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한 지 6개월 된 공군병사…‘괴롭힘 피해’로 결국

입력 2021.02.21 (09:00) 수정 2021.02.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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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우리나라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가 과연 갈 만한 곳인가? 복무 중 사고를 겪거나 사망해도 군의 보상체제와 책임은 미흡하다. 군대 내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 또한 쉬이 묻히곤 한다.

2018년 11월, 입대한 지 6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 일병.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일까?

                                                                         충남 서산에 위치한 공군부대 앞 충남 서산에 위치한 공군부대 앞

3개월 만에 같은 부대서 군인 2명 극단적 선택 잇따라

공군 20전투비행단서 2018년 11월 최 모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지 다섯 달 만이었다.

3개월 뒤 같은 부대 내에서 또 한 명의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역을 2개월 남긴 김 모 하사였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은 부대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특히 최 일병의 직속상관은 최 일병에게 업무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일을 시키고, '명문대생인데 실망'이라며 모욕감을 주거나 인격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나왔다.

관제사 업무를 했던 김 모 하사의 경우에도 직속상관이 김 하사의 실수 사례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했다.

김 하사의 아버지는 "작전사령부 지침에는 분기에 한 번 하게 돼 있는 관제 사례를 아들은 16번이나 발표했다"며, 아들이 느꼈을 큰 심적 부담감에 대해 토로했다.

최 일병의 경우, 부대 내 괴롭힘 의혹에도 군 검찰은 석 달이 지나도록 기소하지 않았고, 급기야 유가족의 고소 후 군사법원에 넘겨지고 나서 두 달여 만에 열린 2019년 7월 1심에서 군 법원은 간부 2명 중 한 명에겐 벌금 200만 원, 다른 한 명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4월 항소심에서는 협박 혐의는 빠진 채 1심이 유지됐다.

이번 달 8일 준공한 ‘국방부 검찰단’ 신축청사 외경이번 달 8일 준공한 ‘국방부 검찰단’ 신축청사 외경

신인성검사 결과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강한 스트레스' 받은 것으로 나와

공군 규정에 따르면 병사가 1개 항목만 표시해도 추가 검사를 해야 하는 신인성검사에서 최 일병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무려 9개 항목에 표시했다.

이때가 사망 4일전이었다.

복무적응도검사에서는 양호, 관심, 주의 등급 중 관심 등급으로 식별되어 정신건강 문제가 시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두 차례의 복무적응도검사에서 공통으로 ‘괴롭힘 피해’ 항목에 표시했다.

최 일병이 한 인성검사 및 스트레스 진단, 관계유형도 검사, 복무적응도 및 자살위험도 검사 중 , 총 3개의 검사에서 이상 반응이 나왔다.

故 최 일병의 숨지기 전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故 최 일병의 숨지기 전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극단적 선택 이유 “지속적 질책, 언어폭력 등 ‘심적 부담’ 작용했을 것”

최 일병은 숨지기 전 친구와 나눈 위의 메신저 대화에서 보듯이, 부대 내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지만, 군 당국의 대처는 안이하고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진단조사에서 최 일병의 이상 징후가 발견됐으나, 지휘관들은 부대 사정을 이유로 상담을 하지 않은 것으로 군 헌병대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군은 수사 결과에서 "소속 간부들의 지속적인 질책과 언어폭력, 잦은 야근 강요 등의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사망사고 중 67%는 자살로 인한 사망

2020년 11월 국방부에서 발표한 2011년부터 2019년까지의 군 사망사고 현황(20~29세 남자 기준)을 보면, 전체 사망 건 수 893건 중, 595명이 자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사망사고 건 수의 67%를 차지한다.

병사가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육군 제외)도 2016년과 2017년 각 5건, 2018년 11건, 2019년 18건 등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연관 기사] ‘말라가는 죽음에 대하여’…대학생들이 취재한 ‘최 일병 사건’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2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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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대한 지 6개월 된 공군병사…‘괴롭힘 피해’로 결국
    • 입력 2021-02-21 09:00:34
    • 수정2021-02-22 17:29:17
    취재K
우리나라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가 과연 갈 만한 곳인가? 복무 중 사고를 겪거나 사망해도 군의 보상체제와 책임은 미흡하다. 군대 내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 또한 쉬이 묻히곤 한다. <br /><br />2018년 11월, 입대한 지 6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 일병.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일까?<br />
                                                                         충남 서산에 위치한 공군부대 앞
3개월 만에 같은 부대서 군인 2명 극단적 선택 잇따라

공군 20전투비행단서 2018년 11월 최 모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지 다섯 달 만이었다.

3개월 뒤 같은 부대 내에서 또 한 명의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역을 2개월 남긴 김 모 하사였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은 부대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특히 최 일병의 직속상관은 최 일병에게 업무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일을 시키고, '명문대생인데 실망'이라며 모욕감을 주거나 인격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나왔다.

관제사 업무를 했던 김 모 하사의 경우에도 직속상관이 김 하사의 실수 사례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했다.

김 하사의 아버지는 "작전사령부 지침에는 분기에 한 번 하게 돼 있는 관제 사례를 아들은 16번이나 발표했다"며, 아들이 느꼈을 큰 심적 부담감에 대해 토로했다.

최 일병의 경우, 부대 내 괴롭힘 의혹에도 군 검찰은 석 달이 지나도록 기소하지 않았고, 급기야 유가족의 고소 후 군사법원에 넘겨지고 나서 두 달여 만에 열린 2019년 7월 1심에서 군 법원은 간부 2명 중 한 명에겐 벌금 200만 원, 다른 한 명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4월 항소심에서는 협박 혐의는 빠진 채 1심이 유지됐다.

이번 달 8일 준공한 ‘국방부 검찰단’ 신축청사 외경
신인성검사 결과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강한 스트레스' 받은 것으로 나와

공군 규정에 따르면 병사가 1개 항목만 표시해도 추가 검사를 해야 하는 신인성검사에서 최 일병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무려 9개 항목에 표시했다.

이때가 사망 4일전이었다.

복무적응도검사에서는 양호, 관심, 주의 등급 중 관심 등급으로 식별되어 정신건강 문제가 시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두 차례의 복무적응도검사에서 공통으로 ‘괴롭힘 피해’ 항목에 표시했다.

최 일병이 한 인성검사 및 스트레스 진단, 관계유형도 검사, 복무적응도 및 자살위험도 검사 중 , 총 3개의 검사에서 이상 반응이 나왔다.

故 최 일병의 숨지기 전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극단적 선택 이유 “지속적 질책, 언어폭력 등 ‘심적 부담’ 작용했을 것”

최 일병은 숨지기 전 친구와 나눈 위의 메신저 대화에서 보듯이, 부대 내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지만, 군 당국의 대처는 안이하고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진단조사에서 최 일병의 이상 징후가 발견됐으나, 지휘관들은 부대 사정을 이유로 상담을 하지 않은 것으로 군 헌병대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군은 수사 결과에서 "소속 간부들의 지속적인 질책과 언어폭력, 잦은 야근 강요 등의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사망사고 중 67%는 자살로 인한 사망

2020년 11월 국방부에서 발표한 2011년부터 2019년까지의 군 사망사고 현황(20~29세 남자 기준)을 보면, 전체 사망 건 수 893건 중, 595명이 자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사망사고 건 수의 67%를 차지한다.

병사가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육군 제외)도 2016년과 2017년 각 5건, 2018년 11건, 2019년 18건 등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연관 기사] ‘말라가는 죽음에 대하여’…대학생들이 취재한 ‘최 일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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