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폭행 당해 낳은 아기, 엄마가 살해…왜?

입력 2013.08.20 (08:37) 수정 2013.08.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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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일이 갓 지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뒤 달아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바로 숨진 아이는 이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후에 원치 않은 임신으로 출산한 아이였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에서 이제 살인자가 된건가요?

<기자 멘트>

취재를 하면 할수록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안타까움은 더욱 커져만 갔는데요.

비록 성폭행을 당하고 원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됐지만 아기를 자기 손으로 키우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는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 그녀의 가슴 아픈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말, 광주의 한 소방서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생후 4개월 된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광주서부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아기가 호흡도 없고 의식이 없다고 신고 받고 갔거든요. 초인종을 눌렀는데 엄마가 울면서 나오더라고요. 병원 이송할 때까지 계속 울고 계셨어요. 차 안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기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아기 엄마 김 모 씨는 울먹이면서 사건 당일의 상황을 경찰관들에게 자세히 설명했는데요.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분유를 먹이고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에 보니까 죽어있더라. 이렇게 신고가 돼서 시신을 부검 했습니다.”

그런데 부검 결과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김 씨의 진술과는 달리 아기의 뱃속에는 음식물이 전혀 없었던 것.

질식사 소견과 함께 타살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김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아기가 죽었다고 신고를 해놓고 저희들 수사가 진행되니까 그 후로 아기 엄마가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을 한 상태였죠.”

돌연 종적을 감춘 김 씨의 행적을 쫓던 경찰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 씨가 지난해 3월 수원에서 만난 홍 모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같은 해 12월 아기를 낳은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성폭행을 당한 후에 임신 사실을 모르고 쭉 지내다가 나중에서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됐는데 혼자 어렵게 살다 보니까 낙태 수술비도 없고 시기를 놓쳐서 결국 출산을 하게 된 것이죠.”

성폭행으로 원치 않은 출산을 하게 된 김 씨는 아기를 전남 나주의 한 보육시설에 맡겼습니다.

보육시설 관계자는 미혼모라며 입양절차를 문의했던 김 씨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보육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아기 막 낳자마자 바로 연락했던 것으로 제가 기억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얼마 동안 친구 집에 있으면서 키우다가 아기를 데리고 왔어요. 본인이 좀 키워보다가.”

상담을 했지만 처음에는 자기 힘으로 아기를 키워보겠다고 했던 김 씨.

결국 얼마 후에 시설에 아기를 맡기고 갔지만 여느 미혼모들과는 달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보육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보편적으로 (아기를) 맡겨놓고 ‘나 몰라라’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 그런데 00씨는 그렇지 않아서 아이에 대한 애정은 참 강하다고 느꼈던 기억에 남는 아기 엄마였어요.”

그리고 지난 4월 23일, 김 씨가 아기를 데리고 가겠다며 찾아왔고 보육시설에서는 기쁜 마음으로 아기를 안겨줬다고 합니다.

<녹취> 보육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아기 엄마가 데리고 가서 키울 것으로 알고 있었고요. 아기 데리고 간 다음날 사건이 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거든요. 저희들도 굉장히 충격이었죠.”

아기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는 김 씨가 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아기를 볼 때마다 성폭행을 당한 기억이 떠오르고 자신의 불우한 인생이 대물림될까봐 두려웠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원하지 않은 출산에다가 여러 생활고 등으로 인해서 아기를 잘 키울 능력도 없고 커봤자 불행한 아이가 되지 않겠나 싶어서 그런 마음을 먹고 ….”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에서 아기를 숨지게 한 가해자가 된 김 씨의 기구한 운명.

그 뒤에는 김 씨의 불우한 환경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엄마는 빨리 돌아가시고 그 뒤로는 진학할 생각도 못 하고 계속 그렇게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까 학교 갈 엄두도 못 내고 옆에 가족도 없고 아무도 없다 보니까 거의 고아처럼 생활을 했으니까….”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살게 됐지만 어머니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김 씨는 찜질방과 고시원을 전전하면서 생활했는데요.

이 때부터 우울증을 앓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어머니 막 돌아가신 후에 약간 우울 증세를 보여서 4~5개월 정도 치료받은 흔적이 있습니다. ”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제대로 된 심리 치료한 번 받지 못했던 김 씨.

기초수급대상자인 그녀는 끝네 고시원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녹취> 담당 사회복지사(음성변조) : “거주는 고시원이고요. 가족관계가 단절되어 있다는 증명서가 첨부 됐으니까 (수급자가) 된 것이었고요.”

비록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김 씨의 사연을 알게 된 이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어떻게 보면 이 사람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적인 보호를 받지 못해서 결국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죠. 안타깝고요. ”

<녹취> 보육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일요일 같은 날도 가끔씩 본인이 문자 보내기도 하고 아기를 한 번 보러 왔다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남달랐거든요. 그래서 더 안타까웠어요.”

성폭행을 당했던 김 씨가 제대로 된 사회적 보호를 받았더라면 이런 안타까운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한국 범죄학 연구소) : “입양기관을 통해서 입양을 시키고 엄마가 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와 직업 보조 활동은 지금 국가에서 해줄 수 있거든요. 이 친구가 이런 제도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다는 것이 제일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뒤늦게 아기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범행을 뉘우친 김 씨.

