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뛰는 놈 위 나는 놈’…보이스 피싱 조직 등친 사기꾼

입력 2015.03.20 (08:08) 수정 2015.03.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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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최근,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한 신종 보이스 피싱이 등장해 피해자들이 속출했습니다.

해외에서 물건을 대량 주문한 다음에, 항공 운송 업체를 사칭해 운송료 명목의 돈을 가로채는 수법인데요,

그런데, 이 보이스피싱 조직. 사기는 쳤는데, 정작 돈은 한 푼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뛰는 사기 위에 나는 사기. 사기꾼 등친 사기꾼 이야기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두 달 전,

온라인 도서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필리핀에서 전화가 왔어요. 필리핀 무역하는 업체인데 현지인들이 책을 구매하고 싶어가지고 자기들이 주문을 받아서 발주를 넣은 거예요.”

전화 속 고객이 주문한 책은 무려 4천만 원어치.

하루 평균 주문량의 두 배가 넘는 책을 사겠다는 반가운 손님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합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무게로 하면 비행기로 가기 때문에 요금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문제는 물류비.

무게가 꽤 나가는 책을 해외로 보내려면, 배송료가 만만치 않은 상황.

고민에 빠진 김씨에게 필리핀의 손님은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무게로 하면 (비싸서) 안 되고 부피로 해서 견적서를 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네들이 아는 물류가 있으니까 그쪽을 소개해주겠다고...”

해외배송 경험이 많지 않았던 김 씨는 구매자의 요구대로 물류업체에 연락을 했습니다.

<녹취> 김00(보이스피싱 피해자) : “원래는 이렇게 안 해드리는데 그 업체에서 소개해줬다고 하니까 그럼 부피로 해주겠다. 비행기 예약을 하려면 예약금을 걸어야 되는데 그 비용이 330만 원 정도였어요.”

구매자측을부터 사업자등록증과 책값 입금 영수증 등을 이 메일로 받은 다음 물류업체에 배송비를 입금한 김 씨.

그런데 돈을 보낸 직후 물류업체도 고객도 모두 연락이 끊겨버립니다.

알고 봤더니 사업자등록증은 물론 책값 입금 영수증도 모두 위조된 가짜.

김 씨는 결국 배송비로 입금한 3백3십만 원만 날리게 됐습니다.

<녹취> 김00(보이스피싱 피해자) : “만약에 사기를 치려면 4천만 원을 사기 치지, 항공비 가지고 사기를 칠까? 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저희는.”

비슷한 시기, 인터넷 가방 판매 사이트를 관리하는 김 모 씨도 똑같은 사기를 당했습니다.

<녹취> 김00(보이스피싱 피해자) : “그쪽에서 저희 쪽에 물건 값 송금을 해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랬더니 보내왔더라고요, 송금한 영수증을.”

김 씨가 송금한 물류비는 4백여만 원.

김 씨 역시 배송비를 송금한 직후, 고객과의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녹취> 김00(보이스피싱 피해자) : “믿고 있었는데 물건을 저희가 보내야 되잖아요. 시간은 다가오는데 이상하게 전화가 안 되는 거예요.”

두 사람처럼, 문제의 물류업체 계좌에 송금을 한 피해자가 경찰이 파악한 것만 모두 11명.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물류비 명목의 돈을 가로채는 새로운 수법의 보이스피싱 사기였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쫒기 위해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한 은행 계좌를 추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뭔가 이상한 게 발견됩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이라든가 대출사기는 돈이 입금되면 그 즉시 현금 인출을 해서 인출이 되는데 이번에는 현금출금기에서 인출이 되는 게 아니라 스마트뱅킹으로 해서 다시 계좌이체를 하고...”

보이스 피싱 조직의 현금 인출책보다 한 발 앞서, 제3의 계좌로 옮겨지고 있는 돈.

손쓸 틈도 없이 입금과 거의 동시에, 계좌 이체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굳이 돈을 여러 통장에 옮길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이건 분명히 누군가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로챈 돈을 가운데서 다시 가로채 가고 있는 걸로 추정됐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사기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걸까?

