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들 앞에서 10대 훈계하다 숨진 가장

입력 2012.11.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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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7월 한 30대 가장이 거리에서 침을 뱉고, 욕설을 하고 있는 10대들을 훈계했습니다.

그러다 반항하는 10대들과 다툼이 일어났고, 그 끝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이제 석 달 정도가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김기흥 기자, 당시 여섯 살 난 아들이 함께 있었는데, 이 아이도 큰 마음의 병을 얻었다면서요.

<기자 멘트>

사랑하는 아빠가 맞아서 쓰러지는 장면을 그대로 보고 있어야 했던 6살 막내는 그 충격으로 마음을 닫고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유족들의 아픔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린 세 아들과 아내 그리고 일흔이 넘은 시어머니까지 책임졌던 가장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다섯 식구는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사건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번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 39살 김 모씨가 떠난 뒤 남은 가족들에게는 지난 석 달은 마치 3년만큼 길게 느껴집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들(음성변조) : “아빠가 많이 보고 싶고 많이 슬퍼요.”

<인터뷰> 피해자의 어머니(음성변조) : “하늘땅이 무너지는 거 같죠. 어떻게 할 줄 모르겠고 사는 게 사는 거 같지도 않고요”

12살, 9살, 6살 세 아들과 거동이 불편한 노모.

그리고 아내.

이 다섯 식구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지난 7월 21일.

직장에서 회식을 한 김 씨가 자정 무렵 집에 돌아오면서 부터였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그날 따라 아기가 잠을 자지도 않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아빠가 들어오자 아이가 아빠한테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썼어요. ”

아이 말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주던 자상한 아빠였던 김 씨는 아내와 함께 막내아들의 손을 잡고 동네 편의점으로 장난감을 사러 갔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장난감을 고르고 돈을 지불하려고 보니까 (돈이모자라서) 애기 아빠가 하는 말이 내가 여기 아기 데리고 있을 테니까 네가 집에 가서 돈 좀 가지고 오라고…. ”

그렇게 자리를 뜬 아내.

얼마 뒤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왔을 때 남편 김 씨는 10대 청소년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여기서 제가 듣기로는 (10대들이) 저기에서 침을 뱉고 욕설을 하고 있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아기 아빠가 애기도 있고 하니까 침 좀 뱉지 말고 욕설도 하지 말고 좀 조용히 있어달라고 얘기했었대요.”

아내를 기다리던 남편 김 씨의 눈에 들어온 건 편의점 앞에서 침을 뱉고 떠들던 7명의 10대들.

김 씨는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며 훈계를 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동네 주민(음성변조) : “아이들이 앉아 있고 그러면 관여를 안하시잖아요. 나중에 여쭤보니 할머님 (피해자 어머니)이 그러시더라고요. 자율방범(활동) 해서 그런 거 보면 이야기 많이 하는 편이라고….”

훈계가 시비로 이어지면서 김 씨는 한 아이의 멱살을 잡았고 함께 있던 열여섯 살 이모 군은 친구가 멱살을 잡히자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여기에 지나가던 20살 박 모씨가 싸움을 말리면서 여러 명이 뒤엉킨 몸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이 군이 걷어찬 발에 맞아 쓰러지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요. 구급대원분이 오셔서 환자 상태를 보더니 너무 의식이 없고 위독하다고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야 되겠다고 말씀해서 바로 병원으로 갔거든요.”

이 모든 게 불과 5-6분 사이에 일어난 일.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엿새 뒤인 7월 27일,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학생 하나를 영장을 발부했었어요. 걔가 맨 마지막에 얼굴을 발로 차서 넘어지면서 못 일어났던 거였거든요. 초범이고 학생이고 그런 내용이 들어가면서 불구속이 됐고요.”

