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보편적 인권 문제”인데…입 막으려는 일본

입력 2021.02.25 (16:53) 수정 2021.02.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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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UN 인권이사회 무대로 옮겨갔습니다. 현지시간 24일 한국과 일본은 UN 인권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붙었습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배상 판결로 대립하던 한일 간 갈등이 UN 무대에서까지 이어진 건데요,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현지시간 23일 UN인권이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최종문 외교부 2차관현지시간 23일 UN인권이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최종문 외교부 2차관

■ "위안부는 보편적 인권 문제"

시작은 한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이었습니다. 현지시간 23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UN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최 차관은 분쟁 지역에서의 성폭력 문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위안부(comport women)'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부터 귀중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생존자 중심의 접근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최종문 차관은 연설에서 '일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 일본, 2015년 위안부 합의 내세우며 반발

일본은 즉각 UN인권이사회에서 '답변권(the right to reply)'을 행사해 공개 반박을 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일본 대표부는 "일본은 23일 한국의 연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 대표부는 "양국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비난과 비판을 자제할 것을 확인했다"면서 "일본은 이 합의에 따라 10억 엔 지급을 포함, 약속한 모든 조처를 실행했다"고 반박했다.

2015년 당시 위안부 합의 내용을 볼까요.

1.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는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
2. 일본정부가 한국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을 우려하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의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3.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을 자제한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문

실제 이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16년부터 2년 간 UN인권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문제 언급을 자제해왔습니다.

[연관기사] 유엔 인권연설에서 사라진 ‘위안부’…왜? / 2016년 3월 KBS기사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밝히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정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한국 정부는 UN인권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다시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보편적인 전쟁 피해자 인권 문제를 언급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짚었습니다. 다만 영문 기조연설에 '일본'이란 나라 이름을 직접 언급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은 2019년과 2020년 UN인권이사회 연설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갔고, 올해(2021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UN인권이사회에서 맞붙은 주제네바일본대표부 니시노 스이치와 주제네바한국대표부 유정아UN인권이사회에서 맞붙은 주제네바일본대표부 니시노 스이치와 주제네바한국대표부 유정아

■ "국제사회에서 언급도 못 하나?"

한국도 일본 발언에 대해 '재'답변권을 얻어 공개 발언을 했습니다.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는 UN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분쟁 속에서 자행된 성폭력이라는 인권 침해이고 이는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유효하다고 인정하더라도, 보편적 인권 문제로서 위안부 문제를 국제 사회에서 언급하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5년 합의 때 "언급 자체를 해선 안 된다"고 합의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란 나라의 이름을 언급하거나, 일본을 향해 비난을 하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저 전쟁으로 인한 성폭력 문제는 인류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는 중요하고 보편적인 인권 문제라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뜻입니다.


■ 한국 법원 '위안부 판결' 두고도 공방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이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한 판결에 대해서도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는 판결을 언급하며 "매우 유감스럽고 수용할 수 없다. 명백하게 국제법과 양국 합의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안부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는데, 이에 반하는 판결을 한국 법원이 했다는 겁니다.

일본은 또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대해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가 면제' 원칙을 내세우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한국 대표부는 먼저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간 공식 합의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인 청구를 하지 않겠지만,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국가 면제'와 관련해서도 이 원칙이 항구적이거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재판부 역시 심각한 반인도적 불법 행위 등에 대해 면책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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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는 보편적 인권 문제”인데…입 막으려는 일본
    • 입력 2021-02-25 16:53:33
    • 수정2021-02-25 22:16:21
    취재K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UN 인권이사회 무대로 옮겨갔습니다. 현지시간 24일 한국과 일본은 UN 인권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붙었습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배상 판결로 대립하던 한일 간 갈등이 UN 무대에서까지 이어진 건데요,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현지시간 23일 UN인권이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최종문 외교부 2차관
■ "위안부는 보편적 인권 문제"

시작은 한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이었습니다. 현지시간 23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UN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최 차관은 분쟁 지역에서의 성폭력 문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위안부(comport women)'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부터 귀중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생존자 중심의 접근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최종문 차관은 연설에서 '일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 일본, 2015년 위안부 합의 내세우며 반발

일본은 즉각 UN인권이사회에서 '답변권(the right to reply)'을 행사해 공개 반박을 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일본 대표부는 "일본은 23일 한국의 연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 대표부는 "양국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비난과 비판을 자제할 것을 확인했다"면서 "일본은 이 합의에 따라 10억 엔 지급을 포함, 약속한 모든 조처를 실행했다"고 반박했다.

2015년 당시 위안부 합의 내용을 볼까요.

1.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는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
2. 일본정부가 한국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을 우려하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의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3.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을 자제한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문

실제 이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16년부터 2년 간 UN인권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문제 언급을 자제해왔습니다.

[연관기사] 유엔 인권연설에서 사라진 ‘위안부’…왜? / 2016년 3월 KBS기사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밝히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정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한국 정부는 UN인권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다시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보편적인 전쟁 피해자 인권 문제를 언급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짚었습니다. 다만 영문 기조연설에 '일본'이란 나라 이름을 직접 언급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은 2019년과 2020년 UN인권이사회 연설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갔고, 올해(2021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UN인권이사회에서 맞붙은 주제네바일본대표부 니시노 스이치와 주제네바한국대표부 유정아
■ "국제사회에서 언급도 못 하나?"

한국도 일본 발언에 대해 '재'답변권을 얻어 공개 발언을 했습니다.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는 UN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분쟁 속에서 자행된 성폭력이라는 인권 침해이고 이는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유효하다고 인정하더라도, 보편적 인권 문제로서 위안부 문제를 국제 사회에서 언급하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5년 합의 때 "언급 자체를 해선 안 된다"고 합의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란 나라의 이름을 언급하거나, 일본을 향해 비난을 하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저 전쟁으로 인한 성폭력 문제는 인류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는 중요하고 보편적인 인권 문제라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뜻입니다.


■ 한국 법원 '위안부 판결' 두고도 공방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이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한 판결에 대해서도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는 판결을 언급하며 "매우 유감스럽고 수용할 수 없다. 명백하게 국제법과 양국 합의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안부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는데, 이에 반하는 판결을 한국 법원이 했다는 겁니다.

일본은 또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대해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가 면제' 원칙을 내세우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한국 대표부는 먼저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간 공식 합의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인 청구를 하지 않겠지만,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국가 면제'와 관련해서도 이 원칙이 항구적이거나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재판부 역시 심각한 반인도적 불법 행위 등에 대해 면책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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