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댐 마피아’?

입력 2014.11.28 (23:54) 수정 2014.11.2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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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댐 개수로는 세계 7위, 댐 밀집도로 따지면 세계 1위, 바로 우리나라 얘긴데요.

현재 추가로 짓겠다는 댐만 1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그 추진 과정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습니다.

국책연구기관에서도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를 내린 댐을 용도를 바꿔가며 추진을 강행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안다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여기까지 들어와야 된다고 하면 도대체 우리나라에 댐을 얼마나 많이 만들려고 하나"

<녹취> 지역주민 : "주민들을 가지고 몇십년 동안 농락하는 것도 아니고"

<녹취> 수자원개발기술사 : "댐 건설에 목매는 것은 아마 (관련자들의)그 먹거리, 밥줄 때문이 아닌가"

경북 예천 회룡포.

낙동강 지류,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 수려한 풍광을 자아내던 곳.

내성천은 강바닥이 모래로 뒤덮여 국내에서 유일한 모래강이었습니다.

이 내성천 하류에서 이상한 현상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고운 모래가 있던 자리에 자갈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수심이 깊어져 물살은 더욱 세졌습니다.

밀려 나온 모래는 가파른 언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내성천 상류쪽으로 올라가봤습니다.

상황은 더 심각해, 백사장이 거의 풀숲이 됐습니다.

<녹취> 김영숙(지역주민) : "저는 여기 시집온 지가 한 30년이 좀 넘어요. 한 2-3년 됐나. 2-3년 동안에 그새 풀이 저렇게 많이 나왔어. (그 전에는 풀이 없었어요?) 풀이 없었어요. 전부 모래라서."

같은 지점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합니다.

3년 전에 비해 현재는 모래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른 보통의 강들과 다를 게 없어졌습니다.

내성천 중상류에 위치한 경북 영주 무섬마을.

회룡포와 함께 육지 속의 섬 마을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이 무섬마을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서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곳 무섬마을은 아직은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최대 2미터 높이까지 쌓여있던 모래가 댐이 들어선 이후 급격히 유실되면서 최근 이곳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에 이끼가 끼기 시작했고, 모래는 예전보다 거칠어졌습니다.

<녹취> 황선종(내성천보존회 사무국장) : "이끼가 자라고 있는 것은 강이 고착화되고 있다. 강의 모래가 원래는 수류에 따라서 이렇게 구르거나 물리적인 변화가 생겨야되는데 그런 현상들이 점점 더 줄어들어서...이런 모습들은 앞으로 점덤 더 심화된다는 것이 또 큰 문젭니다."

생태계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녹취> 황선종 : "다슬기는 (없다가) 생긴 경우고요.흰수마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기서 발견한 완전 토종의 물고기인데요. 그 흰수마자가 지금 생존을 하기 어려운 요건으로 바뀌게 되고 해서 점점 멸종해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역 주민들은 내년 초 완공 예정인 영주댐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최근 2년 사이 댐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상류의 모래 흐름이 댐에 가로막혀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는 겁니다.

<인터뷰> 송분선(지역 주민) : "이렇게 급격하게 변한 건 작년부터예요. 그리고 심하게 변한 건 올해부터고. 댐을 만듦으로 인해서 이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수자원공사는 생태계 변화가 댐 건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준근(한국수자원공사 댐건설기술팀장) : "최근에 식생이 자란다든지 모래가 사라졌다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은 그러니까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요소는 2010년까지 지자체의 준설하고 작년까지 극심한 가뭄이 있었습니다. 그 가뭄의 영향으로 식생이 발달하지 않았느냐..."

<녹취> "백지화하라, 백지화하라"

댐 건설로 인한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지리산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지리산 계곡이 흘러 만나는 용유담에 거대한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문정댐으로 이름 붙여진, 이른바 지리산댐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시위입니다.

지리산댐이 건설되면 이 용유담은 수몰됩니다.

문화재청이 이곳을 국가명승지로 지정하려던 계획도 댐을 추진하겠다는 국토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휘근(지리산 생명연대 팀장) : "용유담 같은 경우는 그 편무암이 아주 거대한 편무암 한 덩어리로 이뤄진 아주 특이한 곳입니다. 그리고 그 위로 상류 쪽에 급류가 흐르면서 바위에 군데군데 구멍을 내놓는 형태의 포트홀같이 특이한 지형이 있고요."

