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1년 만에 또…대구 서문시장 화재

입력 2016.12.01 (08:33) 수정 2016.12.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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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구 서문시장이 불에 타면서 새카만 연기가 올라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앞쪽 화면은 2005년 12월에 이 화면은 바로 어제 촬영된 모습입니다.

11년 만에 서문시장에 또다시 큰불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연말에 불이나 피해가 유독 컸습니다.

연말 특수를 맞아 상인들이 새 물건을 많이 들여놨기 때문인데요.

소방차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빽빽이 붙어있던 점포들 또, 빠르게 번지는 불길 앞에 무용지물이 돼버린 스프링클러 11년 전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알게 된 문제점들은 이번에도 또다시 반복됐습니다.

예기치 못한 피해에 눈물조차 말라버린 상인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불이 시작된 건 어제 새벽, 2시 10분쯤.

건조한 날씨 속에 불은 빠르게 번졌고, 700명이 넘는 소방관들의 노력에도 불길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습니다.

결국, 불이 난 지 3시간 만에 4지구 내 점포 670여 곳이 모두 타버렸습니다.

날이 밝자 소방헬기까지 동원돼 물을 뿌려대지만 새카만 연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인터뷰> 전병오(소품 가게 상인) : "우리 집이 여기서 2km 거리거든요. 거기서도 냄새가 나더라고. 보니까 까만 연기가 확 보여요."

새벽부터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몰려든 상인들은 넋을 놓은 채 바라만 볼 뿐입니다.

<인터뷰> 김순난(소품 가게 상인) : "가게 다 태워버렸어요. 다 태워버렸어요."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매캐한 연기와 붕괴 위험 때문에 상가 진입이 불가능했습니다.

<녹취> “다 타버렸다. (무너지고 있는 거야?) 어. (쓰러질 거 같은데 정신 차려야 될 거 같다.)"

상인들의 삶의 터전과 전 재산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순간.

새벽부터 지켜본 상인 중 일부는 초기 진화에 실패해 불이 커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인터뷰> 최OO(한복집 운영) : “새벽 4시에 와서 이때까지 있어도 이 안에 못 들어가요. 가에 있는 건물들 안 타게 하려고 보호하느라고 물만 뿌리지 우리는 들어가 보지도 못해요. 타는 것 그냥 그대로 보고 있어요.”

소방 당국은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전통시장의 특성상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성호(대구소방본부 예방홍보팀장) : “시장 특성상 칸막이가 없는 개방형 점포로 의류나 침구류, 원단 등 연소가 쉬운 가연성 물질로 인해서 대원들이 옥내에 진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

다행히 상인이나 손님들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일부가 무너지면서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대원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지켜보는 상인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집니다.

커튼 가게에서 번 수입으로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염 모 씨는 눈앞에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인터뷰> 염OO(커튼 가게 상인) : “현장 와서 보고도 안 믿어지고 꿈만 같고 어제만 해도 장사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니까 갑갑하네요. 자식을 키워야 하고 공부도 시켜야 하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답답해요.

예기치 못한 피해에 눈물도 말라버린 염 씨,

그런데 염 씨는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게 아닙니다.

<인터뷰> 염OO(커튼 가게 상인) : “저희는 2지구에 있었는데 2지구에서도 10년 전에 불이 났어요. 그때도 전소해서 건물 쫙 내려앉았어요. 4지구로 왔는데 또 불이 나니까 답답하네요.”

2005년 12월에도 서문 시장 2지구에서 큰불이 났습니다.

당시 2지구는 지금의 4지구처럼 커튼과 옷 원단 등 불에 잘 타는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습니다.

무려 3일 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던 불길.

화재 원인은 전기 누전이었는데요.

700억 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가 나면서 서문시장 역사상 가장 큰 화재 피해로 남았습니다.

염 씨는 당시 화마에 가게를 잃고, 서문시장을 잠시 떠나기도 했었습니다.

<인터뷰> 염OO(커튼 가게 상인) : “그 당시에 불을 보니까 진짜 너무 놀랐고 애 키우면서 우울증이 올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살아오면서.”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해보고자 서문시장으로 돌아왔던 염 씨.