경찰은 우선 통장 명의자를 추적했습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일반적인 보이스피싱과 수법이 약간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해서 통장 명의자가 돈을 따로 인출했을 가능성이 있겠다고 해서 은행 CCTV를 확인하고, 명의자들 통장 사진을 확인하고.”

추적 끝에 대포 통장의 주인인 20대 남성 이모 씨 등 두 명을 검거한 경찰.

처음엔 이들이 단순히 자신들의 통장을 보이스 피싱 조직에 돈을 받고 판매 했을거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옵니다.

조사 결과, 보이스 피싱 조직의 통장에 들어온 돈을 가로챈 건 바로 이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휴대폰 명의자 확인 하고 통화 내용이라든가 이걸 종합해서 이 피의자들이 역 사기를 쳤구나, 그걸 알게 됐습니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범행 직전, 자신들의 명의로 된 9개의 대포 통장을 30만 원 씩에 보이스 피싱조직에 판매한 이들.

그런데, 이들의 꿍꿍이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통장을 팔면서 휴대전화 알림 서비스를 같이 신청을 합니다. 그리고 돈이 들어오면 휴대전화 알림서비스로 연락이 오면 바로 스마트뱅킹으로 다른 피의자의 계좌로 이체를 하고 그렇게 해서 돈을 빨리 인출하는 겁니다.”

대포 통장을 만들면서 온라인 뱅킹까지 신청한 다음, 보이스 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돈이 통장에 들어오면, 피싱 사기단보다 한발 앞 서 이를 빼내간 겁니다.

이들이 이렇게 가로챈 돈이 1140만 원.

말 그대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데서 가로채간 형국이 됐습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보이스피싱 조직) 보다 먼저 인출을 하고 나니까 통장을 구입했던, 실제 사기를 쳤던 사람들이 전화를 해가지고 협박을 했습니다. 본인들도 그것 때문에 무서워가지고 도망 다녔다고...”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가로챈 돈 대부분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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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뛰는 놈 위 나는 놈’…보이스 피싱 조직 등친 사기꾼
    • 입력 2015-03-20 08:15:10
    • 수정2015-03-20 13: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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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최근,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한 신종 보이스 피싱이 등장해 피해자들이 속출했습니다.

해외에서 물건을 대량 주문한 다음에, 항공 운송 업체를 사칭해 운송료 명목의 돈을 가로채는 수법인데요,

그런데, 이 보이스피싱 조직. 사기는 쳤는데, 정작 돈은 한 푼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뛰는 사기 위에 나는 사기. 사기꾼 등친 사기꾼 이야기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두 달 전,

온라인 도서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필리핀에서 전화가 왔어요. 필리핀 무역하는 업체인데 현지인들이 책을 구매하고 싶어가지고 자기들이 주문을 받아서 발주를 넣은 거예요.”

전화 속 고객이 주문한 책은 무려 4천만 원어치.

하루 평균 주문량의 두 배가 넘는 책을 사겠다는 반가운 손님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합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무게로 하면 비행기로 가기 때문에 요금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문제는 물류비.

무게가 꽤 나가는 책을 해외로 보내려면, 배송료가 만만치 않은 상황.

고민에 빠진 김씨에게 필리핀의 손님은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무게로 하면 (비싸서) 안 되고 부피로 해서 견적서를 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네들이 아는 물류가 있으니까 그쪽을 소개해주겠다고...”

해외배송 경험이 많지 않았던 김 씨는 구매자의 요구대로 물류업체에 연락을 했습니다.

<녹취> 김00(보이스피싱 피해자) : “원래는 이렇게 안 해드리는데 그 업체에서 소개해줬다고 하니까 그럼 부피로 해주겠다. 비행기 예약을 하려면 예약금을 걸어야 되는데 그 비용이 330만 원 정도였어요.”

구매자측을부터 사업자등록증과 책값 입금 영수증 등을 이 메일로 받은 다음 물류업체에 배송비를 입금한 김 씨.

그런데 돈을 보낸 직후 물류업체도 고객도 모두 연락이 끊겨버립니다.