생태, 지질학적 보존 가치를 떠나 지역주민들은 무엇보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손의순(지역주민) : "과수원해서 먹고 사는 거지. 곶감도 하고. 그런데 만약에 댐이 된다면 어디가서 살아야되나. 이게 막막하잖아."

<녹취> 임영숙(지역주민) : "보상을 준다고 해도 받아서 어디가서 정착하냐고요. 지금. 우리가 이 나이에."

지리산댐은 애초 부산 지역에 식수를 공급하겠다며 지난 1999년, 처음 검토됐습니다.

이후 10년간 한결같이 주된 설치 목적은 식수 공급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댐건설장기계획을 보면 용도가 홍수조절용으로 바뀌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 지리산댐 계획이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요없는 홍수조절용댐으로 슬그머니 전환된 겁니다.

<인터뷰> 선시영(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원장) : "홍수도 일어나지 않지만 우리가 지금 5대째 살고 있습니다. 전혀 물(난리나 부족)하고는 상관없는 지역입니다. 경제성도 없고 논리에도 어긋나는 그런 댐을 짓는다는 말에 주민들은 사실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문정댐, 즉 지리산댐은 검토 초기부터 홍수조절용댐이었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근 지역에 홍수조절 필요성이 실제로 있는 걸까?

지리산댐 예정지와 하류 남강댐 사이에 위치한 산청 지역을 찾았습니다.

태풍 루사와 매미때 대규모 피해를 입었던 곳에선 마을 전체를 고지대로 이주하는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또 강폭을 넓히고 제방을 높이는 공사를 통해 대부분의 마을이 지난 10년간 큰 홍수를 피해갔습니다.

그래도 1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홍수조절용 댐을 만들어야 할까?

<인터뷰> 김휘근 : "태풍 루사와 매미 때 전국적으로 수해에 의한 피해를 많이 입었잖습니까. 그 때 이후로 산청군에서만 수해 방지 사업에 사용한 돈이 300억 원 정도 됩니다. 그것이 지금 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1조원이라고 하는 큰 예산을 들이는 홍수조절용댐이 과연 이 지역에 필요한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리산댐을 지어 부산 지역의 식수난을 해결하겠다고 한 발언은 댐 용도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환문(진주환경운동연합) : "경제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나면서 그 용도만 홍수조절용으로 변경된 형태로 사업이 추진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 사업은 그 형식상 용도는 홍수조절이지만 본질적인 목적은 부산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시인 조지훈의 고향 경북 영양.

인구 만여 명에 불과한 이 조용하던 첩첩산중 오지에서도 댐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영양에 5400톤 수량의 다목적댐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댐장기건설계획에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우제학(영양군청 지역개발과) : "우리 군에서는 홍수 예방하고 가뭄 때 안정적인 용수를 확보하는 게 우리가 요청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녹취> 이승우(지역주민) : "여기에 물이 떨어지면 전국에 씨가 마른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만큼 수원이 좋은 곳이에요."

<녹취> 홍순만(지역주민) : "진짜 매년 홍수가 나고 이러면 우리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홍수가 매년 난 것도 아니잖아요. 20년마다 한번씩 그거는 이상기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고."

처음과 달리 용도가 바뀐 건 영양댐도 마찬가집니다.

국토부는 당초 경북 구미공단에 용수를 공급하겠다고 했다가 구미시가 수원을 변경하자, 이번엔 경산에 용수를 공급하겠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영양댐 하류에 있는 안동댐과 임하댐에 이미 18억 톤의 물이 있는데도 영양댐의 물을 더 확보해 180km나 떨어져있는 경산에 1460만 톤을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박창재(환경운동연합 처장) : "4대강 사업을 통해서 낙동강 같은 경우는 8억톤이라고 하는 물을 용처도 정하지 않은 이런 어마어마한 물을 지금 가지고 있는 거고 추가적인 댐 건설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는 현재 1200여개의 대형댐이 있습니다.

