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한중 관계 ‘냉기류’…경제 타격 줄이려면?

입력 2017.08.23 (21:30) 수정 2017.08.23 (21: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 1992년 8월 베이징에 있는 이 곳,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한중수교 공동서명식이 열렸습니다.

6.25전쟁 때 총부리를 겨누고 피를 흘렸던 두 나라가 39년 만에 손을 맞잡은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수교 이듬해 15만 명이었던 양국민 왕래는 2015년 천만 명을 넘었습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 수입국이 됐고, 우리는 중국의 수입 1위국이자 수출 3위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되면서 내일(24일)로 25주년을 맞는 한중관계는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먼저 중국 현지 분위기를 베이징 강민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념식도 따로따로…직격탄 맞은 교민사회▼

<리포트>

베이징 북동부에 위치한 코리아 타운 왕징.

한 때 이곳의 랜드마크였던 롯데마트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손님보다 일이 없어 서성이는 직원들이 훨씬 많습니다.

<녹취> 판매 직원 : "(사람이 왜이렇게 적어요?) 사드 문제 때문이에요. (언제부터 이랬어요?) 몇개월 됐어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 쪽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판매 직원 : "사람이 왜이리 적냐고요? 저도 몰라요. (당신들 TV도 보지 않아요? 이 회사가 한국이랑 합작해서 그래요)."

인근의 한국 식당 밀집지역도 활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 건물의 이름은 원래 한식 미식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반한 감정을 의식한 상인들이 한식이라는 부분을 떼어내 이젠 미식성이란 이름만 남았습니다.

점심 때이지만 빈자리가 훨씬 많습니다.

<녹취> 온대성(한식세계화 베이징지회장) : "(지난해에 비해) 40%이상 (매출이) 하락한 상태입니다. 사드문제로 인해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양국간 냉기류 속에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마저 한국 따로, 중국 따로 각자 치르게 됐습니다.

내일 우리 주최 행사에 앞서 오늘 저녁 중국 주최 행사는 규모와 참석자의 격도 떨어졌습니다.

5년전 시진핑 당시 부주석 등 실세들이 출동했던 20주년 행사와 달리 오늘은 우리의 국회격인 전인대 부위원장이 최고위인사였습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강민수입니다.

▼천안문 망루로 최고조…사드로 급전직하▼

<기자 멘트>

제가 서 있는 이 곳은 중국의 상징이라 불리는 베이징의 천안문입니다.

2년 전, 당시 한중 정상은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올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북한 김일성이 과거, 같은 행사를 보기 위해 마오쩌둥과 함께 올랐던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후 혈맹인 북한보다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했고 한중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중국은 1997년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가 우리나라로 안전하게 망명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지원했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6자회담 출범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2008년,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됐고 2015년 한중 FTA 체결로 긴밀한 무역 파트너가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주한미군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부터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특히 지난달 사드발사대 4기 추가 임시 배치 선언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과거 '마늘파동' 같은 무역 갈등이나 '동북공정'으로 불거진 역사 갈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중간의 경색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인데요,

경제적, 외교적 타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김기화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경제·외교적 타격 최소화하려면?▼

<리포트>

지난해 한중 교역액은 2천 백억 달러가 넘어 수교 당시인 1992년보다 33배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5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100억 달러가 감소하는 등 최근엔 하향 추세를 보여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경제손실 추정액은 8조 5천억원에 이를 정돕니다.

<인터뷰> 이지용(국립외교원 교수) : "중국에서 우리가 경쟁력이 떨어진 부분들은 과감히 다른 국가, 동남아, 베트남이라든지 또는 인도라든지 인도네시아 이쪽으로 이렇게 다변화할 필요가 있겠고요."

외교적 손실도 컸습니다.

북한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국이 원유 차단과 같은 실질적 압박 수단 사용을 주저하는 등 때로 대북 공조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겁니다.

<녹취>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중국은 한미동맹에 대해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도한 우려를 합리적인 우려로 전환하는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됐지만, 역내 안보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여전히 취약한 양국의 안보협력 구조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김기화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한중 관계 ‘냉기류’…경제 타격 줄이려면?
    • 입력 2017-08-23 21:37:23
    • 수정2017-08-23 21:58:43
    뉴스 9
<앵커 멘트>

지난 1992년 8월 베이징에 있는 이 곳,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한중수교 공동서명식이 열렸습니다.

