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울본부는 원희룡 지사 대선 캠프일까?…감사보고서 결론은?

입력 2021.04.16 (19:06) 수정 2021.04.1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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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울본부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사조직처럼 운영됐다는 지난해 10월 KBS 단독보도가 일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제주도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는 정부나 국회와의 업무 협조 등을 위해 설치된 제주도 산하 기관입니다. 제주도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원회)는 최근 서울본부 복무 관련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기관경고'와 '시정요구' 등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 제주도 감사위원회 "서울본부 직원, 출장 목적과 달리 도지사 수행"

지난해 10월 김무성 전 국회의원 주도로 마련된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 일명 ‘마포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원희룡 제주지사. 당시 원 지사는 휴가를 쓰고 개인 일정으로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서울본부 직원과 관용차가 KBS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도지사의 공무가 아닌 개인 일정까지 서울본부에서 수행한 겁니다.

지난해 10월 15일 휴가를 내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포럼이 끝난 뒤 제주도 서울본부 직원의 수행을 받으며 관용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지난해 10월 15일 휴가를 내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포럼이 끝난 뒤 제주도 서울본부 직원의 수행을 받으며 관용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

감사위원회는 당시 서울본부 직원 'A씨'가 ‘고유번호증 변경 등 행정지원 업무’를 목적으로 마포세무서 출장을 신청한 뒤 관용차를 배차받았지만 실제로는 도지사를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다른 직원 'B씨'는 출장 신청조차 하지 않고 근무 시간에 도지사를 수행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전에 결재받은 출장목적과 다르게 업무를 수행했거나 아예 출장결재를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같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라는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감사위원회가 2019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직원들의 출장여비 집행내역을 검토한 결과, 2019년엔 87건 가운데 48건이, 2020년엔 42건 가운데 29건의 출장 복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출장을 다녀온 뒤 출장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감사위원회는 직원들의 복무관리가 소홀해지고, 출장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는데도 여비가 지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 원희룡 지사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다"...
"제주도정 위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결론

다만 감사위원회는 휴가 기간 중 서울본부의 수행을 받은 원 지사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휴가라고 해도 업무보고 등 수시로 업무가 이뤄지는 부분이 있다”면서 “당시 포럼 참석도 제주도정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외부 법무법인 등에 대한 자문 결과 위법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임기제 공무원 핵심부서에 배정...업무 연속성 우려도

이번 조사에서는 KBS가 지적한 임기제 공무원 실태도 지적됐습니다.

서울본부의 정원은 당초 9명이었지만 2014년 원 지사 당선 이후 14명으로 늘었습니다. 당시 원 지사 측근 정치 낭인들의 안식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졌는데, 제주도의회는 “개방형과 공직내부 일반직 공무원을 균형있게 임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본부 직원 12명 가운데 임기제 공무원은 67%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조직 구성도 문제였습니다. 서울본부는 핵심 부서라고 할 수 있는 국회협력팀과 대외협력팀에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임기제 공무원만 배치했습니다. 임기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업무의 연속성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상봉 제주도의원은 “자체적으로 (인적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도 만들고 있지 않고 있다”며 “필요시에 들어왔다가 필요시에 나가는 근무행태를 봤을 때 부정적인 평가들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중앙 절충 강화를 명분으로 제주도 서울본부 조직 확대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지난 2014년 8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중앙 절충 강화를 명분으로 제주도 서울본부 조직 확대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실제로 이번 감사 결과에서는 인사 발령에 따른 사무분장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도 확인됐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사무인계인수 규칙’에 따르면 인수인계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본부는 2018년 9월 임명된 임기제 3명에 대해 16일이 지난 뒤에야 사무분장을 했고, 지난해에는 직원 2명에 대해 감사위원회의 조사 계획이 통보된 뒤에야 업무를 나눠 무려 59일 동안이나 업무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치적 낭인들의 안식처라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제주도 서울본부는 도민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이밖에 감사위원회는 서울본부가 지난해 4월 ‘도정 현안업무 추진 관련 간담회 개최’를 목적으로 업무추진비 20만 원을 사용제한 시간인 밤 11시 25분에 지출하고도 사용이 불가피했음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업무추진비 집행문서는 부서 전 직원이 공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최근 2년간 모두 485건을 공람하지 않는 등 업무추진비 집행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차료 지출업무가 적절하지 않았고, 대체 휴무에 따른 사전조치가 소홀했던 점 등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원희룡 지사의 사조직처럼 운영됐다는 KBS 보도가 일정 부분 사실로 확인된 서울본부. 문종태 제주도의회 의원은 "이러한 행보가 제주도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는 도민들께서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제주도 서울본부가 진정 '도민'을 위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최근 부쩍 잦아진 서울 행보에 대한 질문에 "도정에 차질이 없게 하면서 대권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원 지사의 답변을 고려해보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취재기자 김가람 안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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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휴가 중 관용차 타고 대권 도전…“서울본부는 선거 조직?”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30685)