국토 면적 대비 댐 밀집도는 세계 1위입니다.

이걸로도 모자라 국토부는 지리산댐과 영양댐 등 모두 14개의 댐을 추가로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투입되는 예산만 3조 5천억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환경부의 사전전략영향 평가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지리산댐의 경우 하류의 남강댐을 보강해 홍수조절이 가능하다며 신규 댐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고 환경부는 지적했습니다.

영양댐 역시 경산 용수는 대구에서 공급하거나 낙동강 본류에서 취수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며 댐 계획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국토부는 그러나 신설한 사전검토협의회에서 의견만 수렴된다면 댐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미국과 EU,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제 댐과 같은 인공 시설물을 짓거나 강바닥을 준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있는 댐도 허물기 시작해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댐 천 개가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김정욱(서울대환경대학원 명예교수) : "지나고보니까 댐이 그전에 이야기한 것만큼 그렇게 홍수와 가뭄을 막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걸 알고 지금 댐을 더 이상 못짓고 있습니다. 댐을 안짓고 물을 깨끗하게 만들고 거기에다 많은 생물들을 살게 하는 게 오히려 강의 유지비가 훨씬 더 적게 들고."

이미 4대강 사업을 통해 다량의 물을 확보하고 수질 개선과 홍수 예방에도 성공했다고 홍보해 온 국토부, 그런데 또 댐을 지어 홍수를 조절하고 식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무리하다는 지적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강행되는 댐 건설.

그러다 보니 이른바 토건 마피아, 그 중에서도 '댐 마피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석범(수자원기술개발사/30년간 댐 건설 참여) : "댐을 건설해야만 부처가 유지되고, 기반이 유지되거나 아니면 확장이 되는 거죠. 여기에 소위 마피아라고 하는 건설업체나 아니면 설계회사들이 공생을 하게 돼있고..."

거창한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숱한 비리만 양산해 낸 4대강 사업.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댐 건설이 과연 누구를 위해 필요한 지를 지금이라도 제대로 납득시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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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댐 마피아’?
    • 입력 2014-11-28 19:38:51
    • 수정2014-11-29 00:26:09
    취재파일K
<앵커 멘트>

댐 개수로는 세계 7위, 댐 밀집도로 따지면 세계 1위, 바로 우리나라 얘긴데요.

현재 추가로 짓겠다는 댐만 1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그 추진 과정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습니다.

국책연구기관에서도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를 내린 댐을 용도를 바꿔가며 추진을 강행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안다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여기까지 들어와야 된다고 하면 도대체 우리나라에 댐을 얼마나 많이 만들려고 하나"

<녹취> 지역주민 : "주민들을 가지고 몇십년 동안 농락하는 것도 아니고"

<녹취> 수자원개발기술사 : "댐 건설에 목매는 것은 아마 (관련자들의)그 먹거리, 밥줄 때문이 아닌가"

경북 예천 회룡포.

낙동강 지류,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 수려한 풍광을 자아내던 곳.

내성천은 강바닥이 모래로 뒤덮여 국내에서 유일한 모래강이었습니다.

이 내성천 하류에서 이상한 현상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고운 모래가 있던 자리에 자갈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수심이 깊어져 물살은 더욱 세졌습니다.

밀려 나온 모래는 가파른 언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내성천 상류쪽으로 올라가봤습니다.

상황은 더 심각해, 백사장이 거의 풀숲이 됐습니다.

<녹취> 김영숙(지역주민) : "저는 여기 시집온 지가 한 30년이 좀 넘어요. 한 2-3년 됐나. 2-3년 동안에 그새 풀이 저렇게 많이 나왔어. (그 전에는 풀이 없었어요?) 풀이 없었어요. 전부 모래라서."

같은 지점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합니다.

3년 전에 비해 현재는 모래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른 보통의 강들과 다를 게 없어졌습니다.

내성천 중상류에 위치한 경북 영주 무섬마을.

회룡포와 함께 육지 속의 섬 마을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이 무섬마을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서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곳 무섬마을은 아직은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최대 2미터 높이까지 쌓여있던 모래가 댐이 들어선 이후 급격히 유실되면서 최근 이곳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에 이끼가 끼기 시작했고, 모래는 예전보다 거칠어졌습니다.

