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양육비 타려 ‘쌍둥이 출산’ 허위 신고

입력 2013.08.08 (08:36) 수정 2013.08.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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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혼의 출산 경험이 없는 30대 여성이 쌍둥이를 낳았다고 출생 신고를 하고는 양육 수당을 챙겨 오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서류를 위조해 쌍둥이를 낳았다고 거짓 출생신고를 한 건데요.

김희수 아나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기자 멘트>

네, 이 여성은 먼저, 남자 쌍둥이를 낳았다고 출생신고를 하고는 1년이 안 돼 또 쌍둥이를 낳았다며 출생신고를 시도하다가 진짜 쌍둥이 엄마인 담당 공무원에게 의심을 사면서 거짓이 들통났습니다.

출생신고가 형식적인 심사 절차만 거치면 되는데다, 만 5살 이하의 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모두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대전의 유성구청.

민원실을 찾아온 30대 여성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고 합니다.

1년 전 아이를 낳았는데 출생신고를 못 했다는 건데요.

<인터뷰> 구청직원 : "그냥 평범하고 오히려 아줌마 같지 않고 아가씨처럼 날씬했거든요. 근데 아기 낳은 지는 꽤 지났으니까 (의심 못했죠.)"

그런데 두 달 뒤, 어찌된 일인지 이 여성이 또 찾아왔습니다.

출생신고를 못한 아이가 또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니까 첫째 아이와 함께 태어난 쌍둥이라며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구청직원 : "아빠 없이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는데 둘을 다 못 키우겠다. 그래서 하나는 입양을 보내려해서 (출생) 신고를 안 했다."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한다는 사정이 안타까워 당시 직원은 정정신고를 받아들여 처리해 줬습니다.

<인터뷰> 구청직원 : "평범하고 수수해 보이고. 되게 착한 (인상이 었어요.) 아무래도 같은 아기 엄마니까 저도 아기들이 있으니까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7개월 뒤인 지난 6일, 쌍둥이 엄마인 줄 알았던 이 여성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34살 김 모 씨는 낳지도 않는 쌍둥이를 낳았다며 거짓으로 출생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인터뷰> 권기성(경위/대전 둔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하나보다는 둘이 좋잖아요. 그런 식인데 (쌍둥이면) 양육수당을 타더라도 두 배로 나오니까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두 아이 앞으로 다달이 나온 양육수당은 20만 원에서 30여만 원.

김 씨는 지금까지 5달 동안 130만 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혼조차 하지 않았던 김 씨는 감쪽같이 주변 사람들까지 속여 왔는데요.

이웃들은 김 씨가 임신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정작 태어난 아이를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 "임신은 했던 것 같지? 그렇지? 배는 많이 나왔었어요. 맞지? (사람들이) 아이는 어디 있는지 궁금증도 있고…. 분명히 임신했어요. 살도 찌고 그렇더라고요."

거짓이 탄로날까 봐 김 씨는 가짜로 아기 방을 꾸며 놓기까지 했습니다.

방에는 쌍둥이 사진도 있었는데요, 사실은 일면식도 없는 아기 사진을 훔쳐다 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아기를 키우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기저귀며 각종 유아용품도 갖춰 놓았는데요.

<인터뷰> 권기성(경위/대전 둔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혹시나 동사무소에서 양육수당 받는 것에 대해서 실사 점검 나오지 않을까 해서 자기가 (아기 사진을) 복지관에서 훔쳤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아기를 키우는 것처럼 (사진을) 액자에 끼워서 예쁘게 놔뒀더라고요."

겉보기에도 서류상으로도, 영락없이 쌍둥이 엄마로 지내 온 김 씨.

그런데 뜻밖의 일로 꼬리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지난 1월, 김 씨는 이 주민센터를 찾았는데요.

<인터뷰>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 : "첫 아이(쌍둥이)가 2011년 6월생이었어요. 그 다음에 (두 번째 쌍둥이인) 셋째,넷째 아이를 신고하려고 했는데(출생일이) 2012년 5월생."

출생 신고를 늦게 한 남자 쌍둥이에 이어 6개월째 출생신고를 못한 쌍둥이가 또 있다고 한 것입니다.

즉, 11달 만에 쌍둥이를 또 낳았다는 얘긴데요.

실제로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담당 공무원은 김 씨의 신고 접수는 받았지만,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 : "(출산 시기가) 열 달 조금밖에 안 지나요. 제가 쌍둥이를 키웠거든요. 미혼모가 그렇게 (혼자)키우려면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진짜 1%의 의심을 갖고 (병원에) 전화했죠."

김 씨가 낸 출생증명서에 적힌 병원은 김 씨의 존재 자체를 몰랐습니다.

<녹취> 해당 병원 직원(음성변조) : "이분(피의자 김 씨)이 오셨냐, 안 오셨냐해서 (출산기록을) 보니까 전혀 온 기록이 없고…."

결국, 양육수당을 더 받을 욕심에 사기 행각은 덜미가 잡히고 말았는데요.