경찰은 영아살해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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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20 08:30:16
    • 수정2013-08-20 09: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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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이 갓 지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뒤 달아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바로 숨진 아이는 이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후에 원치 않은 임신으로 출산한 아이였다고 하는데요.

김기흥 기자 나와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에서 이제 살인자가 된건가요?

<기자 멘트>

취재를 하면 할수록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안타까움은 더욱 커져만 갔는데요.

비록 성폭행을 당하고 원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됐지만 아기를 자기 손으로 키우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는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 그녀의 가슴 아픈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말, 광주의 한 소방서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생후 4개월 된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광주서부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아기가 호흡도 없고 의식이 없다고 신고 받고 갔거든요. 초인종을 눌렀는데 엄마가 울면서 나오더라고요. 병원 이송할 때까지 계속 울고 계셨어요. 차 안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기는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아기 엄마 김 모 씨는 울먹이면서 사건 당일의 상황을 경찰관들에게 자세히 설명했는데요.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분유를 먹이고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에 보니까 죽어있더라. 이렇게 신고가 돼서 시신을 부검 했습니다.”

그런데 부검 결과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김 씨의 진술과는 달리 아기의 뱃속에는 음식물이 전혀 없었던 것.

질식사 소견과 함께 타살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김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아기가 죽었다고 신고를 해놓고 저희들 수사가 진행되니까 그 후로 아기 엄마가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을 한 상태였죠.”

돌연 종적을 감춘 김 씨의 행적을 쫓던 경찰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 씨가 지난해 3월 수원에서 만난 홍 모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같은 해 12월 아기를 낳은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성폭행을 당한 후에 임신 사실을 모르고 쭉 지내다가 나중에서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됐는데 혼자 어렵게 살다 보니까 낙태 수술비도 없고 시기를 놓쳐서 결국 출산을 하게 된 것이죠.”

성폭행으로 원치 않은 출산을 하게 된 김 씨는 아기를 전남 나주의 한 보육시설에 맡겼습니다.

보육시설 관계자는 미혼모라며 입양절차를 문의했던 김 씨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녹취> 보육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아기 막 낳자마자 바로 연락했던 것으로 제가 기억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얼마 동안 친구 집에 있으면서 키우다가 아기를 데리고 왔어요. 본인이 좀 키워보다가.”

상담을 했지만 처음에는 자기 힘으로 아기를 키워보겠다고 했던 김 씨.

결국 얼마 후에 시설에 아기를 맡기고 갔지만 여느 미혼모들과는 달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보육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보편적으로 (아기를) 맡겨놓고 ‘나 몰라라’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 그런데 00씨는 그렇지 않아서 아이에 대한 애정은 참 강하다고 느꼈던 기억에 남는 아기 엄마였어요.”

그리고 지난 4월 23일, 김 씨가 아기를 데리고 가겠다며 찾아왔고 보육시설에서는 기쁜 마음으로 아기를 안겨줬다고 합니다.

<녹취> 보육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아기 엄마가 데리고 가서 키울 것으로 알고 있었고요. 아기 데리고 간 다음날 사건이 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거든요. 저희들도 굉장히 충격이었죠.”

아기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는 김 씨가 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아기를 볼 때마다 성폭행을 당한 기억이 떠오르고 자신의 불우한 인생이 대물림될까봐 두려웠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원하지 않은 출산에다가 여러 생활고 등으로 인해서 아기를 잘 키울 능력도 없고 커봤자 불행한 아이가 되지 않겠나 싶어서 그런 마음을 먹고 ….”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에서 아기를 숨지게 한 가해자가 된 김 씨의 기구한 운명.

그 뒤에는 김 씨의 불우한 환경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엄마는 빨리 돌아가시고 그 뒤로는 진학할 생각도 못 하고 계속 그렇게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까 학교 갈 엄두도 못 내고 옆에 가족도 없고 아무도 없다 보니까 거의 고아처럼 생활을 했으니까….”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살게 됐지만 어머니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김 씨는 찜질방과 고시원을 전전하면서 생활했는데요.

이 때부터 우울증을 앓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어머니 막 돌아가신 후에 약간 우울 증세를 보여서 4~5개월 정도 치료받은 흔적이 있습니다. ”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제대로 된 심리 치료한 번 받지 못했던 김 씨.

기초수급대상자인 그녀는 끝네 고시원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녹취> 담당 사회복지사(음성변조) : “거주는 고시원이고요. 가족관계가 단절되어 있다는 증명서가 첨부 됐으니까 (수급자가) 된 것이었고요.”

비록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김 씨의 사연을 알게 된 이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오광록(광주서부경찰서 강력1팀장) : “어떻게 보면 이 사람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적인 보호를 받지 못해서 결국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죠. 안타깝고요. ”

<녹취> 보육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일요일 같은 날도 가끔씩 본인이 문자 보내기도 하고 아기를 한 번 보러 왔다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남달랐거든요. 그래서 더 안타까웠어요.”

성폭행을 당했던 김 씨가 제대로 된 사회적 보호를 받았더라면 이런 안타까운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염건령(연구위원/한국 범죄학 연구소) : “입양기관을 통해서 입양을 시키고 엄마가 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와 직업 보조 활동은 지금 국가에서 해줄 수 있거든요. 이 친구가 이런 제도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다는 것이 제일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뒤늦게 아기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범행을 뉘우친 김 씨.

경찰은 영아살해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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