<녹취> 황선종(내성천보존회 사무국장) : "이끼가 자라고 있는 것은 강이 고착화되고 있다. 강의 모래가 원래는 수류에 따라서 이렇게 구르거나 물리적인 변화가 생겨야되는데 그런 현상들이 점점 더 줄어들어서...이런 모습들은 앞으로 점덤 더 심화된다는 것이 또 큰 문젭니다."

생태계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녹취> 황선종 : "다슬기는 (없다가) 생긴 경우고요.흰수마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기서 발견한 완전 토종의 물고기인데요. 그 흰수마자가 지금 생존을 하기 어려운 요건으로 바뀌게 되고 해서 점점 멸종해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역 주민들은 내년 초 완공 예정인 영주댐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최근 2년 사이 댐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상류의 모래 흐름이 댐에 가로막혀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는 겁니다.

<인터뷰> 송분선(지역 주민) : "이렇게 급격하게 변한 건 작년부터예요. 그리고 심하게 변한 건 올해부터고. 댐을 만듦으로 인해서 이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수자원공사는 생태계 변화가 댐 건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준근(한국수자원공사 댐건설기술팀장) : "최근에 식생이 자란다든지 모래가 사라졌다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은 그러니까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요소는 2010년까지 지자체의 준설하고 작년까지 극심한 가뭄이 있었습니다. 그 가뭄의 영향으로 식생이 발달하지 않았느냐..."

<녹취> "백지화하라, 백지화하라"

댐 건설로 인한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지리산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지리산 계곡이 흘러 만나는 용유담에 거대한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문정댐으로 이름 붙여진, 이른바 지리산댐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시위입니다.

지리산댐이 건설되면 이 용유담은 수몰됩니다.

문화재청이 이곳을 국가명승지로 지정하려던 계획도 댐을 추진하겠다는 국토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휘근(지리산 생명연대 팀장) : "용유담 같은 경우는 그 편무암이 아주 거대한 편무암 한 덩어리로 이뤄진 아주 특이한 곳입니다. 그리고 그 위로 상류 쪽에 급류가 흐르면서 바위에 군데군데 구멍을 내놓는 형태의 포트홀같이 특이한 지형이 있고요."

생태, 지질학적 보존 가치를 떠나 지역주민들은 무엇보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손의순(지역주민) : "과수원해서 먹고 사는 거지. 곶감도 하고. 그런데 만약에 댐이 된다면 어디가서 살아야되나. 이게 막막하잖아."

<녹취> 임영숙(지역주민) : "보상을 준다고 해도 받아서 어디가서 정착하냐고요. 지금. 우리가 이 나이에."

지리산댐은 애초 부산 지역에 식수를 공급하겠다며 지난 1999년, 처음 검토됐습니다.

이후 10년간 한결같이 주된 설치 목적은 식수 공급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댐건설장기계획을 보면 용도가 홍수조절용으로 바뀌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 지리산댐 계획이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요없는 홍수조절용댐으로 슬그머니 전환된 겁니다.

<인터뷰> 선시영(지리산댐백지화대책위원장) : "홍수도 일어나지 않지만 우리가 지금 5대째 살고 있습니다. 전혀 물(난리나 부족)하고는 상관없는 지역입니다. 경제성도 없고 논리에도 어긋나는 그런 댐을 짓는다는 말에 주민들은 사실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문정댐, 즉 지리산댐은 검토 초기부터 홍수조절용댐이었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근 지역에 홍수조절 필요성이 실제로 있는 걸까?

지리산댐 예정지와 하류 남강댐 사이에 위치한 산청 지역을 찾았습니다.

태풍 루사와 매미때 대규모 피해를 입었던 곳에선 마을 전체를 고지대로 이주하는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또 강폭을 넓히고 제방을 높이는 공사를 통해 대부분의 마을이 지난 10년간 큰 홍수를 피해갔습니다.

그래도 1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홍수조절용 댐을 만들어야 할까?