김 씨는 범행을 꾸미기 위해 먼저, 출생증명서 양식을 인터넷에서 구했습니다.

그러고는 병원 직인과 도장을 위조해 감쪽같이 가짜 서류를 만들었던 건데요.

<녹취> 해당 병원 직원(음성변조) : "(출생증명서의) 면허 번호도 알고, 도장도 비슷하더라고요. 크기만 다를 뿐이지. 그런 것을 보면 좀 아는 사람이라든지 자기 친구라든지 그런 분들의 출생신고를 보고 잠깐만 빌려 달라고 해서 (위조한) 도장으로 찍지 않았나…."

김 씨는 계획대로였다면, 5년 동안 네 아이 앞으로 다달이 평균 50만 원에 가까운 양육수당을 챙길 수 있었을 텐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의자) : "돈이 (필요하고) 무섭고 두려운 건 있었는데…, 죄송해요."

고정된 수입이 생기는 직장이 없다 보니 돈이 필요했다는 김 씨.

<인터뷰> 권기성(경위/대전 둔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양육수당은 어디에 썼는지 ) 다 생활비로 썼습니다. 통장에 잔고가 5천원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김 씨가 노린 건 양육수당만이 아니었습니다.

있지도 않은 네 아이를 이용해 거액의 보험금까지 타내려고 마음먹은 겁니다.

<인터뷰> 권기성(경위/대전 둔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아이들의) 생명보험 들기 전 단계로 실손보험을 들고 나서 설계사하고 친밀한 유대관계를 가진 다음에 생명보험 들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김 씨는 양육수당 지급이 끊기면, 아이가 숨졌다고 한 뒤, 억대의 보험금을 챙기려 한 건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의자) : "보험에 가입해서 돈 타려고…. (생명보험은) 가입하려고 했는데 제가 상식이 부족해서…."

이 같은 범행이 이뤄진 건 출생신고가 필요한 몇 가지 서류만 있으면 가능했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 : "(출생신고는) 신고주의라서 해당 서류를 갖춰서 신고를 하면 수리를 하고, 거기에 따로 이 서류가 가짜인지 확인해보거나 이렇게 할 수는 없어요. 다른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많은 거예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근데 저희는 (사실관계 확인) 권한이 없으니까 병원에 쫓아가서 기록을 내놓으라고 할 수 도 없는 거고…."

경찰은 전국에 걸쳐 이런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데요.

복지 정책의 허점을 이용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육수당 지급 체계에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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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양육비 타려 ‘쌍둥이 출산’ 허위 신고
    • 입력 2013-08-08 08:41:56
    • 수정2013-08-08 0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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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혼의 출산 경험이 없는 30대 여성이 쌍둥이를 낳았다고 출생 신고를 하고는 양육 수당을 챙겨 오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서류를 위조해 쌍둥이를 낳았다고 거짓 출생신고를 한 건데요.

김희수 아나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기자 멘트>

네, 이 여성은 먼저, 남자 쌍둥이를 낳았다고 출생신고를 하고는 1년이 안 돼 또 쌍둥이를 낳았다며 출생신고를 시도하다가 진짜 쌍둥이 엄마인 담당 공무원에게 의심을 사면서 거짓이 들통났습니다.

출생신고가 형식적인 심사 절차만 거치면 되는데다, 만 5살 이하의 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모두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대전의 유성구청.

민원실을 찾아온 30대 여성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고 합니다.

1년 전 아이를 낳았는데 출생신고를 못 했다는 건데요.

<인터뷰> 구청직원 : "그냥 평범하고 오히려 아줌마 같지 않고 아가씨처럼 날씬했거든요. 근데 아기 낳은 지는 꽤 지났으니까 (의심 못했죠.)"

그런데 두 달 뒤, 어찌된 일인지 이 여성이 또 찾아왔습니다.

출생신고를 못한 아이가 또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니까 첫째 아이와 함께 태어난 쌍둥이라며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구청직원 : "아빠 없이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는데 둘을 다 못 키우겠다. 그래서 하나는 입양을 보내려해서 (출생) 신고를 안 했다."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한다는 사정이 안타까워 당시 직원은 정정신고를 받아들여 처리해 줬습니다.

<인터뷰> 구청직원 : "평범하고 수수해 보이고. 되게 착한 (인상이 었어요.) 아무래도 같은 아기 엄마니까 저도 아기들이 있으니까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7개월 뒤인 지난 6일, 쌍둥이 엄마인 줄 알았던 이 여성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34살 김 모 씨는 낳지도 않는 쌍둥이를 낳았다며 거짓으로 출생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인터뷰> 권기성(경위/대전 둔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하나보다는 둘이 좋잖아요. 그런 식인데 (쌍둥이면) 양육수당을 타더라도 두 배로 나오니까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두 아이 앞으로 다달이 나온 양육수당은 20만 원에서 30여만 원.

김 씨는 지금까지 5달 동안 130만 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혼조차 하지 않았던 김 씨는 감쪽같이 주변 사람들까지 속여 왔는데요.

