 2주 정도 밖에 아예 안 나가고 있거든요. 햇빛도 못 보고 그러니까 왠지 기운도 없는 것 같고…."]

코로나로 잃어버린 '함께',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 한 해였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홍성백/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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