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5분 만에 ‘덜미’…3차례 은행 강도, 왜?

입력 2015.02.09 (08:13) 수정 2015.02.0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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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흉기를 든 남성이 은행 안에서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은행강도인건데요.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좀 어설퍼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강도 행각은 실패로 끝나고, 5분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는데요,

알고봤더니 이 남성, 은행을 털려고 한게 이번이 벌써 3번째라고 합니다.

남성은 왜 꼼꼼한 준비도 없이, 은행을 털려했던 걸까요?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나흘 전인 지난 5일. 광주의 한 은행입니다.

이제 곧 은행 문을 닫아야 할 시간.

그런데,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있는 한 남성이 눈에 띕니다.

무언가 눈치를 살피는 듯하던 남성.

갑자기 창구 앞으로 다가가더니, 돈을 세고 있는 여직원에게 흉기를 들이댑니다.

<인터뷰> 은행 직원 : “흉기를 빼서 나는 강도다. 난 강도니까 돈을 내놔라. 흉기를 보자마자 저는 돈을 세서 묶고 있어서 돈을 뒤로 뺐어요.“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직원들.

황급히 야구방망이를 들고와 남성과 맞섰습니다.

팔을 툭 치자, 쥐고 있던 흉기를 힘없이 놔버리는 남성.

은행 강도는 직원들에게 곧바로 제압됐습니다.

<인터뷰> 정승채(부지점장/○○은행) : “이 자리에 야구 방망이가 옆에 있었고요. 가스총이 있거든요. 야구 방망이로 그분의 오른손을 살짝 쳤을 겁니다.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거든요. 그래서 바로 제압을 했었죠.“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은행 CCTV를 다시 보겠습니다.

흉기를 든 손을 향해 방망이를 내리치는 직원.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남성의 손은 엉덩이 뒤로 살짝 피해져, 방망이에 제대로 닿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남성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슬그머니 흉기를 내려놓습니다.

이후로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채 손쉽게 제압된 강도.

은행 강도 소동은 그렇게 5분 만에 끝이 났습니다.

<인터뷰> 정승채(부지점장/○○은행) : “순순히 저희들이 하라는 대로 들어가라니까 들어가고 앉아 있으라니까 앉아있고 그랬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남성은 보통의 은행 강도와 달리,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했고,

<인터뷰> 정승채(부지점장/○○은행) : “안경 착용하고 청바지를 입었고 얼굴이 이상했다든지 (가렸다든지) 그런 건 발견 못 했고요.“

흉기를 든 상태로 얼굴에 미소까지 지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은행 직원 : “그분이 웃고 계셨어요. 아, 이분 뭐지? 흉기를 들고 있는데 웃고 있고…….“

경찰은 이 수상쩍은 강도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사실이 드러납니다.

피의자의 은행 강도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뷰> 강광석(경위/광주광산경찰서 강력 2팀) : “피의자가 2014년도 5월경에 동부 관내에서 광주은행을 갔다가 청원경찰과 은행 직원이 말려서 범행을 하지 못하고 한 10분 정도 앞에서 대기 하다가 건너편 농협에 가서 나 강도다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가.“

지난해에도, 은행 두 곳에서 잇따라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검거된 적이 있다는 남성.

첫 번째는 흉기를 들고 한 은행에 들어갔는데, 하필 청원경찰을 위협하는 바람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이어 곧바로 인근의 다른 은행에 들어가 다시 돈을 요구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습니다.

<녹취> 해당 은행 직원 : “○○은행 청원 경찰이 경찰서에 신고를 했대요. 출동을 했는데 걔가 사라져 버렸죠. 경찰에 신고를 하니까 (남성이) 그쪽에서 이제 바로 이리 (저희은행으로) 와서 체포됐죠.“

다소 어설퍼 보이는 세 번의 은행 강도 시도는 그렇게 모두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피의자는 왜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은행을 털려는 걸까?