두 번이나 이런 일을 겪으니 눈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많이 들여놓은 상태에서 피해를 본 것도 11년 전과 똑 닮아있습니다.

<인터뷰> 염OO(커튼 가게 운영) : “최근에 샘플 싹 바꾸고 이래저래 혼수 같은 거 주문받아서 작업해서 보따리 싸서 챙겨놨는데…….”

포목점을 운영하는 정선분 씨도 며칠 전 새로 들여놓은 물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정선분(포목점 운영) : “요즘 혼수철이라서 계단에도 물건을 많이 (쌓아놨어요.) 몇천만 원, 몇억 원어치예요. 다 탔어요. 다 끝났어요.”

연말 특수는커녕 수천만 원어치 물건을 하루아침에 날린 겁니다.

43년 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해오며 서문시장에서 자식들을 다 키워냈다는 정선분 씨.

이제야 자신의 노후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는데요.

<인터뷰> 정선분(포목점 운영) : “죽겠어요. 눈물 나 죽겠어요. 왜냐면 우리가 나이가 있어서 더는 장사를 못 해요.”

그렇다면 이들이 피해 보상을 받은 길은 없는 걸까.

현재 서문시장의 상가번영회는 76억 원 상당의 화재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건물에 대한 피해 보상만 가능한 수준입니다.

지난 1920년 개장 이후 서문 시장엔 11년 전 대형 화재를 포함해 그동안 모두 17차례 불이 났습니다.

이 때문에 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마저 꺼리면서 상인들 상당수가 화재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걸로 파악됩니다.

<인터뷰> 차OO(옷가게 운영) : “여기 보험이 잘 안 돼요. 위험률이 높으니까. 그리고 여기 2지구 사고 나고 나서 더 안 됐어요.”

<인터뷰> 최OO(한복집 운영) : “서문시장에서 이렇게 불이 자주 나니까 보험 자체를 안 들어줘요.”

상인들의 피해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소방 당국은 잔불이 정리 되는 대로 화재 원인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시는 국민안전처에 특별 재난 지역 선포를 건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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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1년 만에 또…대구 서문시장 화재
    • 입력 2016-12-01 08:42:34
    • 수정2016-12-01 10: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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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구 서문시장이 불에 타면서 새카만 연기가 올라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앞쪽 화면은 2005년 12월에 이 화면은 바로 어제 촬영된 모습입니다.

11년 만에 서문시장에 또다시 큰불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연말에 불이나 피해가 유독 컸습니다.

연말 특수를 맞아 상인들이 새 물건을 많이 들여놨기 때문인데요.

소방차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빽빽이 붙어있던 점포들 또, 빠르게 번지는 불길 앞에 무용지물이 돼버린 스프링클러 11년 전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알게 된 문제점들은 이번에도 또다시 반복됐습니다.

예기치 못한 피해에 눈물조차 말라버린 상인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불이 시작된 건 어제 새벽, 2시 10분쯤.

건조한 날씨 속에 불은 빠르게 번졌고, 700명이 넘는 소방관들의 노력에도 불길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습니다.

결국, 불이 난 지 3시간 만에 4지구 내 점포 670여 곳이 모두 타버렸습니다.

날이 밝자 소방헬기까지 동원돼 물을 뿌려대지만 새카만 연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인터뷰> 전병오(소품 가게 상인) : "우리 집이 여기서 2km 거리거든요. 거기서도 냄새가 나더라고. 보니까 까만 연기가 확 보여요."

새벽부터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몰려든 상인들은 넋을 놓은 채 바라만 볼 뿐입니다.

<인터뷰> 김순난(소품 가게 상인) : "가게 다 태워버렸어요. 다 태워버렸어요."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매캐한 연기와 붕괴 위험 때문에 상가 진입이 불가능했습니다.

<녹취> “다 타버렸다. (무너지고 있는 거야?) 어. (쓰러질 거 같은데 정신 차려야 될 거 같다.)"

상인들의 삶의 터전과 전 재산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순간.

