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길 잃은 치매 환자’…행인들 반응은?

입력 2021.01.30 (09:03) 수정 2021.01.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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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충북광역치매센터의 ‘치매 환자 실종 예방 모의훈련’에 동행했다.KBS는 충북광역치매센터의 ‘치매 환자 실종 예방 모의훈련’에 동행했다.

최근 충북 청주에서 치매를 앓던 60대가 실종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KBS는 치매 노인의 실종 사고 예방을 위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재조명하고자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전 지문등록이나 배회감지기 신청 등 실종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건 빠른 112신고라고 입을 모읍니다. 우리는 치매 어르신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고, 어떻게 도와주고 있을까요?

충북광역치매센터가 치매 증상에 대한 시민 의식 수준을 모니터링하는 '치매 환자 실종 예방 모의훈련'에 KBS가 동행해 시민들의 반응을 지켜봤습니다.

[연관 기사]
③ 길 잃은 치매 노인 대응 모의실험…거리 시민 반응은? [2021.01.28 / KBS 뉴스9]
② [취재후] 영하 날씨에 사라진 홀몸 치매 노인…발견된 곳은? [2021.01.25 / 디지털]
① 홀몸 치매 노인 숨진 채 발견…“각종 사고 취약” [2021.01.13 / 청주 KBS 뉴스9]

■ '길 잃은 치매 환자'를 만나면…어떤 반응이?

치매 환자는 안절부절못하며 거리를 배회하거나 가게 앞을 서성이고, 그러다 누군가를 쫓아가기도 합니다.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이나 신발을 신기도 하고,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매 증상을 보이는 80대 어르신이 거리를 헤매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어르신 외투와 가방에는 치매 환자임을 알려주고 신고 방법까지 표시된 '배회인식표'도 붙였습니다.

이때, 시민들은 얼마나 빨리 관심을 보일까? 그리고 그 관심이 신고로 이어질까?

어르신이 충북 청주의 한 번화가를 배회해봅니다. 누군가를 따라가 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이에게 손짓도 해봅니다. 주춤주춤하며 걷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합니다.

상가 앞 가판대 주변을 멍하니 쳐다보다 지나가는 이들과 눈도 마주쳐 봅니다. 행인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고 마는데요. 어르신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챈 한 행인은 잠깐 뒤돌아보지만,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어르신이 도와달라는 듯 손짓도 해보지만 못 본 척 피해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누가 관심을 보였을까요?

"집 찾아 달라고 여쭤보셔서"

관찰 실험 40여 분 동안 시민 2명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모두 어르신이 직접 다가가 집을 찾아달라며 말을 건넨 경우인데요. 한 시민은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어르신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가던 길을 멈춥니다. 그리고 112신고를 시도합니다. "집 어딘지 모르세요? 경찰 아저씨 불러서 집 찾아드릴까요?".

그제야 어르신은 이 시민에게 옷에 붙은 배회인식표를 보여 줍니다. 시민은 "이걸 먼저 보여주셨어야죠"라고 답합니다. 실험에서 이 인식표를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권용정 충북광역치매센터 사무국장은 "지난해에도 충북 증평 지역에서도 모의 훈련을 한 적이 있었지만, 시민 신고는 거의 없었다"면서, "대부분 사람은 신고할 이유를 모르거나 치매 환자임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배회인식표가 무엇인지 몰라 신고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도 했습니다.

‘배회인식표’는 치매 노인의 고유 등록 번호와 신고 방법이 담긴 스티커이다.‘배회인식표’는 치매 노인의 고유 등록 번호와 신고 방법이 담긴 스티커이다.

'배회인식표' 보급률 저조…"6분만 투자해 주세요"

배회인식표는 고유 등록 번호와 실종 신고 방법이 담긴 타원형 스티커로 보건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실종 위험이 있는 치매 환자나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한 해에 두 번에 걸쳐 최대 160장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배회인식표 보급률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난해까지 배회인식표를 보급받은 인원은 14만여 명입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만 65세 이상 치매 유병 인구가 79만 4천여 명인데요. 보급률은 17% 안팎입니다.

권 사무국장은 "치매 환자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배회인식표는 겉옷 안쪽에 붙인다"면서, "실종자 조기 발견을 위해 배회인식표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치매 노인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시간은 '최소 6분'이라고 합니다. 112에 신고 후 근처 지구대 경찰이 출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한 건데요.