불구속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의자 이 군의 가족들은 유가족들을 찾아와 산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 빚을 내서라도 병원비와 장례비 일체를 책임지겠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유씨는 결국 이군 가족의 말을 듣고 경찰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 진술로 법원은 이군 등에 대해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용서해 달라, 봐 달라 그렇게 얘기하던 사람들이 아기아빠가 사망하고 나니 연락도 안 돼고 찾아오지도 않고 그러고 있더라고요. 좀 기다리면 연락이 오겠지 기다렸는데 연락이 안 오는 거예요. ”

김 씨의 아내는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연락 한 통이 없었다며 가해자 가족들에 대해 원망을 표현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가해자 부모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장례절차를 밟기 전 시신 안치실에서 수차례 무릎 꿇고 사죄를 드렸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학생 같은 경우는 병원에도 찾아오고 해서 그런 거는 있었다고 제가 얘기를 들었거든요.”

이 사건에 대해 병원비와 안치료 외에 피해자 가족과 합의도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검찰이 다시 이군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요.

법원은 이마저도 피해자가 폭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영장을 기각한 상황.

김 씨의 아내를 더 괴롭게 하는 건 동네에서 오가며 가해자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가해자들 한번 씩 마주치긴 해요. 애인하고 같이 지나가면서 저희보고 비웃고 지나가고 PC방까지 들어가는 것을 제가 목격했거든요. 상대방의 가정을 그렇게 죽여 놓고서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도 너무 괘씸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걱정은 아버지의 사고 현장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여섯 살 막내 아들.

아이는 사건 이후 큰 충격 때문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승진주(굿네이버스 심리치료사) : “특히 교복 입은 10대 청소년만 보면 굉장히 두려워하면서 엄마 뒤로 숨는다거나 악몽을 자주 꾼다거나 불안감이 지금은 가장 힘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의 병을 얻은 막내아들은 물론 한창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두 아들과 시어머니까지 보살펴야 할 김 씨의 아내는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아기 아빠가 혼자 버는 걸로 여섯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가 아기 아빠가 하루아침에 그런 변을 당하고 나니까 너무 생활이 막막하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 너무 갑갑하고요.”

비가 새고 곰팡이가 가득 낀 반지하 집.

도시가스마저 끊기면서 냉기 가득한 거실에서 스티로폼 하나에 의지해 지내야 할 이번 겨울.