새벽부터 지켜본 상인 중 일부는 초기 진화에 실패해 불이 커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인터뷰> 최OO(한복집 운영) : “새벽 4시에 와서 이때까지 있어도 이 안에 못 들어가요. 가에 있는 건물들 안 타게 하려고 보호하느라고 물만 뿌리지 우리는 들어가 보지도 못해요. 타는 것 그냥 그대로 보고 있어요.”

소방 당국은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전통시장의 특성상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성호(대구소방본부 예방홍보팀장) : “시장 특성상 칸막이가 없는 개방형 점포로 의류나 침구류, 원단 등 연소가 쉬운 가연성 물질로 인해서 대원들이 옥내에 진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

다행히 상인이나 손님들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일부가 무너지면서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대원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지켜보는 상인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집니다.

커튼 가게에서 번 수입으로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염 모 씨는 눈앞에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인터뷰> 염OO(커튼 가게 상인) : “현장 와서 보고도 안 믿어지고 꿈만 같고 어제만 해도 장사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니까 갑갑하네요. 자식을 키워야 하고 공부도 시켜야 하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답답해요.

예기치 못한 피해에 눈물도 말라버린 염 씨,

그런데 염 씨는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게 아닙니다.

<인터뷰> 염OO(커튼 가게 상인) : “저희는 2지구에 있었는데 2지구에서도 10년 전에 불이 났어요. 그때도 전소해서 건물 쫙 내려앉았어요. 4지구로 왔는데 또 불이 나니까 답답하네요.”

2005년 12월에도 서문 시장 2지구에서 큰불이 났습니다.

당시 2지구는 지금의 4지구처럼 커튼과 옷 원단 등 불에 잘 타는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습니다.

무려 3일 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던 불길.

화재 원인은 전기 누전이었는데요.

700억 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가 나면서 서문시장 역사상 가장 큰 화재 피해로 남았습니다.

염 씨는 당시 화마에 가게를 잃고, 서문시장을 잠시 떠나기도 했었습니다.

<인터뷰> 염OO(커튼 가게 상인) : “그 당시에 불을 보니까 진짜 너무 놀랐고 애 키우면서 우울증이 올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살아오면서.”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해보고자 서문시장으로 돌아왔던 염 씨.

두 번이나 이런 일을 겪으니 눈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많이 들여놓은 상태에서 피해를 본 것도 11년 전과 똑 닮아있습니다.

<인터뷰> 염OO(커튼 가게 운영) : “최근에 샘플 싹 바꾸고 이래저래 혼수 같은 거 주문받아서 작업해서 보따리 싸서 챙겨놨는데…….”

포목점을 운영하는 정선분 씨도 며칠 전 새로 들여놓은 물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정선분(포목점 운영) : “요즘 혼수철이라서 계단에도 물건을 많이 (쌓아놨어요.) 몇천만 원, 몇억 원어치예요. 다 탔어요. 다 끝났어요.”

연말 특수는커녕 수천만 원어치 물건을 하루아침에 날린 겁니다.

43년 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해오며 서문시장에서 자식들을 다 키워냈다는 정선분 씨.

이제야 자신의 노후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는데요.

<인터뷰> 정선분(포목점 운영) : “죽겠어요. 눈물 나 죽겠어요. 왜냐면 우리가 나이가 있어서 더는 장사를 못 해요.”

그렇다면 이들이 피해 보상을 받은 길은 없는 걸까.

현재 서문시장의 상가번영회는 76억 원 상당의 화재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건물에 대한 피해 보상만 가능한 수준입니다.

지난 1920년 개장 이후 서문 시장엔 11년 전 대형 화재를 포함해 그동안 모두 17차례 불이 났습니다.

이 때문에 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마저 꺼리면서 상인들 상당수가 화재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걸로 파악됩니다.

<인터뷰> 차OO(옷가게 운영) : “여기 보험이 잘 안 돼요. 위험률이 높으니까. 그리고 여기 2지구 사고 나고 나서 더 안 됐어요.”

<인터뷰> 최OO(한복집 운영) : “서문시장에서 이렇게 불이 자주 나니까 보험 자체를 안 들어줘요.”

상인들의 피해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소방 당국은 잔불이 정리 되는 대로 화재 원인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시는 국민안전처에 특별 재난 지역 선포를 건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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