이웃들은 김 씨가 임신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정작 태어난 아이를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 "임신은 했던 것 같지? 그렇지? 배는 많이 나왔었어요. 맞지? (사람들이) 아이는 어디 있는지 궁금증도 있고…. 분명히 임신했어요. 살도 찌고 그렇더라고요."

거짓이 탄로날까 봐 김 씨는 가짜로 아기 방을 꾸며 놓기까지 했습니다.

방에는 쌍둥이 사진도 있었는데요, 사실은 일면식도 없는 아기 사진을 훔쳐다 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아기를 키우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기저귀며 각종 유아용품도 갖춰 놓았는데요.

<인터뷰> 권기성(경위/대전 둔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혹시나 동사무소에서 양육수당 받는 것에 대해서 실사 점검 나오지 않을까 해서 자기가 (아기 사진을) 복지관에서 훔쳤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아기를 키우는 것처럼 (사진을) 액자에 끼워서 예쁘게 놔뒀더라고요."

겉보기에도 서류상으로도, 영락없이 쌍둥이 엄마로 지내 온 김 씨.

그런데 뜻밖의 일로 꼬리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지난 1월, 김 씨는 이 주민센터를 찾았는데요.

<인터뷰>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 : "첫 아이(쌍둥이)가 2011년 6월생이었어요. 그 다음에 (두 번째 쌍둥이인) 셋째,넷째 아이를 신고하려고 했는데(출생일이) 2012년 5월생."

출생 신고를 늦게 한 남자 쌍둥이에 이어 6개월째 출생신고를 못한 쌍둥이가 또 있다고 한 것입니다.

즉, 11달 만에 쌍둥이를 또 낳았다는 얘긴데요.

실제로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담당 공무원은 김 씨의 신고 접수는 받았지만,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 : "(출산 시기가) 열 달 조금밖에 안 지나요. 제가 쌍둥이를 키웠거든요. 미혼모가 그렇게 (혼자)키우려면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진짜 1%의 의심을 갖고 (병원에) 전화했죠."

김 씨가 낸 출생증명서에 적힌 병원은 김 씨의 존재 자체를 몰랐습니다.

<녹취> 해당 병원 직원(음성변조) : "이분(피의자 김 씨)이 오셨냐, 안 오셨냐해서 (출산기록을) 보니까 전혀 온 기록이 없고…."

결국, 양육수당을 더 받을 욕심에 사기 행각은 덜미가 잡히고 말았는데요.

김 씨는 범행을 꾸미기 위해 먼저, 출생증명서 양식을 인터넷에서 구했습니다.

그러고는 병원 직인과 도장을 위조해 감쪽같이 가짜 서류를 만들었던 건데요.

<녹취> 해당 병원 직원(음성변조) : "(출생증명서의) 면허 번호도 알고, 도장도 비슷하더라고요. 크기만 다를 뿐이지. 그런 것을 보면 좀 아는 사람이라든지 자기 친구라든지 그런 분들의 출생신고를 보고 잠깐만 빌려 달라고 해서 (위조한) 도장으로 찍지 않았나…."

김 씨는 계획대로였다면, 5년 동안 네 아이 앞으로 다달이 평균 50만 원에 가까운 양육수당을 챙길 수 있었을 텐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의자) : "돈이 (필요하고) 무섭고 두려운 건 있었는데…, 죄송해요."

고정된 수입이 생기는 직장이 없다 보니 돈이 필요했다는 김 씨.

<인터뷰> 권기성(경위/대전 둔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양육수당은 어디에 썼는지 ) 다 생활비로 썼습니다. 통장에 잔고가 5천원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김 씨가 노린 건 양육수당만이 아니었습니다.

있지도 않은 네 아이를 이용해 거액의 보험금까지 타내려고 마음먹은 겁니다.

<인터뷰> 권기성(경위/대전 둔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아이들의) 생명보험 들기 전 단계로 실손보험을 들고 나서 설계사하고 친밀한 유대관계를 가진 다음에 생명보험 들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김 씨는 양육수당 지급이 끊기면, 아이가 숨졌다고 한 뒤, 억대의 보험금을 챙기려 한 건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의자) : "보험에 가입해서 돈 타려고…. (생명보험은) 가입하려고 했는데 제가 상식이 부족해서…."

이 같은 범행이 이뤄진 건 출생신고가 필요한 몇 가지 서류만 있으면 가능했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 : "(출생신고는) 신고주의라서 해당 서류를 갖춰서 신고를 하면 수리를 하고, 거기에 따로 이 서류가 가짜인지 확인해보거나 이렇게 할 수는 없어요. 다른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많은 거예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근데 저희는 (사실관계 확인) 권한이 없으니까 병원에 쫓아가서 기록을 내놓으라고 할 수 도 없는 거고…."

경찰은 전국에 걸쳐 이런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데요.

복지 정책의 허점을 이용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육수당 지급 체계에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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