알고 봤더니 사업자등록증은 물론 책값 입금 영수증도 모두 위조된 가짜.

김 씨는 결국 배송비로 입금한 3백3십만 원만 날리게 됐습니다.

<녹취> 김00(보이스피싱 피해자) : “만약에 사기를 치려면 4천만 원을 사기 치지, 항공비 가지고 사기를 칠까? 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저희는.”

비슷한 시기, 인터넷 가방 판매 사이트를 관리하는 김 모 씨도 똑같은 사기를 당했습니다.

<녹취> 김00(보이스피싱 피해자) : “그쪽에서 저희 쪽에 물건 값 송금을 해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랬더니 보내왔더라고요, 송금한 영수증을.”

김 씨가 송금한 물류비는 4백여만 원.

김 씨 역시 배송비를 송금한 직후, 고객과의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녹취> 김00(보이스피싱 피해자) : “믿고 있었는데 물건을 저희가 보내야 되잖아요. 시간은 다가오는데 이상하게 전화가 안 되는 거예요.”

두 사람처럼, 문제의 물류업체 계좌에 송금을 한 피해자가 경찰이 파악한 것만 모두 11명.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물류비 명목의 돈을 가로채는 새로운 수법의 보이스피싱 사기였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쫒기 위해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한 은행 계좌를 추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뭔가 이상한 게 발견됩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이라든가 대출사기는 돈이 입금되면 그 즉시 현금 인출을 해서 인출이 되는데 이번에는 현금출금기에서 인출이 되는 게 아니라 스마트뱅킹으로 해서 다시 계좌이체를 하고...”

보이스 피싱 조직의 현금 인출책보다 한 발 앞서, 제3의 계좌로 옮겨지고 있는 돈.

손쓸 틈도 없이 입금과 거의 동시에, 계좌 이체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굳이 돈을 여러 통장에 옮길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이건 분명히 누군가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로챈 돈을 가운데서 다시 가로채 가고 있는 걸로 추정됐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사기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걸까?

경찰은 우선 통장 명의자를 추적했습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일반적인 보이스피싱과 수법이 약간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해서 통장 명의자가 돈을 따로 인출했을 가능성이 있겠다고 해서 은행 CCTV를 확인하고, 명의자들 통장 사진을 확인하고.”

추적 끝에 대포 통장의 주인인 20대 남성 이모 씨 등 두 명을 검거한 경찰.

처음엔 이들이 단순히 자신들의 통장을 보이스 피싱 조직에 돈을 받고 판매 했을거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옵니다.

조사 결과, 보이스 피싱 조직의 통장에 들어온 돈을 가로챈 건 바로 이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휴대폰 명의자 확인 하고 통화 내용이라든가 이걸 종합해서 이 피의자들이 역 사기를 쳤구나, 그걸 알게 됐습니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범행 직전, 자신들의 명의로 된 9개의 대포 통장을 30만 원 씩에 보이스 피싱조직에 판매한 이들.

그런데, 이들의 꿍꿍이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통장을 팔면서 휴대전화 알림 서비스를 같이 신청을 합니다. 그리고 돈이 들어오면 휴대전화 알림서비스로 연락이 오면 바로 스마트뱅킹으로 다른 피의자의 계좌로 이체를 하고 그렇게 해서 돈을 빨리 인출하는 겁니다.”

대포 통장을 만들면서 온라인 뱅킹까지 신청한 다음, 보이스 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돈이 통장에 들어오면, 피싱 사기단보다 한발 앞 서 이를 빼내간 겁니다.

이들이 이렇게 가로챈 돈이 1140만 원.

말 그대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데서 가로채간 형국이 됐습니다.

<인터뷰> 장상민(경사/인천남부경찰서 경제1팀) : “(보이스피싱 조직) 보다 먼저 인출을 하고 나니까 통장을 구입했던, 실제 사기를 쳤던 사람들이 전화를 해가지고 협박을 했습니다. 본인들도 그것 때문에 무서워가지고 도망 다녔다고...”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가로챈 돈 대부분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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