알고 봤더니, 남성의 목적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녹취> 해당 은행 직원 : “나하고(경찰서에서) 마주쳤는데 웃으면서 아저씨 교도소 가려고 그랬었어요. 그러더라고요.“

은행을 털려고 한 건, 일부러 교도소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남성은 왜 교도소에 가고 싶었던 걸까?

<인터뷰> 강광석(경위/광주광산경찰서 강력 2팀) : “자기가 과대망상을 갖고 있어서 누군가 쫓아오고 나를 도청하고 있다. 사회에서 못 살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도피하려고 그런 것 같습니다.“

1차 범행이 있는 뒤 피의자는 법원으로부터 앓고 있던 정신적 질환에 대한 치료 명령을 받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2차 범행이 있기 얼마 전, 퇴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병원 밖에 나온 뒤에도 여전히 사회생활이 힘들었다는 이 남성은 또다시 교도소를 가기 위해 이같은 일을 꾸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강광석(경위/광주광산경찰서 강력 2팀) : “준비된 범행 맞습니다. 자기가 교도소 가려고 맘 먹고 이런 범행을 한 것 같습니다.“

지난달 부산에서도 이와 비슷한 황당 사건이 있었는데요.

한 손에 망치를 쥐고 은행 창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남성.

대뜸 망치로 책상을 내리치더니, 은행을 털러왔다고 고함을 칩니다.

<인터뷰> 은행 직원 : “당황해서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놀라서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깨져서 튀어 나갔죠. 한 3번 정도 쳤어요.“

몰려든 직원들과 얼마 동안 대치하던 괴한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순순히 제압됐습니다.

어딘가 좀 이상한 남성의 행동.

알고 보니 이 남성도 사업 실패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교도소에 가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정인호(경사/부산진경찰서 형사1팀) : “은행 강도 시늉을 해서라도 교도소에 들어가겠다는 목적으로 은행에 들어간 경우인데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 폭행 전과도 없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도 소동을 벌였다는 남성.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은행돈을 빼앗을 의지까지는 없었다고 보고, 강도가 아닌 재물 손괴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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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5분 만에 ‘덜미’…3차례 은행 강도, 왜?
    • 입력 2015-02-09 08:15:31
    • 수정2015-02-09 10: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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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흉기를 든 남성이 은행 안에서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은행강도인건데요.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좀 어설퍼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강도 행각은 실패로 끝나고, 5분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는데요,

알고봤더니 이 남성, 은행을 털려고 한게 이번이 벌써 3번째라고 합니다.

남성은 왜 꼼꼼한 준비도 없이, 은행을 털려했던 걸까요?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나흘 전인 지난 5일. 광주의 한 은행입니다.

이제 곧 은행 문을 닫아야 할 시간.

그런데,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있는 한 남성이 눈에 띕니다.

무언가 눈치를 살피는 듯하던 남성.

갑자기 창구 앞으로 다가가더니, 돈을 세고 있는 여직원에게 흉기를 들이댑니다.

<인터뷰> 은행 직원 : “흉기를 빼서 나는 강도다. 난 강도니까 돈을 내놔라. 흉기를 보자마자 저는 돈을 세서 묶고 있어서 돈을 뒤로 뺐어요.“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직원들.

황급히 야구방망이를 들고와 남성과 맞섰습니다.

팔을 툭 치자, 쥐고 있던 흉기를 힘없이 놔버리는 남성.

은행 강도는 직원들에게 곧바로 제압됐습니다.

<인터뷰> 정승채(부지점장/○○은행) : “이 자리에 야구 방망이가 옆에 있었고요. 가스총이 있거든요. 야구 방망이로 그분의 오른손을 살짝 쳤을 겁니다.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거든요. 그래서 바로 제압을 했었죠.“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은행 CCTV를 다시 보겠습니다.

흉기를 든 손을 향해 방망이를 내리치는 직원.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남성의 손은 엉덩이 뒤로 살짝 피해져, 방망이에 제대로 닿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남성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슬그머니 흉기를 내려놓습니다.

이후로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채 손쉽게 제압된 강도.