도심 속 수천 개의 CCTV보다 시민 1명의 관심이 실종자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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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길 잃은 치매 환자’…행인들 반응은?
    • 입력 2021-01-30 09:03:31
    • 수정2021-01-30 10:36:41
    취재후·사건후
KBS는 충북광역치매센터의 ‘치매 환자 실종 예방 모의훈련’에 동행했다.
최근 충북 청주에서 치매를 앓던 60대가 실종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KBS는 치매 노인의 실종 사고 예방을 위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재조명하고자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전 지문등록이나 배회감지기 신청 등 실종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건 빠른 112신고라고 입을 모읍니다. 우리는 치매 어르신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고, 어떻게 도와주고 있을까요?

충북광역치매센터가 치매 증상에 대한 시민 의식 수준을 모니터링하는 '치매 환자 실종 예방 모의훈련'에 KBS가 동행해 시민들의 반응을 지켜봤습니다.

[연관 기사]
③ 길 잃은 치매 노인 대응 모의실험…거리 시민 반응은? [2021.01.28 / KBS 뉴스9]
② [취재후] 영하 날씨에 사라진 홀몸 치매 노인…발견된 곳은? [2021.01.25 / 디지털]
① 홀몸 치매 노인 숨진 채 발견…“각종 사고 취약” [2021.01.13 / 청주 KBS 뉴스9]

■ '길 잃은 치매 환자'를 만나면…어떤 반응이?

치매 환자는 안절부절못하며 거리를 배회하거나 가게 앞을 서성이고, 그러다 누군가를 쫓아가기도 합니다.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이나 신발을 신기도 하고,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매 증상을 보이는 80대 어르신이 거리를 헤매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어르신 외투와 가방에는 치매 환자임을 알려주고 신고 방법까지 표시된 '배회인식표'도 붙였습니다.

이때, 시민들은 얼마나 빨리 관심을 보일까? 그리고 그 관심이 신고로 이어질까?

어르신이 충북 청주의 한 번화가를 배회해봅니다. 누군가를 따라가 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이에게 손짓도 해봅니다. 주춤주춤하며 걷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합니다.

상가 앞 가판대 주변을 멍하니 쳐다보다 지나가는 이들과 눈도 마주쳐 봅니다. 행인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고 마는데요. 어르신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챈 한 행인은 잠깐 뒤돌아보지만,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어르신이 도와달라는 듯 손짓도 해보지만 못 본 척 피해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누가 관심을 보였을까요?

"집 찾아 달라고 여쭤보셔서"

관찰 실험 40여 분 동안 시민 2명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모두 어르신이 직접 다가가 집을 찾아달라며 말을 건넨 경우인데요. 한 시민은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어르신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가던 길을 멈춥니다. 그리고 112신고를 시도합니다. "집 어딘지 모르세요? 경찰 아저씨 불러서 집 찾아드릴까요?".

그제야 어르신은 이 시민에게 옷에 붙은 배회인식표를 보여 줍니다. 시민은 "이걸 먼저 보여주셨어야죠"라고 답합니다. 실험에서 이 인식표를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권용정 충북광역치매센터 사무국장은 "지난해에도 충북 증평 지역에서도 모의 훈련을 한 적이 있었지만, 시민 신고는 거의 없었다"면서, "대부분 사람은 신고할 이유를 모르거나 치매 환자임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배회인식표가 무엇인지 몰라 신고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도 했습니다.

‘배회인식표’는 치매 노인의 고유 등록 번호와 신고 방법이 담긴 스티커이다.
'배회인식표' 보급률 저조…"6분만 투자해 주세요"

배회인식표는 고유 등록 번호와 실종 신고 방법이 담긴 타원형 스티커로 보건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실종 위험이 있는 치매 환자나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한 해에 두 번에 걸쳐 최대 160장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배회인식표 보급률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난해까지 배회인식표를 보급받은 인원은 14만여 명입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만 65세 이상 치매 유병 인구가 79만 4천여 명인데요. 보급률은 17% 안팎입니다.

권 사무국장은 "치매 환자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배회인식표는 겉옷 안쪽에 붙인다"면서, "실종자 조기 발견을 위해 배회인식표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치매 노인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시간은 '최소 6분'이라고 합니다. 112에 신고 후 근처 지구대 경찰이 출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한 건데요.

도심 속 수천 개의 CCTV보다 시민 1명의 관심이 실종자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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