남겨진 다섯 식구에게는 가장의 빈자리가 크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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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들 앞에서 10대 훈계하다 숨진 가장
    • 입력 2012-11-06 09: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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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7월 한 30대 가장이 거리에서 침을 뱉고, 욕설을 하고 있는 10대들을 훈계했습니다. 그러다 반항하는 10대들과 다툼이 일어났고, 그 끝에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이제 석 달 정도가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김기흥 기자, 당시 여섯 살 난 아들이 함께 있었는데, 이 아이도 큰 마음의 병을 얻었다면서요. <기자 멘트> 사랑하는 아빠가 맞아서 쓰러지는 장면을 그대로 보고 있어야 했던 6살 막내는 그 충격으로 마음을 닫고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유족들의 아픔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린 세 아들과 아내 그리고 일흔이 넘은 시어머니까지 책임졌던 가장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다섯 식구는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사건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번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 39살 김 모씨가 떠난 뒤 남은 가족들에게는 지난 석 달은 마치 3년만큼 길게 느껴집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들(음성변조) : “아빠가 많이 보고 싶고 많이 슬퍼요.” <인터뷰> 피해자의 어머니(음성변조) : “하늘땅이 무너지는 거 같죠. 어떻게 할 줄 모르겠고 사는 게 사는 거 같지도 않고요” 12살, 9살, 6살 세 아들과 거동이 불편한 노모. 그리고 아내. 이 다섯 식구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지난 7월 21일. 직장에서 회식을 한 김 씨가 자정 무렵 집에 돌아오면서 부터였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그날 따라 아기가 잠을 자지도 않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아빠가 들어오자 아이가 아빠한테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썼어요. ” 아이 말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주던 자상한 아빠였던 김 씨는 아내와 함께 막내아들의 손을 잡고 동네 편의점으로 장난감을 사러 갔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장난감을 고르고 돈을 지불하려고 보니까 (돈이모자라서) 애기 아빠가 하는 말이 내가 여기 아기 데리고 있을 테니까 네가 집에 가서 돈 좀 가지고 오라고…. ” 그렇게 자리를 뜬 아내. 얼마 뒤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왔을 때 남편 김 씨는 10대 청소년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여기서 제가 듣기로는 (10대들이) 저기에서 침을 뱉고 욕설을 하고 있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아기 아빠가 애기도 있고 하니까 침 좀 뱉지 말고 욕설도 하지 말고 좀 조용히 있어달라고 얘기했었대요.” 아내를 기다리던 남편 김 씨의 눈에 들어온 건 편의점 앞에서 침을 뱉고 떠들던 7명의 10대들. 김 씨는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며 훈계를 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동네 주민(음성변조) : “아이들이 앉아 있고 그러면 관여를 안하시잖아요. 나중에 여쭤보니 할머님 (피해자 어머니)이 그러시더라고요. 자율방범(활동) 해서 그런 거 보면 이야기 많이 하는 편이라고….” 훈계가 시비로 이어지면서 김 씨는 한 아이의 멱살을 잡았고 함께 있던 열여섯 살 이모 군은 친구가 멱살을 잡히자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여기에 지나가던 20살 박 모씨가 싸움을 말리면서 여러 명이 뒤엉킨 몸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이 군이 걷어찬 발에 맞아 쓰러지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혔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요. 구급대원분이 오셔서 환자 상태를 보더니 너무 의식이 없고 위독하다고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야 되겠다고 말씀해서 바로 병원으로 갔거든요.” 이 모든 게 불과 5-6분 사이에 일어난 일.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엿새 뒤인 7월 27일,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학생 하나를 영장을 발부했었어요. 걔가 맨 마지막에 얼굴을 발로 차서 넘어지면서 못 일어났던 거였거든요. 초범이고 학생이고 그런 내용이 들어가면서 불구속이 됐고요.” 불구속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의자 이 군의 가족들은 유가족들을 찾아와 산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 빚을 내서라도 병원비와 장례비 일체를 책임지겠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유씨는 결국 이군 가족의 말을 듣고 경찰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 진술로 법원은 이군 등에 대해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용서해 달라, 봐 달라 그렇게 얘기하던 사람들이 아기아빠가 사망하고 나니 연락도 안 돼고 찾아오지도 않고 그러고 있더라고요. 좀 기다리면 연락이 오겠지 기다렸는데 연락이 안 오는 거예요. ” 김 씨의 아내는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연락 한 통이 없었다며 가해자 가족들에 대해 원망을 표현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가해자 부모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장례절차를 밟기 전 시신 안치실에서 수차례 무릎 꿇고 사죄를 드렸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학생 같은 경우는 병원에도 찾아오고 해서 그런 거는 있었다고 제가 얘기를 들었거든요.” 이 사건에 대해 병원비와 안치료 외에 피해자 가족과 합의도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검찰이 다시 이군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요. 법원은 이마저도 피해자가 폭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영장을 기각한 상황. 김 씨의 아내를 더 괴롭게 하는 건 동네에서 오가며 가해자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가해자들 한번 씩 마주치긴 해요. 애인하고 같이 지나가면서 저희보고 비웃고 지나가고 PC방까지 들어가는 것을 제가 목격했거든요. 상대방의 가정을 그렇게 죽여 놓고서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도 너무 괘씸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걱정은 아버지의 사고 현장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여섯 살 막내 아들. 아이는 사건 이후 큰 충격 때문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승진주(굿네이버스 심리치료사) : “특히 교복 입은 10대 청소년만 보면 굉장히 두려워하면서 엄마 뒤로 숨는다거나 악몽을 자주 꾼다거나 불안감이 지금은 가장 힘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의 병을 얻은 막내아들은 물론 한창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두 아들과 시어머니까지 보살펴야 할 김 씨의 아내는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피해자의 아내(음성변조) : “아기 아빠가 혼자 버는 걸로 여섯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가 아기 아빠가 하루아침에 그런 변을 당하고 나니까 너무 생활이 막막하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 너무 갑갑하고요.” 비가 새고 곰팡이가 가득 낀 반지하 집. 도시가스마저 끊기면서 냉기 가득한 거실에서 스티로폼 하나에 의지해 지내야 할 이번 겨울. 남겨진 다섯 식구에게는 가장의 빈자리가 크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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