은행 강도 소동은 그렇게 5분 만에 끝이 났습니다.

<인터뷰> 정승채(부지점장/○○은행) : “순순히 저희들이 하라는 대로 들어가라니까 들어가고 앉아 있으라니까 앉아있고 그랬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남성은 보통의 은행 강도와 달리,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했고,

<인터뷰> 정승채(부지점장/○○은행) : “안경 착용하고 청바지를 입었고 얼굴이 이상했다든지 (가렸다든지) 그런 건 발견 못 했고요.“

흉기를 든 상태로 얼굴에 미소까지 지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은행 직원 : “그분이 웃고 계셨어요. 아, 이분 뭐지? 흉기를 들고 있는데 웃고 있고…….“

경찰은 이 수상쩍은 강도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사실이 드러납니다.

피의자의 은행 강도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뷰> 강광석(경위/광주광산경찰서 강력 2팀) : “피의자가 2014년도 5월경에 동부 관내에서 광주은행을 갔다가 청원경찰과 은행 직원이 말려서 범행을 하지 못하고 한 10분 정도 앞에서 대기 하다가 건너편 농협에 가서 나 강도다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가.“

지난해에도, 은행 두 곳에서 잇따라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검거된 적이 있다는 남성.

첫 번째는 흉기를 들고 한 은행에 들어갔는데, 하필 청원경찰을 위협하는 바람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이어 곧바로 인근의 다른 은행에 들어가 다시 돈을 요구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습니다.

<녹취> 해당 은행 직원 : “○○은행 청원 경찰이 경찰서에 신고를 했대요. 출동을 했는데 걔가 사라져 버렸죠. 경찰에 신고를 하니까 (남성이) 그쪽에서 이제 바로 이리 (저희은행으로) 와서 체포됐죠.“

다소 어설퍼 보이는 세 번의 은행 강도 시도는 그렇게 모두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피의자는 왜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은행을 털려는 걸까?

알고 봤더니, 남성의 목적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녹취> 해당 은행 직원 : “나하고(경찰서에서) 마주쳤는데 웃으면서 아저씨 교도소 가려고 그랬었어요. 그러더라고요.“

은행을 털려고 한 건, 일부러 교도소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남성은 왜 교도소에 가고 싶었던 걸까?

<인터뷰> 강광석(경위/광주광산경찰서 강력 2팀) : “자기가 과대망상을 갖고 있어서 누군가 쫓아오고 나를 도청하고 있다. 사회에서 못 살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도피하려고 그런 것 같습니다.“

1차 범행이 있는 뒤 피의자는 법원으로부터 앓고 있던 정신적 질환에 대한 치료 명령을 받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2차 범행이 있기 얼마 전, 퇴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병원 밖에 나온 뒤에도 여전히 사회생활이 힘들었다는 이 남성은 또다시 교도소를 가기 위해 이같은 일을 꾸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강광석(경위/광주광산경찰서 강력 2팀) : “준비된 범행 맞습니다. 자기가 교도소 가려고 맘 먹고 이런 범행을 한 것 같습니다.“

지난달 부산에서도 이와 비슷한 황당 사건이 있었는데요.

한 손에 망치를 쥐고 은행 창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남성.

대뜸 망치로 책상을 내리치더니, 은행을 털러왔다고 고함을 칩니다.

<인터뷰> 은행 직원 : “당황해서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놀라서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깨져서 튀어 나갔죠. 한 3번 정도 쳤어요.“

몰려든 직원들과 얼마 동안 대치하던 괴한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순순히 제압됐습니다.

어딘가 좀 이상한 남성의 행동.

알고 보니 이 남성도 사업 실패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교도소에 가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정인호(경사/부산진경찰서 형사1팀) : “은행 강도 시늉을 해서라도 교도소에 들어가겠다는 목적으로 은행에 들어간 경우인데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 폭행 전과도 없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도 소동을 벌였다는 남성.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은행돈을 빼앗을 의지까지는 없었다고 보고, 강도가 아닌 재물 손괴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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