[탐사K] 관용차 타고 대권 도전…원지사 ‘휴가 중’·직원들 ‘근무 중’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31367)

[취재후] 제주도민은 ‘지사님의 출장’이 궁금하다(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36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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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서울본부는 원희룡 지사 대선 캠프일까?…감사보고서 결론은?
    • 입력 2021-04-16 19:06:27
    • 수정2021-04-16 19:42:23
    취재K

제주도 서울본부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사조직처럼 운영됐다는 지난해 10월 KBS 단독보도가 일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제주도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는 정부나 국회와의 업무 협조 등을 위해 설치된 제주도 산하 기관입니다. 제주도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원회)는 최근 서울본부 복무 관련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기관경고'와 '시정요구' 등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 제주도 감사위원회 "서울본부 직원, 출장 목적과 달리 도지사 수행"

지난해 10월 김무성 전 국회의원 주도로 마련된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 일명 ‘마포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원희룡 제주지사. 당시 원 지사는 휴가를 쓰고 개인 일정으로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서울본부 직원과 관용차가 KBS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도지사의 공무가 아닌 개인 일정까지 서울본부에서 수행한 겁니다.

지난해 10월 15일 휴가를 내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포럼이 끝난 뒤 제주도 서울본부 직원의 수행을 받으며 관용차로 향하고 있는 모습.
감사위원회는 당시 서울본부 직원 'A씨'가 ‘고유번호증 변경 등 행정지원 업무’를 목적으로 마포세무서 출장을 신청한 뒤 관용차를 배차받았지만 실제로는 도지사를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다른 직원 'B씨'는 출장 신청조차 하지 않고 근무 시간에 도지사를 수행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전에 결재받은 출장목적과 다르게 업무를 수행했거나 아예 출장결재를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같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라는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감사위원회가 2019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직원들의 출장여비 집행내역을 검토한 결과, 2019년엔 87건 가운데 48건이, 2020년엔 42건 가운데 29건의 출장 복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출장을 다녀온 뒤 출장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감사위원회는 직원들의 복무관리가 소홀해지고, 출장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는데도 여비가 지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 원희룡 지사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다"...
"제주도정 위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결론

다만 감사위원회는 휴가 기간 중 서울본부의 수행을 받은 원 지사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휴가라고 해도 업무보고 등 수시로 업무가 이뤄지는 부분이 있다”면서 “당시 포럼 참석도 제주도정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외부 법무법인 등에 대한 자문 결과 위법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임기제 공무원 핵심부서에 배정...업무 연속성 우려도

이번 조사에서는 KBS가 지적한 임기제 공무원 실태도 지적됐습니다.

서울본부의 정원은 당초 9명이었지만 2014년 원 지사 당선 이후 14명으로 늘었습니다. 당시 원 지사 측근 정치 낭인들의 안식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졌는데, 제주도의회는 “개방형과 공직내부 일반직 공무원을 균형있게 임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본부 직원 12명 가운데 임기제 공무원은 67%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조직 구성도 문제였습니다. 서울본부는 핵심 부서라고 할 수 있는 국회협력팀과 대외협력팀에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임기제 공무원만 배치했습니다. 임기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업무의 연속성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상봉 제주도의원은 “자체적으로 (인적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도 만들고 있지 않고 있다”며 “필요시에 들어왔다가 필요시에 나가는 근무행태를 봤을 때 부정적인 평가들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중앙 절충 강화를 명분으로 제주도 서울본부 조직 확대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실제로 이번 감사 결과에서는 인사 발령에 따른 사무분장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도 확인됐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사무인계인수 규칙’에 따르면 인수인계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본부는 2018년 9월 임명된 임기제 3명에 대해 16일이 지난 뒤에야 사무분장을 했고, 지난해에는 직원 2명에 대해 감사위원회의 조사 계획이 통보된 뒤에야 업무를 나눠 무려 59일 동안이나 업무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치적 낭인들의 안식처라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제주도 서울본부는 도민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이밖에 감사위원회는 서울본부가 지난해 4월 ‘도정 현안업무 추진 관련 간담회 개최’를 목적으로 업무추진비 20만 원을 사용제한 시간인 밤 11시 25분에 지출하고도 사용이 불가피했음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업무추진비 집행문서는 부서 전 직원이 공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최근 2년간 모두 485건을 공람하지 않는 등 업무추진비 집행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차료 지출업무가 적절하지 않았고, 대체 휴무에 따른 사전조치가 소홀했던 점 등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원희룡 지사의 사조직처럼 운영됐다는 KBS 보도가 일정 부분 사실로 확인된 서울본부. 문종태 제주도의회 의원은 "이러한 행보가 제주도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는 도민들께서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제주도 서울본부가 진정 '도민'을 위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최근 부쩍 잦아진 서울 행보에 대한 질문에 "도정에 차질이 없게 하면서 대권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원 지사의 답변을 고려해보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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