<인터뷰> 김휘근 : "태풍 루사와 매미 때 전국적으로 수해에 의한 피해를 많이 입었잖습니까. 그 때 이후로 산청군에서만 수해 방지 사업에 사용한 돈이 300억 원 정도 됩니다. 그것이 지금 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1조원이라고 하는 큰 예산을 들이는 홍수조절용댐이 과연 이 지역에 필요한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리산댐을 지어 부산 지역의 식수난을 해결하겠다고 한 발언은 댐 용도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환문(진주환경운동연합) : "경제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나면서 그 용도만 홍수조절용으로 변경된 형태로 사업이 추진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 사업은 그 형식상 용도는 홍수조절이지만 본질적인 목적은 부산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시인 조지훈의 고향 경북 영양.

인구 만여 명에 불과한 이 조용하던 첩첩산중 오지에서도 댐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영양에 5400톤 수량의 다목적댐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댐장기건설계획에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우제학(영양군청 지역개발과) : "우리 군에서는 홍수 예방하고 가뭄 때 안정적인 용수를 확보하는 게 우리가 요청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녹취> 이승우(지역주민) : "여기에 물이 떨어지면 전국에 씨가 마른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만큼 수원이 좋은 곳이에요."

<녹취> 홍순만(지역주민) : "진짜 매년 홍수가 나고 이러면 우리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홍수가 매년 난 것도 아니잖아요. 20년마다 한번씩 그거는 이상기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고."

처음과 달리 용도가 바뀐 건 영양댐도 마찬가집니다.

국토부는 당초 경북 구미공단에 용수를 공급하겠다고 했다가 구미시가 수원을 변경하자, 이번엔 경산에 용수를 공급하겠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영양댐 하류에 있는 안동댐과 임하댐에 이미 18억 톤의 물이 있는데도 영양댐의 물을 더 확보해 180km나 떨어져있는 경산에 1460만 톤을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박창재(환경운동연합 처장) : "4대강 사업을 통해서 낙동강 같은 경우는 8억톤이라고 하는 물을 용처도 정하지 않은 이런 어마어마한 물을 지금 가지고 있는 거고 추가적인 댐 건설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는 현재 1200여개의 대형댐이 있습니다.

국토 면적 대비 댐 밀집도는 세계 1위입니다.

이걸로도 모자라 국토부는 지리산댐과 영양댐 등 모두 14개의 댐을 추가로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투입되는 예산만 3조 5천억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환경부의 사전전략영향 평가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지리산댐의 경우 하류의 남강댐을 보강해 홍수조절이 가능하다며 신규 댐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고 환경부는 지적했습니다.

영양댐 역시 경산 용수는 대구에서 공급하거나 낙동강 본류에서 취수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며 댐 계획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국토부는 그러나 신설한 사전검토협의회에서 의견만 수렴된다면 댐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미국과 EU,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이제 댐과 같은 인공 시설물을 짓거나 강바닥을 준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있는 댐도 허물기 시작해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댐 천 개가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김정욱(서울대환경대학원 명예교수) : "지나고보니까 댐이 그전에 이야기한 것만큼 그렇게 홍수와 가뭄을 막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걸 알고 지금 댐을 더 이상 못짓고 있습니다. 댐을 안짓고 물을 깨끗하게 만들고 거기에다 많은 생물들을 살게 하는 게 오히려 강의 유지비가 훨씬 더 적게 들고."

이미 4대강 사업을 통해 다량의 물을 확보하고 수질 개선과 홍수 예방에도 성공했다고 홍보해 온 국토부, 그런데 또 댐을 지어 홍수를 조절하고 식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무리하다는 지적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강행되는 댐 건설.

그러다 보니 이른바 토건 마피아, 그 중에서도 '댐 마피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석범(수자원기술개발사/30년간 댐 건설 참여) : "댐을 건설해야만 부처가 유지되고, 기반이 유지되거나 아니면 확장이 되는 거죠. 여기에 소위 마피아라고 하는 건설업체나 아니면 설계회사들이 공생을 하게 돼있고..."

거창한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숱한 비리만 양산해 낸 4대강 사업.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댐 건설이 과연 누구를 위해 필요한 지를 지금이라도 제대로 납득시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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