6.25전쟁 때 총부리를 겨누고 피를 흘렸던 두 나라가 39년 만에 손을 맞잡은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수교 이듬해 15만 명이었던 양국민 왕래는 2015년 천만 명을 넘었습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 수입국이 됐고, 우리는 중국의 수입 1위국이자 수출 3위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되면서 내일(24일)로 25주년을 맞는 한중관계는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먼저 중국 현지 분위기를 베이징 강민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념식도 따로따로…직격탄 맞은 교민사회▼

<리포트>

베이징 북동부에 위치한 코리아 타운 왕징.

한 때 이곳의 랜드마크였던 롯데마트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손님보다 일이 없어 서성이는 직원들이 훨씬 많습니다.

<녹취> 판매 직원 : "(사람이 왜이렇게 적어요?) 사드 문제 때문이에요. (언제부터 이랬어요?) 몇개월 됐어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 쪽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녹취> 판매 직원 : "사람이 왜이리 적냐고요? 저도 몰라요. (당신들 TV도 보지 않아요? 이 회사가 한국이랑 합작해서 그래요)."

인근의 한국 식당 밀집지역도 활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 건물의 이름은 원래 한식 미식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반한 감정을 의식한 상인들이 한식이라는 부분을 떼어내 이젠 미식성이란 이름만 남았습니다.

점심 때이지만 빈자리가 훨씬 많습니다.

<녹취> 온대성(한식세계화 베이징지회장) : "(지난해에 비해) 40%이상 (매출이) 하락한 상태입니다. 사드문제로 인해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양국간 냉기류 속에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마저 한국 따로, 중국 따로 각자 치르게 됐습니다.

내일 우리 주최 행사에 앞서 오늘 저녁 중국 주최 행사는 규모와 참석자의 격도 떨어졌습니다.

5년전 시진핑 당시 부주석 등 실세들이 출동했던 20주년 행사와 달리 오늘은 우리의 국회격인 전인대 부위원장이 최고위인사였습니다.

베이징에서 KBS 뉴스 강민수입니다.

▼천안문 망루로 최고조…사드로 급전직하▼

<기자 멘트>

제가 서 있는 이 곳은 중국의 상징이라 불리는 베이징의 천안문입니다.

2년 전, 당시 한중 정상은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올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북한 김일성이 과거, 같은 행사를 보기 위해 마오쩌둥과 함께 올랐던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후 혈맹인 북한보다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했고 한중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중국은 1997년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가 우리나라로 안전하게 망명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지원했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6자회담 출범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2008년,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됐고 2015년 한중 FTA 체결로 긴밀한 무역 파트너가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주한미군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부터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특히 지난달 사드발사대 4기 추가 임시 배치 선언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과거 '마늘파동' 같은 무역 갈등이나 '동북공정'으로 불거진 역사 갈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중간의 경색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인데요,

경제적, 외교적 타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김기화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경제·외교적 타격 최소화하려면?▼

<리포트>

지난해 한중 교역액은 2천 백억 달러가 넘어 수교 당시인 1992년보다 33배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5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100억 달러가 감소하는 등 최근엔 하향 추세를 보여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경제손실 추정액은 8조 5천억원에 이를 정돕니다.

<인터뷰> 이지용(국립외교원 교수) : "중국에서 우리가 경쟁력이 떨어진 부분들은 과감히 다른 국가, 동남아, 베트남이라든지 또는 인도라든지 인도네시아 이쪽으로 이렇게 다변화할 필요가 있겠고요."

외교적 손실도 컸습니다.

북한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국이 원유 차단과 같은 실질적 압박 수단 사용을 주저하는 등 때로 대북 공조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겁니다.

<녹취> 강준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중국은 한미동맹에 대해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과도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도한 우려를 합리적인 우려로 전환하는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됐지만, 역내 안보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여전히 취약한 양국의 안보협력 구조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김기화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